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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Author: 도도보
지나윤은 말없이 유시진을 바라보았다.

유시진의 눈에 자신이 과연 이익만 좇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여자처럼 보이는 건지 조금 궁금해졌다.

유시진의 표정은 바람이 불지 않는 호수처럼 고요했다.

지나윤이 퇴사를 요구한 일로 화가 난 건지 아닌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퇴사하면 네 스폰서 한테 돌아갈 생각이야?”

지나윤은 잠시 멈칫했다가 되물었다.

“내 스폰서가 누군데?”

유시진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마치 ‘본인이 제일 잘 알면서’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나오자 지나윤은 설명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객실 한쪽에는 넓은 유리 미닫이문이 있었다.

문을 열면 바로 전용 노천 온천이었고, 대나무로 만든 차단막이 사방을 둘러싸 사생활을 완벽히 보호하고 있었다.

유시진은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미닫이문을 열자 순간 바깥에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온천에 들어갈 건데 같이 갈래?”

“싫어.”

지나윤은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유시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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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택
이걸 곧이곧대로 믿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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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62화

    “네가 이씨 집안을 돕든, 안 돕든 난 무조건 네 편이야.”유시진 품에 안긴 채 지나윤은 귓가에 닿는 낮은 목소리를 들었다.“응...”지나윤 마음속 갈등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이씨 집안을 돕지 않아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았다.하지만 거리에서 시위하던 사람들 그리고 감금된 이원호를 생각하면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두 사람은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고 거실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지나윤?”유시진이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대신 귓가에는 고른 숨소리만 들려왔다.유시진은 천천히 몸을 떼어내더니 그대로 벙쪘다.지나윤이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요즘 너무 지쳤던 걸까?’유시진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스쳤다.부디 그 피로가 자기 때문만은 아니길 바랐다.유시진은 조심스럽게 지나윤을 안아 들고는 그대로 침실 침대 위에 눕혔다.옆의 아기 침대 안에서는 지우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팔다리를 사방으로 뻗은 채 뒤집어져 자는 모습이 꼭 말랑한 찹쌀떡 같았다.짧고 통통한 팔다리를 보면 괜히 한번 꼬집고 싶어질 정도였다.유시진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한동안 지우를 바라보던 시선은 천천히 지나윤 쪽으로 향했다.지우와 달리 지나윤 잠버릇은 얌전한 편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걱정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이에 유시진은 천천히 몸을 숙이고는 지나윤의 미간 쪽으로 손을 뻗었다.손끝이 조심스럽게 지나윤 눈썹 사이에 닿더니 아주 천천히 구겨진 미간을 펴주듯 쓸어내렸다.그 덕에 굳어 있던 눈썹도 조금씩 부드럽게 풀렸다.그 순간 두 사람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잠든 지나윤 얼굴이 그대로 유시진 눈동자 안에 담겼고, 그 얼굴은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웠워 가슴이 괜히 들끓었다.유시진은 자신도 모르게 아주 조심스레 지나윤 뺨을 쓰다듬었다.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유리 공예품이라도 만지는 사람처럼 말이다.혹시라도 지나윤이 깰까 봐 조심하면서도 또 손을 떼고 싶지는 않았다.결국 유시진 손끝은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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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59화

    지나윤이 유시진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사람이 일을 꾸미고 결과는 하늘이 정한다고 하잖아. 물론 사람 힘으로 운명을 이긴다는 말도 있고.”유시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근데 난 개인적으로 운명 같은 건 안 믿어.”유시진 눈빛은 담담했지만 확고했다.“그걸 믿는 순간, 결국 운명한테 진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거든.”지나윤은 유시진 진지한 대답을 듣고 작게 웃었다.그리고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다.“근데 이씨 집안은 믿어.”“이경성 어르신 말하는 거야?”유시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전 이경성 개인 저택에서 지나윤을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지나윤은 분명 이씨 집안 진짜 손녀였지만 다른 집안으로 보내진 데에는 단순한 이유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결과론적으로 이경성이 지나윤을 싫어했던 것이다.“그분만 그런 게 아니야. 이씨 집안 전체가 다 그래.”지나윤은 샴페인 잔 속을 바라봤다.투명한 액체 안에서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고, 지나윤 시선은 마치 오래전 기억 속으로 여행하는 듯했다.이씨 집안은 원래 대대로 점술로 이름을 키운 집안이었다.신기하게도 하나같이 운명을 믿었고, 운명은 정말 그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았다.사업은 계속 번창했고 부는 3대째 이어졌다.이경성 그 대에 들어와서는 A시 S구에 정착해 폭죽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다.그리고 지나윤이 태어나던 날, 채윤화는 난산 끝에 겨우 아이를 낳았다.그때 오랫동안 이경성 곁에서 점을 봐주던 황 도령이 말했다.이 아이는 태생부터 흉조를 타고났다고.이씨 집안을 망하게 할 운명이며, 심하면 집안 자체를 망하게 할 팔자라고.그래서 지나윤은 태어난 그날 거의 이경성 손에 죽을 뻔했다.다행히 부모 덕분에 목숨만큼은 지켜냈지만 이원호도, 채윤화도 누구 하나 이경성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이씨 집안 모든 것은 이경성이 일군 것이었고, 지금 그 사람들이 누리는 삶도 전부 이경성 덕분이었으니까.그래서 이씨 집안 누구도 감히 이경성 말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58화

    지나윤은 차에서 내려 눈앞 건물을 올려다봤는데 하늘 끝까지 닿을 듯 솟아 있는 초고층 빌딩이었다.지나윤은 C국 사정에 아주 밝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곳이 D시에서도 최고급 입지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설마 여기 집 산 거야?”지나윤은 고개를 돌려 유시진을 바라보자 남자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옅게 번진 미소만으로도 이미 답은 충분했다.“들어가자.”지나윤은 유시진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집은 17층이었고, 한 층에 한 세대만 있는 구조였다.지나윤은 당연히 집 안 인테리어도 유시진 취향일 거라 생각했다.차갑고 절제된 느낌의 저채도 컬러, 고급스럽지만 어딘가 서늘한 분위기.유시진이 원래 그런 스타일을 좋아했으니까.그런데 문이 열리는 순간 지나윤은 그대로 멈춰 섰다.순간 집을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들어와.”유시진은 잠든 지우를 안은 채 안으로 들어갔고 지나윤도 뒤따라 들어오며 주변을 둘러봤다.얼굴에는 가득 놀란 기색이 번졌다.집 안은 거의 작은 키즈카페 수준이었다.벽 곳곳에는 귀여운 캐릭터 낙서가 있었고, 미끄럼틀과 그네, 볼풀장까지 설치돼 있었다. “이거... 급하게 준비한 거야?”지나윤 질문에 유시진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시간이 좀 부족했어.”W섬에서 지나윤이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유시진은 바로 사람을 시켜 이 집을 샀다.원래 집 자체는 유시진 취향대로 꾸며진 상태였다.저채도 톤의 고급스럽고 차분한 인테리어였지만 그런 분위기를 지우가 좋아할 리 없었다.그래서 유시진은 사람들을 시켜 밤새 집 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내가 여기서 살 거라고 확신했던 거네.”지나윤은 씁쓸하게 웃었다.정말 자기 속을 훤히 들여다본 사람 같았다.이 집은 누가 봐도 지나윤과 지우를 위해 준비된 공간이었다.처음부터 유시진은 지나윤이 지금 이씨 집안을 그냥 외면하지 못할 거라고, 그리고 결국 D시에 남게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이 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지나윤은 유시진을 바라보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57화

    “유시진 너 진짜 할 일 없어?”“누가 그래?”유시진은 품 안의 지우를 내려다보며 웃었다.“나 지금 애 보느라 엄청 바쁜데.”결국 유시진은 지나윤 말대로 얌전히 식사를 했지만 지우가 졸려 하는 상태라 오래 앉아 있진 않았다.면 한 그릇만 간단히 시켜 가장 빠르게 먹어 치웠다.“가자.”“어디?”“집.”유시진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지나윤 품에 있던 지우를 자연스럽게 받아 안았다.지우는 아직 완전히 잠든 건 아니었지만 기운이 없어 보였다.한 살짜리 아이는 신생아 때처럼 가볍지 않았다.평소 지나윤 혼자 안고 다니면 꽤 힘들었는데, 오늘은 유시진이 계속 안고 있어서 훨씬 수월했다.패밀리 식당을 나서는 순간, 주변 사람들 눈에는 세 사람 모습이 꼭 행복한 가족처럼 보였다.원래 지나윤은 그대로 차에 타려 했으나 무심코 시선을 돌린 골목 안쪽에서 이상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덩치 큰 남자 둘이 서 있었다.그리고 그 남자들에게 막혀 있는 사람은 조금 전 식당에서 청소하던 이씨 집안 출신 중년 여자였다.상황만 봐도 딱 사채업자들이 빚 독촉하러 온 분위기였다.사실 중년 여자 혼자였다면 지나윤은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하지만 그 여자 옆에는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함께 있었고,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까지 있었다.게다가 이미 맞은 건지 얼굴에 상처까지 나 있었다.“돈 안 갚으면 얘 바로 팔아버릴 거야.”남자 하나가 아이를 거칠게 끌어올리려던 순간,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놈 등을 세게 걷어찼다.곧이어 골목 안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쿵쿵,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과 욕설이 뒤엉켜 울려 퍼졌다.잠시 후, 장우영이 골목 안에서 걸어 나왔다.정장 재킷은 벗겨져 있었고, 안쪽 흰 셔츠는 싸움 때문에 흐트러져 있는 데다가 군데군데 피까지 묻어 있었다.골목 입구에 서 있던 지나윤은 멍한 얼굴이 됐다.장우영이 싸우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와...”지나윤은 고개를 돌려 유시진을 바라봤는데 남자는 여전히 잠든 지우를 안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86화

    회장 안은 무려 3초 동안 정적에 잠겼다가 곧 폭풍우가 치듯 술렁이기 시작했다.심소희는 피터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인 것을 보고서야 뒤늦게 깨달은 듯 말했다.“아, 설마 피터는 이미 지나윤이 BYC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피터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피터야 당연히 알고 있었다.대학 시절, 지나윤이라는 원석을 처음 알아본 사람이 바로 피터였다.백이천 역시 거의 유일하게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은 사람 중 하나였다.이에 백이천은 스스로 짐작해 냈다.피아노 시리즈의 디자인 스타일을 처음 봤을 때부터, 디자이너가 지나윤일 거라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53화

    장연지는 속으로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요 며칠 동안 지나윤은 늘 장연지와 노미연의 차를 타고 출퇴근했고, 어느새 두 사람을 운전기사처럼 쓰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제가 왕관 들어줄게요.”노미연이 먼저 나섰지만, 지나윤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안 돼요. 혹시라도 실수로 망가뜨리면 어떡해요.”지나윤은 두 손으로 선물 상자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은 채, 노미연에게 차 문을 열어 달라는 듯 눈짓했다.그러자 노미연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따랐다.지나윤은 장연지의 차에 올라 조수석에 앉았고, 장연지는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았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02화

    오늘 지나윤은 병원에서 유시진을 보았는데, 남자는 유희봉의 퇴원 절차를 밟기 위해 병원에 왔다.유희봉의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고, 의사는 내일 퇴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며 오늘 미리 절차를 진행해도 된다고 했다.“고마워.”병실 밖 복도에 서서, 유시진은 먼저 지나윤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지나윤은 고개를 들어 유시진을 바라보았다.고작 2주 정도 못 봤을 뿐인데, 유시진은 눈에 띄게 수척해 보였다.유시진은 원래 위장이 좋지 않았다.셀레스트 매드와 협력해 진행 중인 신규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히며 큰 압박을 주고 있다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116화

    지나윤은 유시진의 말을 이해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고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무슨 말이야? 이혼을 안 한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유시진의 담담한 대답은 지나윤의 속을 단번에 뒤집어놓았다.지나윤은 오늘 하루 종일 여기서 기다렸고, 이는 기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유시진과 함께 이혼 절차를 밟기 위해서였다.“유시진, 지금 나를 가지고 노는 거야?”[할아버지께서 입원하셨어.]그 말에 지나윤의 눈이 크게 뜨였다.“나 때문에?”유시진은 그저 짧은 냉소를 흘렸을 뿐이었다.그 웃음에는 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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