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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백소연
샐러드를 집어 들던 온서린의 손끝이 찰나의 순간 멈칫했다.

“그런 사람들은 원래 모든 걸 자기 뜻대로 통제하려는 부류거든. 조금이라도 자기 뜻대로 안 되거나 본인들이 공들여 연출해 놓은 화목한 가정이라는 연극에 맞춰주지 않으면 곧바로 사람을 몰아가. 철이 없다느니, 배려가 없다느니 하면서.”

진소민의 말에 온서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친구가 묘사한 그 통제적인 모습이, 심강후가 육채원을 지키던 방식과 기묘하게 겹쳤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 오히려 커리어를 위해 아이를 갖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해. 아이가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끝내지도 못했을 거야. 그런 말이 있잖아. 자는 척하는 사람은 영원히 깨울 수 없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사람의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

온서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딸에게로 향했다.

서툰 손놀림으로 포크를 쥐고 주먹밥을 집으려 애쓰는 아이의 얼굴에는 아무런 걱정도 없는 맑고 천진한 미소만 남아 있었다.

온서린은 오늘 점심이 왠지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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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빛나는 삶   제30화

    “그러니까 심씨 가문의 자원을 총동원해 육채원 씨의 앞길을 닦아 주고 명분까지 세워주는 걸로도 모자라, 경영상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심씨 가문에 남을 이유를 만들어주겠다는 뜻인가요?”온서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이전보다 한층 더 서늘해져 있었다.“그래.”심강후의 대답에는 티끌만큼 망설임도 없었다.“좋아요.”온서린은 형수님을 향한 그의 유별난 배려까지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심강후는 그녀가 자신의 결정에 동의하자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지분 보상 외에 추가로 두 가지 조건이 더 있어요.”온서린은 운전대를 단단히 쥐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좋아, 말해봐.”심강후는 의외라는 듯 잠시 그녀를 응시했다. 온서린은 언제나 다투거나 욕심을 부리는 법이 없었다.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그 성정이야말로 그가 그녀를 가장 높이 사는 부분이었다.그러니 그녀가 내놓는 요구 또한 자신을 크게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으리라 믿고 있었다.심강후는 술기운이 남아 있었다. 그는 온서린이 조건을 내놓기만을 기다렸지만 그녀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별장에 도착했을 때, 심아린은 홀로 계단에 앉아 있었다.얇은 외투를 걸친 채 손에 쥔 마술봉의 불빛을 연신 켰다 껐다 하며 시간을 보내던 아이의 얼굴이 차 소리를 듣는 순간 환하게 피어났다.차를 세우고 온서린이 막 문을 열고 내리려는 순간 심강후가 그녀보다 한발 앞서 차에서 내렸다.심아린이 환한 얼굴로 심강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아빠! 왜 엄마 차 타고 왔어요?”“아빠가 술을 좀 마셨거든.”아이를 품에 안은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다.“아빠, 이제 술 마시면 안 돼요.”고사리 같은 손이 그의 어깨를 톡 건드렸다.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의 얼굴이 사뭇 엄숙했다.“제 말 잘 들어야 해요, 알겠죠?”심강후는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다음부턴 조금만 마시마.”그 광경을 바라보는 온서린의 가슴 한복판이 뜨겁게 타

  • 이혼 후, 빛나는 삶   제29화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온서린의 마음에는 그 순간 비웃음 섞인 자조만이 남았다.그녀는 줄곧 한생이 자신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믿어왔다.하지만 이제 보니 심강후가 손쉽게 영입한 인재 하나만으로도 자신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였다.이것은 단순한 직업적 위협을 넘어 자신을 향한 모욕이자 숨 막히는 포위망이었다.육채원은 심씨 가문의 딸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그녀의 영향력은 심강후의 인사권에까지 미치고 있었다.온서린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죄송합니다.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가방과 외투를 챙겨 서둘러 식당을 나섰다. 문밖으로 나섰을 때, 뒤에서 심강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같이 가.”온서린이 뒤를 돌아보자 어둠 속에서 심강후가 걸어오고 있었다.막 재킷을 걸치며 단추를 잠그는 그의 모습은 희미한 불빛 속에서도 눈이 시리도록 선명하고 잘생겼다.온서린은 한때 이 얼굴을 수없이 갈망하며 바라보았다. 베일 아래에서 그의 신부가 되던 그 찰나, 바보처럼 설레던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온서린은 짧게 쏘아붙였다.“당신 차 타고 가세요.”“왜?”심강후는 그녀의 날 선 감정을 알아챈 듯 물었다.“권지한 때문에 화라도 난 건가?”온서린은 대꾸 대신 자신의 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길가에 세워둔 벤츠에 다가가 문을 여는 찰나, 긴 다리로 따라붙은 그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올라탔다.“지금 한생은 새로운 관리 체계가 필요해.”시동을 걸자마자 옆자리에서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다.“강녕미래는 독립된 체계야. 우혁이가 추진력은 좋지만 경험은 부족해. 당신이 가서 중심을 잡고 자원을 조정해 봐. 투자 방향이 그룹 전략과 일치하도록 관리하고.”운전대를 쥔 온서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심강후를 바라보았다.그는 미간을 손으로 꾹 누르며 여전히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채원이가 또 할머니한테 지적받았어.”온서린

  • 이혼 후, 빛나는 삶   제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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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빛나는 삶   제27화

    온서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얼굴은 여전히 평온하고 담담했다.“대표님의 제안은 고려해 볼 가치가 있겠네요. 하지만 현재 한생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제 손을 거치고 있어요. 만약 제가 자리를 옮긴다면 강후 씨가 순순히 동의하지 않을 텐데요.”“형수님...”심우혁이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제 생각엔 형도 동의하실 거예요.”온서린은 잠시 침묵을 선택했다. 그가 내민 손을 섣불리 잡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쳐내지도 않은 채 묘한 여지를 남겼다.그녀는 자신이 한생에서 차지하는 기술적 입지를 고려할 때 심강후가 쉽게 놓아줄 리 없다고 확신했다.심우혁은 온서린의 태도에 당황하지 않고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했다.“형수님께서 왜 망설이는지 저도 이해해요. 급할 건 없어요. 앞으로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오늘 만남은 제 성의를 먼저 보여드리기 위한 자리였다고 생각해 주세요.”온서린은 조용히 미소를 짓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숍을 나선 심우혁은 다시금 싹싹하고 밝은 태도로 그녀의 곁을 걸으며 말했다.“아, 형수님. 이번 주 금요일에 내부 세미나가 하나 있어요. 업계 전문가들을 모시고 고서에 기록된 한약 처방을 현대 약리학 기술로 재탄생시킨다는 주제로 담론을 나누는 자리인데 분명 흥미로우실 거예요. 초대장은 이미 메일로 보내두었어요.”온서린은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시간 되면 참석 할게요.”사무실로 돌아온 온서린은 미간을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겼다.심우혁은 젊고 날카로웠으며 그 야심 또한 절대 작지 않았다. 그는 심씨 가문 내부의 권력 구도와 복잡한 관계를 어느 정도 꿰뚫고 있는 듯 보였다.그리고 어쩌면 그녀를 이용해 심강후가 그룹 내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에 도전장을 내밀려는 것인지도 몰랐다.혹은 전혀 다른 속내가 숨어 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어떤 의도이든 새롭게 설립된 ‘강녕미래'라는 독립 플랫폼은 온서린에게 분명 매력적인 기회였다.그곳은 그녀가 자신의 힘을 비축하고 머지

  • 이혼 후, 빛나는 삶   제26화

    소문에 의하면 심우혁은 해외 정상급 경영대학원 출신에 국제 투자 은행에서 수년간 실무를 쌓은 인재라고 했다.일 처리는 날카롭고 매서우며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로, 심씨 가문 젊은 세대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진 인재로 꼽혔다.온서린에게도 그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심씨 가문의 일원이 된 후 집안 연회 자리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스물일곱. 젊고 거침없는 기세가 넘쳤으며 눈매에는 가문 특유의 분위기가 깃들어 있었다.하지만 심강후에게서 풍기는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위엄과는 다르게 그는 마치 통제 불가능한 야생마와도 같았다.온서린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유하림이 조심스럽게 노크하며 들어왔다.“온 박사님, 부대표님이 오후 세 시 반에 아래 카페에서 뵙자고 하십니다.”온서린은 미세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심우혁은 부임 첫날 그룹의 어른들과 핵심 인사들을 찾아가지도 않았고 앞으로 책임져야 할 업무를 살피지도 않았다.무엇보다 복잡한 직급 체계를 단숨에 무시한 채 고작 연구부 팀장일 뿐인 그녀와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알겠어요. 시간 맞춰 갈게요.”온서린은 미간을 찡그렸다.‘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지?’오후 3시 30분, 온서린이 약속 시간에 맞춰 카페에 도착하자 심우혁은 이미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오늘 그는 정장 차림이 아니었다. 질감 좋은 짙은 색 티셔츠와 베이지색 팬츠 차림으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그는 발소리를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형수님...”심우혁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인사를 건넸다. 온서린은 심강후와 어딘가 닮은 듯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준수하고도 젊은 얼굴이었다.심강후가 태산처럼 묵직하고 냉랭한 위엄을 지녔다면 심우혁은 칼집에서 채 빠져나오지 않은 날 선 검과 같았다.눈빛은 맑고 또렷했으며 그 속에는 세상을 얕잡아 보는 듯한 비릿한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며 눈이 부시도록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형수님, 앉으세요.”손을 들어 정중히 자

  • 이혼 후, 빛나는 삶   제25화

    강도윤은 전송된 파일 몇 장을 천천히 넘겨본 뒤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칭찬과 호감이 묻어났다.“서린아, 네가 수정한 부분 아주 좋아. 회의에서 논의해 보고 결과 정리해서 다시 알려줄게.”“오빠는 이번 협력 가능성을 어떻게 보세요?”온서린의 목소리에는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사하고 싶어 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강도윤은 금테 안경을 가볍게 고쳐 썼다. 단정한 얼굴 위로 이성적인 판단이 깊게 내려앉았다.“초안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안이야. 다만 예산이 예상보다 커질 거야. 특히 네가 제안한 정밀 바이오마커 분석이랑 장기 추적과 조사 부분은 한주 쪽에서도 자원이 많이 들어가거든. 선택지는 두 가지야. 일부 항목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서 단계적으로 진행하거나 아니면 외부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법.”온서린은 그 말의 핵심을 즉각 이해했다.“알겠어요. 회사 쪽에 정식으로 신청하고 예산 문제는 제가 해결해 볼게요.”강도윤은 그녀의 확신에 찬 눈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너는 정말 한생 그룹의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온서린은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제 몫의 배당금은 챙겨야 하니까요. 돈 문제에 있어서는 꽤 확실하게 챙기는 편이거든요.”강도윤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알기로 너를 데려가려는 곳은 사방에 널렸어. 네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돈일까, 아니면 사람일까?”그의 말에 온서린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굳게 닫혔던 기억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이익 때문에 심강후와 결혼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의 마음 어딘가에는 심강후라는 이름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몇 년 전, 바이오 업계 정상회의에서 지도교수의 갑작스러운 병가로 대신 무대에 올랐던 온서린은 한약재 단일 성분 분리 연구 자료를 발표하고 있었다.손에 쥔 마이크는 미세하게 떨렸고 그녀는 그저 이 자리를 빨리 끝내고 내려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런데 앞줄에 앉아 있던, 짙은 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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