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05장
“정말 그런 철없는 행동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카이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지엘의 목소리에 나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나는 진심으로 실망스러워 눈동자를 굴렸다.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나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내 반응은 고모가 유도한 거야. 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어. 내 방에서 내 할 일 하고 있었는데 고모가 갑자기 나한테 덤벼든 거라고.”
나는 도로를 바라보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뒤로 넘겼다. 두고 온 모든 것들 중에서 하필 차 열쇠를 잊어버리다니. 다시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죽어도 없었다—고모가 여전히 펄펄 뛰고 있을 테니까. 고모의 화가 좀 가라앉고 그 집이 내 집이 아닌 것처럼 구는 걸 멈추면 나중에 찾아오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아지엘이 말했다. “카이아, 나 지금 완전히 엉망진창이야. 도와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발이 묶였거든. 아빠가 나갈 생각을 안 하셔. 내가 사고를 크게 쳤는데, 이게 나를 벌주는 아빠의 방식이야—”
“야, 너 몇 살이냐, 십대야?”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깊은숨을 내쉬며 텅 빈 거리를 둘러보았다. “그냥 솔직하게 말해—나 데리러 올 거냐 안 올 거냐? 나 지금 모기한테 잡아먹히게 생겼어.”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가 어떻게 나올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를 데리러 올 것이다. 늘 그랬듯이. 만약 안 온다면—우정은 여기서 끝이다.
“미안해,”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안 돼, 카이아.”
나는 턱이 뚝 떨어졌다. “뭐?!” 내가 소리치자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나는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방금 뭐라고 했어? 나를 데리러 올 수 없다고? 왜?”
그가 다시 한숨을 쉬었고, 내 미간은 더 깊게 일그러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우리가 친구로 지낸 그 많은 세월 동안, 그가 나를 거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깐만…” 내가 한쪽 눈썹을 올리며 말을 아꼈다. “너 여자 생겼냐?”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내 입이 더 넓게 벌어졌다. 나는 극적으로 입을 가렸다. “세상에. 아지엘. 그래서 네 아버지가 너를 벌주는 거야? 너 혹시—맙소사—누구 임신이라도 시킨 거야?”
“나 피임할 줄 알거든.” 그가 쏘아붙였다.
“그럼 뭔데?” 내가 바짝 추궁했다. “너 이제 애 아니잖아. 네 아버지가 단지 여자 한 명 집에 데려왔다고 해서 그렇게 발끈하실 리가 없는데. 어서 말해. 그냥 나 못 있게 하려고 아버지 핑계 대는 거지? 진짜 무슨 일이야? 며칠만 머물다가 내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바로 그때, 차 한 대가 내 옆을 너무 빠르게 지나쳤다. 나는 중심을 잃을 뻔했고, 짜증은 극에 달했다. 진심인가? 여기가 도로지 고속도로가 아닌 걸 모르나?
“무슨 일이야?” 아지엘이 물었다.
“어떤 얼간이가 날 치고 갈 뻔했어,” 내가 중얼거렸다. “난 이미 길가에 서 있었는데. 맹세컨대 일부러 나를 치려고 한 것 같았어.” 나는 멀어져 가는 차를 훑어보았다. “못 맞춰서 아쉽네. 그 인간이 다시 시도할까?”
아지엘은 내 농담에 쯧쯧 소리를 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시선을 돌렸다. 차는 내가 서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지만, 누구 타고 있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관심 없었다. 솔직히 내 안의 일부분은 내가 여전히 이렇게 멀쩡히 서 있다는 사실에 더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정말 안 된다는 거지?”
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한숨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됐어,” 내가 말했다. “그냥 호텔 예약하지 뭐—”
“그럴 필요 없어,” 그가 말을 잘랐다.
나는 눈을 굴렸다. “어라?”
“우리 사촌 형이 네 집 근처에 바를 하나 운영해—그 새로 생긴 데 말이야. 거기에 여분의 방이 하나 있어. 당분간 거기 머물러. 그래야 내가 너한테 가기도 편하니까.”
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바? 정말 나를 바에서 자게 만들 셈이야?”
“그냥 평범한 바가 아니야,” 그가 침착하게 말했다. “우리 사촌 형 돈 엄청 많거든. 안전할 거야. 형은 아직 프랑스에 있지만, 네가 거기 머물 거라고 말해 둘게.”
나는 팔짱을 꼈다. “자고 일어났는데 내 방에 웬 낯선 남자가 서 있는 일은 없겠지?”
“안전해, 카이아.”
나는 한숨을 쉬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좋아. 언제 올 건데? 나 진짜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사실 딱히 슬프지는 않았다. 내가 왜 슬퍼하겠는가? 내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은 몇 년 전부터 내 삶에서 사라졌다. 오히려 안도감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감옥에 가서 기쁘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들은—우리 고모처럼—내가 아버지를 밀고했다고 생각할 테니까.
“여기 일 정리되는 대로 갈게,” 아지엘이 말했다. “조금만 참아. 원하면 파티라도 열고 있어. 사촌 형 직원들한테 너 잘 돌봐달라고 말해 둘 테니까.”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바로 그거지. 거 봐. 이래서 네가 내 제일 친한 친구라는 거야. 잊지 마—”
“갈게,” 그가 내 말을 끊었다. “우선 이 여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해.”
내 눈썹이 올라갔다. “여자? 무슨 여자?”
그는 나한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봐, 아지엘. 우리 사이에 내숭 떨지 마. 아무한테도 안 말할 테니까.”
“알았어,” 그가 굴복했다. “한 한 달 전쯤 어떤 여자를 만났어. 바에서 나한테 먼저 다가왔지. 작업 걸고, 예쁘고… 그래서 일이 그렇게 됐어—”
“됐어, 거기까지,” 내가 그의 말을 잘랐다. “상세한 설명은 됐고. 뭐가 문제인데?”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알고 보니까 그 여자 이미 남자친구가 있더라고.” 그가 말했다.
나는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맙소사,” 내가 중얼거렸다. “너 제정신으로 생각은 하고 다닌 거냐?!”
그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아주 좋다. 답답해야 마땅하지.
“너 바람피우는 사람 제일 싫어하는 거 아는데, 그래도—”
“그래도 뭐?” 내가 날카롭게 잘라 말했다. “임자 있는 여자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만났다고? 아지엘, 네가 이렇게멍청한 줄은 몰랐다.”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며 운전자가 나를 마치 미친 사람 보듯 노려보았다. 나는 그에게 눈총을 쏘아붙이고 다시 통화에 집중했다.
“제발 부탁이니까 그 여자랑 당장 끝내,”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믿을 수가 없네. 내가 바람피우는 거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 어떻게 너까지—”
“잠깐만,” 그가 말을 잘랐다. “나도 처음엔 몰랐어. 알았으면 진작 끝냈지. 나 그렇게 멍청하지 않은 거 알잖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만다행이다. 당장 끝내—그 여자 남자친구가 알기 전에. 아니, 차라리 그 남자한테 사실대로 말해. 그 남자는 그런 대접받을 이유가 없어.”
그는 침묵했다.
“…내가 뭐 잘못 말했어?” 내가 천천히 물었다.
“이 일 정리하고 나면 다 설명해 줄게,” 그가 말했다. “일단 사촌 형 바에 가서 있어. 곧 보러 갈게.”
나는 한숨을 쉬었다. 더 깊은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다 정리되면 전화해,” 내가 말했다. “좀 걷다가 택시 탈게.”
“정말 지금 가고 싶은데—”
“됐어,” 내가 그의 말을 잘랐다. “네 일부터 처리해. 나중에 얘기하자.”
나도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지만—그를 억지로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둘 다 각자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가 있었으니까.
“내가 나중에 보상할게,”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술 사줄게. 응, 잘 가. 나중에 전화해.”
지나가던 사람 세 명이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내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까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나를 치고 갈 뻔했던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의 차는 근처에 주차되어 있었다. 길 건너편 집의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저기요. 당신.” 한 여자가 소리쳤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혹시나 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너무나 잘. 그리고 그녀와 함께 있는 다른 두 사람도 알아보았다. 유명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
“저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나를 향해 들이닥쳤고, 동행들은 그녀를 말리려 했으나 실패했다. 킬힐을 신고 마치 플랫 슈즈를 신은 것처럼 나를 향해 뛰어오다시피 걸어오는 그녀를 보며 나는 눈썹을 올려 세웠다.
기가 막혀서.
“우리가 정말 이대로 넘어갈 줄 알았어?” 그녀가 쏘아붙였다. “얼마나 뻔뻔해야 그럴 수 있는 거야? 도대체 어디서 그런 낯짝이 나오는 건데?”
나는 상체를 바로 세우고 그녀의 눈빛을 마주했다.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너!” 그녀가 내 머리채를 잡으려고 손을 뻗으며 비명을 질렀다.
나는 즉시 그녀의 손을 피했다. “이 염치없는 여자야,” 그녀가 소리쳤다. “왜 내 사촌을 두고 바람을 피운 거야?!”
내 입이 떡 벌어졌다.
나는 나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 남자친구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그쪽 사촌을 두고 바람을 피워요?”
그녀는 순간 얼어붙었다.
깨달음이 스쳐 지나가며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너 딜런 여자친구 아니야?”
제83장“이 나쁜 년.” 나는 이를 갈며 난간을 꽉 쥐었다. “내가 널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기나 해? 우리 결혼 생활을 거의 파탄 낼 뻔했어—”“그게 목적이었으니까!” 그녀가 소리쳤다. “너희 둘 사이를 갈라놓고 싶었어, 알겠어? 성녀처럼 굴 생각 없어. 그 사람 떠나고 나서 난 비참했단 말이야! 아지엘 때문에 그를 떠났지만, 결국 아지엘은 나 대신 너를 원했어. 그게 얼마나 아픈지 알기나 해? 그래서 널 증오했어. 그리고…… 어차피 너희 둘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우린 부부야.” 나는 눈시울이 다시 붉어지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린 부부라고, 브리엘.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기나 해? 넌 하마터면 불륜녀가 될 뻔했어—”“어차피 이미 악역이 된 거, 끝까지 가보자 싶었지! 내가 행복할 수 없다면 너도 그럴 수 없어! 카이아, 네가 너무 질투 났어! 딜런이 너랑 결혼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내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이나 해봐. 난 수년 동안 그에게 결혼하자고 애원했지만 그는 항상 준비가 안 됐다고 했어. 그런데 널 만나고 몇 달 만에 결혼한다고? 누가 안 화가 나겠어?”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녀가 이 정도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제82장나는 울음을 참으며 마른 침을 삼켰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들과 같은 방에 있었다면, 난 아마 완전히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젠장, 브리엘. 걔 임신했다고 말하라고 했지, 겁주라고 했어?”아지엘의 목소리에 귀가 쫑긋했다. “이거 몰래카메라야? 만약 그렇다면, 헤엄쳐서라도 도시에 돌아가서 너희 둘 다 죽여버릴 거야.” 나는 협박하듯 쏘아붙였다.“몰래카메라? 아니. 나 진짜 임신했어! 네 친구한테 물어봐.” 브리엘이 쏘아붙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딜런도 알고 있을까? 어젯밤…… 우리가 함께 있을 때…… 그는 자신이 다른 누군가를 임신시켰다고 생각하며 알고 있었을까? 만약 그가 그랬다면, 난 절대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또다시 나를 바보로 만들었으니까.“그래, 임신했다니 축하해. 출산 잘하고, 뭐랄까…… 죽지나 마.” 나는 비꼬듯 말하며 전화를 끊을 준비를 했다.
제81장전화를 다시 가방에 넣으려는데 곧바로 벨이 울렸다.“아가씨, 그냥 받아요. 다들 짜증 나잖아요.” 한 승객이 불평했다.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고, 바람을 쐬며 거리를 두기 위해 갑판 쪽으로 걸어갔다. 망설여졌지만 전화를 받았다. 혹시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니까.“여보세요? 누구세요?” 나는 지루하다는 듯이 물었다.“카이아니?”눈살이 찌푸려졌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그래. 누구시죠?”“내 목소리도 몰라? 정말로?”나는 코웃음을 치며 가슴에 팔짱을 꼈다. “원하는 게 뭐야, 브리엘?”“진정해. 내 목소리 겨우 1초 들었는데 벌써 그렇게 날을 세우니. 나중에 나를 직접 보면 어떨지 상상이 안 가네.”나는 심호흡을 하며 눈을 굴렸다. “너를 만나면 대머리가 될
제80장착륙까지 장장 4시간이 걸렸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죽은 듯이 잠들었다. 전날 밤 딜런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박동을 느끼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자는 척을 했었다. 내 눈에 서린 의심을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고, 떠나기로 한 내 선택을 그가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딜런은 내가 그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는 내가 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더 꽉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고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둔했다. 나는 그의 떨리는 숨결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그는 계속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를 속삭였다. 사과였고, 만약 정말 상황이 보이는 것과 같다면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당신을 너무 사랑하지 않았다면, 절대 보내주지 않았을 거야.”그 말을 직접 듣자……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어쩌면 그래서 잠을 잘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면, 체면치레를 위해서라도 나를 억지로 붙잡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걸어 나가게 두었다. 내가 나 자신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보내준 것이다.&n
제79장“전화해도 돼? 아니면 문자라도? 그래도 될까?”나는 먹던 것을 멈추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랑 말 안 하면 죽기라도 해?” 비꼬듯 물었지만, 그는 웃어넘기기는커녕 진심 어린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응.”나는 멍하니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뭐라고? 목에 걸린 무언가를 삼키고는 물컵으로 손을 뻗었다. 그가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응. 당신이랑 말 안 하면 죽을 것 같아. 그러니까…… 그냥 문자라도 하게 해 줘, 응? 아니면 전화라도. 당신 목소리를 듣고 싶어. 단 1초라도. 제발?”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그는 정말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나는 웃음을 참으려 눈썹을 치켜올렸다.글쎄, 난 카이아 클레멘테다. 그가 나 없이는 못 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정말로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면 말이다.&ldquo
제78장“짐을 왜 이렇게 많이 챙겨? 다시 들어오려고?”내가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딜런이 던진 첫 질문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넥타이를 매느라 바빴다. 어디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차려입었는지 알 수 없었다.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어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다. 순간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것이 보였다. 짐을 가져온 것만 보고 내가 다시 돌아온 줄 알고 기대했을 줄은 몰랐다. 아지엘은 이런 상황을 경고해주지 않았기에 딜런의 표정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사실 내일 떠나.”“떠난다고?”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에서 가방을 끌며 그를 스쳐 지나갔다. 내일 아침에 움직이기 편하도록 계단 아래쪽에 가방을 밀어 넣었다.“해안가 쪽으로 가려고. 거기서 한동안 머물 거야.” 나는 거짓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