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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eur: 도도보
HF그룹 후계자가 FY주얼리 신제품 발표회에 등장했다는 뉴스 제목이 지나윤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

또한 문구에는 한 줄이 더 있었다.

아름다운 누군가를 환하게 웃게 하려고 억 소리 나는 돈을 썼다는 기사였다.

그 문구에 가슴이 순간 움찔했다.

HF그룹의 후계자는 단 한 사람, 유시진뿐이었고 FY주얼리 발표회는 오늘 A시에서 열렸다.

지나윤의 손끝이 차갑게 떨리면서 몸도 으슬으슬했다.

뉴스를 눌러 보자 사진 한 장이 화면에 크게 나타났다.

길고 반듯한 다리, 완벽하게 맞춘 정장, 어디서 찍혀도 빛나는 얼굴, 투샷으로 잡혀도 절대로 꿀리지 않을 외모였다.

예전 같으면 지나윤은 이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을 것이다.

잘생겼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화면을 단숨에 꺼버렸다.

무심코 남편의 소셜 네트워크를 열었을 때, 마침 우원재가 새로운 글을 올렸다.

우원재는 유시진의 고등학교 동문이었다.

[FY에서 전 세계 단 10개만 만든 클래식 핑크 다이아 목걸이, 우리 연서도 가지셨네.]

사진에는 여자의 목만 나와 있었고 새하얀 쇄골 위에 얹힌 핑크 다이아 목걸이가 눈부셨다.

우원재가 말하는 연서가 누군지는 몰라도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지나윤이 아니라는 것.

진료실에서 받은 초음파 사진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아랫배는 여전히 묵직하게 당겼다.

겨우 집에 도착했다가, 오늘 장을 보지 않은 걸 떠올리고는 다시 장을 보러 나갔다.

사 온 건 모두 유시진이 좋아하는 것들뿐이었고, 집에 돌아와 씻고 다듬고 요리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져 있었다.

밤 아홉 시 무렵, 유시진이 돌아왔다.

“말 안 했는데, 오늘 저녁 약속 있어서 밖에서 먹었어.”

목소리는 차분했고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지나윤은 묵묵히 유시진의 외투를 받아 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3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접대 후 돌아오면 늘 과한 스프레이와 술 냄새가 났는데 오늘은 정반대였다.

은은한 향수 냄새만 남아 있었고, 머리에는 젤도 바르지 않은 모습이 마치 방금 씻고 나온 사람처럼 산뜻했다.

심지어 입고 있었던 정장도 뉴스 속 사진과 다른 것이었다.

나윤은 묻지 않고 그저 말없이 유시진의 잠옷을 꺼내려다 허리에 갑자기 두르는 팔에 놀랐다.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시원한 민트 향, 얇고 매끄러운 실크 잠옷 너머로 전해지는 뜨거운 손길에 순식간에 온몸이 굳었다.

전업주부로서 지나윤은 밖에 얼굴을 잘 비추질 않았다.

어쩌다가 유시진이 지나윤을 데리고 집안 행사를 가야 할 때도 사람들 앞에서 아주 무심하고 차갑게 대했다.

그러나 유시진은 침대에서는 늘 달랐다.

욕망도 강했고 체력도 좋은 데다가, 웃을 때의 입매는 보는 사람 마음을 흔들어버리는 수준이었다.

평소의 그녀라면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무엇보다 임신 중이었다.

“여보, 오늘은 배가 좀 아파서 오늘은...”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이 번쩍 들려지더니 침대에 내던져졌다.

“나 임...”

임신이라는 두 글자 중 한 글자만 겨우 내뱉었을 때, 유시진의 무거운 몸이 그대로 내려앉으면서 입술이 강하게 막혔다.

셔츠 단추를 풀고 벨트를 풀며 내려다보는 유시진의 눈빛은 뜨겁고 격렬했다.

순간, 낯선 공포가 엄습했다.

평소 늘 순한 지나윤이 지금 버티려고 하자 유시진은 오히려 미묘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대로 벨트를 풀어 나윤의 손목을 묶었다.

“아내라면 해야 할 역할을 잘하면 돼.”

그리고 다시 이어진 깊은 입맞춤이 지나윤이 유시진에게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삼켜버렸다.

결국 그날 밤, 지나윤은 유시진이 무슨 일로 이렇게까지 흥분했는지 영문도 모른 채 기절했다.

지나윤이 눈을 뜨니 방 안은 어두웠다.

배도 아팠고 아래쪽에서도 뜨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씻고 싶어서 일어나려는데, 거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춰야 했다.

[형, 채연서 취했으니까 얼른 와.]

이럴 때는 우원재의 큰 목소리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

거실로 시선을 돌리자, 어둠과 조명이 교차하는 공간 한가운데 유시진이 서 있었다.

번쩍일 듯한 실루엣, 샤프한 턱선에 새까만 눈동자는 밤하늘처럼 깊었다.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가 끼워져 있었다.

‘집에서는 절대 피우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 진짜 형, 채연서랑 왜 그렇게 애매하게 굴어. 지금 돌아왔으면 됐잖아. 이제 화해할 때 아니야?]

조용한 밤일수록 우원재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고, 모든 단어가 지나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유시진은 낮게 말했다.

“우원재.”

유시진이 차갑고 매서운 톤으로 우원재를 불렀다.

“나는 이미 결혼했어.”

그 말에 지나윤의 심장이 쿵쿵 세차게 뛰었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이 기뻤다.

[결혼했으면 뭐 어때서? 이혼 못 해? 형 없이 살지도 못하는 거머리 같은 사람이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 채연서하고는 급이 다르니까.]

유시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나 이혼하기 싫어.”

[왜?]

잠깐 생각하더니 아주 조용하게 대답했다.

“아까워서.”

그 말에 가슴이 찌릿하게 뜨거워졌고 눈물이 차오르며 목이 메었다.

유시진이 그 한마디가 예전에 자신에게 선물했던 그 어떤 귀한 선물보다도 더한 감동이 밀려왔다.

결혼생활 3년 내내 아무리 차갑다고 하더라도 그 속의 따듯함을 느꼈고 지나윤 본인 역시 자신이 아내로서 부족하다고 느끼질 않았다.

빨래며 요리며 가사일은 하나도 빠짐없이 게을리하지 않았고, 밤에도 유시진을 만족시켰으니까.

아무리 부족한 점이 있어도 자신만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적어도 유시진이 자신에 대한 감정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도 깊었고, 오늘 밤의 이 통화가 그걸 증명한다고 생각했다.

두근두근 거리던 가슴을 겨우 진정하면서, 지나윤은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애당초 남의 통화를 엿듣는 건 좋은 일도 아니었고 몰래 들을 필요도 없었다.

또 자신은 유시진을 사랑했고, 그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바로 이어진 말이 모든 것을 산산조각 냈다.

“일도 잘하고, 얌전하게 집안일도 다 해. 진짜 집에 두기 딱 좋은 도우미거든.”

그 말에, 지나윤은 발끝이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돈도 아깝지도 않고 챙기는 만큼 결과가 나오니까 괜찮지.”

“그리고 지나윤은 채연서하고 달라. 능력도 없고 학벌도 없고, 그저 집안일이나 하는 사람이야. 우리 집은 이런 여자가 편해. 휘둘릴 필요도 없으니까.”

“집에만 조용히 있고 조금만 잘해줘도 금방 기뻐하지. 이런 사람이 아내로 좋으니까.”

우원재가 말했다.

[아 그렇구나. 근데 채연서는...]

“주소 보내. 지금 갈게.”

통화가 끝나자 유시진은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벽 뒤에 숨어서 지나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어할 수 없는 눈물, 숨이 막힐 정도의 메스꺼움과 함께 아랫배는 끊어질 듯 아팠다.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는 순간, 따뜻한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바로 피였다.

그러다가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병원 침대였고 병실에는 아무도 없이 간호사 한 명만이 있었다.

“저기, 저 지금...”

목이 잠겨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묻자 간호사가 답했다.

“지나윤 씨, 유산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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