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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문자 내용

내가 발신자를 확인하려고 핸드폰에 손을 뻗은 순간, 신호연이 갑자기 안방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확 낚아채더니 문자 내용을 힐끔 쳐다보고는 멍하니 자리에 굳어버린 나에게 말을 건넸다.

“연아가 보낸 카톡이야!”

“무슨 일인데 나한테 들키면 안 돼?”

내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남편을 빤히 쳐다보며 추궁했고 괜히 마음이 불안했다.

그 카톡 내용은 단 한 마디였다.

[혹시 들켰어?]

간단한 몇 글자에 너무도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나에게 뭔가 들킬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했을 뿐만 아니라 왠지 말투도 야릇해 보였다.

난 신호연을 빤히 쳐다보면서 불길한 예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때, 신호연이 갑자기 피식 웃더니 핸드폰을 침대 끝에 다시 놓아둔 채, 나를 품속으로 확 잡아당기더니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말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네가 아니라 우리 엄마 얘기야! 연아가 또 나를 내세워서 엄마한테서 돈을 가져갔거든!”

신연아는 신호연의 여동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몸이 허약하고 잔병치레가 많았기에 남편 집에서 애지중지 키웠던 것이다. 덕분에 부잣집 공주님 성격이 되어버린 신연아는 20대 중반이 되었지만 여태껏 일도 안 하고 여기저기 여행만 다니고 있었다.

“어머님 돈을 가져갔다니, 어머님 돈이 결국 누구 돈인데?”

내가 입을 삐죽 내밀면서 말하자 신호연이 실실 웃으면서 알몸인 나를 번쩍 안더니 연신 뽀뽀를 하며 욕실로 향했다.

“그럼, 그럼, 다 우리 여보 돈이지! 난 착하고 마음이 넓은 와이프가 있어서 너무 좋아!”

난 늘 남편의 이 한마디에 넘어갔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댁에 인색한 적이 없었으며 가정이 평화로워야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 여겼다.

또한 내가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면 상대방도 그만큼 나에게 진심을 보일 것이다.

욕조에서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은 난 기분이 너무 좋아서 불안했던 마음과 원망스러운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늦은 밤, 침대에 누운 난 신호연의 품에 안겨 아파트 얘기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결혼하고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줄곧 2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었고 평수가 작은 건 전혀 불만이 없었지만 아이가 출발선에서부터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게 싫었다.

콩이도 이제 곧 학교에 가야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근처에는 좋은 학교가 없었다.

사실 사업이 확장되고 있는 이 몇 년 사이에 우린 아파트를 살 돈을 진작 마련했지만 신호연은 아직 서두르기엔 이르다고 버티고 있었다. 발전이 빠른 서울에서 완벽한 동네를 찾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사를 하게 될 거라고 했었다.

오늘 밤, 다시 아파트 얘기를 꺼낸 나에게 신호연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은 채, 내 이마에 입을 살짝 맞추며 대꾸했다.

“알겠어. 내가 잘 알아보고 적당한 동네가 있는지 같이 보러 가자. 어디서 살지는 네가 정해!”

드디어 만족스러운 답을 들은 난 크고 넓은 아파트를 상상하며 이내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자마자 절친 이미연에게서 전화가 왔고 매일 만나던 장소에서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마침 한가로운 시간이었기에 난 단번에 알겠다고 하고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미연은 서울에서 가족을 제외한 나의 유일한 지인이었고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스스럼없이 다 할 수 있는 절친이었다.

다만 그녀는 유명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였기에 워낙 바빠서 이 시간에 나를 부르는 일이 별로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 가게에 들어서자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쳐다보고 있는 이미연을 발견했고 햇살이 그녀에게 은은하게 비추자 오늘따라 유난히 더 예뻐 보였다.

그녀도 나를 발견했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한가해? 이른 아침에 약속까지 잡고!”

내가 다가가서 묻자 이미연이 눈을 뒤집으며 나를 힐끔 노려보았다.

“네 생사를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다. 안 되냐?”

“하하, 당연히 되지! 난 늘 한가한데 문제는 네가 매일 너무 바쁘잖아!”

자리에 앉은 나는 그녀가 시켜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참나! 자랑이다 아주! 너 너무 한가해서 바보가 된 거 같아! 신호연이 잘해준다고 너무 마음 놓고 편히 사는 거 아니야? 그러다가 큰코다친다고!”

말을 끝낸 이미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날 힐끔 쳐다보았고 왠지 모르게 난 그녀의 말에 심장이 움찔해서 그녀에게 되물었다.

“무슨 말이야? 말에 뼈가 있는 거 같은데?”

내 질문에 이미연은 고개를 숙인 채, 노트북을 쳐다보며 왠지 뭔가 숨기고 있는 듯했다.

“뼈는 무슨, 그냥 너 정신 차릴 필요가 있는 거 같아서 한 말이야.”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홱 들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나 그저께 신호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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