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달라면서?

이혼해달라면서?

By:  허수연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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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훈의 또 다른 이름은 용태규다. 한때 세계의 정점에 섰던 진도훈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그녀와 결혼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아내를 수호했다. 그러나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 진도훈의 아내는 진도훈이 본인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면서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용태규라는 이름이 다시금 세상에 널리 알려졌을 때, 진도훈의 아내는 끝내 후회하며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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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진도훈은 황급히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빠르게 주방에서 나와 문을 활짝 열면서 웃으며 말했다.

“해온아, 오늘은 웬일로 일찍 돌아왔...”

진도훈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그의 아름다운 아내 여해온이 아니라 여해온의 비서 방혜나였기 때문이다.

“방 비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진도훈이 안으로 들어오라는 의미로 손을 뻗었다.

“진도훈 씨, 저는 오늘 여 대표님을 대신하여 진도훈 씨와 상의하러 온 겁니다.”

방혜나는 진도훈을 힐끗 보더니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곧장 소파로 직진한 뒤 가방 안에서 서류들을 꺼냈다.

고개를 숙여 서류를 본 진도훈은 순간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것은 이혼합의서였고 갑과 을은 진도훈과 여해온이었다.

“방 비서님, 이건 무슨 의미죠?”

진도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진도훈 씨, 진도훈 씨도 성인이니 이게 무엇인지 당연히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서류에 사인하신 뒤 제게 진도훈 씨를 찾아가 의논하라고 하셨습니다. 합의서 내의 위자료 조항은 비워둔 상태이니 진도훈 씨께서는 원하시는 액수를 직접 적어 넣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인하여 이혼에 동의하시면 됩니다.”

방혜나는 덤덤하게 말하면서 펜 하나를 꺼내 진도훈의 앞에 놓았다.

진도훈은 합의서를 확인했다. 여해온의 글씨체인 것도 맞았고 위자료 조항이 비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진도훈은 씁쓸한 기분이 들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여기에 2조 원이라고 적는다면 해온이가 동의할까요?”

“진도훈 씨, 이성적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아셔야죠.”

방혜나는 진도훈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가차 없이 말했다.

“대표님은 진도훈 씨와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한 정을 생각해서 이렇게 챙겨주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디 현실적인 숫자를 적어넣으셨으면 좋겠네요.”

진도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온이에게 전해주세요. 전 위자료 필요 없다고요. 전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결혼한 지 3년, 진도훈은 그간 여해온과 화목하게 잘 지냈었다. 물론 지난 1년 동안은 레빈 그룹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일도 많아져 여해온이 집으로 돌아와 진도훈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긴 했다.

그럼에도 진도훈은 둘 사이에 반드시 이혼이라는 수단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큰 문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 일은 그와 여해온의 일인데 여해온 본인은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비서를 보내 그와 의논하게 했다. 그러니 더더욱 동의할 수 없었다.

‘위자료는 내가 원하는 만큼 적으라고...’

진도훈은 여해온에게 돈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해온은 지난 2년간 교운시의 신예 여성 기업가로 떠오르며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진도훈이 터무니없는 금액을 적지만 않는다면, 수억 이나 수십억 정도는 여해온이 기꺼이 지급할 것이다.

그러나 진도훈은 돈에 관심이 없었다.

만약 진도훈이 돈만 밝혔다면 지난 3년 동안 여해온의 내조하면서 집안 살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도훈은 다만 여해온을 사랑했을 뿐이다.

“진도훈 씨,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세요?”

방혜나는 진도훈이 꼼짝하지 않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화를 냈다.

“대표님께서는 교운시의 유명한 기업가이고, 레빈 그룹은 대표님께서 열심히 운영한 덕에 교운시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어요. 반대로 진도훈 씨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전업주부일 뿐이에요. 그 점 유의하시고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랄게요.”

“내가 해온이 남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진도훈은 미묘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방 비서님도 알겠지만 3년 전 해온이는 나와 알게 되었을 때 궁지에 몰려 있었어요. 그때 레빈 그룹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저는 해온이와 헤어지지 않고 힘든 시간을 함께하며 늘 해온이를 응원해 왔어요.”

방혜나는 잠깐 침묵한 뒤 말했다.

“진도훈 씨,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요. 현실을 직시하시길 바랄게요. 제가 지금 이곳까지 찾아와서 진도훈 씨와 차분히 대화를 나누는 이유는 진도훈 씨께서 예전에 저희 대표님을 많이 챙겨줬기 때문이에요. 사실 대표님 능력이면 이렇게 합의를 볼 필요도 없이 소송해서 진도훈 씨가 위자료 한 푼 받지 못하고 이혼당하게 할 수도 있어요.”

진도훈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휴대폰을 꺼내 여해온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많이 바쁘시니까 전화하지 마세요.”

방혜나가 진도훈을 말리려고 했으나 이때 여해온이 전화를 받았다.

진도훈은 눈빛 하나로 방혜나를 물러서게 했다.

방혜나는 평소 늘 점잖던 진도훈의 처음 보는 매서운 눈빛에 겁을 먹어 심장이 쿵쾅댔다.

진도훈은 시선을 거두어들인 뒤 여해온에게 말했다.

“해온아, 방 비서님이 방금 우리 집에 찾아왔는데 이 일, 알고 있어?”

레빈 그룹 회장 사무실.

긴 머리에 정장을 입은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 여해온이 통유리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흰 손으로 휴대폰을 쥔 채 창밖의 우뚝 솟은 높은 빌딩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도훈 씨, 우리 이혼하자.”

여해온의 입에서 내뱉어진 이혼이라는 두 글자에 진도훈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왜? 이유라도 설명해 줘야 할 거 아니야?”

여해온이 빨간 입술을 달싹이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지난 1년 동안 집으로 돌아가서 도훈 씨와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도훈 씨에게 점점 차가워졌던 것도 사실은 도훈 씨랑 나 사이에 이미 뛰어넘을 수 없는 계급이라는 격차가 생겼기 때문이야. 도훈 씨는 먹고 자고 노는 것에만 신경 쓰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없잖아. 도훈 씨랑 난 말이 안 통해. 내 커리어는 지금 한창 잘 발전하고 있는데 도훈 씨 때문에 발목 잡히기 싫어. 그리고 나는 앞으로 나랑 말이 잘 통하고, 또 나와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날 거야.”

여해온은 그렇게 말한 뒤 길게 숨을 내뱉었다.

예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이제야 다 털어놓으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말투도 편해졌다.

“그러니까 이혼하자.”

진도훈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주먹을 움켜쥐면서 말했다.

“3년 전, 네가 차를 탄 채 벼랑 아래로 추락했을 때 널 구한 건 나야. 나랑 결혼할 때 네가 그랬잖아. 우리는 운명이라고, 평생 나만 사랑하면서 살겠다고... 그 말들 이젠 다 잊은 거야?”

여해온은 조금 미안했는지 눈을 감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우리 이혼하자. 위자료는 도훈 씨가 원하는 만큼 줄게. 도훈 씨가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도 평생 돈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큰돈을 줄 수도 있어. 지난날에 대한 내 보답이자 보상이라고 생각해.”

“너한테는 돈이 전부겠지만 나한테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

진도훈은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나랑 이혼하려고 결정한 거, 이현오 그 사람이랑 관련 있어?”

여해온은 잠깐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응.”

“그래, 알겠어. 행복하길 바랄게.”

진도훈은 어두운 얼굴로 전화를 끊은 뒤 앞치마를 벗어서 바닥에 던졌다.

방혜나는 왠지 모르게 진도훈이 두려워졌다.

진도훈은 방혜나를 힐끗 보더니 그녀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방혜나는 겁을 먹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진도훈은 그저 이혼합의서에 빠르게 사인한 뒤 테이블 위에 펜을 내려놓았을 뿐이다.

방혜나가 말했다.

“진도훈 씨, 위자료 액수를 적지 않으셨어요.”

“필요 없어요.”

진도훈은 그렇게 대답한 뒤 몸을 돌려 침실로 향했다.

잠시 뒤, 그는 옷을 갈아입고 캐주얼한 차림으로 밖으로 나갔다.

“이건 이 집 키예요. 여기 놔둘 테니까 여해온한테 가져다줘요.”

진도훈은 신발장 위에 키를 내려놓고 신발을 갈아신은 뒤 가방 하나를 메고 떠났다.

방혜나는 창문 너머로 진도훈이 단지를 떠나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여해온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보고했다.

“대표님, 진도훈 씨께서 사인하셨습니다. 그리고 집 키를 두고 떠나셨습니다.”

진도훈이 사인했다는 말에 여해온은 길게 숨을 내쉰 뒤 물었다.

“위자료 액수는 어떻게 돼요?”

“쓰지 않으셨어요.”

방혜나가 대답했다.

“쓰지 않았다고요?”

여해온은 깜짝 놀랐다.

“네. 필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축하드려요, 대표님. 드디어 원하시던 바를 이루셨네요. 게다가 진도훈 씨께서 위자료를 받지 않는다고 하셔서 돈도 아꼈네요.”

방혜나는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여해온은 전혀 기쁘지 않았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

“그만 얘기하고 어서 돌아와요. 천우 그룹에서 우리를 협력업체 후보에 넣었다고 했어요. 오후에 나랑 같이 미팅 가요.”

“정말요? 너무 잘됐어요. 천우 그룹의 협력업체가 된다면 회사 규모를 한 층 더 키울 수 있겠네요!”

방혜나는 놀랍고 또 기뻤다. 그녀는 빠르게 전화를 끊은 뒤 레빈 그룹으로 향했다.

한편, 조금 전 3년 동안 머물렀던 집을 떠난 진도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꺼내더니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은 뒤 자연스럽게 상위자의 말투로 말했다.

“저 지금 기분 안 좋으니까 별일 아니면 방해하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제 친한 친구가 갑자기 몸 상태가 악화했는데 제 친구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렸습니다. 오늘 기분이 언짢으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전화 너머 사람은 아주 비굴하게 굽신대며 설명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기에 진도훈은 마음을 추스른 뒤 천천히 말했다.

“누구죠?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제 친구는 천우 그룹 회장 민서웅이고 지금 교운시에 있습니다.”

진도훈은 자신을 괴롭게 하는 이혼에 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치료해 줄 수는 있습니다만 제 규칙 아시죠?”

“그럼요!”

전화 너머 사람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

“천안 용왕은 진료비를 받지 않고 대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것을 대가로 하죠. 민서웅은 교운시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부유한 사람입니다. 민서웅의 목숨을 구해 은인이 된다면 앞으로 민서웅은 최선을 다해 선생님을 도와줄 겁니다. 만약 민서웅이 은혜도 모르고 멋대로 군다면 저 오은찬이 하루 안에 파산하게 만들겠습니다.”

“좋아요. 남강 상회 회장인 오은찬 씨가 약속해 주셨으니 구해주도록 하죠. 잠시 뒤 주소를 하나 보내줄 테니 그곳으로 사람을 보내 저를 데리러 오도록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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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띵동.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진도훈은 황급히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빠르게 주방에서 나와 문을 활짝 열면서 웃으며 말했다.“해온아, 오늘은 웬일로 일찍 돌아왔...”진도훈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그의 아름다운 아내 여해온이 아니라 여해온의 비서 방혜나였기 때문이다.“방 비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진도훈이 안으로 들어오라는 의미로 손을 뻗었다.“진도훈 씨, 저는 오늘 여 대표님을 대신하여 진도훈 씨와 상의하러 온 겁니다.”방혜나는 진도훈을 힐끗 보더니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곧장 소파로 직진한 뒤 가방 안에서 서류들을 꺼냈다.고개를 숙여 서류를 본 진도훈은 순간 안색이 파리해졌다.그것은 이혼합의서였고 갑과 을은 진도훈과 여해온이었다.“방 비서님, 이건 무슨 의미죠?”진도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진도훈 씨, 진도훈 씨도 성인이니 이게 무엇인지 당연히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서류에 사인하신 뒤 제게 진도훈 씨를 찾아가 의논하라고 하셨습니다. 합의서 내의 위자료 조항은 비워둔 상태이니 진도훈 씨께서는 원하시는 액수를 직접 적어 넣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인하여 이혼에 동의하시면 됩니다.”방혜나는 덤덤하게 말하면서 펜 하나를 꺼내 진도훈의 앞에 놓았다.진도훈은 합의서를 확인했다. 여해온의 글씨체인 것도 맞았고 위자료 조항이 비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진도훈은 씁쓸한 기분이 들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여기에 2조 원이라고 적는다면 해온이가 동의할까요?”“진도훈 씨, 이성적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아셔야죠.”방혜나는 진도훈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가차 없이 말했다.“대표님은 진도훈 씨와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한 정을 생각해서 이렇게 챙겨주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디 현실적인 숫자를 적어넣으셨으면 좋겠네요.”진도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해온이에게 전해주세요. 전 위자료 필요 없다고요. 전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결혼한 지 3년, 진도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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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진도훈을 알아본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여해온의 엄마와 여동생, 즉 진도훈의 장모님 안명화와 처제 여수린이었다.안명화와 여수린은 오늘 함께 쇼핑하다가 여해온의 알리나 멤버십 카드를 들고 이곳에 밥을 먹으러 왔는데 마침 진도훈과 마주치게 되었다.두 사람은 여해온과 진도훈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기에 진도훈이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 여자와 함께 있는 걸 보고는 곧바로 화가 났다. 안명화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진도훈을 혼내러 가려고 했다.“엄마, 잠깐만요!”여수린이 안명화를 붙잡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확실할 때 딱 잡아야죠. 지금 갔다가 형부가 아니라고 부인하면 어떡할 거예요?”안명화가 말했다.“그러면 어떡해? 저 자식 평소에는 점잖아 보이던데 저렇게 파렴치한 짓을 할 줄은 몰랐지. 네 언니랑 결혼했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감히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우다니 정말 화가 나 죽겠어!”여수린이 말했다.“일단 조급해하지 말고 지켜보자고요. 일단 형부가 저 여자랑 스킨십하는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남긴 뒤에 언니한테 연락해서 형부랑 이혼하라고 하면 되잖아요!”안명화는 그제야 냉정함을 되찾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 그러면 네 말대로 하자. 난 예전부터 진도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진도훈은 네 언니한테 어울리지 않아. 네 언니가 훨씬 아까워. 진도훈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찾아낸 뒤에 네 언니한테 진도훈이랑 이혼하라고 해서 진도훈을 우리 집에서 내쫓는 게 좋겠어. 그리고 절대 돈 한 푼 주면 안 돼!”안명화와 여수린은 그렇게 의논한 뒤 휴대폰을 꺼내 진도훈을 감시하며 몰래 사진을 찍어댔다.알리나의 종업원들은 모두 치마를 입고 있었고 다들 승무원들보다 더 예뻤다.한 종업원이 진도훈과 민아름을 아주 우아한 분위기의 테이블로 안내해 줬다.“민아름 씨, 이곳이 예약하신 테이블입니다.”홀에는 비싸 보이는 식물들이 많이 놓여 있었는데 굉장히 정교하고 세심하게 배치하여 각 테이블을 마치 개별적인 방처럼 나눠 주었고 테이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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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진도훈은 고개를 돌려 노인을 본 순간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진도훈은 노인에게서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비록 노인은 피부도 흰 편이고 살집도 있는 데다가 자애롭게 생겼지만 온몸에서 살기가 흘러넘쳤다.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는지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그러나 진도훈은 잠깐 놀랐을 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노인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살기를 지닌 살인마들을 많이 만나봤었고 심지어 그들에게 맞은 적도 여러 번이었기 때문이다.“이 음식을 통해 알아본 겁니다.”노인의 질문에 진도훈은 눈앞의 음식을 가리켰다. 그것은 바로 화이트 트러플 스테이크였다.“음식을 통해 알아봤다고요?”노인은 염주를 손에 들고 뒷짐을 진 채로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 진도훈이 가리킨 음식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아낼 수가 없었다.그는 조금 의아한 듯이 말했다.“이 음식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전 모르겠네요.”“음양이나 풍수 같은 건 아무나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진도훈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뒤지며 말했다.“이 음식의 기에 문제가 있어요. 아마도 주방에서 묻어져 나온 것 같아서 요즘 주방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냐고 물은 거예요.”노인은 살짝 놀라며 진도훈의 실력에 감탄했다.그 노인이 바로 알리나의 진짜 사장인 남강 어르신 이하택이었다.한 지역을 꽉 잡고 있는 음지의 왕인 이하택은 아주 오래전부터 풍수나 미신을 믿었고, 2년 전 알리나를 개업할 때도 풍수사를 고용하여 직접 구조를 설계하게 하였다.그리고 ‘기’라는 것은 풍수사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것이었다.세상의 모든 생물은 기를 지니고 있는데 기라는 것은 현학과 깊이 관련된 것이라 현대 과학 언어로 표현하자면 형이상학적인 신비한 에너지였다.눈앞의 젊은이는 음식을 통해 기를 보아냈고, 이를 통해 주방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 거라는 것을 추측했기에 실력이 아주 뛰어날 것이다.“음식에 기가 있다고요? 열기라도 있다는 뜻인가요? 이상한 말은 하지 말고 그냥 식사나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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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헉!”주원혁은 헛숨을 들이켰다. 순간 모든 분노가 사라지고 경외심만 남았다.“꺼져요.”진도훈이 젓가락을 놓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창피하게 굴긴. 당장 물러나!”이하택도 화가 난 얼굴로 주원혁을 향해 호통을 쳤다.주원혁은 젓가락에 꿰뚫린 손을 잡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한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주원혁이 떠난 뒤 이하택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해요. 내가 부하를 잘 가르치지 못했어요. 선생님께서는 음양과 풍수에 관해서도 잘 아실 뿐만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무인이셨군요.”진도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꾸했다.“별거 아닙니다. 또 다른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별일 없으면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이하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내저은 뒤 인사를 건넸다.“아니요. 그러면 전 이만 가볼 테니 천천히 식사하세요.”홍일승 등 사람들을 데리고 떠난 뒤 이하택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서서 잠깐 고민하다가 품 안에서 금빛의 카드를 꺼내 홍일승에게 건네며 말했다.“이 카드를 조금 전 그 젊은이에게 전해주도록 해.”금빛 카드 위에는 용이 그려져 있었고 아주 비싸 보였다.홍일승은 깜짝 놀랐다.“어르신, 이건 로얄 멤버십 카드 아닙니까? 이걸 저 청년에게 주시려고요?”“나는 그동안 꽤 많은 고수들을 만나봤어. 그래서 저 청년이 실력을 숨긴 아주 대단한 고수라는 걸 느낄 수 있어. 저 청년이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기 전에 친구가 되어야겠어.”이하택은 천천히 말한 뒤 홍일승에게 당부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얼른 가봐!”“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홍일승은 곧바로 대꾸한 뒤 카드를 건네받고 빠르게 진도훈의 앞으로 달려갔다.진도훈이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왜 또 오셨죠?”“어르신께서 이 로얄 멤버십 카드를 선물로 드리라고 하셔서요. 저희 어르신께서 선생님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이 카드를 들고 알리나로 오시면 항상 공짜로 음식을 대접하겠습니다. 그리고 호수 위에 있는 궁중 정원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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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장이헌은 꽤 실력 좋은 도사였다. 그는 다른 이들이 열심히 수련할 때 각 지역의 재벌들을 위해 풍수를 봐주며 돈을 버는 일에 열중했다.조금 전 부뚜막신의 심기를 건드려 그렇게 된 거라고 한 것은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였다. 장이헌은 그것을 핑계로 이하택에게서 거액의 보수를 뜯어낼 생각이었다.사실 주방에는 무시무시한 음살 기운이 있었고 직원들이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이유도 아마 음살 기운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장이헌은 조금 전 부적을 태우고 검을 휘둘러 그곳에 있는 음살 기운의 반을 제거한 뒤 이곳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그런데 그의 속내를 옆에 있던 진도훈이 모두 꿰뚫어 보았다.장이헌이 실력이 좋지 않은 도사이고 그저 돈만 뜯어낼 생각이었다면 진도훈도 굳이 그 사실을 까발리지는 않았을 것이고, 설령 까발렸다고 해도 그에게 벌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사실 이 주방에 음살 기운이 생긴 이유는 2년 전 장이헌이 이곳의 풍수를 봐주며 알리나의 구조를 정해주어서 화근을 심어두었기 때문이다.즉 직원들이 목이 아프게 된 이유는 오롯이 장이헌 때문이었다.그런데 장이헌이 아무렇지 않게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거짓말하며 돈을 받고 떠나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진도훈은 남은 음살 기운을 손으로 잡아 장이헌의 체내에 집어넣어 칼이나 도끼 같은 것으로 목을 치는 통증이 어떤 것인지를 체감하게 했다.진도훈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던 장이헌은 아픈 와중에도 진도훈이 두렵고 무서워 그에게 제발 용서해달라면서 애원했다.진도훈은 장이헌의 체내에 음살 기운을 아주 많이 집어넣었다. 다른 직원들의 목이 아픈 정도가 1급이라면 장이헌이 느끼는 고통은 9급 정도였다. 아무리 수련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극심한 통증은 참을 수 없었다.진도훈은 장이헌이 아파서 바닥을 뒹굴며 당장이라도 기절할 듯 굴자 그제야 장이헌의 체내에 집어넣었던 음살 기운을 빼냈다.정말 신기하게도 진도훈이 손을 움직이자마자 장이헌은 씻은 듯이 나았다. 그는 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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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하택 등 사람들도 겁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목을 만졌다.진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는 이하택에게 말했다.“이 문제는 사실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알리나의 구조를 조금만 바꾸면 이곳에 음살 기운이 모이는 걸 근절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하면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이때 조금 기운을 차린 장이헌이 바닥에서 일어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이곳의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 건가요?”진도훈은 장이헌을 힐끗 보더니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장 선생님은 실력 좋으신 분이니 당연히 알고 계시지 않나요?”장이헌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용 선생님, 농담하시지 말아 주세요. 저는 오늘 선생님을 뵙고 나서야 제가 어중간한 반쪽짜리 도사였다는 것을 깨달았고, 조금 전 벌을 받고 나서 정신을 차렸어요. 앞으로는 다른 이들을 위해 풍수를 봐주는 대신 향강으로 돌아가 실력을 쌓을 생각입니다.”장이헌도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장이헌이 정중하게 말하자 진도훈도 더는 그에게 모욕을 주지 않았다.“그러면 몇 가지 요점을 알려드리죠.”진도훈은 말을 마친 뒤 사람들을 데리고 주방의 동북쪽으로 걸어간 뒤 위에 설치된 거대한 환기구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곳은 음살 기운이 모이는 자리예요. 환기구가 이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음살 기운이 끝없이 모이게 되는 거죠. 이 환기구를 완전히 막아 버리고 서북쪽에 따로 하나 환기구를 만든다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이하택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진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장이헌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손뼉을 치며 말했다.“정말로 신묘하군요! 용 선생님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법이네요.”쉬운 일이었기에 이하택은 곧바로 홍일승에게 사람을 시켜 환기구를 막고 다른 곳에 환기구를 설치하라고 했다.그리고 놀랍게도 동북쪽에 있던 환기구를 막자마자 주방에 있던 직원뿐만 아니라 휴가를 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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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천우 그룹은 교운시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으로 넓은 부지를 자랑하는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었다.여해온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사람처럼 놀랍고 부러웠다.사무동의 한 회의실 안에서 여해온은 천우 그룹의 주요 프로젝트 협력 파트너 후보로 다른 후보들과 함께 그곳에서 천우 그룹 임원들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잠시 뒤, 면담이 시작되었다.후보 몇 명이 차례대로 들어가 천우 그룹 임원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본인 회사의 강점과 프로젝트 견적을 얘기하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를 바랐다.여해온도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와 면담을 진행한 사람은 천우 그룹의 부대표였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여해온은 레빈 그룹의 강점을 하나하나 얘기하면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내비쳤다.그러나 천우 그룹 부대표 하유성은 여해온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저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여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레빈 그룹은 강점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레빈 그룹과 협력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여해온은 상대방이 이렇게 빨리 평가를 내릴 줄은 몰라서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더 고민해 보지 않으셔도 되나요?”하유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 오늘 후보들 중에서 아주 뚜렷한 강점을 지닌 회사가 있거든요. 저희는 그 회사와 협력할 생각입니다.”하유성은 그렇게 말한 뒤 여해온을 향해 웃으면서 손을 뻗었다.“이만 돌아가시죠. 앞으로 또 협력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여해온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냈다. 그녀는 사실 그 말이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회의실에서 나오자 비서 방혜나가 빠르게 다가왔다.“대표님, 어떻게 되었나요?”여해온은 고개를 저었다.“ 탈락했어요.”“말도 안 돼요. 저희는 만반의 준비를 했잖아요.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는 틀림없이 저희가 따낼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말이에요.”방혜나는 충격을 받고 풀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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