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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Author: 강노을
이람은 숨을 고른 뒤,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이혼은 저희 두 사람의 일이에요. 저는 이혼한 당일에 제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혼 사실을 모두 알렸어요.”

이람의 시선이 잠시 제헌을 스쳤다.

“강씨 집안 어른들께서는 당연히 강제헌 씨가 말씀드려야 할 일이었죠. 그런데 강제헌 씨는 부모님께 아무 말씀도 안 드렸어요.”

이람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혼한 뒤 한 달 동안 계속 저를 붙잡고, 제 의사와 상관없이 연락하고 찾아왔어요.”

거실 안이 숨 막히게 조용해졌다.

“그래서요. 나중에 또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오늘은 아버님과 어머님 앞에서 분명히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람은 또렷하게 말했다.

“저는 이미 강제헌 씨와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재결합할 생각도 없고요. 앞으로 다시 돌아가지도 않을 겁니다.”

이람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 갔다.

“지난 3년 동안 강제헌 씨와 부부로 지낸 건, 제가 선택한 길이었어요. 그 시간 동안 겪은 모든 일도... 제 선택의 결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과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연이 다 끝났어요.”

이람의 목소리는 분명했다.

“앞으로는 각자 자기 길을 가는 겁니다.”

이람은 제헌을 바라봤다.

남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람의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예전에 품었던 감정은 제헌이 한 번씩 등을 돌릴 때마다 조금씩 사라졌고, 지금은 아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이람의 시선은 오직 앞만 향해 있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요. 조용히 정리할 수도 있었죠.”

이람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강제헌 씨가 제 뜻을 존중하지 않았어요. 계속해서 제 의사를 무시하고, 저를 붙잡으려 했죠.”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께 분명히 알려 드리려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렇게 된 건지요.”

그리고 제헌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강제헌 씨, 체면이 아직 중요하다면,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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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86화

    이람은 곧바로 손을 거뒀다.“머리 다 말랐네요. 제가 욕실 안에 꽤 오래 있었나 봐요.”하준은 그저 이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영화 조금만 더 보고 자요.”이람은 하준 옆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대략 1미터 정도의 거리가 남아 있었다.침실의 조명은 몹시 부드러워서 잠을 부르기에 딱 알맞았다.잠이라는 단어는 오늘 밤 유독 예민한 화제였다.원래 이람과 하준은 가짜 연인 관계였고, 공식적으로는 남녀 간의 감정은 없었다. 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대충 보내게 되는 상황 역시 가짜 연인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원래라면 아주 담담하게, 솔직하게 상의할 수 있어야 했다.그런데 공기 속에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떠다니고 있어서 이람은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누가 먼저 입을 열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 것만 같았다. 정말로 이상한 기류였다.이람은 이 답답하게 굳어 있는 감각을 몇 번이나 곱씹다가,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이 분위기는... 아마도 ‘애매함’이라는 것이었다.‘애매함? 왜 애매하지?’이람은 스스로 아주 당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도 분명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목이 바짝 말라서 먼저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부끄러워서였다.그렇다. 부끄러움 때문이다.부끄러웠기 때문에 이람은 이것이 애매함이라고 단정했다. 애매함은 사람의 마음을 흐트러뜨리고, 평소의 이성과는 전혀 다른 상태로 몰아넣는다.이람은 지금 와서 하준의 머리를 만졌던 걸 후회하고 있었다.‘왜 참지 못하고, 그 복슬복슬한 촉감을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걸까.’‘그래도 이렇게 계속 굳어 있을 수는 없어.’하준이 말했다.“제가 소파에서 잘게요.”이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피곤해요?”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말해버렸고, 다시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공기는 더없이 무거운 정적 속으로 가라앉았다. 아무도 다시 말하지 않았다.‘아아아, 진짜 미쳤어!’이람은 당장이라도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싶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85화

    하준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걸 확신했다.‘이람 씨는 일부러 나를 달래는 거야.’‘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평소의 이람 씨라면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이람의 이런 ‘슬쩍슬쩍’하는 행동들은 늘 하준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하준은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시선은 이미 이람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하준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좋은 사람이 어떻게 건달처럼 행동하겠어요.”이람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럼 하준 씨는 제가 말한 ‘좋은 사람’이라는 ‘신분’을 받아들이신 거예요?”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꽤 마음에 들어요.”이람이 농담하듯 말했다.“우리 서하준 대표님도 이미지 관리가 필요하신가 봐요. 저는 이제 그런 거 없는데요.”하준은 자신을 희화화하듯 웃었다.“같이 지내는데 이람 씨가 벌써 나한테 질리면 안 되잖아요.”이람은 꽤 진지하게 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준 씨는 아무리 봐도 싫증 날 타입은 아니에요, 하준 씨는 강제헌과는 다르잖아요.”하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었다.“네, 쫓겨나지 않게 노력할게요.”이번에는 이람이 정말로 웃음을 터뜨렸다.참을 수 없이 웃음이 새어 나오는 그런 웃음이었다.이미 한껏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웃고 나니, 강씨 집안 본가에서 소모했던 기운마저 회복하는 느낌이었다.이람이 하준을 가볍게 밀며 말했다.“어서 씻고 오세요. 씻고 나면 제가 들어갈게요, 씻고 자야죠.”이람은 말에 맞춰 하품까지 했다.하준은 더 말릴 이유가 없었다.잠옷을 챙겨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가 커서 바깥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이람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하준은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다만 혹시 몰라, 찬물로 샤워했다.이람은 소파에 몸을 말고 앉아, 아무 생각 없이 클래식 영화 한 편을 틀어 놓았다.그때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이람은 고개를 돌리자, 머리가 아직 젖은 하준이 검은색의 길고 단정한 가운을 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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