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너무나 평화롭고 따뜻했다.그러나 그 모든 평온은 닭의 요란한 꼬꼬댁 소리에 산산조각 났다.허인하와 윤은찬의 시선이 동시에 이쪽으로 향했다.명서현의 볼이 순간 활활 타오르듯 뜨거워졌다.명서현이 급히 고개를 돌려 도망치려던 그때, 갑자기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어머, 명서현 아가씨가 직접 닭을 잡고 계시네?”그 빌어먹을 도아영의 목소리였다.게다가 도아영은 허인하의 집에 있었다.명서현은 천천히 돌아서 싸늘하게 웃었다.“허인하, 넌 정말 대단하구나. 그렇게 널 물어뜯던 도아영을 보듬어 안고 같
유준서는 진짜 명서현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다 했어? 다 했으면 가서 밥해. 내가 뭐라 했는지도 또 까먹었어?”명서현은 고개를 돌려 유준서를 빤히 노려보며 두 눈으로 필사적으로 눈치를 좀 챙기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유준서는 받아줄 생각도 없이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가지 않을 거야?”명서현의 미소가 살짝 굳어버렸다.“가정부를 시켜. 이분이 집에 처음 온 거니까 내가 같이 있는 게 예의잖아.”“핑계 대지 마.”유준서는 명서현의 계산을 산산조각 냈다.“넌 지금 이 집에서 그냥 가정부야. 안주인은 너 아
명서현의 눈이 핏빛으로 변했고 목에서 고함이 튀어나왔다.“유준서!”“맨날 속으로 남이랑 비교하는 것도 모자 나까지 꺼내서 딴 사람이랑 비교해? 네가 날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는 순간부터 난 진심으로 내가 싫어지더라. 너희는 친구였지? 그 어린 나이에 허 이사는 이미 진도윤한테 발탁돼 지역 총괄이 됐어. 그런데 넌 뭐 하고 있어? 계약서 한 장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잖아. 그러니 너한테는 변기나 닦는 게 딱 맞는 일이야.”유준서는 말에 깃든 칼날을 숨기지 않았다.“알기나 해? 아까 너더러 변기를 닦으라고 했을 때, 내가 고용한
명서현은 변기를 닦으러 가지 않고 그저 벽에 쪼그려 앉아 팔을 감싸안은 채, 눈물이 터지지 않도록 버틸 뿐이었다.스스로도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라고 간주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명서현은 지금 무엇보다도 유준서와 예전처럼 잘 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명서현은 괜히 그때 감정적으로 이혼을 입에 올린 걸 진심으로 후회했다.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유준서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그때뿐이었다.명서현이 이혼을 말한 순간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반 시간이 지나자 유준서는 정말 점검하러 왔다.유준서는
명서현의 마음속에서 짙은 무력감이 솟아올랐다.이런 절망감은 예전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느낀 바로 그 감정이었다.명서현은 상황이 왜 이렇게까지 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분명 둘이서 행복한 혼인 생활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게 변해버렸다.명서현은 뒤죽박죽이 된 감정을 억지로 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네가 먹고 싶으면 그냥 제대로 말하면 되잖아. 우린 부부야. 난 널 사랑하고 너도 날 사랑하고 우린...”“닥쳐.”유준서는 싸늘하게 그 말을 끊어버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집사가 급히 끼어들었다.“사모님, 통닭을 사 오는 데만 반 시간 넘게 걸렸고 또 재료 손질해서 넣고 뚝배기에 올려서 끓이기까지... 전부 해서 이미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 불 올린 건 많아 봐야 40분인데 이건 도저히 완성할 수가 없습니다. 괜히 드셨다가 배만 상하실까 봐 걱정돼요.”집사는 가능한 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명서현에게 설명했다.그러자 명서현은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집사님, 설마 제가 요리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그건...”집사는 순간 멍해졌다.‘요리할 줄 안다는 사람이 이 정도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