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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왜 조심성이 없어?

고의성이 다분한 발언에 박태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똥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매니저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대표님, 우리 예은이 어쩌면 발레를 그만둬야 할지도 몰라요. 재활이 힘들다고 하네요. 애초에 무리해서 해외로 나간 것도 대표님의 옆자리에 어울리는 신분을 갖추기 위해서였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게 안타까울 정도였어요. 인척도 없는 해외에서 혼자 얼마나 고생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박태준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침대를 내려갔다.

“지금 그쪽으로 갈게. 예은이 잘 지키고 있어.”

신연지는 떠나는 그를 잡지 않았다. 어차피 잡아서 들을 사람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소유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소심한 복수라고 할까?

박태준은 옷을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하면서도 아내인 신연지에게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모두가 잠든 밤, 아래층으로 내려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거실 전등이 켜졌다.

주방 입구에서 강혜정이 싸늘한 표정을 하고 아들에게 물었다.

“이 시간에 어딜 가는 거야?”

박태준은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 시간에 안 주무시고 뭐 해요?”

“이 밤중에 연지 혼자 버려두고 어딜 가냐고 물었다!”

박태준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못 마땅한 말투로 대답했다.

“힘 조절을 잘못해서 그 사람 좀 다쳤어요. 연고 사러 나가는 길이에요.”

강혜정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20대 청소년도 아니고 좀 살살 하지 그랬어? 빨리 다녀와. 아니다, 연지랑 같이 가. 염증 나면 곤란하니까 이참에 병원에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박태준은 황당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는 강혜정의 고집을 못이기고 위층에 있는 신연지에게 전화를 걸어 옷 갈아입고 내려오라고 명령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신연지는 다급히 옷을 입고 내려왔다.

거실에서 박태준과 시어머니가 대치하고 있었다.

남자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아까 긁혔잖아. 같이 약국에 좀 다녀오자.”

신연지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내가 다친 걸 나만 모르고 있었나?

하지만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혜정을 보자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그러니까 날 방패막이로 이용하려는 거구나?’

그녀는 싸늘한 표정을 하고 박태준을 흘겨보았다.

비겁한 인간!

강혜정은 그러거나 말거나 흐뭇한 표정으로 신연지에게 말했다.

“가서 편한 바지로 갈아입고 내려와. 너무 꽉 끼는 청바지는 염증 치료에도 좋지 않아.”

“어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그녀가 멍 때리고 있는 사이, 박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우린 나갔다가 바로 집으로 갈거니 어머니는 일찍 쉬어요.”

강혜정이 눈을 부릅뜨며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연지 아프다는데 좀 조심스럽게 다루면 어디 덧나니? 주치의가 여자였으면 전화해서 이쪽으로 오라고 하는 건데….”

“알았으니까 어서 들어가세요.”

박태준은 심드렁하게 대꾸하고는 멍 때리고 있는 신연지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

“잠깐!”

강혜정은 급하게 주방으로 가더니 손에 한약 봉지를 들고 나왔다.

“효과가 좋아 보이니까 집에 가져가서 하루에 한번씩 데워서 마셔.”

박태준이 싸늘한 말투로 대꾸했다.

“뒀다가 아버지한테나 드리세요.”

강혜정이 아들을 흘겨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네 아빠는 이런 거 필요 없거든.”

신연지는 모자 사이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색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박태준이 미동이 없자 강혜정은 약봉지를 신연지의 손에 쥐여주었다.

“어서 가. 약만 사지 말고 병원에 가서 꼭 제대로 처치해.”

차에 오른 신연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대체 어머니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하지만 박태준은 그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안고 있는 약봉지를 힐끗 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정말 그거 가져가서 매일 밤마다 나한테 먹이려고?”

신연지는 화들짝 놀라며 약을 뒷좌석으로 던져버렸다.

“역시 아들 걱정해 주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니까. 이거 봐, 얼마나 걱정이 되셨으면 약까지 받아오셨겠어.”

“지금 무슨 소리를!”

운전대를 잡고 있던 박태준이 똥 씹은 얼굴로 신연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날 밤 무리하다가 허리 다쳐서 병원에 실려간 사람이 누구였더라? 근데 그걸 당하고도 그런 말이 나와?”

신연지는 연민에 찬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건 당신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기술력이 딸려서 그런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첫날 밤을 치르다가 병원에 실려간 여자가 몇이나 될까? 그런 일이 있고도 반성은커녕 자기 도취에 취해 있었던 거야?”

박태준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더니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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