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지유 이모!”공항을 나와 경민준과 임지유를 본 경다솜은 아주머니의 손을 놓아주고 재빨리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가 두 사람의 품에 안겼다.차에 타자마자 경다솜은 작은 책가방을 뒤적이더니 여행 중 사왔던 장신구를 꺼내 아빠와 이모에게 내밀었다.“아빠, 지유 이모, 제가 선물 사 왔어요.”임지유는 그것을 받아 경다솜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다.“다솜아, 고마워.”오늘 할머니는 퇴원했고 경민준과 경다솜은 저녁 식사를 위해 본가 저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공항에서 나와 임지유를 집으로 돌려보낸 후에야 경민준
심여정 그들은 집에 도착해 연미혜를 보지 못했고, 모두 그녀가 경민준과 함께 공항에 간 줄 알고 있었다.현재 경민준과 경다솜 둘 다 집에 도착했지만, 연미혜 혼자 없는 것을 발견한 그들은 이 상황이 상당히 이상하다고 느껴졌다.하지만 아무도 그 자리에 없는 연미혜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일이 아직 안 끝났대.”경준혁은 아무 의심도 없이 다솜과 놀아주느라 정신이 없었다.노현숙은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 식사 후 경다솜은 한동안 혼자 놀다가 지루함을 느꼈는지 연미혜에게 전화를 걸었다.비록 휴
경다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통화했어요.”경민준은 그녀를 껴안고 손끝으로 그녀의 이마를 문지르며 자신과 비슷한 눈썹과 눈꼬리를 바라보며 물었다.“근데 표정이 왜 안 좋아?”경다솜은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행복해요. 하지만.”엄마랑 전화 통화한 지 정말 오랜만이었고 통화한 후에도 행복한 기분은 여전했다.경민준이 물었다.“그런데?”경다솜은 머뭇거렸다.“근데 또 기분이 좀 이상해졌어요.”“뭔가 속상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경민준은 턱을 치켜들고 웃으며 말했다.“엄마도 다솜이 보고 싶을 거야. 일 끝나면
하승태가 전화를 막 끊었을 때 수연은 초롱을 들고 다시 그에게 달려와 외쳤다.“삼촌, 다솜이랑도 영상통화 하고 싶어요!”하승태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영상통화를 걸자 곧 연결되었고, 화면에 다솜의 얼굴이 나타났다..“다솜아, 이것 좀 봐, 초롱이야!”영상에서 잘 보이지 않을지 걱정된 수연은 하승태에게 휴대전화를 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그러고는 초롱을 흔들며 조금 멀리 달려가 예쁘게 밝혀진 초롱을 경다솜에게 자랑했다.하승태와 수연은 작은 정원에 있었고, 주변이 어스름해진 덕에 초롱의 불빛은 한층 더 설
연미혜와 연유라는 불꽃놀이를 끝내고, 할머니와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문밖으로 나갔다.연미혜와 연유라는 도원시의 타워로 갔다.타워는 밤에 도원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훌륭한 장소였다.새해 전야 밤, 특별히 기획한 멋진 라이트 쇼와 기타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였다.타워에 막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지만 아직 라이트 쇼가 시작되지 않았다.연이찬과 몇몇 반 친구들은 오늘 밤 타워에서 함께 새해맞이를 하기로 약속했다.잠시 후 연이찬은 친구들을 만났다.연미혜와 연유
연씨 가문은 섣달그믐날을 지키는 습관이 없었고, 연미혜와 연유라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허미숙과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잠자리에 든 뒤였다.연미혜가 방으로 올라갔을 때는 0시가 막 지났을 때였다.그녀의 휴대전화가 한동안 울렸다.김태훈, 하승태, 그리고 그녀와 사이가 좋았던 넥스 그룹의 일부 직원들, 즉 염용석과 지철호는 그녀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다.연미혜는 하승태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하나둘씩 회답하는 것을 보고 앞장서서 유명욱과 차예련에게 새해 인사를 전했다.이때 염용석이 또 한 번 메시지로 그녀한테 요즘 스케줄을 물었다. 그
시간은 어느새 정오에 가까워졌다.집에서 다시 요리할 기분은 아닌 것 같았다.사실 점심을 먹을 기분조차 아니었다.하지만 밥은 먹어야 했다.연미혜가 말했다.“밖에 나가서 먹어요.”허미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네가 결정해.”호텔에 도착해 차를 주차했고 연미혜와 연창훈이 막 차에서 내렸을 때 그들은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을 발견하였다.그들 또한 이곳에 자주 식사를 하러 오기도 하였다.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임지유와 임해철을 알아보고는 식사를 함께하자며 따뜻하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
식당을 바꾼 그들은 이제 막 식사를 하고 있었고 순간 연미혜의 휴대전화가 두 번이나 울렸다.차예련이 그녀에게 보낸 메시지였다.연미혜는 무심코 클릭했고 내용을 확인해 보니 차예련이 사진 두 장을 보냈다.사진 속 인물은 다름 아닌 경민준과 임지유였다.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사진을 자세히 보지도 않고 휴대전화를 거두었다.그러자 차예련의 전화가 걸려 왔다.연미혜는 잠시 멈칫했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차예련.”“내가 방금 보낸 사진 두 장 봤어?!”연미혜는 한 장만 보았고, 나머지 한 장은 볼 생각이 없었다.하지
캐벳 스미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내 박사 과정 학생, 임지유입니다.”그는 임지유 외에도 네댓 명의 학생들을 데려왔는데, 그중 임지유만이 유일한 동양인이었다.임지유가 캐벳 스미스의 제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장에선 감탄과 부러움이 쏟아졌다.“세상에, 스미스 교수님 박사 과정 학생이라니 완전 대단한데?”“그런데 저렇게 예쁘기까지 해? 신이 모든 걸 다 줬네. 너무 불공평해!”“더 기가 막힌 건... 저 여자가 경민준의 여자 친구라는 거잖아.”“헐... 진짜 비교할 게 못 되네. 나 같은 인생은 어떡하라고...”순식간
이틀 뒤, 김태훈은 서원시에서 열리는 국제 인공지능 대회에 참석했다.지난해의 기술 박람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행사 역시 업계 관계자들이 AI 관련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기술을 교류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이번에 그와 함께한 일행은 연미혜, 그리고 최근 넥스 그룹에 새로 합류한 구진원을 포함한 몇몇 엔지니어들이었다.구진원을 비롯한 신입 직원들을 함께 데려온 이유는 아직 이들이 회사의 핵심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술 유출에 대한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서원시에 도착한 뒤, 행사장에 들어서자 이미 내부
구진원은 결국 연미혜와 함께 래프팅을 타볼 기회를 잡지 못했다.하지만 저녁 무렵, 그는 또 한 번 ‘우연히’ 연미혜와 연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쳤다.그녀의 외삼촌 연창훈과 외숙모 하여진은 반갑게 인사하며, 그와 그의 친구에게 같이 식사하자고 흔쾌히 자리를 권했다.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구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연창훈이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근데 어쩐 일이에요? 갑자기 도원시로 내려올 생각을 다 하고...”구진원은 젓가락을 잠시 멈췄다.도원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가 순간 머릿속을 스쳤던 그는 짧게 숨을 고르고
‘경민준 씨는 바쁘다며 다솜인 못 챙긴다더니, 정작 임지유랑은 같이 있고?’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연미혜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그보다 먼저, 경다솜이 해맑게 말했다.“엄마, 조금만 더 일찍 전화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헬기 타고 있을 때 영상 통화했으면 진짜 멋지게 보여드릴 수 있었을 거예요!”그 말에 연미혜는 조심스럽게 웃었지만, 경다솜이 이번 여행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져 더는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그럼에도 마음 한쪽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가슴안에 찜찜함이 또 하나 차곡히 쌓였다.경다솜은
연미혜도 같은 생각이었다.그녀는 짧고 단호하게 메시지를 보냈다.[바빠. 그리고 약속 지켜. 다솜이 외할머니댁엔 절대 못 가게 해.]잠시 뒤, 경민준에게서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알겠어.]이후로 그는 더 이상 아무 연락도 해 오지 않았다.어린이날 연휴 다음 주말은 마침 주말이었다.그날 오후, 연미혜는 가족들과 함께 관광지에서 래프팅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때 차예련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는데, 사진 속 인물은 임지유였다.차예련은 지금 쿠바나에 머무르며 패션쇼 준비로 한창이었다.사진을 본 연미혜는 메시지를 보냈다.[
‘넥스 그룹이랑 세인티가 해지한 건 알고 계신가요? 교수님의 제자인 김태훈 대표가 요즘 하는 짓을 보면 재능을 믿고 우쭐대는 것도 모자라, 사사건건 여자한테 휘둘려서 점점 판단력도 흐려지고 있던데요. 혹시 그 사실도 알고 계십니까?’염성민은 막 입을 열려다 말았다.곁눈질로 경민준이 있는 걸 본 순간,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이 쑥 들어가 버렸다.사실 이 얘기는 전부 임지유와 관련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임지유의 옆에 경민준이 있었다.염성민의 입장에서 굳이 나서서 이런 말을 할 명분이 없었다.괜히 앞장서서 이런
임지유는 곧바로 해약서에 서명했다.배상금은 계약서에 명시된 기한 내에 전액 납부하겠다고 약속했다.이 소식을 들은 김태훈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생각보다 행동이 빠릿빠릿해서 좋은걸?”해약 이후의 처리 절차는 변호사가 맡았고, 임지유가 서명한 뒤로는 김태훈과 연미혜 모두 더 이상 그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이삼일 뒤, 유명욱이 휴가를 맞아 오랜만에 두 사람을 불러 모았다. 한동안 얼굴을 못 본 터라, 사제지간에 오붓하게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던 것이었다.연미혜와 김태훈은 회사를 나와 약속 장소인 식당에 도착했는데, 식당 입
임지유는 계약 해지를 결정한 뒤, 곧바로 경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경매 날에 김태훈 어머님이랑 얘기하다가, 내가 말을 좀 잘못했어. 그걸 사모님이 딱 집어냈고... 게다가 김태훈 쪽은 아예 세인티랑 엮일 생각이 없어 보여. 만약 소송으로 가서 이긴다고 해도 나중에 또 딴지를 걸어 협력 관계가 틀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담담히 결론을 내렸다.“그쪽이 처음부터 협력 의지가 없었다면, 괜히 시간 끌기보다 지금 깨고 다른 파트너 찾는 게 낫다고 봐.”경민준은 그녀가 무슨 말을 실수했는지 구체적으로 묻
‘김태훈 어머니가 연미혜를 좋아한다고? 그게 말이 돼? 진짜라면... 어제 김태훈 어머니한테 했던 말들은 대체...’임지유는 갑자기 이미연이 대화 도중 갑자기 통화하러 다녀온 일이 떠올랐다.머릿속에 전화를 받는다며 자리를 비운 장면이 스치자, 묘한 불안감이 다시 가슴을 짓눌렀다.그녀의 낯빛이 안 좋아진 것을 본 경민준이 곁에서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그 말에 임지유는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니야. 나 괜찮아.”그날 저녁, 임지유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다.이미연이 연미혜를 마음에 들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