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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화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하며 서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수라군신? 이게 무슨 직위야?

당문호는 헛기침을 하곤 말했다.

"서경 쪽 상황은 내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계급에 대해서는 훤히 알고 있는데, 수라군신 같은 계급 따위는 없어. 그만 꾸며내지."

사람들은 그제서야 속이 시원하게 풀린 듯했다

"꾸며낸 거였군, 어쩐지 들어본 적이 없더라니."

"꾸며내도 있을 듯이 좀 꾸며내지."

"문호도 모르는 계급이면 분명 존재하지 않는 걸 거야."

사람들의 수군댐이 계속해서 들려오자, 정몽연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강책은 오히려 덤덤하게 말했다.

"당신이 듣지 못한 건,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겠죠."

"......"

현장은 순식간에 요란스럽게 변했고, 사람들은 얼이 빠져 강책을 바라보았다.

쟤가 단단히 미쳤구나,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걸 보니.

당문호는 동쪽 전장의 부총령이었고, 정 씨 가문의 실세인 정종 조차도 그에게 굽신거리는 신세였다.

그런데 강책은 감히 당문호가 자기를 모른다고 한 것을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라고 하다니, 그 말 인 즉슨 그가 당문호보다 더 위에 있다는 말이 아닌가?

현장은 잠시 조용해지더니, 이내 폭소가 터졌다.

정봉성은 강책을 가리키며 말했다.

“동생아, 제발 이 진상 좀 데려가 줄 수 없겠냐? 얘가 여기서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게 정말 맞다고 생각해?”

당문호 역시도 강책을 하찮게 여겼다.

“신분이 낮은데도 사리분별 없이 자신을 증명해내려는 사람들이 있지, 그저 조롱거리만 될 뿐인데 말이야.”

“네가 비천한 걸로 너를 깔보진 않을텐데, 너의 그 염치없음이 역겹기 그지없군.”

“비켜, 네가 여기 서 있는 걸 보기만 해도 입맛이 떨어진다.”

정봉성은 곧 말을 이어갔다.

“폐물 같으니라고, 못 들었어? 형부가 꺼지라잖아.”

현장에는 어색함이 감돌았다.

그러자 정종은 정몽연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몽연아, 구석 테이블에 가서 밥 먹으라고 하거라.”

“알겠어요, 할아버지.”

정몽연은 몸을 일으켜 강책의 팔목을 잡았다. 그녀는 입을 꾹 깨물고 강책을 끌고 현장을 떠났고, 구석에 위치한 자리로 데려갔다.

강책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밥을 먹었다.

“지금 밥이 넘어가?”

정몽연은 그에게 쏘아붙이듯 한 마디를 건넸다.

“난 하도 열이 받아서 배부른데, 넌 아무 관계도 없다는 듯이 먹기나 하고 있고. 강책, 넌 수치라는 두 글자의 말 뜻을 알기나 해?”

강책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진실은 거짓이 될 수 없고, 거짓은 진실이 될 수 없어.”

“무슨 말이야?”

“곧 있으면 알게 될 거야.”

메인 테이블.

정종이 당문호에게 물었다.

“문호야, 오늘 내가 너에게 가르침을 청할 것이 있다.”

당문호는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님 너무 격식 차리지 마십시오, 청하다니요?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분명 새로 오는 관리에 대한 일이죠?”

“그래 그래, 문호 네가 맞았다.”

당문호가 대답했다.

“이번 세 구역의 통합은 예삿일이 아니죠. 그 책임자의 자리는 득이 많고, 실도 많습니다.”

“어떻게지?”

“간단합니다. 세 구역의 총 책임자로서 모든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데, 잘만 처리하면 각종 이익을 마구잡이로 챙기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문제는 원래 있던 부원들이 그렇게 하게 놔둘까요? 정부측, 상업계, 지방의 수많은 세력들을 조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새로 온 총 책임자는 반드시 기선제압을 해야하죠.”

정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너는 새로 온 책임자가 누군지 아니?”

“모릅니다.”

“너도 모른다고?”

당문호는 난처한 듯 대답했다.

“당연하지요, 제 직급은 그 사람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재까지 얻을 수 있었던 유일한 단서는 이 총책임자가 서경 출신이라는 겁니다.

서경?

정종은 자기도 모르게 구석 테이블에 있던 강책에게로 눈이 돌아갔고, 하지만 이내 자신에게 어이없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문호야, 이 일에 무조건 신경을 써야 한다. 새 책임자가 오면 우리 정 가네 이익 좀 많이 벌어달라고 해야 할텐데. 세 구역을 합치면 이득 볼 곳이 너무 많아서 아무거나 주워와도 우리 정씨네 식구들은 먹고 살만 할 거다. “

당문호는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더니 대답했다.

“염려 마십시오, 정 가의 일은 저 당문호의 일이나 마찬가지니,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신경을 써야죠. 며칠 뒤면 새로운 책임자가 부임하는데, 제가 직접 마중을 나갈 겁니다. 그때 그 앞에서 정씨네 대신 덕담을 몇 마디 나누면 뭐라도 있지 않겠습니까?”

“허허, 그럼 정말 고맙지.”

“아이고 할아버님, 아닙니다.”

“자, 술 좀 들게.”

“예!”

잔을 권하는 사이, 검은 롤스로이스 3대가 문 앞으로 왔고, 절대 보통사람들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한껏 위엄을 풍기며 나타나는 거지?

정종은 당문호와 눈을 한 번 마주치더니, 이내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3대의 롤스로이스의 문이 열리고, 군복 차림의 남성 몇 명이 차에서 내려 세 대의 차량마다 커다란 우승기를 꺼내 들었다.

첫 번째 남성이 바른 걸음으로 정종 앞에 다가와 군례를 했다.

“어르신, 저희는 어르신의 손녀 사위분께서 전역을 위해 훌륭한 공헌을 해 주신 것에 감사의 뜻으로 우승기를 전해드리러 온 전장의 사람들입니다.”

전장? 손녀 사위?

정종은 당연하다는 듯 당문호를 보며 말했다.

“문호야, 정말 뿌듯하구나. 위에서 사람을 보내 우승기를 전달하다니, 우리 정가네 체면이 이렇게나 서는구먼!”

“어……”

당문호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의 능력과 성과로는 우승기를 받을 자격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된 일인거지?

한 개의 깃발도 그는 감당할 수 없는데, 세 개라니.

팟, 팟, 팟, 세 개의 우승기가 차례로 펼쳐졌다.

첫 번째 우승기에는 “충간의담”이, 두 번째 우승기에는 ”백전백승”이, 세번 째에는 “명수청사”가 각각 세겨져 있었다.

이 세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 커서 보통 사람들이 감히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문호는 고사하고, 설령 그들 전역의 정통이라 할지라도, 이 중의 어느 한쪽 깃발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당문호는 자신이 무슨 특별한 공헌을 했기에 세 개의 우승기 표창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돌아가면 반드시 윗사람에게 잘 물어봐야 할 것이었다.

정조은 웃음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대단하구나, 문호야. 너는 정말 우리 정가네를 대신해 조상을 빛내는구나. 자 여기, 우승기를 사당에 걸어두도록!”

“네.”

우승기의 전달이 끝나자, 군인들은 차로 돌아가 훌쩍 떠나버렸다.

그러자 구석 테이블에서 우승기를 보고 있던 정몽연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큰언니는 정말 낭군님에게 시집을 갔네.”

그녀는 부러웠고, 또 질투났다.

어느 여자가 능력 있고 우수한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지금 정몽연의 마음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강책은 한 쪽에서 우승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허례허식은 딱 싫다고 말했는데 그래도 보내다니, 정말 지겹군.”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계속해서 음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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