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쾅쾅쾅!
쾅쾅쾅! 벌컥! "누구십니.." 잠을 자던 중이었던 듯 잔뜩 짜증과 졸음이 가득한 얼굴을 내밀던 조지가 프레드를 발견하자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아니, 프레드 선생님. 이 밤중엔 어쩐 일이십니까?" 프레드는 정신없이 대답했다. "아, 미안하네. 자고 있었나? 물론 자고 있었겠지. 시간이 시간이니까. 미안하구만. 그래도 말이야, 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늦춰졌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아니지, 어쩌면 벌어졌는지도.. 아니, 아니야.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조지는 횡설수설하는 프레드를 걱정어린 눈으로 살펴보더니, "일단 들어오시겠어요, 선생님? 지금 많이 당황하신 것 같은데.." 그제야 프레드는 자기의 몸을 내려다봤다. 구겨진 잠옷, 채 팔도 넣지 못하고 두른 코트, 심지어 왼발은 구두, 오른발은 가죽신을 신고 있었다. "어, 미안하네. 후우. 아니야. 괜찮네. 난 괜찮아. 이 편지를 부탁하고 싶어서 말이야. 가능한 한 빨리 보내줬으면 싶은데." 프레드는 초조한 얼굴로 말했고, 조지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어쩌죠? 당장은 무리입니다. 간밤에 내린 눈 때문에 말들의 발이 다 얼었어요. 적어도 동틀 때까지는 마구간에서 말들 발을 녹여야 할 겁니다. 아무리 빨라도 오늘 아침에 출발할 수 있을 거예요." 프레드는 깊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조지에게 편지를 건네줬다. "최대한 빨리 부탁하네. 한시가 급한 일일세." 조지가 편지를 조심스레 받아 살피며 물었다. "그롬씨면.. 선생님의 친구분 아니십니까? 음.. 아! 오늘 선생님한테 전해드린 상자와 편지가 그롬 씨에게서 온 것들일 텐데.. 혹시 내용물이 부서졌다거나, 제가 잘못 전해드린 걸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 상자 안에.." 프레드는 아무 생각 없이 상자 속 손가락에 관해 말을 하려다 파뜩 입을 다물었다. 괜히 말을 덧붙여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네? 상자 안에.. 뭐 이상한 게 있었나요?" "아닐세. 아니야. 그롬 이 친구가 손녀딸 이름을 지어달라 보채서 그렇네. 빨리 보내달라고 편지로 재촉하더군. 그 친구는 성격이 불 앞의 기름 젖은 헝겊 같은 친구라 아마 편지를 보낸 순간부터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게 뻔해. 그러니 제발 빨리 배송해 주게. 이 밤중에 온건 다시 한번 사과하겠네. 미안하네." "아닙니다, 선생님. 그러실 수도 있지요, 뭐. 이 편지는 제가 책임지고 오늘 동이 트자마자 첫 번째 말에 실어 배송해 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나저나 정말 들어오지 않으셔도 괜찮으시겠어요? 날이 많이 추운데.." 프레드는 완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괜찮네. 나도 바로 집으로 돌아갈 거야. 자는 중에 방해해서 미안허이. 그럼 난 들어가 보겠네. 좋은 밤 되게." "예, 뭐..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남은 밤 좋게 보내겠습니다. 선생님,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조지의 넉살 좋은 미소가 문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프레드는 발길을 돌렸다. "집에 가서 상자를 제대로 살펴봐야겠군. 어떤 흔적이라도 나오면 좋으련만.." 엉망으로 걸친 옷들을 채 정돈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프레드는 집을 향해 뛰듯이 걷기 시작했다."자, 적셔."아이고, 또 어디서 그런 아저씨같은 말을 배워왔냐?"왜, 마음에 안들어? 그러면 또 내가 직접 생각해낸 멋들어진 건배사가 있지.자, 청춘은 바로.."언제적 청바지 건배사야. 그거 표절이다, 알아?"거참, 알면 좀 대충 넘어가지?꼬우면 니가 건배사하던가.하여튼 무슨 일을 하던 대안은 안 내고 불만만 잔뜩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니까.너 회사는 어떻게 다니냐?사회 생활은 어떻게 해?자, 내가 처음부터 천천히 알려줄게.먼저 건배사가 처음 시작된 역사부터 말하자면.."음..다시 생각해보니까 그 건배사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거짓말이야. 그딴 건배사 들을 바에 술 입에도 안대고 만다."에헤이. 굳이 고달프게 살아가려고 하네."술잔을 부딪치는 지솔과 다윤은평소 자주 오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는 과묵한 사장님과,잔잔히 들려오는 클래식한 재즈 음악,빔 프로젝터로 채워진 한쪽 벽에선 프리미어리그 축구가 틀어져 있는 곳.둘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한가득인 이곳.지솔과 다윤은 저녁이 되면 거의 매일 이 술집에서 술을 들이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오늘도 역시 둘은 과묵한 사장님과, 재즈 음악과, 프리미어리그 축구와 함께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고,벌써 텅 빈 소주병은 다섯 병을 넘어가고 있다."됐고, 쓸데없이 시끄럽게 굴지말고 이 언니 잔에 술이나 따라봐라.별자리는 처녀자리에,혈액형은 B형, MBTI는 INFP인 이 몸께서는술잔이 텅 비면 마음도 텅 빈 것같이 공허함을 느끼는 다분히 감상적인 사람이라서 말이지.벌써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는 게 체감이 되고있어.어서 내게 알코올을 수혈해줘..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도와줘!"보통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그걸 알코올 중독자라고 부른단다...근데 이거 다 먹었는데?"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 더요!"닦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고묵묵히 초록빛 소주병을 테이블에 두
- 에필로그지하실.듀크가 수술대 위의 규리를 내려다보며담배를 피운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듀크에게 다가온다.남자 : 누님, 진행할까요?듀크는 무감정한 얼굴로,듀크 : 어, 상하기 전에 가져다 줘야지.돈은 그 계좌로 받는다고 그래.남자와 같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의료 장비와 함께 들어온다.듀크는 말없이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밖으로 나간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그 뒤를 따른다.다른 방으로 들어온 듀크와 남자.듀크는 의자에 앉아, 다른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남자는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여준다.남자가 말을 꺼낸다.남자 : 사람들도 참..그 누님 대용으로 가져온 시체,시간이 없어서 이번엔 제대로 성형 시키지도 않았는데,대충 비슷하면 믿어버리네요.듀크는 담배를 피우며,듀크 : ..뭐, 늘 그랬지.자살하는 새끼들 중에 정상이 있겠어?그런 새끼들 모아다가 죽이는 건, 뭐..쉽지. 듀크는 담배를 바닥에 다시 버리고는,듀크 : 자, 이제 어디로 가볼까..남자 : 저.. 근데, 누님.듀크 : 왜.남자 : 그.. 손님 중에 한 분이.. 손가락을 좀 달라는 데요?듀크 : 손가락?남자 : 네. 듀크 : 왜?남자 : 뭐라더라.. 자기 손가락이 아프다 그랬나..?그래서 먹을 거라고요..듀크 : 근데 왜 남의 손가락을 먹어?아니다, 됐다. 우리 고객 중에 제정신인 새끼가 있겠냐.남의 장기 떼다가 지 가족들 몸에 갈아 끼우는 거 자체가제정신인 새끼들이 할 짓은 아니지.그냥 돈 들어오면 잘라서 바로 보내줘.남자 : 네.남자가 방을 나가고,듀크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듀크 : ...장면이 끝이 난다.
- 규리일리야가 그런 오카를 바라보며 말한다.일리야 : 자살할 거라는 새끼들 모아다가,납치해서 장기 떼서 파는 게 흔한 일이 아닌 것 같아?존나 흔해, 씨발련아!나도 그런 적 존나 많고, 어!내가 씨발 니들 장기 팔려고 일부러 모아 놨잖아?정확히 이렇게 했을 거야, 알아?저 새끼들처럼 이렇게 우릴 가둬 놓고,천천히 한 명씩 데리고 내려와서 팔았을 거라고!여기 걸린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거? 없어. 없다고!이렇게 발버둥치면 우리는 더 옭아매이는 거야, 밧줄에.우린 이미 올가미에 걸린 거라고!지금 이 상태의 우리를 밖에 있는 새끼들은 뭐라고 부르게?묘목이라고 불러.왜냐고? 곧 있으면 장기 다 털려서 통나무가 될 거니까!그러니까 지랄 멈추고 니가 믿는 신한테 빌기나 해.우린 좆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어!오카 : 이 씨발새끼가!오카가 규리를 뿌리치고 다시 일리야에게 달려든다.일리야도 지지 않고 오카에게 맞선다.서로의 목을 조르는 오카와 일리야.규리의 절규만 방안에 맴돈다.규리 : 그만.. 그만하세요.. 제발!그때,사아아소리와 함께 하얀 가스가 조명 속에서 나온다.가스가 방 안을 뒤덮고,일리야와 오카, 규리가 모두 쓰러진다.의식을 잃은 규리의 저편으로문이 열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어쩌면..규리 : 으음..규리가 눈을 뜬다.간신히 일어나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아무도 없다.일리야도, 오카도.이 방 안엔 규리 혼자만 남았다.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는 규리.마치 아무 일도, 아무 것도 없던 것처럼깨끗하게 정돈된 방 안.군터가 부숴버린 의자들도,일리야가 베고 자던 의자 조각도,오카가 뒤집어 엎은 장롱도 모두,원래대로 돌아와 있다.그 누구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규리는 머리를 감싸안는다.이젠 아무도 없다, 규리를 제외하고는.아무도.무거운 정적을 뚫고 규리가 혼잣말을 시작한다.규리 : 나는요..왜 여기 왔냐면..규리의 얼굴에 말없이 눈물 방울들이 흐른다.규리 : 아빠는
- 힌트?다시 밤이 온다.검디검은 창밖.규리는 창문 아래에 주저앉아,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이젠 오카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허공을 차지한 침묵.문득 규리의 눈에 창밖 거미가 보인다.공허하게 거미를 바라보던 규리.창문에 붙어있던 거미가 집을 짓기 시작한다.창문과 건물 옥상 사이를 거미줄로 연결한다.창문과.. 건물 옥상.. 사이를..?규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확실하다.거미가 창문의 밖에서, 창문과 건물 옥상 사이에 줄을 잇고 집을 만들고 있다.규리 : 오.. 오카 님.오카는 무기력하게 답한다.오카 : 네.규리 : 창 밖에 거미가..오카 : 거미가 왜요.거미 처음 봐요?규리 : 아니, 그게 아니라..거미가..오카가 짜증을 내며 일어나 규리에게 온다.오카 : 뭔 소리에요, 대체.규리를 따라 창밖을 내다보는 오카.규리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검은 거미가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이 오카의 눈에도 보인다.오카 : 거미도 집은 지어야죠, 먹고 살려면, 이게 뭐 중요..오카가 말을 잇지 못한다.분명히 창문과 건물 옥상 사이에 줄을 이어 집을 짓고있다.규리 : 이거 혹시..오카가 말을 잇는다.오카 : ..모니터네요.모니터.. 화면..창밖의 풍경은 진짜가 아니었다.창문과 아주 가깝게 붙어있는 커다란 모니터 화면이었다.오카가 허탈하게 웃는다.오카 : 허.. 아예 처음부터 작정을 한 거였네..갖고 놀다 죽이기로..하.. 하하.. 하하하하!오카가 창문을 주먹으로 세게 친다.쾅쾅쾅오카의 주먹이 깨져 피가 흐르지만,창문에는 자그마한 실금도 가지 않는다.오카가 미친 듯이 웃으며 방안을 돌아다닌다.오카 : 하하하! 하하!소파를 뒤집어 엎고,옷방 장롱을 쓰러뜨리고,화장실 세면대, 거울, 가리지 않고 모조리 부수려 한다.하지만 무엇도 부숴지지 않고,오카의 두 주먹은 찢어져 피가 넘실댄다.- 갈등한참을 방황하던 오카가 자고있는 일리야에게 향한다.일리야를 걷어차는 오카.일
- 절망사아아무언가, 연기가 나오는 소리였다.확실히.오카가 다급하게 방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소파의 냄새도 맡아보고,창문 커튼의 냄새도 맡아본다.그러나 향긋한 꽃 내음만 난다.무언가 굉장히 인공적인.분명 아는 냄새인데?눈을 감고 생각에 집중하던 오카.오카가 다시 커튼에 코를 박고 냄새를 들이마신다.알았다.페브리즈다.페브리즈 에어 다우니 향.오카가 허탈하게 웃는다.오카 : 하.. 하하.. 이 씨발..울음을 그친 규리가 묻는다.규리 : 왜요? 뭐가.. 뭐가요?오카 : ..아마도, 가스에요.수면 가스..그동안 우리를 강제로 재운 거에요.그리고 페브리즈까지 뿌려서 냄새를 없앴네.오카의 말에 규리가 소스라치게 놀란다.규리 : 가스요?어떻게..오카 : 어딘가에 있겠죠, 이 방안 어딘가에..카메라도 못 찾았는데, 어떻게 가스가 나오는 곳까지 찾지..?..이 씨발 진짜..오카가 벽을 주먹으로 쿵쿵, 내리친다.오카 : 하.. 우리를 계속 보다가,우리가 잠 들면 한명씩 꺼내가고,잠에 안 들면 강제로 재워서 꺼내간다?씨발..오카가 저벅저벅 걸어가자고 있는 일리야를 걷어찬다.일리야 : 어우.. 뭡니까, 또.안 건드린다매요?오카는 다시 돌아서서오카 : 미안해요. 실수.일리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다시 잠에 드려 눈을 감는다.오카는 군터가 있던 소파에 풀썩, 주저앉는다.규리가 오카에게 묻는다.규리 : ..그러면 이제 어떡하죠, 우리?오카는 굳은 목소리로 말한다.오카 : ..모르겠네요.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그냥..일리야를 보던 오카가 울컥하며,오카 : 저 새끼처럼, 죽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요.규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듀크는 죽고, 일리야는 도움도 안되고, 군터는 사라졌다.오카와 규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더 이상은.절망하는 규리.그러나, 다시 일어난다.규리는 창밖을 향해 열심히 손짓하며 소리친다.규리 : 여기에요! 여기 사람이 갇혀있어요!도와주세요! 도와주세
- 오카..님..카 님..오카 님!누군가 오카를 흔들어 깨운다.오카 : 으응..?힘겹게 눈을 뜨는 오카.눈에 들어온 건,규리다.규리 : 오카 님!오카가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갖다 대며,오카 : 네.. 규리 님..왜요..?규리가 울면서 말한다.규리 : 군터 님이..군터 님이 사라지셨어요!오카가 규리를 밀치며 황급히 일어난다.군터가 온데간데 없이,듀크처럼 사라져버렸다.오카는 군터가 있던, 아니, 있었던,소파를 향해 뛰어가다시피 간다.차갑게 식은 소파, 마치 아무도 없었던 것 마냥.규리가 묻는다.규리 : 오카 님이 불침번 서신다고 하셨잖아요..졸리시면 저라도 깨우시지..잠들어버리시면 어떡해요!흑.. 흐흑..오카의 머리가 혼란스럽다.잠도 오지 않았고, 아니, 아예 졸리지도 않았다.오카는 분명히 창밖을 내다보며 서있었다.그러나 눈을 떠보니, 오카는 누워있고, 규리가 오카를 깨웠다.오카 : 이게 어떻게 된..규리가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규리 : 흐흑.. 흡.. 흑..오카가 짜증을 내며 말한다.오카 : 울지 좀 말아봐요!규리가 두 손으로 입을 막는다.오카는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쓴다.오카 : 분명히 서있었는데..갑자기 잠에 들어버렸다고..?그건 말도 안돼..침착하자.. 침착해..기억을 되짚는거야..분명히 창 밖을 보다가..으..그 때, 오카의 머릿속에 한 소리가 스쳐간다.'사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