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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도도보
지나윤은 병원에 한 달 가까이 누워 지냈다.

밤마다 꿈꾸었다.

꿈속에서 유시진이 병실로 찾아와 침대맡에 앉아 있었고, 하루 종일 자신의 곁을 지키며 배 속 작은 아이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며 웃곤 했다.

눈을 뜰 때마다 눈물부터 고였다.

‘아이가 이제는 없어.’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유시진은 단 한 번도 병원에 오지 않았다.

출장 때문에 M국에 갔다고 했고, 대신 비서인 장우영이 두 번 꽃을 가져다준 게 전부였다.

모두 핑크 장미였고 치료비는 이미 정산이 되어 있었다.

몇 번이고 지나윤은 그 꽃을 간호사에게 넘기려다가, 막상 또 아까워서 도로 끌어안았다.

차라리 매일 재채기를 하더라도 그대로 두고 싶었다.

임신 8주 차라 육체적으로 큰 통증은 남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늘 습관처럼 배를 쓰다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몸 안에 잠깐이나마 머물렀던 작은 생명을 떠올리며 코끝이 시큰거렸다.

첫 아이였고, 10년을 사랑해 온 남자와의 아이였던 그 아이는 그렇게 사라졌다.

밤마다 눈물로 베개를 적시느라 몸도 잘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병원에서 새 환자 때문에 병실을 비워 달라고 하자, 지나윤은 천천히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때 문이 열렸고 낯선 여자가 병실로 들어왔다.

단정한 이목구비에 공들인 화장, 바비 핑크 끈 벨벳 원피스에 몸을 맡긴 채, 목에는 강렬하게 빛나는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지나윤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우원재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랑하던 FY주얼리 전 세계 한정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여자는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채연서예요. 시진이랑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이름을 듣자마자 지나윤은 속으로 초성을 떠올렸다.

‘CYS. 맞는 것 같네.’

채연서가 손을 내밀자 지나윤도 예의 있게 맞잡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나윤이에요. 시진 씨 아내죠. 사모님이라고 부르셔도 되고요.”

순간, 채연서의 표정이 아주 짧게 흔들렸지만, 금세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오늘은 사과드리려고 왔어요.”

채연서는 시선을 떨구며 한층 연약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날 병원에 오신 게 임신 때문인지 몰랐어요. 알았다면 절대 시진이랑 FY 행사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날 제가 좀 취했는데 다 우원재가 억지로 전화해서 그런 거예요. 정말로, 시진이 절 데리러 올 줄은 몰랐어요.”

“지나윤 씨가 유산하게 된 점은 정말 미안해요.”

채연서는 과장되지도, 그렇다고 너무 담백하지도 않은 표정으로 과일바구니를 내밀었다.

“제 사과예요. 꼭 받아 주세요. 안 그러면 너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요.”

지나윤은 그 연기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헛웃음이 났다.

“10만 원짜리 과일바구니를 못 받을 이유가 있나요? 목에 걸린 그 목걸이를 주는 것도 아닌데요.”

채연서가 손끝을 꽉 움켜쥐었다.

“오늘 퇴원하신다고 들었어요.”

“네.”

“그런데 조금 더 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시진이 지나윤 씨를 보면 그 아이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 아플 거예요.”

“병원 계시는 동안에도 계속 우울해 보여서 제가 많이 챙겼어요. 해외도 같이 갔고, 요트 타고 바다도 나가서 일출도 보고...”

도취된 듯한 채연서의 표정을 보며 지나윤은 사실 여부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죠. 제 남편은 친구한테 참 잘해요. 고등학교 친구들은 특히 잘 챙기죠. 일주일에 한 번씩 요트도 태워주니까요.”

“제 친구한테는 20억 원짜리 다이아 목걸이도 준 적 있어요.”

사실 지나윤은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는 거짓말 몇 개쯤은 괜찮을 것 같았다.

그 말에 채연서의 손이 떨렸다.

“그 정도로 마음이 넓으시다니 다행이에요.”

문을 나서던 채연서는 다시 뒤돌아왔다.

“아, 시진이는 오늘 데리러 못 올 거예요. 너무 피곤한지 지금 제 집에서 자고 있거든요.”

그 말을 남기고 채연서는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지나윤은 힘이 탁 빠졌다.

화가 나야 할 순간인데, 이상하게도 김빠진 공마냥 마음속에 남은 것은 허탈함뿐이었다.

그래서 장우영에게 확인하자 유시진은 지금 회사에 있다고 했다.

역시나 채연서는 거짓말을 했고 지나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저 직접 확실하게 묻고 싶었다.

퇴원하기 전, 한의원에 들러 유시진의 위장약을 처방받았다.

시진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늘 한약만 먹여서 지나윤은 결혼 후 줄곧 약을 달여 왔다.

그래서 약재 비율과 불 조절도 익숙했다.

집에 있던 약이 거의 떨어져서 원래대로라면 며칠 전 이미 준비해야 했는데 모든 게 어긋난 건 최근의 일들이 터지고 나서였다.

한약 봉투를 가득 들고 HF그룹 사옥에 도착하자, 프런트에서 지나윤을 알아봤다.

일전에 유시진에게 밥을 갖다 준 적도 있었기에.

다만 프런트 직원은 그녀를 유시진의 도우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지나윤 씨, 대표님께서 지금 손님을 접대하고 계시니까 장 비서님에게 전해주시면 되세요. 비서님은 지금 사무실에 계시거든요.”

“그래요.”

지나윤은 지금 일개 프론트 직원에게 자신이 그저 ‘지나윤 씨’가 아닌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강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 층에 도착한 뒤, 자연스럽게 장우영이 아닌 유시진을 찾아갔다.

대표실 앞,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틈 사이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시진과 우원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언제는 채연서 못 잊는 거 아니라며? 근데 지금 자기 아이도 그렇게...”

그 말에 지나윤의 몸이 굳어 버렸다.

“걔랑은 상관없어.”

“그러니까 채연서가 귀국하든 말든 걔 때문에 애 낳기 싫다는 건 아니고?”

“나는 지나윤이랑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 애가 생기면 모든 게 달라져.”

“지금은 아버지도 좋아하시고 어머니도 인정했지만, 애까지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유시진은 느긋하게 담배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 미소는 지나윤이 알던 미소와 전혀 달랐다.

처음으로 그 미소가 칼날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임신한 거 알고 일부러 거칠게 했어. 자궁에 무리가 가게. 의사가 그러더라. 앞으로 애 갖기 힘들 거라고.”

얼어붙은 듯한 목소리로 하는 그 말은 칼날보다 더 날카롭고 얼음보다 더 차가웠다.

문밖에서 듣고 서 있던 지나윤은 손끝까지 피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형, 지금 아내한테 그렇게까지 했으면 그럼 형네 집 대를 잇는 건 누가 해? 결국엔 채연서가 해야지.”

그 말에 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담배 연기가 문틈으로 흘러나왔다.

그때 문 쪽을 훑어보던 유시진은, 곧바로 문틈 아래 놓인 한약을 확인했다.

지나윤은 벗어나듯 사무실 앞을 떠났다.

...

주경요양병원.

지나윤은 거의 도망치듯이 나와서 곧바로 여기로 왔다.

지나윤은 유시진의 사무실 앞에서, 아니 그 회사에서 1분이라도 더는 있기 힘들었다.

더 있었다간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유시진 입에서 나온 말들은 글자 하나하나가 구역질이 나게 싫었다.

애초에 유시진이 자신과 결혼을 했던 건 다른 여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고, 자기 손으로 두 사람의 아이를 죽인 것도 다른 여자를 위해서였다.

10년의 사랑과 3년간의 결혼 생활은 그저 광대 짓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지나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쓱쓱 닦은 뒤 요양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결혼 후 어머니가 옮겨온 곳이었다.

어머니는 기억을 잃고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했지만, 지나윤은 오늘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

행복하길 바랐던 어머니에게 자신이 결국 이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엄마, 난 불효녀야.’

어둠이 내린 후, 요양병원에서 나온 그녀는 곧장 가까운 법률사무소로 향했다.

A시의 저녁 불빛이 하나둘 켜지자 도시는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그 시각, 집으로 돌아온 유시진은 어둠에 휩싸인 채 조용한 집 안의 전등을 켰다.

한약 봉투와 핑크 장미 한 다발만 현관에 놓여 있었고, 집안에는 따뜻한 밥 냄새도, 누구의 기척도 없었다.

그리고 지나윤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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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34화

    청주묘지.오늘은 날씨가 꽤 좋은 데다가 높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공기까지 선선했다.장우영은 차를 산 아래에 세워두었다.적어도 오늘만큼은 유시진이 지난번처럼 묘비 앞에서 비를 맞다가 쓰러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도 혹시 몰라 함께 올라가려 했지만 유시진은 그걸 막았다.물론 장우영 역시 어느 정도 예상했다.유시진은 혼자 계단을 따라 천천히 산을 올랐다.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계단이었고, 발에는 천근짜리 쇳덩이라도 매달린 것처럼 걸음이 무거웠다.그리고 마침내 유시진은 목적지 앞에 도착했다.지나윤 묘비였지만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묘비에 새겨진 글자가 몇 자 더 늘어나 있었다.[유시진의 아내]유시진은 천천히 몸을 숙이고는 손끝으로 그 글자를 아주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여보, 나 왔어.”목소리는 아주 낮고 부드러웠고, 그 안에는 허스키한 느낌까지 섞여 있었다.지나윤 묘비는 새롭게 변해 있었다.글자가 추가됐을 뿐 아니라 받침대 아래에는 서랍식 추모함까지 만들어져 있었다.유시진은 서랍을 열어 안에 있던 향을 꺼냈고 향 세 개에 불을 붙였다.이후. 양복 안주머니에서 빨간 벨벳 상자를 하나 꺼냈다.“이건 너한테 주려고 했던 거야.”상자를 열자 안에는 붉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지나윤이 직접 디자인했던 비매품 반지였다.언젠가 지나윤이 다시 자신을 받아주게 되면 그때 건네주려고 했던 반지였다.“근데 너무 늦어버렸네.”씁쓸한 목소리가 끝에 가늘게 떨렸다.유시진은 반지 위 강렬하게 빛나는 붉은 다이아몬드를 바라봤다.희귀한 선명한 붉은빛이 햇살 아래 눈부시게 반짝였다.하지만 유시진 눈에는 그 붉은 다이아몬드가 마치 자기 심장에서 흘러내린 피처럼 보였다.유시진은 천천히 상자를 닫고는 그대로 묘비 아래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이후, 지나윤 묘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바닥은 차갑고 축축했지만 유시진은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원래는 자신이 이곳을 아주 싫어하게 될 줄 알았다.자기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33화

    지나윤 묘비 앞에 선 유시진은 가슴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아직 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느낌이었다.“원하던 대로 데려와 줬어요.”백이천은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끝내 떨리고 있었다.“난 이제 갈게요.”몸을 돌리려는 순간 유시진이 갑자기 백이천 멱살을 거칠게 움켜잡았다.“백이천 씨, 도대체 지나윤을 어떻게 지킨 거죠?”유시진 손등 위로 핏줄이 잔뜩 돋아났다.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고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마치 지나윤을 죽게 만든 사람이 백이천인 것처럼.“내가 의식 잃고 있는 동안 지나윤 곁에 남은 사람은 당신밖에 없었잖아요.”“근데 왜 퇴원하자마자 출장을 가게 둔 거예요? 왜 비행기 타는 걸 막지 않았는데요!”유시진 분노 섞인 추궁에도 백이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 역시 지금 유시진 분노는 단순한 화풀이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기뿐이니, 유시진 안에 쌓인 절망과 슬픔도 결국 자신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머리 위 하늘은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천둥이 크게 울렸다.그리고 백이천이 묘지를 떠나자 끝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유시진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체이호 별장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침대 옆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누구세요?”입을 열고서야 유시진은 자기 목소리가 거의 갈라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허스키한 목소리는 원래 자기 목소리처럼 들리지도 않았다.“안녕하세요, 대표님. 전 새로 배정된 비서 채원빈이에요.”“새 비서요?”유시진 얼굴에 혼란이 스쳤다.“장우영은?”“내가 해고했어.”유태산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고 유시진은 그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유태산이 지금 자기 행동에 얼마나 화가 나 있고 또 얼마나 실망했는지.“장 비서 잘못 아니에요. 내가 혼자 가겠다고 한 거예요.”“시진아.”유태산 목소리가 날카롭게 내려앉았다.“넌 이제 막 퇴원한 몸으로 묘지 가서 비까지 맞고 쓰러졌어. 우리가 조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32화

    차는 거의 두 시간을 달린 끝에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다.백이천이 먼저 차에서 내렸고 유시진도 곧바로 뒤따라 내렸다.그리고 차에서 내린 순간 유시진은 눈앞 높게 솟은 입구 현판에 새겨진 글자를 똑똑히 보게 됐다.청주묘지.유시진 눈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곧바로 백이천을 돌아봤다.“왜 날 여기 데려온 거죠?”입을 여는 순간,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렸고,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하지만 백이천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유시진은 바로 따라가지 못했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계속 속삭이고 있었다.가지 말라고. 따라가면 절대 감당 못 할 걸 보게 될 거라고.그런데도 유시진은 결국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하늘은 이미 밤처럼 어두워져 있었고, 먹구름 사이에서는 희미한 천둥소리까지 들려오는 듯했다.최근 청주묘지는 차량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다.그래서 백이천은 유시진과 함께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돌계단은 마치 천국으로 이어지는 길 같았다.한참 뒤, 백이천이 한 묘비 앞에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그 뒤에 있던 유시진도 그 앞까지 올라왔다.아직 새것처럼 보이는 묘비 위에는 지나윤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지나윤 사진까지 붙어 있었다.그 순간,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한 유시진을 덮쳤다.‘나윤이 죽었어.’‘나윤이 죽었다고?’지금 눈앞에 벌여진 상황들 때문에 눈앞이 새까매졌고, 백이천이 급히 붙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쓰러졌을 정도였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나윤이 왜...”유시진은 백이천 손을 거칠게 뿌리쳤고, 충격으로 얼어붙은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만 가득했다.사실 백이천이 자신을 묘지로 데려왔을 때부터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이미 불길한 예감이 있었다.하지만 눈을 뜨고 병에서 회복된 사이, 지나윤이 이미 죽어버렸다는 현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말도 안 돼요. 이럴 리가 없잖아요. 설마...”유시진이 무슨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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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30화

    유시진이 침대에서 내려오려 하자 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히 달려와 막아섰다.하지만 유시진은 그대로 사람들을 밀쳐냈다.“대표님, 지금 움직이시면 안 돼요. 아직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셨어요.”의사와 간호사 만류는 유시진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막 의식을 되찾은 몸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쿵하는 소리와 함께 유시진 몸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의사와 간호사들은 황급히 유시진을 부축해 다시 침대로 옮겼고, 곧 일반 병실로 이동시켰다.병실 안에는 유태산과 양화영, 그리고 장우영이 와 있었는데 유희봉은 보이지 않았다.유시진은 창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 있었고, 의식은 맑아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했다.“시진아, 네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아냐?”유태산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이번 목숨은 정말 겨우 건진거야.”“그래, 시진아.”양화영도 옆에서 거들었다.“이제 더 이상 무리하면 안 돼. 몸부터 제대로 회복해야지.”두 사람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수록 유시진은 이유 모를 초조함에 휩싸였다.“아버지... 어머니...”유시진은 힘겹게 숨을 골랐다.“지나윤은요? 그 사람은 어떻게 됐어요?”의사 말로는 자신이 한 달 가까이 의식을 잃고 있었다고 했다.‘그 긴 시간 동안 지나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유시진 기억 속 마지막 장면에서 지나윤은 냉천강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적어도 자신만큼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 것이다.“말씀해 주세요.”유시진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지나윤 지금 어디 있어요?”유태산은 힘겹게 손을 들어 올리는 유시진을 바라봤고 눈빛은 서서히 차갑게 굳어갔다.“넌 지금 안정이 필요해. 남 일은 신경 쓰지 말고 몸부터 회복해.”“아버지...”“내 아들이 언제부터 사랑에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 된 거지?”유태산 목소리는 날카롭게 내려앉았다.“쉬라면 쉬어.”그 말을 남긴 채 유태산은 몸을 돌려 병실 밖으로 나갔고 양화영 역시 뒤따라 나갔다.그렇게 병실에는 유시진과 장우영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29화

    “네가 끝까지 시진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더라도 시진이만큼은 진심이었어.”유태산은 그렇게 말하며 지나윤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나는 시진의 아버지야. 더 이상 저 아이를 저렇게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의사 말로는 회복 상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깨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어.”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나윤 눈빛이 확 밝아졌다.원래 지나윤은 퇴원하기 전에 직접 의사를 찾아가 유시진 상태를 물어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전에 유태산에게 이곳으로 끌려온 상태였다.“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유시진이 깨어날 수 있다고요?”유태산은 지나윤 얼굴 위로 떠오른 안도와 기쁨을 바라보다가 비웃듯 웃었다.“이제 와서 그렇게 걱정하는 척하면 뭐가 달라져?”“저는...”“지나윤.”유태산 목소리가 갑자기 무거워졌다.“부탁이니까 시진이 좀 놔줘라.”그 말에 지나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네가 시진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면, 아니, 최소한 자기 목숨 걸고 널 살려준 걸 생각해서라도 제발 시진이 좀 놔줘.”유태산 말투는 점점 빨라졌다.처음의 부탁은 어느새 원망 섞인 질책으로 변해 있었다.지나윤은 천천히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무의식적으로 손은 배 위에 올라갔다.“부회장님.”다시 눈을 떴을 때 지나윤 얼굴과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그냥 직접 하세요.”지나윤은 이미 알고 있었다.앞에 했던 모든 말은 결국 본론을 꺼내기 위한 밑밥이었다는 걸.더 이상 유태산과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다.유태산은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천천히 말했다.“나는 원래 운명 같은 거 안 믿던 사람이야. 근데 지금은 진심으로 믿어. 너랑 시진이는 서로 상극인 것 같아.”지나윤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네가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야.”“하지만 시진이가 너랑 얽히기 시작한 뒤부터 계속 사고만 났어. 입원하고 다치고 지금은 생사조차 장담 못 하는 상황이 됐지.”“어쩌면 너희 둘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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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우영에게 한약을 건넨 뒤, 지나윤은 차를 몰아 신월 팰리스로 향했다.지나윤은 박시현과 약속이 있었는데 결혼식에 사용할 액세서리를 전달하기로 한 약속이었다.신월 팰리스는 지나윤에게 낯선 곳이었고 이번이 처음 방문이었다.박시현은 메시지로 결혼 준비로 바빠 직접 가지 못하니 조수를 보내 두겠다고 했다.오후 2시에 3동으로 오면 된다는 말도 함께였다.지나윤은 경비원에게 길을 물은 뒤,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며 3동을 찾기 시작했다.“나윤 씨.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이름을 불렀다.지나윤은 소리를 따라 돌아섰고, 커다랗게 뜬 눈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02화

    오늘 지나윤은 병원에서 유시진을 보았는데, 남자는 유희봉의 퇴원 절차를 밟기 위해 병원에 왔다.유희봉의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고, 의사는 내일 퇴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며 오늘 미리 절차를 진행해도 된다고 했다.“고마워.”병실 밖 복도에 서서, 유시진은 먼저 지나윤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지나윤은 고개를 들어 유시진을 바라보았다.고작 2주 정도 못 봤을 뿐인데, 유시진은 눈에 띄게 수척해 보였다.유시진은 원래 위장이 좋지 않았다.셀레스트 매드와 협력해 진행 중인 신규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히며 큰 압박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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