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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옆집 남자

야한 옆집 남자

Von:  황치즈빵Abgeschlossen
Sprach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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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잘생긴 남자가 이사 온 이후로 내 방에는 자주 이런 소리가 들린다. 상황이 치열한 건 둘째 치고 한번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반나절은 걸린다. 목소리를 낮추라고 몇 번이나 벽을 두드렸지만 그럴수록 소리가 더 커질 줄이야. 나를 화나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지. 곧장 달려가서 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봐도 되는 건가 이걸? 내 입을 막겠다고 죽이지는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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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itel 1

제1화

욕실 안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온하준이 샤워를 하고 있었다.

새벽 세 시, 그는 막 돌아온 참이었다.

강지연은 욕실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에게 상의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조금 긴장했다. 이제 막 그에게 말하려는 이 일을, 그가 듣고 과연 동의해 줄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하던 찰나,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강지연은 귀를 기울여 한참을 듣고서야 그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챘다. 그가 스스로 욕구를 해결하고 있는 소리였다...

거칠게 섞인 숨소리와 억눌린 신음이 한 번 한 번, 무수한 망치질처럼 그녀 가슴을 촘촘하고도 강하게 내려쳤다.

아려 오는 통증이 파도처럼 번져 나갔고, 그녀는 그 아픔 속에 잠겨 허우적거리면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사실 오늘은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강지연과 온하준이 결혼한 지 다섯 해째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단 한 번도 부부 사이의 관계가 없었다. 알고 보니 그는 이렇게 혼자 해결할망정 그녀에게는 손가락 하나 대고 싶지 않았던 걸까?

온하준의 숨소리가 점점 더 가빠질수록, 그는 마치 극도로 억누르다 못해 터져 나오는 듯 낮게 소리를 뱉었다.

“하나야...”

그 한마디가 그녀에게 마지막 일격이 되어 내리꽂혔다.

강지연의 가슴속에서 쿵 하는 소리가 울렸고, 무언가가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아 울음을 터뜨리지 않도록 버텼다.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듯 뛰어가려 했다.

하지만 첫걸음을 내딛자마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세면대에 부딪혔고,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강지연?”

욕실 안에서 온하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숨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탓에 애써 목소리를 고르려 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거친 숨소리는 여전히 짙게 배어 있었다.

“나... 나 화장실 가려고 했어. 네가 샤워 중인 줄은 몰랐어...”

그녀는 서툰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허둥지둥 세면대를 붙잡고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마음이 급할수록 꼴은 더 우스꽝스러워졌다.

바닥에도, 세면대 위에도 물이 흥건했다. 그녀는 겨우 몸을 일으켰지만, 그 순간 온하준이 이미 나와 있었다. 서둘러 걸친 흰색 목욕가운은 제대로 여며지지도 않았고, 그럼에도 허리끈만은 단단히 동여맨 상태였다.

“넘어졌어? 내가 안아 줄게.”

온하준은 그녀를 안아 올리려는 듯 손을 뻗었다.

그녀는 통증 때문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만, 그럼에도 그의 손을 밀어냈다.

초라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나왔다.

“괜찮아, 나 혼자 일어날 수 있어.”

그 말 이후, 강지연은 또 한 번 미끄러질 뻔하며 비틀거리다가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겨우 침실 쪽으로 도망치듯 돌아갔다.

그래, ‘도망치다’는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온하준과 결혼한 이 5년 내내, 그녀는 늘 도망치고 있었다.

바깥 세계를 피해 도망치고,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피해 도망치고, 그리고 무엇보다 온하준의 동정과 연민을 피해 도망쳤다.

온하준의 아내가 절름발이라니...

절름발이가 어떻게 구름 위를 걷는 듯 반듯하고 빛나는, 커리어도 성공한 온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에게도 원래는 곧고 아름다운 다리가 있었다.

온하준도 곧바로 그녀를 따라 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

“많이 다쳤어? 어디 좀 보자.”

“아니, 괜찮아.”

그녀는 이불을 바짝 끌어당겨 몸을 감쌌다.

그 안에 조금 전 자신의 초라함까지 함께 꾹꾹 숨겨 넣었다.

“정말 괜찮아?”

온하준의 걱정은 진심처럼 들렸다.

“응.”

그녀는 그를 등진 채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그럼 자는 거야? 아까 화장실 간다고 하지 않았어?”

“이제는 또 안 가고 싶어졌어. 그냥 자자.”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맞다, 오늘 우리 기념일이잖아. 선물 하나 사 왔어. 내일 일어나서 열어 보고 마음에 드는지 봐.”

“응.”

선물은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이미 힐끗 본 터였다.

하지만 굳이 포장을 뜯어보지 않아도 알았다.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해마다 크기가 똑같은 상자,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도 늘 똑같은 시계 한 개였다.

서랍 속에는 생일 선물을 합쳐 이미 똑같은 시계가 아홉 개나 파묻혀 있었다. 이건 열 번째였다.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그는 불을 끄고 누웠다.

공기 속에는 샤워 후의 축축한 바디워시 향이 번져 있었지만, 그녀는 침대가 어느 쪽으로 꺼지는지조차 거의 느끼지 못했다.

2m짜리 큰 침대 위에서 그녀는 이쪽 끝에, 그는 저쪽 끝 가장자리에 누워 있었다. 둘 사이에는 사람을 세 명쯤 더 눕혀도 될 만큼의 거리가 있었다.

둘 중 누구도 “하나”라는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욕실에서 그가 방금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단 한마디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강지연은 꼼짝 없이 똑바로 누운 채 눈가가 화끈거릴 만큼 아려 왔다.

하나, 본명은 이하나. 그녀는 온하준의 대학 동기였고, 그의 첫사랑이자 여신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 이하나는 해외로 떠났고 둘은 결국 헤어졌다. 그때 온하준은 한동안 완전히 무너져 매일 술에만 기대어 살았다.

강지연과 그는 중학교 동창이었다.

그녀는 인정한다. 중학교 때부터 이미 그녀는 몰래 그를 좋아했었다.

그때 온하준은 학교에서 가장 잘생긴 남학생이었고, 차갑고 도도한 수재였다.

반면 그녀는 예체능 쪽이었다. 예쁘기는 했지만, 예쁜 아이는 어디에나 있었다.

성적이 전부인 고등학교 시절에 예체능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부류였고, 심지어 편견 어린 시선까지 따라붙었다.

그래서 그 마음은 언제나 그녀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남았다. 언젠가 자신의 발로 그 앞에 당당히 서게 될 줄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무용학원에서 집으로 방학을 보내러 돌아왔던 그녀는 마침 완전히 무너진 상태의 그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날 밤, 온하준 역시 잔뜩 취해 있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길 위를 S자 모양으로 헤매다가 신호를 보지도 않고 그대로 길을 건너려 했다.

마침 쏜살같이 달려오던 차 한 대가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강지연은 불안한 마음에 그의 뒤를 따라가다 마지막 순간 그를 밀쳐냈다.

밀려난 쪽은 그였고, 차에 치인 쪽은 그녀였다.

강지연은 무용 전공생이었다. 이미 대학교 진학이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 한 번의 교통사고로 그녀는 다리를 절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는 춤을 출 수 없게 되었다.

그 후로 온하준은 술을 끊고 그녀와 결혼했다.

그는 언제나 그녀에게 미안해했고, 언제나 그녀에게 감사해했고, 언제나 낮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대했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나 물처럼 차갑고 담담했다.

온하준은 강지연에게 수없이 많은 선물을 안겼고 넉넉한 돈도 쥐여 주었다. 하지만 오직 하나 사랑만은 주지 않았다.

그녀는 시간이 모든 것을 덮어 주리라 믿었다. 시간이 모든 상처를 둥글게 깎아 줄 거라고도 믿었다.

하지만 상상도 하지 못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여전히 ‘이하나’라는 이름을 그렇게 깊이 새기고 있었을 줄은. 심지어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 순간에도 부르던 이름이 여전히 그 이름일 줄은...

결국 바보 같고 순진한 쪽은 언제나 그녀였다.

강지연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휴대폰 속 메일 한 통을 이 긴 밤 동안 백 번은 넘게 열어본 것 같았다.

해외의 한 대학교에서 보내온, 그녀의 합격 통지 메일이었다. 그리고 그 메일이야말로, 오늘 밤 원래라면 그와 상의하려 했던 일이었다.

그녀가 해외로 유학을 가도 되는지, 가도 괜찮은지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굳이 그와 상의할 필요도 없게 된 것 같았다.

5년의 결혼 생활.

수없이 뒤척이며 보냈던 밤들.

마침내 이 순간부터 하나하나 끝을 세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온하준이 일어났을 때 강지연은 여전히 자는 척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바깥에서 그가 가정부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밤 약속이 있어서 늦을 거예요. 지연이한테는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라고 해 주세요.”

당부를 마친 그는 다시 침실로 돌아와 한 번 더 그녀를 살폈다.

강지연은 여전히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린 채 누워 있었고 눈물은 이미 베개를 흠뻑 적신 뒤였다.

평소 같으면 그가 회사에 나갈 때마다, 그녀는 미리 그가 입을 옷을 챙겨 두고 옆에 잘 정리해 두고는 했다. 그는 늘 그대로 입고 나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오늘, 강지연은 그러지 않았다.

온하준은 혼자서 옷방에 들어가 양복을 골라 입고, 그대로 회사를 향해 떠났다.

그제야 그녀는 눈을 떴다. 눈이 퉁퉁 부은 느낌이었다.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그녀가 스스로 맞춰 둔 시간이었다. 일어나 영어를 공부해야 할 시간.

결혼 이후, 다리 때문에 그녀는 하루의 90%를 집 안에서만 보냈다.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았고, 그저 하루를 잘게 잘라 매 시간마다 할 일을 억지로 만들어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알람을 끄고, 휴대폰을 들고 이것저것 앱을 무의미하게 넘겨 보기만 했다.

머릿속은 웅웅거리는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서 무엇을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SNS에서 문득 어떤 영상을 스치듯 보게 되었다.

화면 속 인물이 너무 익숙해 보였다.

계정을 다시 확인해 본 순간 적혀 있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HN]

‘이 빌어먹을 빅데이터...’

게시 시간은 바로 어젯밤이었다.

강지연은 그 영상을 눌러 재생했다.

경쾌한 음악이 먼저 들려왔고, 곧이어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셋! 하나야, 돌아온 거 환영해!”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온하준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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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Kapitel
제1화
“아가, 엄마가 사준 집이 마음에 들어?”대학 졸업 후 우리 엄마 이 여사님께서는 나에게 집 한 채를 사주었다.복층의 레이아웃은 마음에 들지만 방음이 좋지 않아 매일 밤 옆집의 움직임이 적나라하게 들렸다.밤새 일을 하느라 이미 피곤한 상태였는데 겨우 집에 와서도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 할 줄이야.못 참겠다, 도저히!“수도관 체크하러 왔습니다.”앱을 이용해 아저씨 목소리로 변조한 뒤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나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좀 조용해지나 싶더니 금세 다시 원점이었다.맞은 편에 사는 남자가 전생에 발정난 푸들이었던 건 아닌지 의심된다.이런 소음 공해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지금이 힘들게 출근해서 겨우 쉬는 시간인데.“가스 점검 나왔습니다.”다시 한번 똑같은 수법을 썼다.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자.상대는 짜증이 났는지 바로 와서 문을 열었다.현관문 렌즈 구멍으로 이 밤중에 자지 않고 미쳐 날뛰는 푸들 씨를 훔쳐봤다.오호, 제법 옷까지 챙겨입고 문을 여는 걸 보니 체면은 챙기고 싶나 보네?멀끔하게 생기고 금테 안경까지 썼는데 상대가 무척 화끈한 사람인가 봐.문을 닫자마자 또다시 소리가 울렸다.또 시작이다.형제님 참 대단하시네.집 밖에 나오는 걸 몇 번 본 적이 없는데 다음부터는 문 앞에서 콘돔이라도 팔아야 하나.저 사람 덕분에 부자가 될 것 같다.푸들 씨가 참 존경스러웠다. 이 속임수도 이젠 먹히지 않을 줄은 몰랐다.결국 엄마한테 영상통화를 걸어 불만을 털어놓았다.“엄마, 집은 좋아. 근데 옆집에 푸들이 살아.”전화기 너머 엄마는 의아해했다.“푸들이 산다고?”“응, 아침부터 밤까지 멈추지 않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못 믿겠으면 들어봐.”이 틈에 엄마한테 한껏 불쌍한 척을 했다. 집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번 기회에 인테리어를 다시 해볼까.엄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집을 살 때 두 번 정도 봤는데 걔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네. 참, 아저씨가 너 맞선 상대 찾았는데 만나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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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깜짝 놀라 덩달아 뒤를 돌아보았다.아무도 없는데? 문득 최근에 읽었던 서스펜스 소설이 떠올랐다.더러운 것에 씐 건 아니겠지?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남자가 더 무서워졌다.지나치게 탐닉하다가 몸이 허해서 귀신이 노린 걸까.아니면 왜 반나절 동안 말이 없지?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나.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문득 어디선가 순백의 새끼 고양이가 나타났다.고양이가 우아하게 걸어가자 앞에 있던 180 남자가 그대로 꿇었다.저주인 건가.이해는 안 되지만 우선 나도 무릎을 꿇었다.남자는 새끼 고양이를 껴안고 안타깝게 울었다.할 말을 잃었다.너무 울어 목소리가 갈라져 말을 못 했던 걸까.말하자마자 당장 계약을 파기하고 싶어질 정도였다.내내 그가 죽을 결심을 한 줄 알았는데 고양이가 몰래 집을 나간 것 때문이었다.윤성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쪽이 왜 여기 있습니까?”나는 머리를 긁적였다.“그쪽 옆집에 살아요. 며칠 늦게 돌아올 거예요.”아무 일 없으니 이만 가볼 생각이었다. 이런 낭패한 꼴은 못 본 척하는 게 예의니까.나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엄마가 부른 공사팀은 매우 신속하게 일주일 만에 집 전체에 방음 시설을 설치했다.회사 게임 사업부에서 나는 주로 인기 캐릭터의 대화 플롯을 편집한다.윤성과 계약한 후 회사에서는 캐릭터 프리뷰도 가장 먼저 공개했다.하지만 기대했던 칭찬이 아닌 내 대본 표절이 먼저 화제가 되었다.새집에서 포름알데히드를 들이마시던 난 어리둥절했다.내가 언제 표절을 했지? 왜 난 모르는 일일까.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열자 윤성이 착한 ‘딸’을 안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인터넷을 봤겠지.그를 집으로 들이자 역시나 첫 마디는 이러했다.“표절한 기사 봤어요?”“봤어요. 근데 난 장담컨대 표절 안 했어요.”“그쪽 믿어요. 회사에 연락해서 물어볼래요?”회사 홍보팀은 대체 뭐 하는 건지.먼저 나한테 전화하지도 않고 내가 전화를 걸어도 못 들은 척 받지 않는다.나는 무기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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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마음속으로 조용히 내 피규어에게 애도했다. 아가, 널 희생해도 내 명성을 되찾으면 돼.전에 회사에 보냈던 이력서를 살펴보니 역시나 이 이메일에서 겹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전에 입사할 땐 내 제안서에 콧방귀를 뀌더니 이젠 내 걸 그대로 가져다 썼다....윤성은 나에게 돈으로 배상해 주고 내 상사에게 연락해서 모든 증거를 종합해 주었다.회사 홍보팀도 재촉에 시달렸는지 그제야 서둘러 해명을 하고 상대 회사를 표절로 고소했다.진 과장이 단톡방에서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곧 새로운 캐릭터 테스트를 공개할 예정인데 고생하기 싫은 낙하산은 당장 그만둬요.]모두의 노력이 담긴 성과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내가 해결하니 또 비꼬면서 말한다.어쩌겠나, 나보다 지위가 높은 걸. 쓸모없는 것.그저 속으로만 욕을 퍼부을 뿐이다. 이번에 내 쪽에 문제가 생길 게 뭐람.근데 진 과장은 왜 우리 팀에 낙하산을 보낸 걸까.안경을 끼고 수줍어 보이는 남자가 나와 윤성이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아주 적극적으로 윤성에게 물을 건네고 옷도 들어주며 걸상도 건네는 걸 보아 말 잘 듣는 낙하산인 것 같다.윤성은 감기 때문에 요 며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녹음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오늘은 이 정도만 하자고 했는데 낙하산이 절대 안 된다며 몇 번이고 다시 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분명 작업 일정이 충분한데 그는 계속 밀어붙였다.꼭 윤성을 스튜디오에 붙잡아둬야 하는 것처럼.일이 잘 안 풀리자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복도로 나가서 창밖을 바라보았다.세상에, 이 외딴 녹음 스튜디오 아래에 이렇게 많은 차가 주차된 건 처음 본다.빽빽이 들어찬 사람들이 수두룩하다.스튜디오로 돌아가서 윤성에게 휴대폰을 보라고 신호를 보냈다.그는 보고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진 과장이 윤성의 외모를 이용해 제대로 화제를 끌어올 생각인 것 같다.지금 몰래 빠져나가지 않으면 나중에 기자들이 몰려올 거고 그가 인기를 끈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우리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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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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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들이 들어온 후 문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나에게 달려드는 여자는 없었다.나 때문에 푸들 씨랑 헤어진 걸까?남자가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딸랑구’를 데리고 따지러 온 걸까.“문 앞에서 뭐 해요?”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소파에 착석했고 고양이는 큰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떠나간 자기 엄마를 데려오라는 듯이.“저, 윤성 씨, 제가 해결할게요. 여자 친구분께는 제가 직접 찾아가서 사과할게요. 절대 일부러 화제성을 위해 조작한 건 아니에요.”남자는 당황한 듯 머리를 말리던 손을 멈칫하며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내가 너무 성의가 없었나?“아니면 지금 당장 그분께 전화해서 이번 일 다 설명할게요.”남자가 한층 더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니면 원하는 걸 말씀하세요. 최대한 들어드릴게요.”남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아뇨, 제가 언제 여자 친구가 있었는지 의아해서요. 제 주변 사람들을 다 생각해 봤는데 최근에 만난 여자는 그쪽밖에 없어요.”민망한 상황이다.그러면 그동안 밤에 들렸던 소리는 뭔가. 내 착각이었나.하지만 문 앞에 걸린 연꽃 그림도 아직 떼어내지 않았는데.이번엔 내가 침묵했다.머릿속에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올랐다.설마 남자 친구인가?푸들 씨가 바닥에 있는 고양이를 들어 올리며 털을 쓰다듬었다.“왜 나한테 여자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요?”차라리 내가 고양이가 되어 저 담요를 냅다 긁고 싶었다.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까.“머리카락을 보니 여자 친구가 있는 것 같아서요.”당신이 내는 앓는 소리 때문이라고 어떻게 말하나.상대의 얼굴은 태연한데 오히려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저희 쪽 해명이 필요한지 물어보려고 왔어요.”진지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그의 젖은 눈동자는 숲속의 사슴처럼 맑고 무해해 보였다.이 청순한 남자가 그 유명한 윤성이라니.“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해명할 필요는 없죠. 하지만 그쪽 얼굴이 공개되는 걸 막지는 못했어요. 미안해요.”“우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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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집으로 돌아와 우아한 몸짓으로 물건을 망가뜨리는 고양이를 보며 새로 산 커튼에 조용히 애도했다.남의 집 자식인데 때릴 수도 없으니 집을 버려야지.휴대폰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내가 올린 입장문에 대해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나에 대한 악플이 쇄도하고 있었다.고소장으로도 이 상황을 마무리 지을 수 없다니.적당히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파렴치하게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필요는 없지.내가 돈과 힘으로 편법을 쓴다며?그렇다면 제대로 보여주지.서남일이 이번 일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건 잘 알았다.그렇다면 어떻게 진 과장 그 뻔뻔한 놈을 끌어내릴지 생각해야 했다.고양이를 집에 두고 택시를 타고 지사로 향했다.낙하산이 아직도 있었다.녹음기를 켜고 미친 척 지사 담당자에게 따지러 갔다.남자는 유유히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휘젓기까지 했다.“안 좋은 소리 듣기 싫으면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본인 문제나 잘 반성해요, 송지민 씨.”낙하산이 가식을 떨었다.“지민 씨, 몸매가 이렇게 좋으니까 남자들이 괜한 생각을 하죠. 앞으로 조심하면 돼요. 네티즌들이 뭐라고 한다고 달라질 건 없잖아요.”“몸매가 좋은 게 잘못인가요? 많이 찾아보셨나 봐요, 아는 게 많으시네.”다른 직원이 미쳐 날뛰는 나를 보며 거들었다.“틀린 말도 아니죠. 지민 씨, 파리가 괜히 꼬이겠어요?”“그쪽이 파리라서 그렇게 말하는 건가요? 난 누가 내 사진 인터넷에 올린 건지 그거 알아내려고 왔어요.”커피를 천천히 홀짝이던 상사의 머그잔을 낚아채서 안경을 쓴 낙하산 직원에게 뿌렸다.상사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제야 짐짓 그럴듯하게 손해를 봐도 나쁠 게 없다며, 나에게 참고 넘어가라는 헛소리를 해댔다.“내가 이딴 쓰레기 같은 회사에 와서 죽 쒀서 개를 줬네요. 손해를 보는 게 좋아요? 그러면 본인이나 그런 좋은 일 누리세요. 전 그만둘 테니까.”안경남이 불쾌하게 말했다.“이 여자가 감히 나한테 커피를 뿌려? 남자 몇 명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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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엄마가 비웃듯이 말했다.“와서 회사 물려받으면 좀 좋아? 아저씨 좋아 죽는다. 말해, 왜 갑자기 낙하산을 자처하는 건데?”“누가 힘으로 날 찍어 누르니까 나도 더 연기하고 싶지 않네. 끊어요 엄마. 분풀이 좀 하고 새사람 될 거야.”전화를 끊고 다시 회사로 들어갔다.여전히 배꼽 빠지게 웃는 꼴들을 보니 오늘 아주 실컷 웃게 할 생각이다.안으로 들어가니 안경남이 먼저 입을 열었다.“허, 그만둔다며? 왜 다시 왔어?”“여기서 나가. 여기 내 회사야.”“이야, 넘어져서 바보가 됐나.”“휴대폰 봐. 방금 이 지사 내 명의로 됐거든.”그들은 경멸의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말도 안 돼.”“뭐가 말이 안 돼. 네가 나보고 낙하산이라며? 당신들 해고야.”조금 전까지 가식적인 표정을 짓던 상사가 진짜로 울음을 터뜨렸다.“날 해고하지 마요. 난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는데 회사 그만두면 못 살아요.”“그럼 누가 내 사진을 파파라치에게 팔았는지 알려주세요.”옆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시치미를 뗐다.상사는 망설이는 얼굴로 침만 삼킬 뿐 말이 없었다.옆에 있던 안경남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유난히 조용했고 전화기 너머 상대가 뭐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의기양양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그래, 해고하면 하는 거지. 나중에 두고 봐.”상사도 당당한 그의 모습에 안도하는 표정이었다.나는 짐을 챙겨 떠나는 두 사람을 보며 무슨 일을 벌일지 궁금해졌다....정도진이 반나절 동안 준비한 건 기자회견이었다.집에 돌아와 잠시 쉬려고 TV를 켰는데 잘 차려입은 남자가 단상에 서서 따발총을 남발하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계기를 여쭤봐도 될까요?”“이 소동으로 인해 제 친한 친구가 상처를 입었거든요.”“두 사람은 정말로 그렇고 그런 관계인가요?”“루머인 거 아시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공개적으로 도촬한 사진을 유포하고 루머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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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 자식은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성격이다. 내가 눈이 멀어서 이런 놈을 만났지.단호하게 전화를 끊으며 이 자식을 무시했다.보아하니 낙하산과 진 과장이 날 겨냥해 루머를 퍼뜨려 내 명성을 더럽힌 것도 이 자식이 사주한 것 같았다.그에겐 최후의 카드겠지만 나는 아니다.집에서도 알았는지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이 거의 다 지워졌다.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내 뒤에 누가 있다는 말을 늘어놓았다.그깟 동영상이 뭐 볼 게 있다고 퍼지는지.재미없었다. 하지만 아저씨가 남자는 다 개자식이라는 내 편견을 잠재울 거라며 소개해 준 맞선 상대가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문에서 작게 긁는 소리가 나서 열었더니 새끼 고양이가 작은 쪽지와 함께 초콜릿을 목에 걸고 있었다.새끼 고양이를 안고 들어가서 목에 걸린 쪽지를 떼어서 보니 정도진의 수려한 필체였다.[지금은 수컷을 보고 싶지 않은 것 같아서요. 뱅이는 여자애니까 옆에 있어 줄 거예요. 나랑 내일 아침 일찍 신고하러 가요. 여자의 순결은 육체에 있는 게 아니에요. 당신은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용감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예요. 처음 런던에서 만났을 때부터 확신했어요. 초콜릿 먹으면 기분 좋아질 거고 뱅이가 아픈 마음 치유해 줄 거예요.”고양이가 내 팔을 잡았다. 말랑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는 초콜릿에 눌린 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뱅이야, 솔직하게 말해줬네. 네 아빠 테스트 통과해 주지 뭐.”불쌍하게 이곳으로 보내져 인형 역할을 해야 하는 고양이를 껴안고 깊이 잤다.다음 날 경찰서에 가서 사건을 신고하는데 경찰이 전 남자 친구의 신상을 듣고 두 눈을 반짝였다.“틀림없나요? 이름 진연호, 남성, 29세, 삼천 영해 사람으로 같이 찍은 사진 있나요?”머리를 쥐어짰지만 휴대폰에서 그의 사진을 찾을 수 없었는데 옆에 있는 정도진이 먼저 사진을 찾아냈다.“형사님, 이 사람인가요?”휴대폰 속엔 언제 찍었는지도 모를, 내가 성모 마리아 상 앞에서 활짝 웃고 옆에 그 망할 자식이 화가 난 얼굴로 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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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여전히 인터넷엔 나에 대한 소문이 떠돌지만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전부 받았다.진연호는 사형 집행 전에 나와 만나길 원했고 정도진이 나랑 함께 갔다.그가 유리창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송지민, 난 귀신이 돼서도 널 놔주지 않을 거야.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결국 네 손에 죽게 생겼네. 참 웃겨. 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있어?”“진연호, 모두가 행복해야 진짜 좋은 거지. 집착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굴지 않는 거. 네가 날 가두었던 시간 동안 나는 우리 사이에 진정한 사랑은 없고 오직 변태적인 네 집착만 있다는 걸 깨달았어. 다음 생엔 인간으로 태어나지 마. 어차피 넌 평생 깨닫지 못할 테니까.”정도진이 옆에서 거들었다.“걱정 마요, 내가 좋은 도사님 찾아볼게요.”...우리 회사의 게임이 성공적으로 출시되었다.이전의 열풍으로 인해 이 게임의 인기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경찰서에서도 나와 우리 회사를 공개적으로 치하했다.게임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한 플레이어들 때문에 서버가 몇 번이고 마비되었다.아저씨는 돈을 쓸어모아 입을 다물지 못했고 정도진의 음성은 인터넷에 재차 편집되어 올라오며 입소문을 탔다.정도진의 사진이 떠올랐다.당시 유학 중이었을 때 구걸하고 있던 남자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돈을 주고 데려가서 빵도 사주었다.진연호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오지랖을 부리냐며 나한테 크게 화를 냈었고 나는 왜 아이도 질투하냐며 놀렸다.지금 생각하면 진작 낌새가 보였다.정도진과 결혼하던 날 밤, 결국 참지 못하고 그동안 품고 있던 의문들을 쏟아냈다.“도진 씨, 내가 이사 왔을 때 밤마다 왜 그런 소리를 냈어요?”술을 마신 정도진은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말했다.“대사랑 목소리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때 애정신 때문에 공부 중이었죠.”“아, 공부했구나. 효과가 있던가요?”흐릿했던 정도진의 눈빛은 사라지고 곧바로 나를 안아 들었다.내 귀에 바짝 다가와 입김을 불며 말했다.“직접 들어보면 알잖아요.”...서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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