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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Author: 민아

제1화 돈은 필요 없어요

Author: 민아
남자는 이미 잠들었는지 예리한 눈빛을 숨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성혜인은 무기력한 자태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긴 생머리는 마침 예쁜 허리선을 보일 듯말듯 가렸다. 그녀가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주우려고 했을 때,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면 돼?”

그의 말투에는 감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젯밤 술에 의한 열정은 이미 싸늘하게식어버렸다.

성혜인이 약간 멈칫하다가 다시 옷을 주워 들었다.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는 남편이라니, 퍽 우습기는 했다.

3년 전, 성혜인은 BH그룹 회장인 반태승을 구하는 일이 있었다. 때는 마침 그녀 집안의 SY그룹에 자금난이 닥쳤을 때인데,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반태승은 자신의 손자 반승제와 성혜인을 결혼시키고 SY 그룹에 600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당사자인 반승제는 단 한 번도 코빼기를 비춘 적 없었고 두 사람이 법적으로 부부가 된 후에야 성혜인은 자신의 남편이 외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3년 동안 허울뿐인 BH그룹 며느리는 많은 사람의 우스갯거리가 되었다.

그런 두 사람이 첫 만남을 침대 위에서 가지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돈은 필요 없어요.”

성혜인은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숙취 때문인지 머리는 터질 것처럼 아팠다.

“돈이 필요 없다면 이번 일을 핑계로 들러붙을 작정인가?”

반승제는 피식 웃었고, 그 깊은 두 눈으로 성혜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뽀얗고 작은 얼굴에 적당히 좋은 몸매, 맑고 커다란 눈빛 덕에 얼굴도 예쁘장하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꼼수를 부리는 여자는 많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은 여자는 또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반승제는 시선을 거뒀다.

“네 몫의 돈은 섭섭지 않게 줄게. 하지만 네 몫이 아닌 것은 탐내지 마.”

반승제는 어젯밤 확실히 술에 취했다. 하지만 아무리 취했다고 해도 그는 여자의 몸에 이성을 잃을 위인이 아니었다. 문제는 분명 여자가 건넨 술에 있었다.

옷을 다 입고 난 성혜인은 자세를 바로 했다.

어젯밤, 반씨 저택에서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업계의 수많은 재벌집 아가씨가 국내로 돌아오자마자 BH그룹을 물려받은 상업 귀재를 만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성혜인도 물론 연회에 참석했다. 반태승이 꼭 참석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는지라 그녀는잠깐 얼굴만 비추고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때 성혜인의 아버지 성휘가 술잔 두 개를 건네주며 오래간만에 돌아온 반승제와 얘기를 나눠보라고 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성혜인은 반승제가 두 사람의 혼인에 얼마나 반감을 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젯밤 일이 그녀의 의지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믿어주지 않을 게 뻔했다.

성혜인은 이런 자신을 비웃는 듯 잠깐 침묵하다가 드디어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사실...”

침대 머리에 있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하며 성혜인의 말을 끊었다.

반승제는 자신의 개인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통화가 연결되고 휴대전화 건너편에서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제가 성혜인 씨 댁 앞에 와 있는데 아무래도 계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혼서류는 성씨 집안으로 보낼까요?”

반승제는 몸을 일으켜 커다란 창문 앞으로 와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과 결혼한 지 3년이나 되는 아내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전혀 없었다.

반태승에게서 성격이 순할 뿐만 아니라 제원대학을 나온 똑똑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듣기는 했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SY그룹이 위기를 극복했으니, 반태승의 빚도 이미 다 갚은 셈이었다.

반승제는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일단은 본인과 계속 연락을 취해 봐요. 만약 이혼을 거절한다면 그때 다시 성씨 집안에 연락하죠.”

성혜인은 이제야 휴대전화를 들고 놓친 소식은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반승제의 입에서 나온 ‘이혼’ 두 글자에 잠깐 놀랐다가 다시 성휘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혜인아, 너 어제 먼저 나갔다면서? 네 이모가 반승제한테 술을 먹였는지 물어보라고 하네.’

성혜인은 머리를 숙이고 메시지를 답장했다.

‘그거... 아빠가 준비한 술이 아니었어요?’

‘술은 네 이모가 준 거야. 참, 오늘 시간 있으면 동생을 만나러 병원으로 가봐. 혜원이가 보고 싶대.’

진정한 범인을 알고 난 성혜인은 속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성혜인이 답장 없자 성휘가 이어서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술 도수가 너무 높아서 취했었어?’

성휘는 성혜인이 취했는 줄 알고 숙취해소제는 필요 없는지 물어주며 걱정했다.

성혜인은 꽤 성깔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뜬 이후로, 성휘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랴 부모 역할을 해주랴 많은 고생을 했다. 그리고 재혼도 성혜인이 수능을 끝낸 다음에 했으니, 아버지로서의 최선은 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일로 성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성혜인은 애써 화를 참으며 메시지를 보냈다.

‘아니요, 괜찮아요. 혜원을 만나러 곧 병원으로 갈게요. 그리고 이모한테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전해줘요.”

반승제의 통화 내용은 어느덧 회사 일로 넘어갔다.

성혜인은 샤워 가운을 대충 걸친 남자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가 창밖의 빛을 등지고 있는 탓에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더욱 날카롭게 드러난 턱선이 낯선 이의 접근을금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성혜인은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스위트 룸 밖으로 나갔다.

이혼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혀봤자 더 어색해지기만 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그냥 쿨하게 헤어지는 게 맞았다.

통화를 끝낸 반승제는 아직 처리할 사람이 있다는 게 떠올라 고요한 호텔 룸을 쓱 둘러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침대 시트는 절반이나 드리워져 있었고 쭈글쭈글한 정장 셔츠는 술냄새와 함께 침대 밑에 구겨져 있었다.

반승제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 만약 침대 위의 흔적이 이토록 선명하지 않았더라면 그는자신이 꿈을 꿨을 줄 알 것이다.

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그의 비서 심인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저 심 비서입니다.”

“들어와요.”

심인우는 깨끗한 정장을 들고 스위트 룸의 침실로 들어왔다. 룸 안의 참상에 의아하기는했지만,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옷만 내려놓고 거실로 나갔다.

반승제는 샤워하고 옷까지 갈아입은 후에야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스위트 룸 밖으로 나갔을 때 반승제가 갑자기 우뚝 멈춰서면서 뒤에 있던 심인우에게 물었다.

“혹시 방금 나간 여자 누군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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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7화 너 데리고 같이 죽을 거야

    그들이 분석을 마친 후 그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비밀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먼 곳의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지만 연승혁 쪽인지 H국 정부 쪽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연승혁의 부하들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고 안색이 변한 걸 보니 H국 정부 쪽인 것 같았다.공지민은 빠르게 깊은 숲으로 끌려들어 갔는데 이곳의 숲은 비교적 원시적이었고 H국 국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앞으로 1km 더 나아가 국경에서 벗어나게 되면 H국 정부도 그들을 어찌할 수 없었다.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한국어로 욕하는 소리가 공지민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제기랄! 젠장!”그 남자는 몇 마디 욕설을 퍼부은 뒤 키 큰 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여기서는 헬리콥터가 그들이 보이지 않지만 방금 전에 그들이 터널에서 빠져나왔을때 이미 발견됐을 것이고 헬리콥터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기만 하면 추적자들이 곧 올 거였다.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가끔 멈춰 서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생각했다.공지민은 연승혁에 이끌려 모두와 함께 빠르게 이동하다가 중간에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알 수 없는 말을 한 뒤 자리에 멈춰 섰다.그는 몸을 돌려 연승혁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연승혁의 표정은 처음에는 괜찮다가 갑자기 싹 바뀌면서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공지민을 바라보았다.공지민은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또다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연승혁은 당분간 그의 도움을 받아 길을 나서야 했기에 이때 저 여자를 달라고 하면 연승혁은 분명히 동의할 거였다.하지만 연승혁은 단검을 꺼내 들어 빠른 속도로 남자의 팔을 향해 찔렀다.그 남자는 고통으로 얼굴이 창백해졌고 거의 쓰러질 뻔했다.연승혁은 그에게 버마어로 무언가를 말했고 상대방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공지민을 더 이상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전전긍긍하며 계속해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공지민은 연승혁이 정말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그한테 제일 필요한 사람을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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