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화 이혼 사유

신연지는 말투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어머님의 성의를 무시하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싸늘하게 대꾸했다.

“당연히 마셔야지.”

박태준은 말없이 그릇을 들고 욱여넣다시피 해서 한 그릇을 비우더니 탕 하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전등을 끄고 침대로 올라왔다.

신연지는 그를 등지고 누워 눈을 감았다.

가끔은 이렇게 둘이 같은 침대에 누워 잠든 적이 있었지만 항상 멀리 떨어져서 잠만 잤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박태준이 다가오더니 그녀를 품에 껴안았다. 그의 딱딱한 근육이 등에서 느껴졌다.

남자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거친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다.

신연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허리 아래에서 딱딱한 느낌이 느껴졌다.

“박태준!”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신혼 때는 이런 상황을 기대했던 적도 있지만 3년 동안 그의 냉대와 침묵에 지쳐 언젠가부터 포기하고 있었다. 이제 곧 이혼할 사이인데 그와 이런 식으로 엮이는 건 달갑지 않았다.

실수는 한번이면 족했다.

“뭐가 잘못됐어?”

남자의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당당했다.

박태준은 순식간에 그녀의 위로 올라타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신연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밀쳐냈다.

“싫어.”

“내가 남자 구실을 안 해서 질렸다며? 아까 그 약을 먹으라고 강요할 때 이런 거 바라고 한 거 아니었어? 이제 와서 싫다는 건 너무 속보이지 않아? 나랑 밀당이라도 하고 싶어?”

그의 말투에서 진한 비웃음이 느껴졌다.

신연지는 그제야 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몰랐어.”

“나한테 그걸 믿으라는 거야? 이런 적이 처음 있은 것도 아니고.”

“그건….”

매번 그 이야기만 나오면 신연지는 깊음 무력감을 느꼈다.

이제 그만 잊으려고 할 때마다 그는 그날 밤 실수를 상기시켜 주었다.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그때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태준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쳐왔다.

당황한 신연지는 남자의 가슴을 밀치며 몸부림쳤지만 남자는 그럴수록 더 집요하게 입술을 부딪혀왔다. 연인 사이에 있어야 할 다정함 같은 건 전혀 없었고 화풀이에 가까운 키스가 한참이나 이어졌다.

그는 집요하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 파고들었다. 입에서 피비린내가 느껴지고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남자의 뜨거운 손이 그녀의 가슴까지 올라올 때에야 그녀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언제 한 건지 이미 단추는 풀어져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비틀며 그의 입술을 피했다.

“박태준, 제발 이러지 마.”

신연지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박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양 팔을 침대머리에 고정한 채,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혼 사유가 내가 남자 구실을 안 해서 건강 상태가 의심된다며? 이제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게 증명됐으니 이혼 사유는 성립되지 않아.”

그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턱을 고정하고 강제로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이 각도로 시선을 내리고 있으니 남자의 상징이 선명하게 보였다.

남자는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짓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이 정도면 만족할 수 있겠어?”

신연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뭐라고 하려는 순간, 박태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느긋하게 손을 뻗어 핸드폰을 가져오더니 발신자를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전예은의 매니저였다.

그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지?”

그런데 잠깐 방심하는 사이, 여태 피하기만 하던 여자가 갑자기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은 곳이 움찔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남자는 잡아 먹을 듯한 표정을 하고 여자를 노려보았다.

수화기 너머로 전예은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사이 그녀는 그의 몸 이곳 저곳을 더듬었다. 안 들어도 전예은이 아파서 와달라는 소리일 것이다.

박태준이 경고 섞인 눈빛으로 노려보자 여자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일부러 언성을 높여 입을 열었다.

“아주 만족스럽지. 다른 건 몰라도 정력은 정말 남다르다니까! 조금만 부드럽게 해주면 더 좋겠어.”

수화기 너머로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Related chapter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