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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화

작가: 비유
단이혁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사업에 관한 얘기는 무릇 민감한 얘기였지만 몇 가지는 물어볼 수 있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계약 연장이 아닌 다른 회사를 물색하는 것도 보편적인 일이었다.

그랬기에 연유성의 질문은 전혀 실례가 되는 질문이 아니었다.

단이혁은 애초에 숨길 생각이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줄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그러기 싫어졌다.

“이 일은 확실히 우리 XR 엔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죠. 듣기로는 스튜디오 숨의 실비아가 HN 그룹의 수석 주얼리 디자이너였다고 하던데,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우리 쪽에서 계약을 쟁취하는 것도 합법적이고 이 바닥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일이죠. 안 그래요?”

“물론이죠.”

연유성은 한쪽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검지로 엄지를 만지며 태연하게 말했다.

“단 대표님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CTR로 온 것도 사실은 상황을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온 겁니다. 만약 이미 숨과 계약을 마친 거라면 아마 저도 돌아가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요.”

단이혁은 여우의 눈과 흡사한 눈을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

“전 또 연 대표가 계약을 방해하러 온 줄 알았네요.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놓이네요. 여하간에 실비아가 HN 그룹과 3년간 협력을 해왔으니 다시 계약 연장할 확률이 더 높잖아요.”

“확률이 높았다면 다른 곳으로 가진 않았겠죠.”

연유성은 자조적으로 말하며 단이혁과 눈을 맞췄다.

“단 대표님도 긴장하셔야 할 겁니다. 실비아가 아직 단 대표랑 계약 안 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우리 측에서도 어떻게든 다시 연장하려고 할 테니까요.”

단이혁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유성은 그의 한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럼요. 원래 오늘 바로 계약하기로 했는데, 온 오전을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더라고요. 심지어 연락도 안 되고! 아휴, 디자이너들의 성격은 원래 다 이렇게 괴팍한가 봐요.”

연유성이 가볍게 웃었다.

“그럼 저희 두 회사가 더 분발해야겠네요.”

단이혁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그래요!”

두 사람은 겉으로는 화목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상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연유성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도 늦었으니 전 이만 돌아가 봐야겠네요. 단 대표도 얼른 점심 드시러 가시죠.”

단이혁은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연 대표 조심히 가요. 멀리는 안 나갈게요.”

연유성의 그림자가 시야에서 점차 사라지고 그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도 싹 사라지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입가를 만지더니 고통에 ‘씁' 소리를 내게 되었다.

‘개자식이, 주먹 한 번 맵네.'

그는 회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핸드폰을 높이 들고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이내 단톡방 ‘오늘도 하랑이 사랑해'로 보냈다.

「단이혁: 막내를 지키고 남은 영광의 상처! 아, 이혁아 너무 자랑스럽다!」

「단유혁: 뭐야. 이혁이 형, 무슨 상황이에요? 어느 개자식이 감히 우리 막내를 건드린 거죠?」

「단세혁: 막내는요? 막내는 괜찮은 거죠!!!」

...

「단원혁: 이미 우리 사랑이한테 연락했어. 사랑이가 괜찮대. 지금 친구랑 점심 먹고 있다고 했으니까 다들 볼일 봐.」

단톡방은 바로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단이혁은 대화 기록을 내려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섯 명 중 오로지 하랑이만 걱정하고 있었고 그를 걱정하는 형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시스콤들!'

그가 억울한 듯 형제들에게 하소연하려던 순간 강하랑의 문자를 받게 되었다.

「사랑: 이혁 오빠, 약은 발랐어? 아직도 아파? 미안해, 오빠 입장 생각도 안 하고 바로 가버려서.」

「사랑: 아 참, 오빠는 밥 먹었어? 아직 안 먹었으면 나한테 올래? 아직 음식이 안 나왔거든. 오빠가 좋아하는 거 시켰어. 다만 거리가 오빠 회사랑 좀 멀어. 그래서 우린 먼저 먹고 있을 테니까 오빠 거는 오빠가 오면 내오라고 할게.」

단이혁은 가슴이 찡해졌다.

‘역시 우리 막내야. 날 걱정하는 건 우리 하랑이밖에 없네. 그 징글징글한 다섯 놈들이랑 전혀 달라! 걔들은 진짜 보기만 해도 징글징글해!'

그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TWO혁: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 내가 지금 갈게. 지금 가면 바로 도착할 수 있을 거야!」

...

한남정.

한주시에서 아주 유명하고 이상한 한식당이었다.

이유는 아주 외진 곳에 있었고 매일 인원수는 한정하여 손님을 받았다. 그랬기에 많은 사람은 그곳에서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했고 한 달 전부터 예약해야 했다.

크나큰 한주시 땅에서 예약 없이 바로 들어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몇뿐이었고 주방장 박재인이 직접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단이혁이 한남정으로 왔을 땐 강하랑과 온마음이 금방 수저를 들기 시작한 때였다.

단이혁의 등장에 그녀는 바로 벌떡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오빠!”

“일어나지 마. 나 신경 쓰지 말고 먹고 있어. 내가 주문한 건 아직 멀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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