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훈의 또 다른 이름은 용태규다. 한때 세계의 정점에 섰던 진도훈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그녀와 결혼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아내를 수호했다. 그러나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 진도훈의 아내는 진도훈이 본인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면서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용태규라는 이름이 다시금 세상에 널리 알려졌을 때, 진도훈의 아내는 끝내 후회하며 통곡했다.
View More“도훈 씨는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어. 나는 교운시의 전설이 될 여자야. 도훈 씨가 아무리 효도를 잘하고 살뜰히 나를 챙겨준다고 해도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할머니 생신이 지나면 바로 도훈 씨와 이혼해야겠어!”이현오 덕분에 민서웅과 만날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여해온은 또 한 번 저도 모르게 이현오와 진도훈을 비교했다.같은 시각, 민서웅은 정중한 태도로 진도훈에게 연락해서 지금 몸이 좋지 않으니 직접 집으로 찾아와 혹시 다른 병은 없는지 확인해 줄 수 있냐고 진도훈에게 부탁했다.진도훈은 알겠다고 한 뒤 곧장 택시를 타고 민씨 가문으로 향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민서웅은 자신의 아내 공채윤을 바라보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어제 나는 용 선생님 체면을 생각해 용 선생님과 아는 사이인 여해온 씨에게 프로젝트를 맡겼어. 그리고 수익 비율도 여해온 씨에게 유리하게 조정해 줬어. 하지만 그 일을 대놓고 용 선생님에게 얘기한다면 내가 생색을 내려고 일부러 그런 거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 그래서 여해온 씨를 이곳으로 모신 뒤 여해온 씨와 대화를 나눌 때 용 선생님이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게 할 생각이야. 그러면 용 선생님도 자연스럽게 내 성의를 알아주시겠지.”“난 당신 같은 사람들이랑은 안 맞는 거 같아. 당신은 진짜 잔꾀가 너무 많아.”공채윤은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어쩔 수 없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도 지금처럼 우리 회사를 크게 키우지 못했을 거야.”민서웅은 겉옷을 여미며 발코니로 걸어갔다. 발코니로 향하니 푸른 하늘과 흰 구름,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보였다.그곳은 민씨 가문의 개인 골프장이었는데 연간 관리비만 해도 수억 원이 들었다.그리고 민서웅의 딸 민아름이 그곳에서 한창 골프를 치고 있었다.민아름의 모습을 본 민서웅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공채윤에게 말했다.“어제 오 회장과 연락했었는데 용 선생님은 정말 엄청난 신분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어. 용 선생님에게 내가 많은 일들을 했다는 걸 보여줘야겠어. 가능하다면 평생
“그래? 알겠어. 모레 너희 할머니 생신에 나도 축하하러 가도 되지?”이현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혜영의 생신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했다.여해온은 웃으며 물었다.“오늘 할머니께 맞았는데 생신을 축하해드리고 싶다고? 화나지 않아?”이현오가 말했다.“너희 할머니는 손녀를 아끼는 마음에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거잖아. 이해해. 모레 선물을 준비해서 할머니께 정식으로 사과드릴게. 그리고 그 기회에 오해도 풀고 할머니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드려야지.”여해온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그러면 모레 우리 할머니 생신 잔치에 오도록 해.”“그래. 약속할게!”이현오는 매우 기뻐했다. 여해온이 그를 서혜영의 생신 잔치에 초대해서 가족들을 만나게 하려고 하는 걸 보면 이미 그와 잘해보려고 마음먹은 듯했다.“그러면 모레 레스토랑은 내가 예약한 뒤에 연락할게. 걱정하지 마. 내가 진도훈 씨보다 훨씬 낫다는 걸 확실히 보여줄 테니까. 너희 가족들에게 누가 네게 제일 잘 어울리는 남자인지 보여줄 거야.”이현오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는 여해온에게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여해온은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마음만큼은 따뜻해졌다. 또 이현오는 늘 모든 것을 잘 준비해 두었기에 마음이 놓였다.그래서 이현오에게 할머니의 생신 잔치를 맡기면 안심되었다.차를 타고 회사로 돌아가려는데 여해온의 휴대폰이 다시금 울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천우 그룹의 부대표 하유성이었다.“하유성 부대표님, 무슨 일이신가요?”전화를 받은 뒤 여해온은 웃으며 물었다.두 회사는 현재 초보적으로 협력하는 단계였기에 빈번한 소통과 조율이 꼭 필요한 시기였다. 그렇기에 여해온은 감히 하유성에게 소홀할 수 없었다.“여 대표님, 민 회장님이 이번 협력 건으로 여 대표님과 직접 얘기를 나눠보고 싶으시답니다. 아무래도 이 프로젝트는 민 회장님께서 먼저 제안하신 거라 여 대표님과 의견을 나누고 싶다네요.”하유성이 매우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여해온은 하유성
진도훈과 여해온 두 사람은 서혜영을 집으로 데려다준 뒤 볼일이 있다면서 핑계를 대며 떠나려고 했다.서혜영은 걱정되는지 두 사람의 손을 잡고 꼭 화목하게 살아야 한다고, 부부 사이에 다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결국에는 화해해야 하고 이혼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레 자신의 생일이니 여해온에게 만약 생일날에 진도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생일은 됐고 대신 관 하나를 준비해 달라고 했다.그 말에 여해온은 화를 낼 수도 없어 결국 순순히 알겠다고 대답했다.서혜영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길가에 주차해 놓은 차 옆으로 걸어간 여해온은 고개를 돌려 진도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야?”진도훈이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여해온은 의아해하면서 말했다.“도훈 씨 일부러 할머니를 구청으로 데려간 거 아니야? 할머니의 손을 빌려 우리의 이혼을 막으려고 말이야.”“이현오 씨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렇다 쳐도 너까지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네.”마음이 차갑게 식은 진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냉소를 흘렸다.“할머니께서 거의 매일 구청 근처에 있는 시장에 장을 보러 간다는 거 알잖아. 할머니께서 장바구니 들고 있는 것도 봤을 거고. 그런데도 그런 오해를 하는 거야? 됐어. 나도 굳이 해명하고 싶지 않아. 이혼하자고 했던 것도 너고, 할머니 앞에서 이혼 안 한다고 한 것도 너야. 난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했어. 네가 언제 내 의견 한 번 존중해준 적 있어?”진도훈의 눈동자에서 슬픔이라는 이름의 가시가 보였다. 그걸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아렸다.여해온은 슬픔에 젖은 진도훈의 눈빛을 보자 마음이 저려서 한결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그래. 내가 오해한 걸로 칠게. 오늘 할머니께서 저렇게 말씀하셨으니까 할머니 생신 지나고 다시 이혼하자. 동의하지?”진도훈은 걸음을 옮겼다.“마음대로 해. 이혼하고 싶을 때 나 불러.”여해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뒷모습을 향해서 말했
이현오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머리를 부여잡고 설명했다.“할머니,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해온이는 진도훈 씨랑 이미 이혼했어요. 지금 해온이는 자유의 몸이에요. 저는 불륜이 아니에요!”“조용히 해. 누구 보고 할머니래? 그리고 똑똑히 들어. 우리 손녀랑 도훈이 이혼 안 했어. 앞으로도 이혼 안 할 거야. 감히 내 손녀를 또 귀찮게 한다면 진짜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서혜영은 이현오를 손가락질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이현오는 여해온을 바라보았고 여해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가봐.”이현오는 답답한 심정에 한숨을 쉬면서 몸을 돌렸다.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도발하듯 진도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진도훈 씨, 집안 어른들이 당신 편을 들어줘도 소용없어요. 어차피 당신은 결국 해온이랑 이혼하게 될 테니까요. 당신은 해온이랑 어울리지 않아요. 당신이 진짜 사나이라면 질척대지 말고 해온이를 위해서라도 빨리 이혼해요. 해온이가 행복해지는 걸 방해하지 말라고요.”진도훈은 여해온과 이현오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전 이현오가 그의 앞에서 여해온에게 고백했을 때도 가만히 있었다.진도훈은 여해온의 마음을 붙잡기 귀찮았을 뿐이지, 아무에게나 괴롭힘당하는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그런데 이현오는 감히 주제 파악도 못 하고 먼저 그를 도발했다.‘간덩이가 부었네.’진도훈은 차갑게 웃더니 아주 섬뜩한 기세로 이현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뭐 하려는 거예요?”이현오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진도훈에게 경고했다.“난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어요. 어르신께서 때린 건 참을 수 있지만 당신이 감히 내게 손을 대려고 한다면 나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여해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도훈에게 말했다.“도훈 씨, 뭐 하려는 거야? 당장 이리 와!”그러나 진도훈은 못 들은 척하며 이현오의 앞으로 걸어가서 그의 뺨을 때렸다.짝!따귀 소리와 함께 이현오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래도 봐줄 만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라서 손바닥
“할머니, 이건 저희 젊은이들 일이니까 저희 선택을 존중해주세요. 제발 간섭하지 마세요!”여해온은 화가 단단히 난 상태라 서혜영에게 대들었다.“젊은이들 일? 나도 한때 젊은이였어. 내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 결혼이라는 건 인생의 중대사야. 이혼도 마찬가지고. 너희 둘은 연애하다가 결혼한 거잖아. 나는 도훈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옆에서 다 지켜봤어. 해온이 너는 만족할 줄 알아야 해. 도훈이가 얼마나 큰 복덩이인데. 이혼하면 도훈이만큼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후회하는 건 네가 될 거야!”서혜영은 비록 나이가 꽤 많지만 기세가 넘쳤기에 여해온을 한바탕 호되게 혼쭐냈다.여해온은 화를 내며 말했다.“그만하세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니까 할머니는 간섭하지 마세요. 전 이미 이혼하기로 마음먹었어요!”“그래. 이젠 내 말도 안 듣는다 이거지? 아주 머리가 커졌네!”서혜영도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게졌다. 그녀는 순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할머니!”여해온과 진도훈은 동시에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진도훈은 팔을 뻗어 서혜영을 안은 뒤 손으로 서혜영의 등을 몇 번 두드렸고 그 덕분에 서혜영은 겨우 숨을 돌리고 눈을 뜰 수 있었다.“할머니, 괜찮으세요?”여해온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신을 차린 서혜영은 화가 난 얼굴로 여해온에게 말했다.“아니, 안 괜찮아. 내가 아주 너 때문에 화병으로 죽을 것 같아. 내가 화병으로 죽길 바란다면 지금 당장 도훈이랑 이혼해! 당장!”“안 할게요. 할머니, 그러니까 화 푸세요.”여해온은 서혜영이 혹시라도 잘못될까 봐 이혼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꾸었다.“진짜?”서혜영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고 여해온은 진도훈을 힐끗 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 할게요.”“그래. 이혼 안 하면 여전히 내 착한 손녀지.”서혜영이 흐뭇하게 웃었다.그러나 진도훈은 여해온이 이미 이혼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은
“이 노인네 죽고 싶어? 그렇게 길을 막 건너면 어떡해...”택시 기사는 단단히 화가 나서 차에서 내린 뒤 노인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도훈의 싸늘한 눈빛을 보고 겁을 먹어서 입을 다물었다.이때 진도훈이 택시 보닛에서 서서히 손을 뗐다.택시 기사는 보닛에 사람 손 모양으로 깊은 자국이 남아 있는 걸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빨리 달렸습니다.”택시 기사는 이내 그들에게 사과했다. 혹시라도 진도훈이 자신을 때릴까 봐 두려운 듯 말이다.“꺼져요!”진도훈은 그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노인은 진도훈을 발견한 뒤 급하게 그에게 다가가느라 횡단보도가 아닌 곳으로 걸었다. 그래도 다행히 진도훈이 보호해 준 탓에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만약 노인이 횡단보도를 걸었고 택시 기사가 노인을 차로 쳤다면 진도훈은 절대 택시 기사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택시 기사는 죄를 사면받은 사람처럼 곧바로 차를 타고 물러난 뒤 모퉁이를 돌아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할머니, 괜찮으세요?”진도훈은 몸을 돌려 노인을 부축하여 길가로 향했다. 그는 걱정스럽게 물으며 티 나지 않게 체내의 영력을 노인에게 전달하여 놀란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게 도와주었다.“괜찮아, 괜찮아. 아까는 놀랐는데 도훈이 네가 옆에 있으니 괜찮아졌어.”노인은 웃으면서 진도훈의 손을 잡고 친근하게 물었다.“도훈아, 여긴 어쩐 일이야? 할머니 보러 온 거야?”그 노인은 다름 아닌 여해온의 할머니 서혜영이었다.여해온과 결혼한 뒤로 여씨 가문에서 진도훈에게 가장 잘해준 사람이 바로 서혜영이었다.서혜영은 진도훈을 자신의 친손자처럼 대했고, 안명화 등 사람들이 진도훈을 나무랄 때면 진도훈의 편을 들며 그렇게 까칠하게 굴지 말라고 혼냈었다.서혜영의 자애로운 미소를 보자 진도훈은 그녀에게 여해온과 이혼신고를 하러 왔다고 솔직히 말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지금 당장 그가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모레 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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