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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화

“네가 말해봐, 왜 이렇게 차이가 큰 거야?”

“내가 봤을 땐, 고의로 먼저 허접한 걸로 밑밥을 깔아 놨다가, 다시 조동의 저 어마무시한 선물을 더 돋보이게 하려는 수법인거 같아.”

“일리가 있어, 이번엔 완전 망한 듯.”

조동은 득의양양한 얼굴을 한 채 열쇠를 도로 상자에 넣어 사회자에게 건네주었다.

사회자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제일 가운데에 위치시켰다. 조동의 선물은 가장 작았지만, 그 선물의 값어치는 가장 꼭대기에 있었다.

조동은 자리로 돌아와, 거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정 어르신, 제 선물 어떤가요?”

정계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하하, 왜 그러십니까, 어르신께선 항상 저와 겨루기를 좋아하던 거 아니었나요?”

“이번에도 저와 어떻게 겨룰지 지켜보죠. 하지만 제가 명백하게 알려드리는데, 이번에 돌아가면 저는 분명 부주임이 되어있을 거고, 당신은 빠르게 물러나게 될 겁니다.”

“당신은 당신네 쓸모 없는 사위와 똑 같은 길을 걷는군요. 이런 말이 있죠? 한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면, 같은 집 대문을 드나들지 않는다고. 하하하하.”

조동의 조롱을 듣고도 정계산은 한 마디의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처참히 패배한 것이다.

인파 속.

정몽연은 아빠가 이토록 수모를 겪는 걸 보고 화가 치밀어 올라 조동에게 뺨을 세게 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때, 강책이 그녀의 손을 붙들며 말했다.

“화내지 않아도 돼.”

“화내지 않아도 된다고?”

정몽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쓰레기 같은 놈이 아빠한테 어떻게 대하는지 보고도 그래?”

하지만 강책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내가 어릿광대의 공연을 보는 걸 좋아한다고 했던 말 아직도 기억해?”

“무슨 뜻이야?”

“간단해, 조동은 얼마 안 있어 벌벌 길거야.”

정몽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 사람은 저택을 선물했고, 우리 아빠는 천원짜리 술 6병을 선물했어. 조동은 책임자의 환심을 살 거고, 계속해서 위로 올라갈 거야. 하지만 우리 아빠는? 이걸로 직장에서 잘릴 수도 있는 마당에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부터 걱정해야 해. 근데 조동이 벌벌 길거라고? 무슨 근거로?”

그러자 강책이 웃으며 대답했다.

“조동이 대저택을 선물해 줬으니 화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지. 너무 어리석은 짓이야.”

“당최 무슨 말이야?”

“기다려 봐, 이제 어릿광대의 연기는 끝나고, 메인 연극이 펼쳐질 거니까.”

곧 모든 사람들이 선물을 전달해주었다.

대다수 사람들의 선물은 모두 매우 비싸며 천만 단위부터 몇 천만 원까지 호가했지만, 조동의 호화로운 저택 앞에서는 껌값일뿐이었다.

이번 우승자는 단연코 조동이라고 누구나 인정할 정도였다.

“총책임자분께 성의를 보이시느라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은 제가 꼭 전달할테니 걱정 마십시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군중 속에서 강책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를 곧바로 끊은 뒤 문자 한 통을 발송하곤 계속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몇 분 뒤, 목양일이 다시 걸어나왔다.

사회자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뭐 다른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러자 목양일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들께서 총책임자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성의를 보내신 것을 뒤에서 듣고 한 번 보러 왔습니다.”

“내빈분들의 성의는 모두 여기 있으니, 편하게 보시지요.”

사회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목양일은 선물 구역을 향해 걸어갔다.

목양일은 아무렇게나 한 번 선물들을 훑더니, 단상의 구석진 곳에서 양준 가게의 술 여섯 병을 보더니 눈길이 멈춰섰다.

그가 다가가 허리를 구부려 상자를 주웠다.

“이것도 선물인가요?”

진행자가 비웃듯 말했다.

“맞습니다, 정계산의 성의지요.”

사람들은 정계산을 향해 비웃는 눈길을 보냈고, 정계산은 수치스러워하며 팔에 머리를 묻어 얼굴을 내밀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그 때, 목양일이 술병의 뚜껑을 홱 비틀어 고개를 젖혀 병째로 들고 마셨다.

“그래, 이 맛이야, 역시!”

사람들은 천 원 밖에 안하는 술을 어떻게 저렇게 맛깔나게 마실 수 있는지 의아해하며 그의 행동에 모두 당황해했다.

그가 몸을 일으켜 6병의 술을 번쩍 치켜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의 선물을 모두 다 보았지만, 총 책임자님께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건 이 6병의 양준 가게의 오래된 술입니다!”

장내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정계산마저 상황파악을 하지 못 하며, 귀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사람들의 반응과 함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회자도 놀라서 물었다.

“지금 농담하시는 건 아니죠? 이 술은 한 병에 천 원짜리 이인데, 어떻게 다른 선물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있습니까?”

목양일은 손에 들린 술을 마치 연인을 보듯 바라보았다.

“여러분들은, 이해 못합니다.”

“우리 서경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내걸고, 매일 잠과의 사투를 벌이는데, 술 한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귀하죠.”

“이 양준 가게의 술은 서경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독하고 맛있는 술이죠, 우리 서경의 전사들이 제일 아끼는 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술을 마시며 마음을 달래고, 적을 물리치며, 가정과 나라를 지킵니다. 이것은 단지 술이 아닌 우리의 형제고, 우리의 연인입니다!”

격한 어조의 말들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짧은 감탄과 동시에 박수가 터져 나오며 전사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했다.

목양일은 다시 한 번 술을 치켜 들며 말했다.

“그러니, 이 양준 가게의 술을 고르신 분이 승자인게 당연한 도리이죠!”

사회자의 안색이 좋지 않았고, 그럴만도 한 게 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계산을 조롱하며 그의 선물을 땅에 내팽개쳤다.

그가 어색한 얼굴을 한 채로 말했다.

“맞습니다, 이렇게 귀한 술이 당연 최고의 선물이지요. 정계산은 일가견이 있고, 이해심이 많으며 서경 전사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진정한 우리의 동반자 아니겠습니까, 모두 정계산을 위해 열렬한 박수를 보냅시다!”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쳤고, 특히나 방금 전 정계산을 비아냥거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계산에게 뒤통수를 맞을까 봐 더욱 열심히 박수를 쳤다.

“나는 진작에 이 분이 남의 밑에서 일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봤지.”

“전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돈 같은 속물로 예의를 차리지 않는 게 너무 대장부답다.”

“정계산, 너무 좋은 사람 같아.”

사람들은 모두 똑같다. 사람이 넘어지면 그를 짓밟지만, 그가 우뚝 솟아 있으면 또 모두 그를 우러러본다.

불과 10여분 만에 정계산은 희비가 엇갈리는 경험을 했다.

그가 사람들을 향해 묵례를 했고, 입은 다물어 지지 않아 이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깨끗이 사라졌다.

인파 속.

강책은 아직도 충격에 빠진 정몽연을 보곤 웃으며 말했다.

“어때, 내 추천이 꽤 괜찮지?”

정몽연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이네.”

“하하.”

강책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따.

“그럼 내가 쥐 한 번 더 잡아볼게. 기다려 봐, 조동 저 ‘인간 쓰레기’가 어떻게 나락으로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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