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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환자분, 신고 해드릴까요?

심인우는 방금 목격한 장면을 생각하고 있다가 번뜩 정신 차리고 대답했다.

“바로 조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반승제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는 성혜인이 저급한 밀당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조사한다면 그녀의 덫에 걸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됐어요.”

‘어차피 알아서 다시 나타날 사람인데 조사는 무슨...’

성혜인은 후다닥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서 구석구석 몇 번이나 씻은 다음에야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어젯밤의 일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생소한 느낌과 심장이 터질 것만같은 느낌은 아직도 생생했다.

솔직히 첫 경험 상대가 반승제라는 것은 그다지 나쁜 일도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다른 여자의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단미, 윤단미...’

어쩌면 이게 바로 반승제가 이혼하려는 이유일 지도 몰랐다.

정신이 극도로 피곤한 와중에도 신체적인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성혜인은 몸을 돌렸지만 여전히 불편했다. 그래서 아예 몸을 일으켜 서랍 속의 혼인증명서를 꺼냈다.

두 사람이 결혼할 때 반승제는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지만 반태승의 힘으로 성혜인 혼자서도 혼인증명서를 받아올 수 있었다.

성혜인은 처음으로 혼인증명서 속에 함께 적혀 있는 자신과 반승제를 이름을 찬찬히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다시 서랍을 닫고 성혜원을 만나러 병원으로 출발했다.

성혜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점심 시간이었고 병실을 지키고 있던 간병인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혼자서 조용히 쉬고 있던 성혜원은 성혜인을 발견하자마자 기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언니가 어떻게 왔어?”

성혜원의 안색은 약간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아주 똘망똘망했다.

“아빠가 또 헛걱정하고 있지? 내가 괜찮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믿지 않는다니까.”

성혜인은 침대 옆에 앉아 따듯한 물을 건네며 말했다.

“그게 어떻게 헛걱정이야.”

성혜원은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자주 입원했었다. 그래서 성휘도 그녀를 유난히 아꼈다.

“그래도 난 병원에 있기 싫어. 엄마가 감시하고 있지, 끼니도 죽으로 밖에 못 때우지...”

성혜원은 불쌍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간호사 언니들이 병원 식당의 순두부 얘기를 하는데 내가 군침이 막 돌더라니까.”

성혜원은 성혜인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언니, 나 오늘 퇴원인데 그 전에 순두부 좀 먹으면 안 돼?”

성혜원은 반짝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성혜인을 바라봤다.

도무지 거절하지 못한 성혜인은 어쩔 수 없이 순두부를 사 왔다.

“혹시 모르니까 그냥 맛만 보고 다시 뱉어.”

성혜인은 몇 번이나 더 잔소리하고 나서야 순두부를 떠서 성혜원의 입가에 갔다 댔다.

이때 문밖에서 소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소윤은 성큼성큼 걸어와서 숟가락과 그릇을 뺏앗아 들고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네 동생을 죽여버릴 작정이야? 네가 그러면 그렇지!”

바닥에 넘어진 성혜인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순두부를 바라보며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너 또 뭘 먹었어?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

소윤은 씩씩거리며 성휘에게 전화를 걸어 불평하려고 했다. 그러자 성혜원이 그녀를 말리면서 말했다.

“엄마, 아니에요. 순두부는 제가 언니한테 부탁해서 사달라고 한 거예요.”

소윤은 약간 멈칫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언성으로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언니라는 애가 동생이랑 마찬가지로 철없이 행동해? 쟤만 아니었어도 네아버지가 우리 모녀를 뿌리치지 않았을 것이고, 네 건강도 이 정도로 악화하지 않았을 거야.”

“엄마, 그만 해요. 저 오늘 오래간만에 언니랑 만났단 말이에요.”

소윤은 콧방귀를 뀌며 곁에 조용히 서 있는 성혜인을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전 부인과 낳은 딸아이에게 도무지 정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뿌리치기에는 또 집안에 쓸모가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며 소윤은 성혜인의 흔적 하나 없이 깨끗한 목을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의계획이 도대체 어떻게 됐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BH그룹의 도움이 간절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반승제처럼 우수한 사람을 성혜인에게 넘겨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결혼할 수 없으니,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기분이 언짢았던 소윤은 더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반승제가 돌아왔으니, 이제는 네 생각만 하지 말고 BH그룹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나 해.”

자신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듯한 소윤의 말투에 성혜인은 피식 웃었다.

“이모는 제가 집안을 한 번도 도운 적 없다는 듯이 말하네요. 혹시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소윤은 말문이 막혔다.

이때 성혜원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나 약 받을 때가 됐는데 언니가 대신 받아주면 안 돼?”

성혜원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소윤이 핀잔 놓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성휘 씨가 자기한테 얼마나 잘해주는지 몰라서 저런 소리를 하는 건 아닐 테고, 그냥 우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겠지. 성휘 씨가 한창 일로 바쁠 때 제 어미가 과로사로 죽었다더니 그 탓을 우리한테로 돌리려는 모양이야. 흥, 탓을 해도 복 없는 제 어미를 탓해야지.”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젯밤 일 덕분에 몸이 불편했던 그녀는 그래도 가까스로 소윤에게 들키지 않았다.

성혜원의 약을 받고 난 성혜인은 산부인과로 갔다.

상처투성이가 된 성혜인을 보고 의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환자분, 신고 해드릴까요?”

“...”

성혜인은 약간 멈칫하다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제 남편이 금방 출장을 끝내고 돌아와서 약간 과격해진 모양이에요...”

의사는 성혜인의 말에 약간 시름을 놓은 듯 말했다.

“오늘부터 연고를 꼭 바르고 당분간은 자제해야 할 거예요. 그리고 남편분한테도 조심하라고 말씀하세요. 어린 나이일수록 건강을 조심해야죠.”

의사가 신고를 권할 정도라니... 성혜인은 얼굴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드디어 산부인과에서 나온 그녀는 우연히 성혜원의 친오빠인 성한과 마주쳤다.

성한의 눈빛은 성혜인이 들고 있는 연고에 고정되었다. 그는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혜인아, 난 혜원을 보러 왔는데... 너 어디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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