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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엄습하는 불안감

“그저께? 어디서 봤는데?”

난 자신도 모르게 말이 빨라졌고 이미연은 이런 나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며 되물었다.

“반응이 왜 이래?”

“그 사람을 어디서 봤는데?”

난 그녀의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추궁했고 바로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으며 발신자를 확인한 그녀는 나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면서 몸을 뒤로 기댄 채, 전화를 받았다.

“뭐? 내가 지금 당장 거기로 갈게!”

통화를 하던 이미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노트북을 탁 닫더니 황급히 밖으로 향했다.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나 먼저 간다!”

“아니… 야!”

이미연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나를 가게에 덩그러니 남겨두고 부랴부랴 떠나갔고 난 그녀가 남긴 말을 곱씹었다.

‘그저께 신호연을 만났다고? 그저께라면 남편은 분명히 부산에 있었는데 이미연은 남편을 어디서 본 거지? 그럼 그 시간에 미연이도 부산에 출장 간 건가? 그런 기막힌 우연이 있다고?’

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닫은 채 앉아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엄습했다. 라이브 방송에서 봤던 장면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 사람이 신호연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설마 신호연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건가? 애초부터 부산에 가지 않은 건가?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걸까?’

한 홀로 멍하니 디저트 가게에 앉아 머릿속이 복잡해졌으며 온몸은 어느새 얼음장 마냥 차갑게 식어버렸다.

‘만약 신호연이 정말 바람을 피운 거라면 난 어떡해야 하지? 우리 콩이는 어떡하지? 우리 가정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난 영혼을 잃은 시체 마냥 해롱해롱한 정신으로 하루를 보내느라 어린이집에 콩이를 데리러 가는 것마저 잊었다.

다행히 신호연이 일찍 퇴근한 덕분에 아이가 집에 없는 걸 눈치채고 다정하게 날 위로해 준 뒤, 어린이집으로 향했고 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서 식사를 차리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신호연과 아이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신연아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본인 집처럼 들락날락했다. 난 이 점에 불만이 많았지만 신호연이 동생을 너무 소중하게 여기고 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왜 이제야 밥하고 있어요? 우리 오빠는요?”

주방에 있던 나를 힐끔 쳐다본 신연아는 가방을 소파에 버린 채 주방 입구에 기대어 물었고 난 야채를 다듬으며 대답했다.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어요.”

“지금이 몇 시인데 이제 아이를 데려와요?”

신연아가 원망하듯 대꾸했다. 마치 신씨 가문의 가주라도 된 듯, 매사에 태클을 걸고 나에게도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지만 어찌 됐든 그녀는 내 남편의 동생이기에 난 최대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집에 오징어 있어요? 저 오징어튀김 먹고 싶어요!”

신연아의 말에 난 냉장고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냉장고 봐 봐요. 있으면 꺼내서 이리 줘요. 오빠가 사 왔을 거예요.”

바로 이때, 현관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저 다녀왔어요! 오늘 왜 저 데리러 오는 걸 깜빡한 거예요?”

콩이는 천사처럼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달려와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고 난 미안한 마음에 아이의 코를 살짝 어루만지면서 대답했다.

“엄마가 너무 바빠서 까먹었어. 미안해.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신호연이 아이의 책가방을 들고 들어와 다정한 표정으로 나와 콩이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오빠!”

신연아가 돌아서서 신호연을 쳐다보며 다정하게 불렀다.

“네가 어쩐 일이야?”

덤덤하게 물은 신호연은 책가방을 내려놓은 뒤, 외투를 벗고 주방으로 들어와 내가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기며 자신의 몸에 걸쳤다.

“여보, 내가 할게! 당신은 딸이랑 놀아줘!”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신연아가 비꼬는 듯이 입을 열었다.

“우리 오빠는 진짜 일등 신랑이야! 나도 나중에 우리 오빠 같은 남자와 결혼해야지.”

“그만 까불고 나가! 먹을 준비나 하고!”

신호연의 말에 신연아가 애교를 부리며 주방으로 들어왔다.

“싫어! 나 오빠 도와줄 거야! 나도 남편과 요리를 하는 기분을 좀 느껴보고 싶다고!”

신연아의 말에 난 어이가 없었다.

‘저런 낯간지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맨날 놀고먹기나 하는 여자를 도대체 나중에 누가 데려갈지. 그 사람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을 거야.’

안 그래도 기분이 꿀꿀했는데 신연아의 혀 짧은 소리를 듣고 있으니 더 짜증이 났다. 다 큰 처녀가 오빠에게 맨날 치근덕거리면서 어떻게든 용돈을 받으려고 말을 잘 듣는 척하는 신연아가 너무 지겨웠다.

예전에 신씨 가문은 형편이 많이 어려웠다. 시아버님 혼자서 일을 하셨고 시어머님은 간간이 알바로 생계를 유지했으며 몸이 허약하고 잔병치레가 잦은 신연아는 늘 병원 신세를 져야 했기에 생활이 더욱 빠듯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당시 신호연은 심각한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의 회사가 점점 자리를 잡게 되고 나서야 신씨 가문의 생활 형편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기에 사실 나와 신호연이 가족들을 먹여 살린 거나 다름없었다.

특히 신연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매번 용돈을 받아 갔고 기생충처럼 사는 주제에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난 그녀만 보면 어이가 없었다.

난 그녀가 꼴도 보기 싫어서 딸을 데리고 주방을 나섰고 바로 이때,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이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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