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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해달라면서?: Chapter 1 - Chapter 10

30 Chapters

제1화

띵동.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진도훈은 황급히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빠르게 주방에서 나와 문을 활짝 열면서 웃으며 말했다.“해온아, 오늘은 웬일로 일찍 돌아왔...”진도훈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그의 아름다운 아내 여해온이 아니라 여해온의 비서 방혜나였기 때문이다.“방 비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진도훈이 안으로 들어오라는 의미로 손을 뻗었다.“진도훈 씨, 저는 오늘 여 대표님을 대신하여 진도훈 씨와 상의하러 온 겁니다.”방혜나는 진도훈을 힐끗 보더니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곧장 소파로 직진한 뒤 가방 안에서 서류들을 꺼냈다.고개를 숙여 서류를 본 진도훈은 순간 안색이 파리해졌다.그것은 이혼합의서였고 갑과 을은 진도훈과 여해온이었다.“방 비서님, 이건 무슨 의미죠?”진도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진도훈 씨, 진도훈 씨도 성인이니 이게 무엇인지 당연히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서류에 사인하신 뒤 제게 진도훈 씨를 찾아가 의논하라고 하셨습니다. 합의서 내의 위자료 조항은 비워둔 상태이니 진도훈 씨께서는 원하시는 액수를 직접 적어 넣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인하여 이혼에 동의하시면 됩니다.”방혜나는 덤덤하게 말하면서 펜 하나를 꺼내 진도훈의 앞에 놓았다.진도훈은 합의서를 확인했다. 여해온의 글씨체인 것도 맞았고 위자료 조항이 비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진도훈은 씁쓸한 기분이 들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여기에 2조 원이라고 적는다면 해온이가 동의할까요?”“진도훈 씨, 이성적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아셔야죠.”방혜나는 진도훈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가차 없이 말했다.“대표님은 진도훈 씨와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한 정을 생각해서 이렇게 챙겨주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디 현실적인 숫자를 적어넣으셨으면 좋겠네요.”진도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해온이에게 전해주세요. 전 위자료 필요 없다고요. 전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결혼한 지 3년, 진도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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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레비안 아파트에서 나온 진도훈은 고개를 돌려 씁쓸한 심정으로 아파트 건물을 바라보았다.그는 한때 이곳에서 여해온과 여생을 함께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혼하게 될 줄은 몰랐다.잠시 뒤, 검은색의 벤틀리가 진도훈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그 차는 아주 비싼 차인 데다가 번호판도 남달라 단숨에 그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가 되었다.차가 멈춘 뒤 청순한 얼굴에 섹시한 몸매의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여자는 키가 170cm 초반으로 보였는데 위에는 버건디색 트렌치코트, 아래에는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고 아주 높은 검은색의 하이힐도 신고 있어 마치 여왕 같아 보였다.그러나 여자의 얼굴에서 초조함이 언뜻 보였다. 차에서 내린 뒤 여자는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면서 아름다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띠링.여자의 앞에 서 있던 진도훈의 휴대폰이 울렸다.여자는 고개를 홱 돌려 진도훈을 보더니 휴대폰을 내려놓고 빠르게 진도훈의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혹시 용 선생님이신가요?”진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민서웅 씨랑은 어떤 사이시죠?”“안녕하세요. 저는 민서웅 씨 딸 민아름이라고 해요. 아름이라고 부르시면 돼요.”민아름은 정중하게 진도훈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이곳에 오기 전 오은찬은 신의라고 불리는 용 선생님 앞에서 꼭 공손해야 한다고 그녀에게 신신당부했었다.오은찬은 민서웅의 친한 친구일 뿐만 아니라 남강 상회 회장이며 율국의 아주 유명한 재벌이었는데 그런 분이 신신당부했으니 감히 진도훈을 홀대할 수 없었다.진도훈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사람을 구하는 게 중요하니까 얼른 차에 타죠.”민아름은 진도훈의 전처 여해온과 견줄 정도로 엄청난 미모를 가진 미인이었지만 그런 미인 앞에서도 진도훈의 마음은 파문 하나 일지 않을 정도로 평온했다.“네, 가시죠.”민아름은 차 문을 열고 깍듯하게 진도훈을 차로 모신 뒤 본인은 다른 쪽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차에 앉았다.바로 이때 방혜나가 회사 차를 타고 아파트에서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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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공채윤은 진도훈의 실력에 믿음이 갔기 때문에 바로 태도를 달리하며 공손하게 말했다.“신의님, 아까는 제가 무례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제 남편을 치료해 주실 수 있을까요?”진도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가방 안에서 자단목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크기가 제각각인 은침들이 들어 있었다.침대 앞으로 걸어간 진도훈은 민서웅의 옷을 벗긴 뒤 손을 움직여 빠르게 민서웅에게 침을 놓았다.진도훈은 침을 놓는 와중에 공채윤과 민아름에게 설명을 해주었다.“인간에게는 삼혼칠백이 있다고 하죠. 명혼을 잃어버리게 되면 인간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돼요. 민서웅 씨의 병은 양의학적으로 봤을 때는 뇌사 상태이지만 사실상 명혼을 잃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제가 예상하기론 아마 며칠 전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네요. 민서웅 씨의 혼백은 많이 약해져 몸을 너무 오래 떠나 있으면 사라지게 돼요. 저는 지금 침술을 통해 민서웅 씨 명혼을 다시 몸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거예요...”잠깐 사이 진도훈은 민서웅의 몸에 침 36개를 놓았다. 움직임이 너무도 빨라 마치 오랜 세월 실력을 다져 온 장인의 손길처럼 보였다.만약 오랜 경력을 지닌 뛰어난 실력의 한의사가 옆에 있었더라면 틀림없이 진도훈의 손길을 보고 감탄했을 것이다. 그것은 수십 년간 경험을 쌓아오지 않았다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였기 때문이다.거기에 더해 진도훈의 침술이 어떤 침술인지를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진도훈이 지금 선보인 침술은 바로 오래전 실전된, 죽은 자도 되살릴 수 있다고 불리는 음양36침이었기 때문이다.공채윤과 민아름은 비록 한의학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으나 진도훈의 손짓을 통해 그의 의술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은 추측할 수 있었기에 그의 실력에 자신감이 생겼다.음양36침은 일반적인 침술이 아니었다. 그 탓에 진도훈은 침을 다 놓은 뒤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다소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끝났습니다. 지금부터 10분 안에 환자의 혼백이 다시 체내로 돌아올 거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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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민아름은 진도훈을 힐끗 보더니 그가 자신을 말리지 않자 그제야 말했다.“천안 용왕은 진료비를 받지 않고 대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것을 대가로 한대요. 오 회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신의님께서 나서시면 저희 민씨 가문은 신의님께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입은 것이기에 앞으로 신의님께서 도움이 필요하실 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해 신의님을 도와드려야 한댔어요. 그렇지 않으면...”민서웅이 물었다.“그렇지 않으면?”민아름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쥐어짜 내며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오 회장님께서 저희를 하루 만에 길바닥에 나앉게 할 거랬어요.”“뭐라고? 오 회장이 그런 말을 했다고?”민서웅은 너무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민아름은 고개를 끄덕였다.민서웅은 충격받은 얼굴로 진도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오은찬의 친구인 민서웅은 오은찬의 힘과 수단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오은찬이 진도훈을 그토록 깍듯이 대하는 걸 보면 진도훈도 예사 인물은 아닐 것이다.민서웅은 곧바로 자신의 오만함을 거두어들이고 정중하게 진도훈의 앞으로 걸어가서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선생님의 규칙에 반드시 따르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필요한 순간이 오신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설령 불구덩이라고 해도 기꺼이 선생님을 위하여 뛰어들겠습니다.”진도훈은 덤덤히 말했다.“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규칙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제가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한 적은 거의 없으니까요.”말을 마친 뒤 진도훈은 가방을 어깨에 메고서 민아름에게 말했다.“배웅해 주시겠어요?”진도훈이 떠나려고 하자 민서웅 가족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에게 저녁이라도 먹고 가라고 그를 붙잡았다.그들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사교에 능하고 처세술도 뛰어났다.진도훈은 민서웅의 목숨을 구해주었지만 따로 치료비를 받지 않았다. 만약 진도훈이 밥 한 끼도 먹지 않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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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진도훈을 알아본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여해온의 엄마와 여동생, 즉 진도훈의 장모님 안명화와 처제 여수린이었다.안명화와 여수린은 오늘 함께 쇼핑하다가 여해온의 알리나 멤버십 카드를 들고 이곳에 밥을 먹으러 왔는데 마침 진도훈과 마주치게 되었다.두 사람은 여해온과 진도훈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기에 진도훈이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 여자와 함께 있는 걸 보고는 곧바로 화가 났다. 안명화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진도훈을 혼내러 가려고 했다.“엄마, 잠깐만요!”여수린이 안명화를 붙잡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확실할 때 딱 잡아야죠. 지금 갔다가 형부가 아니라고 부인하면 어떡할 거예요?”안명화가 말했다.“그러면 어떡해? 저 자식 평소에는 점잖아 보이던데 저렇게 파렴치한 짓을 할 줄은 몰랐지. 네 언니랑 결혼했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감히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우다니 정말 화가 나 죽겠어!”여수린이 말했다.“일단 조급해하지 말고 지켜보자고요. 일단 형부가 저 여자랑 스킨십하는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남긴 뒤에 언니한테 연락해서 형부랑 이혼하라고 하면 되잖아요!”안명화는 그제야 냉정함을 되찾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 그러면 네 말대로 하자. 난 예전부터 진도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진도훈은 네 언니한테 어울리지 않아. 네 언니가 훨씬 아까워. 진도훈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찾아낸 뒤에 네 언니한테 진도훈이랑 이혼하라고 해서 진도훈을 우리 집에서 내쫓는 게 좋겠어. 그리고 절대 돈 한 푼 주면 안 돼!”안명화와 여수린은 그렇게 의논한 뒤 휴대폰을 꺼내 진도훈을 감시하며 몰래 사진을 찍어댔다.알리나의 종업원들은 모두 치마를 입고 있었고 다들 승무원들보다 더 예뻤다.한 종업원이 진도훈과 민아름을 아주 우아한 분위기의 테이블로 안내해 줬다.“민아름 씨, 이곳이 예약하신 테이블입니다.”홀에는 비싸 보이는 식물들이 많이 놓여 있었는데 굉장히 정교하고 세심하게 배치하여 각 테이블을 마치 개별적인 방처럼 나눠 주었고 테이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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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진도훈은 고개를 돌려 노인을 본 순간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진도훈은 노인에게서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비록 노인은 피부도 흰 편이고 살집도 있는 데다가 자애롭게 생겼지만 온몸에서 살기가 흘러넘쳤다.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는지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그러나 진도훈은 잠깐 놀랐을 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노인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살기를 지닌 살인마들을 많이 만나봤었고 심지어 그들에게 맞은 적도 여러 번이었기 때문이다.“이 음식을 통해 알아본 겁니다.”노인의 질문에 진도훈은 눈앞의 음식을 가리켰다. 그것은 바로 화이트 트러플 스테이크였다.“음식을 통해 알아봤다고요?”노인은 염주를 손에 들고 뒷짐을 진 채로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 진도훈이 가리킨 음식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아낼 수가 없었다.그는 조금 의아한 듯이 말했다.“이 음식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전 모르겠네요.”“음양이나 풍수 같은 건 아무나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진도훈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뒤지며 말했다.“이 음식의 기에 문제가 있어요. 아마도 주방에서 묻어져 나온 것 같아서 요즘 주방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냐고 물은 거예요.”노인은 살짝 놀라며 진도훈의 실력에 감탄했다.그 노인이 바로 알리나의 진짜 사장인 남강 어르신 이하택이었다.한 지역을 꽉 잡고 있는 음지의 왕인 이하택은 아주 오래전부터 풍수나 미신을 믿었고, 2년 전 알리나를 개업할 때도 풍수사를 고용하여 직접 구조를 설계하게 하였다.그리고 ‘기’라는 것은 풍수사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것이었다.세상의 모든 생물은 기를 지니고 있는데 기라는 것은 현학과 깊이 관련된 것이라 현대 과학 언어로 표현하자면 형이상학적인 신비한 에너지였다.눈앞의 젊은이는 음식을 통해 기를 보아냈고, 이를 통해 주방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 거라는 것을 추측했기에 실력이 아주 뛰어날 것이다.“음식에 기가 있다고요? 열기라도 있다는 뜻인가요? 이상한 말은 하지 말고 그냥 식사나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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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헉!”주원혁은 헛숨을 들이켰다. 순간 모든 분노가 사라지고 경외심만 남았다.“꺼져요.”진도훈이 젓가락을 놓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창피하게 굴긴. 당장 물러나!”이하택도 화가 난 얼굴로 주원혁을 향해 호통을 쳤다.주원혁은 젓가락에 꿰뚫린 손을 잡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한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주원혁이 떠난 뒤 이하택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해요. 내가 부하를 잘 가르치지 못했어요. 선생님께서는 음양과 풍수에 관해서도 잘 아실 뿐만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무인이셨군요.”진도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꾸했다.“별거 아닙니다. 또 다른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별일 없으면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이하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내저은 뒤 인사를 건넸다.“아니요. 그러면 전 이만 가볼 테니 천천히 식사하세요.”홍일승 등 사람들을 데리고 떠난 뒤 이하택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서서 잠깐 고민하다가 품 안에서 금빛의 카드를 꺼내 홍일승에게 건네며 말했다.“이 카드를 조금 전 그 젊은이에게 전해주도록 해.”금빛 카드 위에는 용이 그려져 있었고 아주 비싸 보였다.홍일승은 깜짝 놀랐다.“어르신, 이건 로얄 멤버십 카드 아닙니까? 이걸 저 청년에게 주시려고요?”“나는 그동안 꽤 많은 고수들을 만나봤어. 그래서 저 청년이 실력을 숨긴 아주 대단한 고수라는 걸 느낄 수 있어. 저 청년이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기 전에 친구가 되어야겠어.”이하택은 천천히 말한 뒤 홍일승에게 당부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얼른 가봐!”“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홍일승은 곧바로 대꾸한 뒤 카드를 건네받고 빠르게 진도훈의 앞으로 달려갔다.진도훈이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왜 또 오셨죠?”“어르신께서 이 로얄 멤버십 카드를 선물로 드리라고 하셔서요. 저희 어르신께서 선생님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이 카드를 들고 알리나로 오시면 항상 공짜로 음식을 대접하겠습니다. 그리고 호수 위에 있는 궁중 정원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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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장이헌은 꽤 실력 좋은 도사였다. 그는 다른 이들이 열심히 수련할 때 각 지역의 재벌들을 위해 풍수를 봐주며 돈을 버는 일에 열중했다.조금 전 부뚜막신의 심기를 건드려 그렇게 된 거라고 한 것은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였다. 장이헌은 그것을 핑계로 이하택에게서 거액의 보수를 뜯어낼 생각이었다.사실 주방에는 무시무시한 음살 기운이 있었고 직원들이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이유도 아마 음살 기운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장이헌은 조금 전 부적을 태우고 검을 휘둘러 그곳에 있는 음살 기운의 반을 제거한 뒤 이곳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그런데 그의 속내를 옆에 있던 진도훈이 모두 꿰뚫어 보았다.장이헌이 실력이 좋지 않은 도사이고 그저 돈만 뜯어낼 생각이었다면 진도훈도 굳이 그 사실을 까발리지는 않았을 것이고, 설령 까발렸다고 해도 그에게 벌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사실 이 주방에 음살 기운이 생긴 이유는 2년 전 장이헌이 이곳의 풍수를 봐주며 알리나의 구조를 정해주어서 화근을 심어두었기 때문이다.즉 직원들이 목이 아프게 된 이유는 오롯이 장이헌 때문이었다.그런데 장이헌이 아무렇지 않게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거짓말하며 돈을 받고 떠나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진도훈은 남은 음살 기운을 손으로 잡아 장이헌의 체내에 집어넣어 칼이나 도끼 같은 것으로 목을 치는 통증이 어떤 것인지를 체감하게 했다.진도훈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던 장이헌은 아픈 와중에도 진도훈이 두렵고 무서워 그에게 제발 용서해달라면서 애원했다.진도훈은 장이헌의 체내에 음살 기운을 아주 많이 집어넣었다. 다른 직원들의 목이 아픈 정도가 1급이라면 장이헌이 느끼는 고통은 9급 정도였다. 아무리 수련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극심한 통증은 참을 수 없었다.진도훈은 장이헌이 아파서 바닥을 뒹굴며 당장이라도 기절할 듯 굴자 그제야 장이헌의 체내에 집어넣었던 음살 기운을 빼냈다.정말 신기하게도 진도훈이 손을 움직이자마자 장이헌은 씻은 듯이 나았다. 그는 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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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하택 등 사람들도 겁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목을 만졌다.진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는 이하택에게 말했다.“이 문제는 사실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알리나의 구조를 조금만 바꾸면 이곳에 음살 기운이 모이는 걸 근절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하면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이때 조금 기운을 차린 장이헌이 바닥에서 일어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이곳의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 건가요?”진도훈은 장이헌을 힐끗 보더니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장 선생님은 실력 좋으신 분이니 당연히 알고 계시지 않나요?”장이헌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용 선생님, 농담하시지 말아 주세요. 저는 오늘 선생님을 뵙고 나서야 제가 어중간한 반쪽짜리 도사였다는 것을 깨달았고, 조금 전 벌을 받고 나서 정신을 차렸어요. 앞으로는 다른 이들을 위해 풍수를 봐주는 대신 향강으로 돌아가 실력을 쌓을 생각입니다.”장이헌도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장이헌이 정중하게 말하자 진도훈도 더는 그에게 모욕을 주지 않았다.“그러면 몇 가지 요점을 알려드리죠.”진도훈은 말을 마친 뒤 사람들을 데리고 주방의 동북쪽으로 걸어간 뒤 위에 설치된 거대한 환기구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곳은 음살 기운이 모이는 자리예요. 환기구가 이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음살 기운이 끝없이 모이게 되는 거죠. 이 환기구를 완전히 막아 버리고 서북쪽에 따로 하나 환기구를 만든다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이하택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진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장이헌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손뼉을 치며 말했다.“정말로 신묘하군요! 용 선생님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법이네요.”쉬운 일이었기에 이하택은 곧바로 홍일승에게 사람을 시켜 환기구를 막고 다른 곳에 환기구를 설치하라고 했다.그리고 놀랍게도 동북쪽에 있던 환기구를 막자마자 주방에 있던 직원뿐만 아니라 휴가를 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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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천우 그룹은 교운시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으로 넓은 부지를 자랑하는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었다.여해온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사람처럼 놀랍고 부러웠다.사무동의 한 회의실 안에서 여해온은 천우 그룹의 주요 프로젝트 협력 파트너 후보로 다른 후보들과 함께 그곳에서 천우 그룹 임원들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잠시 뒤, 면담이 시작되었다.후보 몇 명이 차례대로 들어가 천우 그룹 임원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본인 회사의 강점과 프로젝트 견적을 얘기하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를 바랐다.여해온도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와 면담을 진행한 사람은 천우 그룹의 부대표였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여해온은 레빈 그룹의 강점을 하나하나 얘기하면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내비쳤다.그러나 천우 그룹 부대표 하유성은 여해온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저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여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레빈 그룹은 강점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레빈 그룹과 협력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여해온은 상대방이 이렇게 빨리 평가를 내릴 줄은 몰라서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더 고민해 보지 않으셔도 되나요?”하유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 오늘 후보들 중에서 아주 뚜렷한 강점을 지닌 회사가 있거든요. 저희는 그 회사와 협력할 생각입니다.”하유성은 그렇게 말한 뒤 여해온을 향해 웃으면서 손을 뻗었다.“이만 돌아가시죠. 앞으로 또 협력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여해온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냈다. 그녀는 사실 그 말이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회의실에서 나오자 비서 방혜나가 빠르게 다가왔다.“대표님, 어떻게 되었나요?”여해온은 고개를 저었다.“ 탈락했어요.”“말도 안 돼요. 저희는 만반의 준비를 했잖아요.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는 틀림없이 저희가 따낼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말이에요.”방혜나는 충격을 받고 풀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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