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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문의 차이

作者: 장순혁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6 11:04:44

그대는 나와 함께 소파에 앉아

내가 그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테레비 속 축구를 보며 웃을 때에도

그대는 테레비 너머의 벽을 보았지

난 홀로 웃다가 괜히 멋쩍어서

그대에게 재밌지 않냐고 물었고

그대는 그 벽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대강의 대답으로 나의 질문을 넘겼지

나는 그러려니 했어

뭐, 누구에게는 테레비 속 축구보다

테레비 너머 벽이 더 흥미로울 수도 있으니까

그게 우리의 일상이었지

하지만 그날은 유독 심했어

우리가 함께 밥을 먹을 때도,

우리가 함께 커피를 마실 때도,

우리가 함께 침대에 누울 때까지도

그대는 그 벽만 바라보았잖아

그래도 나는 참으려 했어

우리의 대화가 단절되고

우리의 시선이 마주치지 않고

그대는 나와 생각을 맞추려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데도 참고, 또 참으려 했어

하지만 그대는 선을 넘어버렸지

나는 그대에게 도대체 왜 그러냐고 소리쳤고

그대는 조용히 떨면서 울었지

그리고는 말했어

저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냐고

나는 그게 뭐가 중요한 거냐고 조용히 물었지

또, 알고 싶냐고 물었어

그대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지

나는 테레비를 옆으로 밀고

더듬더듬 벽에 달린 손잡이를 찾았어

실은 벽이 아닌 커다란 문이었지

근데 고작 손잡이의 유무에 따라

벽과 문으로 나뉘는 것이라면

굳이 벽과 문에 차이를 둬야 할까?

아무튼 나는 벽인지 문인지를 열었고

그대는 그 안에 채워진 그대들을 보고 소리를 질렀지

나는 그대 전의 그대에게 사용한 망치를 들고

그대의 머리칼을 잡고 그 안으로 들어갔지

문을 닫고 보니

자그마한 구멍이 뚫려있네

그 구멍에 눈을 갖다 대보니

피 흘리는 그대가 보여

그래서 그대가 그랬나 봐

다음 그대를 위해 이 구멍은 메꿔야겠어

알려줘서 고마워

이제는 그대들이 되어버린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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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순혁 중 º 단편   등대 9

    김 선장 : “딸꾹, 안으로 들어와. 밖에 춥잖아.”나 :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있는 내게 김 선장이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한다.나는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김 선장은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이것저것 내게 묻는다.김 선장 : “추우면 담요, 딸꾹, 담요 줄까?아니면 뭐, 커피라도 마실래?그것도 아니면, 딸꾹, 차라도?”나 : “...”김 선장 : “아 필요 없구나, 그러면, 딸꾹, 쉬어.”한동안 말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배.나는 김 선장에게 묻는다.나 : “왜 이렇게 잘해주려고 하지?”김 선장 : “왜긴.. 딸꾹, 너 이현우 동생이라매. 그래서 그렇지, 뭐..”나 : “..이현우가 뭐라도 해줬어?”김 선장은 배를 자동운전으로 걸어놓고는내 앞에 마주 앉는다.자기 안대를 벗는다.안대 속에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눈조차도.다시 안대를 쓰는 김 선장.히히거리며 웃더니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김 선장 : “이현우를 태웠을 때, 그때, 딸꾹, 네 명이 더 있었거든?지금은 이유도 생각 안 나는데, 아무튼 그 네 명이랑 시비가 붙은 거야, 나랑.내가 옛날 같았으면 다 줘패버리는 건데, 히히, 너무 늙었나 봐, 딸꾹.그 새끼들 중 하나한테 맞아서 눈이 터져버렸어.그렇게 쓰러진 채 한참을 처맞고 있었는데, 니네 형이 빠루를 잡더니, 네 명을 진짜 개 패듯이 패버리더라고.딸꾹, 나야 뭐, 헤롱헤롱 거리고 있었는데, 니 형이 그 네 명을 다 죽여버리고 바다로 던져버렸어. 히히. 그리고 나를 보살펴줬지. 딸꾹, 니네 형 싸움 졸라 잘하더라, 딸꾹.”나 : “..형, 아니, 이현우가 싸움을 잘했다고?..사람들도 죽이고?”그럴 리가 없는데.형이 누구랑 싸웠다는 건,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데.그리고, 형이 사람을 죽였다고?김 선장 : “어, 그렇다니까. 응급조치도 해줘서 과다출혈로 죽진 않았지.이 안대는 말이야, 너네 형을 기억한다는 의미야. 딸꾹, 날 살

  • 장순혁 중 º 단편   등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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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순혁 중 º 단편   등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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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순혁 중 º 단편   등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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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순혁 중 º 단편   등대 5

    - 생선 창고 I남자를 따라 도착한 곳은 부둣가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한 생선 창고.남자는 창고의 자물쇠를 열고 들어간다.나도 남자를 따라 들어간다.창고 안에 들어서면,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한쪽 벽은 상자째 쌓여있는 생선.그 반대 벽에는 작은 책상과 의자들.남자가 문을 다시 닫는다.남자 : “이쪽으로.”남자는 책상으로 가서 앉는다.나는 책상 앞 의자에, 남자를 마주 보고 앉는다.남자는 책상 위의 공책을 들어 한참을 이리저리 넘겨본다.그러다 마침내 찾은 듯, 책상에 공책을 펼쳐 내려놓는다.내가 볼 수 있게 공책을 돌려준다.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 남자.담배와 라이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하얀 연기를 내뱉으며 동시에 말한다.남자 : “이연우.. 이현우 동생, 맞지?”나는 공책을 보며 대강 답한다.나 : “예.”공책에 적혀있는 건 내 신상정보다.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학력, 그리고 가족관계서.아버지, 사망.어머니, 사망....이상하다.가족관계서에 나는 외동으로 적혀있다.형이 적혀있지 않다.나 : “이거..”내 말을 끊고 남자는 묻는다.남자 : “여긴 어떻게 알고 왔지?”나 : “..여기로 오라던데요?”남자 : “누가?”나 : “전화 걸어보니까요.”나는 품속에서 너절한 서류를 꺼내 남자에게 건네준다.남자는 서류를 읽는다.난 책상 위의 담배를 집고 남자를 따라 담배를 피운다.남자는 그런 나를 흘깃, 바라봤다가 다시 서류에 눈을 돌린다.곧이어 서류를 내려놓고는남자 : “이상하네.”나 : “이상하긴 하지.그나저나 너는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뼛속까지 스며든 내 반골 기질.남자 : “꼬우면 너도 반말하고.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나 : “그렇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왜 내가 외동으로 적혀 있느냐야, 이 가족관계서에.”남자는 나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남자 : “형한테 아무 얘기도 못 들었냐?”나 : “그렇게 친하진 않았거든.”

  • 장순혁 중 º 단편   등대 4

    - 오천항오천항은 생각보다 한산했다.하긴, 생선잡이 배들은 모두 새벽이 되자마자 나갈 테니까.오후 한시인 지금은생선을 잡으러 나갈 시간도생선을 잡으러 나갔던 배가 돌아올 시간도 아닌 것은 분명했다.부둣가에는 나가지 못한 배들, 쌓인 생선들을 손질 중인 아줌마들, 손수레에 얼음을 옮기며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는 남자뿐이었다.그 와중에 홀로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오천항 끄트머리에멀거니 선 나.이곳저곳 고개를 돌려 둘러본다.그러나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등대지기 면접을 보러온 것 같은사람들도 하나 보이지 않는다.나 (생각) : ‘언제 온다는 거야?’그때 얼음을 옮기던 남자가 내 앞에서 넘어진다.수레에서 얼음이 요란스럽게 쏟아진다.남자는 중얼거린다.남자 : “에이씨, 진짜..”남자는 바닥의 얼음들을하나하나 줍기 시작하고,그 모습을 보던 나는남자를 도와 얼음을 수레에 담아준다.남자가 가늘게 웃으며 말한다.남자 : “아이고, 감사합니다.”나 : “별말씀을요.”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고 얼음을 집으려 할 때 남자가 내게 조용히 묻는다.남자 : “이름.”나 : “..예?”남자가 나를 보지도 않은 채얼음을 모으며 다시 묻는다.남자 : “이름.”나는 그런 남자를 바라본다.겉으로 보기에는 쓰러진 얼음을 요란스레 다시 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나는 이내 대답한다.나 : “..이연우요.”남자는 내 이름을 듣고잠시 동작을 멈춘다.이내 주변을 살펴보던 남자.수레에 도로 담은 얼음을 옆 바닷물에 쏟아버린다.바닥의 얼음들도 발로 쓸어 넣는다.나도 손에 쥐고 있던 얼음들을남자를 따라 바다에 집어 던진다.남자는 다시 손수레의 손잡이를 잡고, 남자 : “따라와.”남자는 조용히 말하고는, 뛰어가듯이 걷는다.나도 그런 남자의 뒷모습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남자의 장화 모양을 따라오천항 바닥에 발자국들이 새겨지고그 발자국들을나는 말없이 바라보며남자를 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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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가 사는 곳에서그롬이 사는 곳까지는말을 타고 달려도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그간 프레드는 몇 번이고그롬의 집으로 들이닥칠까,당장 그롬의 집으로 갈까,괴로워하며 일주일간 그롬의 답장을 기다렸다.상자를 다시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 프레드.꽉 상자를 닫은 채 서랍장 맨 위에 넣어놓았다.조지에게 편지를 부탁한 지딱 일주일 후,누군가 프레드의 집 문을 두드렸다.프레드는 지체 없이 문을 열었고,문 앞에는 조지가 웃으며 서 있었다.또 하나의 상자를 들고."선생님, 좋은 아침입니.."조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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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프레드는 심호흡을 하며상자를 다시 열었다."윽.."상자 속에서 악취가 나고 있었다.집을 뒤덮은 모닥불의 훈훈한 온기 때문에차갑게 배송되어 얼어있던 손가락이 녹아,손가락으로부터 흘러나온 검붉은 피가상자 바닥에 조금 고여있었다.프레드는 인상을 찡그리며손가락을 들어 올렸다.그러곤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어옆의 탁자에 올려두고프레드는 손가락을 자세히 살펴봤다.손가락은 벌써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다."물론 아니겠지만,혹시 그롬이 보낸 것이라면그롬의 가족 중 한 명의 손가락일 거야."프레드는 손가락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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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쾅쾅!쾅쾅쾅!벌컥!"누구십니.."잠을 자던 중이었던 듯잔뜩 짜증과 졸음이 가득한 얼굴을 내밀던 조지가프레드를 발견하자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아니, 프레드 선생님.이 밤중엔 어쩐 일이십니까?"프레드는 정신없이 대답했다."아, 미안하네. 자고 있었나?물론 자고 있었겠지. 시간이 시간이니까.미안하구만. 그래도 말이야,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늦춰졌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아니지, 어쩌면 벌어졌는지도..아니, 아니야.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조지는 횡설수설하는 프레드를걱정어린 눈으

  • 장순혁 중 º 단편   상자와 편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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