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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허수연
진도훈을 알아본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여해온의 엄마와 여동생, 즉 진도훈의 장모님 안명화와 처제 여수린이었다.

안명화와 여수린은 오늘 함께 쇼핑하다가 여해온의 알리나 멤버십 카드를 들고 이곳에 밥을 먹으러 왔는데 마침 진도훈과 마주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여해온과 진도훈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기에 진도훈이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 여자와 함께 있는 걸 보고는 곧바로 화가 났다. 안명화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진도훈을 혼내러 가려고 했다.

“엄마, 잠깐만요!”

여수린이 안명화를 붙잡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확실할 때 딱 잡아야죠. 지금 갔다가 형부가 아니라고 부인하면 어떡할 거예요?”

안명화가 말했다.

“그러면 어떡해? 저 자식 평소에는 점잖아 보이던데 저렇게 파렴치한 짓을 할 줄은 몰랐지. 네 언니랑 결혼했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감히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우다니 정말 화가 나 죽겠어!”

여수린이 말했다.

“일단 조급해하지 말고 지켜보자고요. 일단 형부가 저 여자랑 스킨십하는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남긴 뒤에 언니한테 연락해서 형부랑 이혼하라고 하면 되잖아요!”

안명화는 그제야 냉정함을 되찾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그러면 네 말대로 하자. 난 예전부터 진도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진도훈은 네 언니한테 어울리지 않아. 네 언니가 훨씬 아까워. 진도훈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찾아낸 뒤에 네 언니한테 진도훈이랑 이혼하라고 해서 진도훈을 우리 집에서 내쫓는 게 좋겠어. 그리고 절대 돈 한 푼 주면 안 돼!”

안명화와 여수린은 그렇게 의논한 뒤 휴대폰을 꺼내 진도훈을 감시하며 몰래 사진을 찍어댔다.

알리나의 종업원들은 모두 치마를 입고 있었고 다들 승무원들보다 더 예뻤다.

한 종업원이 진도훈과 민아름을 아주 우아한 분위기의 테이블로 안내해 줬다.

“민아름 씨, 이곳이 예약하신 테이블입니다.”

홀에는 비싸 보이는 식물들이 많이 놓여 있었는데 굉장히 정교하고 세심하게 배치하여 각 테이블을 마치 개별적인 방처럼 나눠 주었고 테이블끼리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 사생활 보호에도 유리했다.

민아름은 진도훈과 함께 자리에 앉은 뒤 진도훈의 의견대로 560만 원짜리 코스 요리를 선택했다.

알리나는 개별 주문이 불가하고 코스 요리만 시킬 수 있었으며 1인당 1코스씩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알리나에서 가장 싼 코스 요리도 54만 원 정도 되었다.

민아름이 주문한 560만 원짜리 코스 요리는 알리나에서 아주 비싼 편이었다.

물론 제일 비싼 코스 요리는 아니었다. 알리나에서 가장 비싼 것은 수천만 원짜리 로얄 코스 요리였다.

로얄 코스 요리는 멤버십 카드가 있다고 해서 주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로얄 멤버십 카드를 소지한 고객만이 주문할 수 있었다.

로얄 멤버십 카드는 단순히 돈을 쓴다고 해서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알리나의 사장이 지위 높은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접 선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개업하고부터 지금까지 선물한 카드 수가 겨우 세 장뿐이라고 한다.

심지어 민아름조차 로얄 코스 요리를 주문할 수 없었다.

“로얄 코스 요리 중에는 궁중무용도 포함되어 있대요. 그리고 그 코스를 주문한 손님들은 특정한 곳에서 식사를 한대요. 바로 저기 호수 정중앙에 있는 궁중 정원이죠.”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 민아름은 진도훈에게 알리나에 관해 소개해 주었고, 로얄 코스 요리를 소개할 때는 홀 중앙에 있는 거대한 인공 호수를 가리켰다.

호수 위에는 금빛 찬란한, 마치 궁중의 정자 같아 보이는 궁중 정원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있었다.

진도훈은 궁중 정원을 힐끗 보았다. 로얄 코스 요리와 궁중 정원에 대해서 여해온이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여해온은 작년에 이곳에 협력업체를 대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궁중 정원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과 궁중무용을 보고 크게 놀랐었다.

진도훈은 그날 밤 여해온이 집으로 돌아와 자신도 알리나 사장이 주는 로얄 멤버십 카드를 받아 궁중 정원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면 교운시에서 한 획을 긋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했었던 걸 떠올렸다.

진도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여기 알리나 사장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죠?”

“그렇죠.”

민아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생님, 혹시 남강 어르신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진도훈은 시선을 들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민아름은 몸을 앞으로 살짝 숙였고 그 탓에 섹시한 몸매가 더 부각되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진도훈에게 말했다.

“알리나의 사장님이 남강 어르신이래요.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주 적어요. 저도 얼마 전 아빠에게서 그 얘기를 전해 들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리나 사장이 향강 출신의 사업가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은 사실 남강 어르신이 본인 대신 내세운 사람이라고 해요.”

“그래요.”

진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비록 표정은 매우 덤덤했지만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민아름의 몸매로 향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민아름의 몸매는 굉장했기 때문이다. 여해온도 그녀와 비교하면 빈약한 편이었다.

진도훈의 시선을 눈치챈 민아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면서 황급히 자세를 바로 했다.

여수린은 그 모습을 완벽한 앵글에서 모조리 촬영했다.

“저 천박한 여자가 우리 형부한테 가까이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어요. 우리 형부를 꼬시려는 게 틀림없어요. 그러면서 부끄러운 척까지 하다니, 정말 문란하네요!”

여수린은 몰래 촬영하면서 씩씩대며 말했다.

여해온과 조금 닮은 여수린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러나 아직 20대 초반이었고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이라 청순미가 더해져 민아름이나 여해온처럼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한 성숙한 여성과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안명화는 옆에서 화를 내며 말했다.

“잘 찍어둬. 많이 찍어. 오늘 확실한 증거를 얻어서 네 언니가 진도훈이랑 이혼하게 해야 하니까!”

이때 직원 몇 명이 비싼 그릇들을 들고 진도훈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그들은 음식을 하나둘 내오기 시작했다.

“이건 문어 카르파초입니다.”

“이건 참다랑어회입니다.”

“이건 화이트 트러플 스테이크입니다. 즐거운 식사 되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세 가지 음식을 내왔다. 그것들 모두 비싸 보였고 또 정교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양이 많지 않아 모든 요리가 한두 입이면 다 먹을 정도였다. 알리나에서는 양보다 음식들의 고급스러움에 신경을 많이 쓴 듯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들이 주문한 코스 요리에는 총 88가지 요리가 포함되어 있어 한두 입씩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를 테니 말이다.

진도훈은 고개를 숙여서 요리를 보았다. 문어 카르파초, 참다랑어회, 화이트 트러플 스테이크 모두 맛있어 보였다.

그리고 음식 외에 와인 한 병이 있었다. 그 와인도 상당히 비싼 것으로 코스 요리에 포함된 것이었다.

직원이 두 사람을 위해 술을 따랐다. 민아름은 잔을 들면서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저희 아빠의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별말씀을요.”

진도훈은 덤덤히 웃으면서 잔을 들어 민아름과 술잔을 부딪친 뒤 각자 술을 마셨다.

“음식이 입에 맞는지 한 번 드셔보세요.”

잔을 내려놓은 뒤 민아름은 곧바로 말했다.

진도훈은 음식을 한 젓가락 집더니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직원에게 말했다.

“요즘 여기 주방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았나요?”

민아름은 진도훈이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이유를 몰라 당황했으나 이내 먹으려던 음식을 내려놓고 경계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옆에 있던 직원은 진도훈의 말에 움찔하더니 우물쭈물하면서 대답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그들의 곁을 지나던 사람들 중 앞에 서 있던 노인 한 명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진도훈의 말을 듣는 순간 눈빛이 돌변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노인의 곁에는 정장을 입고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있었는데 그 남성도 얼굴을 찡그리며 노인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노인은 손을 들어 중년 남성의 입을 막은 뒤 진도훈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물었다.

“이 레스토랑 주방에 요즘 들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는 걸 어떻게 안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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