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서린의 움직임엔 일절 멈춤이 없었다. 마치 아무것도 못 들은 사람처럼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사무실로 돌아온 온서린은 문에 등을 기댄 채 크게 숨을 내쉬었다.서류를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흐릿한 상태로 거짓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무엇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이 불확실한 상황이 더 두려웠다.잠시 후, 온서린은 책상 앞에 앉아 내선 전화를 들었다.“언니, 리바이탈 과립제 개량 및 서방 기술 적용 프로젝트 자료를 전부 제 메일로 보내 주세요. 오후 세 시 회의에서 중요하게 발표할 사항이 있어요.”전화를 끊고 컴퓨터를 켠 그녀는 곧장 파일을 열었다.이 프로젝트는 심강후의 할머니, 성미경이 직접 연결해 준 일이었다.대외적으로는 동서가 함께 진행하는 협업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었고 성공만 한다면 가문 내에서도, 대외적으로도 훈훈한 미담으로 남을 일이었다.그런데 마무리를 앞둔 지금, 신청 자료를 들여다보니 핵심 해결 방안과 성과에는 모두 육채원의 제제 공정 혁신팀 이름이 적혀 있었고 온서린의 이름은 약리 지원 인력 목록 한쪽에만 덧붙듯 적혀 있었다.“역시, 또 이런 식이군.”온서린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렸다.오후 세 시, 넓은 회의실 상석에는 심강후가 앉아 있었다.깊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책상 위 문서를 내려다보는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쉽게 읽히지 않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있었다.오늘 회의의 주제는 리바이탈 과립제 프로젝트의 단계별 정리였다. 연구개발부는 물론 관련 부서의 핵심 인력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발언 차례가 되자 온서린은 두툼한 자료를 펼쳐 들고 단상 앞으로 나섰다. 프로젝터에 띄워진 문서는 그녀가 직접 수정해 가져온 것이었다.“프로젝트 신청 자료와 원본 기록 사이에 일부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이 자리에서 정리하고자 합니다.”말이 끝나자 회의실 안이 술렁였다.이미 신청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료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건,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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