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3
Par:  파란별1001Mis à jour à l'instant
Langu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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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살리려고 만든 약이 너를 죽였다. 이번에는 결말까지 바꿀게.” 내가 만든 치료제가 사랑하는 남자, 현시우를 죽였다. 죽어가는 그를 품에 안은 날, 다음에는 반드시 그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미래의 기억이 돌아왔다. 그가 죽는 미래를 기억한 순간, 나는 이미 현시우를 다시 사랑하고 있었다. 십 년 동안 나를 찾아 헤맨 남자. 이번에도 속절없이 사랑하게 된 남자. 그리고 미래에서, 내 연구 때문에 죽게 될 남자. 그를 살리려면 이번에는 사랑하지 말아야 할까.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너의 죽음을 기억한다. 그러니까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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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
주하를 침대에 눕히자마자 그는 다시 그녀의 움찔대는 보지 안으로 제 성기를 단숨에 박아 넣었다.​“하읏! 차에서….!! 하아... 했는데.”“그건 맛보기지.”퍽!!​단단한 몸에 온몸이 눌렸다. 굵은 성기가 질내벽의 주름을 모조리 펼 듯 짓이기며 아래의 모든 틈을 가득 채우는 감각에 주하의 신음이 그칠지 몰랐다.​주하는 그의 살결에서 배어나는 상큼한 베르무트 향과 달콤한 머스크 향이 제 몸에 새겨지는 것 같아, 더욱 그의 몸을 바짝 끌어안았다.​얼마 뒤, 시우의 품에서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주하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네가…아키하가 만든 시키병을 가지고 있는 게 믿기지 않아.’​평소 같으면 조잘조잘 이야기했을 주하가 아무 말 없이 그의 심장 소리만 듣고 있자, 시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실험이 잘 안돼?”그의 손길이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에 닿았다. 손가락에 감긴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꼬이다 이내 스르륵 풀렸다. ​“아니. 잘 되고 있어서 불안해. 그게 싫어.”“치료제를 만들 수 있어서 좋은 일 아냐?”“……그게.”​눈물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주하는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시우에게서 얼굴을 거두고 황급히 등을 돌렸다.​“주하야, 넌 잘할 거야. 항상 그래왔잖아.”​시우가 다정하게 말했다.​“난…난, 너를 살리려고 하는 건데, 마치 그 여자에게 도움 되는 거 같잖아.”​말할수록 목소리가 떨렸다. 시우는 입술을 짓이기며 그런 주하의 팔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난…그게, 싫어. 정말 싫어. 그 여자도. 내 몸에 그 혐오스러운 피가 흐른다는 것도.”​시우는 울음을 참으며 말하는 주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난 그런 네가 좋은걸. 아무것도 없는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건 네가 있어서니까.”​그 말에 삐죽 입술을 내민 주하가 몸을 돌려, 순식간에 시우의 탄탄한 몸 위로 올라탔다.​“야! 말은 바로 해.”투정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왜 상냥하게 말이 나오지 않을까.“천하의 현무가 가주가 왜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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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해서는 안 되는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검정빛이 담긴 듯 검붉은 머리색을 가진 주세렌이 연구실로 들어왔다.설화 대학교에서 자신을 차로 덮쳐 경미한 교통사고를 낸 뒤, 강제로 주화병원에서 칩 이식술을 받게 만든 장본인이었다.​“저 녀석을 내 옆에 가드로 둔다고? 미친 거 아냐?”주하가 화를 내자, 주강은 태연하게 물었다.​“어째서지?”“나를 죽이려 한 놈이잖아.”“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아냐.”​주세렌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자, 주하는 손을 꽉 움켜쥐며 그를 노려보았다.​“당분간 성과가 나올 때까지다. 주로 연구소 부근에서 가드 할 거다.”​주강이 나가자, 주하는 옆에 있던 두꺼운 카탈로그를 주세렌에게 던졌다. 가볍게 날아온 책을 받아 든 세렌은 즐겁다는 듯 웃었다.​“와우, 화끈한데?”​그가 성큼 주하의 곁으로 다가왔다.​“미친놈.”​주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게다가 단둘이라니.저 녀석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다. 기묘하게 시우가 더 생각이 났다.​​경계하는 마음에 날 선 말이 먼저 나왔다.​“네가 진짜 싫어. 미친 새끼.”“어. 미친 새끼 맞지. 널 보려고 얼마나 견뎠는데.”​주하가 여전히 그를 노려보자, 세렌은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을 덮쳤다.“!!”주하가 그의 어깨를 힘껏 밀쳤지만, 세렌은 오히려 더 깊게 달라붙었다.​다시 한번 힘껏 밀어내 얼굴을 떼어낸 주하는 곧바로 손을 휘둘렀다.짝!세렌의 뺨을 세게 내리쳤지만 그의 얼굴을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았다.​“발정 났으면 다른 여자나 찾아.”​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세렌은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유주하, 알잖아. 가드와 대상이 어떤 사이인지. 곧 결혼할 사이잖아.”​주하를 그를 노려봤다.​“지금은 그렇게 현무 놈이랑 뒤엉켜 노는 것도 봐줄게. 대신, 때가 되면 돌아와야 할 거야.”“아니. 절대 네 놈이랑 같이 안 있어.”“그거 알아?”세렌이 비릿하게 웃었다.​“다른 가문의 직계끼리는 결혼할 수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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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 놓은 아홉 칸 중 비어있는 두 칸.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그렇다면 대체 어디서부터였을까?​설마? 주라헬은 이걸 만들도록 처음부터 유도한 거야?​몸이 차갑게 식어갔다. 떨리는 손으로 연구 노트를 움켜쥐었다.​세상에 나와서는 안 돼!​연구 노트의 대부분을 일부러 알아보기 힘들게 흘려 적고, 다른 방법들로 뒤섞었다.​그래서 아키하가 수수께끼처럼 만든 거였어?!!젠장!!나는 그런 줄 모르고 진짜를 만들어 버렸어.​주하는 실험에 쓰던 살아있는 세포들 모두 폐기했다. 황급히 완성된 세포가 보관된 -70도 냉동고로 달려갔다.임시로 보관한 세포들이 든 노란색 정사각형 테이블 박스를 열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세포가 담긴 작은 튜브 아홉 개가 채워져 있어야 할 자리 중 두 칸이 비어 있었다.​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오한이 스쳤다.​이건 보고조차 안 한 거라서 모를 텐데. CCTV로 추적해서 가져간 건가?​아니야. 내가 여러 샘플을 뒤섞어 넣어뒀는데?설마?​항상 곁에서 따라다니던 남자가 떠올랐다.주세렌?!!!​주하는 모든 샘플 박스를 들고 연구실로 돌아왔다. 평소에 그렇게 졸졸 따라다니던 주세렌이 없었다.황급히 남아있던 샘플을 모두 락스로 폐기 처리했다.​창문을 열어 환기하자, 곧이어 문을 열고 세렌이 들어왔다. 주하가 그를 보자마자 달려들었다.​“너! 너였어?“…뭐가?”“내 샘플 훔쳐 갔지?”“…”​주세렌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표정을 보자 유주하는 실소했다.​“하아. 정말 너구나.”입술을 깨문 주하가 주먹을 쥔 채 그를 마구 때렸다.​“야!! 왜! 그게 어떤 건데! 그건!”“너도 알았잖아. 가드 겸 감시라는 거.”​무감각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리자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 하하하. 맞다... 더럽고 혐오스러운 최악의 주작가 사람이지.”“너도.”​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올랐다.​“그래. 나도.”​주하는 바로 옆에 있던 비커 하나를 집어 벽에 내리쳤다.쨍그랑!!유리파편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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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다시 사랑해줄래?
“ 지금 주하가 수술에 들어갔습니다.”“…수술?”시우는 제 귀를 의심했다.수술? 무슨 수술? 또?!!​“실험 중에 다쳐 한 시간 전, 긴급 수술에 들어갔습니다.”​현시우가 급하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주하는 막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로 들어가고 있었다.오른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목에는 흰 거즈와 함께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회복실 앞에 서 있던 세렌이 눈에 들어왔다. 시우는 곧장 다가가 그의 멱살을 틀어쥐었다.​“넌 가드면서 뭐 했어!!”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나왔다.“….”“말해. 주하가 왜 저렇게 되었는지!”​세렌은 눈을 질끈 감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무엇을 완성했는지 이제 알았거든.”“뭐??!”시우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래서 죽으려고 했어.”​숨이 멎었다. 멱살을 쥐고 있던 손이 스르륵 풀렸다.​현시우는 떨리는 입가를 제 손으로 틀어막은 채 벽에 기대섰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오열을 토할 것만 같았다. 이내 다리에 힘이 풀렸다.​그냥 모르고 있지 그랬어. 모른 척하고 넘어가지.​​유주하.사랑하는 내 주하.그렇게 약해지면 안 돼.그럼, 너만 힘들어져.​한참 뒤에야 다시 몸을 일으켰다.​미안해. 주하야.오랫동안, 네 곁에 있고 싶었는데,생각보다 헤어질 시간이 빨리 올 것 같아.​너를 더 빨리 만났어야 했는데.​다음엔 내가 더 용기를 내볼게.다음엔 내가 더 빨리 네게 다가갈게.다음에 내가 더 빠르게 지켜줄게.​주하, 너만 괜찮다면,네가 나보다 하루라도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하루라도 네가 마음껏 살았으면 좋겠다.​주라헬의 그물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서 내가 없어도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그리고 말이야,널 이렇게 보내야 하는 나를,나중에 다시 사랑해줄래?​***​그날 밤.감겨있던 주하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시야에 들어온 건 익숙한 병원 천장과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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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보다 하루라도 더 살았으면 해.
‘시키병? 진짜 희귀 유전병 맞아?’누군가 일부러 유전병처럼 보이게 만든 것 같아서.​주라헬이 현시우에게 완성되지도 않은 치료제를 들고 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주하는 황급히 그의 집으로 향했다.​도착하자마자 이상함을 느꼈다. 항상 든든하게 있어야 할 백호가 가드들이 쓰러져 있었다.“현시우…”불길했다.“시우야!”​주하는 곧장 시우의 방으로 달려갔다.문을 열자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그가 보였다. 창백한 얼굴과 붉은 입가를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시우야….”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빨리 그에게 닿고 싶은데 무거운 추라도 매달린 듯 발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겨우 가까이 다가간 주하가 떨리는 손을 뻗었다.​손끝에 닿은 그의 뺨이 너무 차가웠다.항상 따뜻했는데….아랫입술을 깨물었다.​“현시우.”시우가 힘겹게 눈을 떴다.“ 다행이다.”희미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네 모습 볼 수 있어서.” 주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았다.​“싫어. 네가 없으면… . ”“네가 나보다 하루라도 더 살았으면 해.”​시우의 목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졌다.​“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 “왜! 그런 말을 해!”​주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나을 수 있어. 내가 다시 약을 만들게. 내가, 내가…!”울부짖은 주하가 시우를 간절히 끌어안았다.​“제발 사라지지 마. 응? 시우야... 나, 나….”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히 애원했다.‘네 아기를 가졌어.’​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떠나는 사람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시우의 손이 점점 차가워졌다. 입가에서는 핏덩이가 계속 쏟아졌고, 목소리마저 겨우 들릴 정도로 희미해졌다.​“사랑해. 주하야.”주하가 그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사랑해. 현시우.”​곧 시우의 이마가 힘없이 주하의 어깨에 닿았다.본능적으로 알았다. 그가 떠났다는 것을….더는 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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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내가 널 살릴 거야.
그의 말에 주라헬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이내 다급하던 기색은 사라졌다. 평소와 같은 여유로운 포식자 같은 얼굴이 돌아온 입가에는 이미 승리의 미소가 번졌다.​소름 돋을 만큼 흥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렇지. 너의 싱싱하고 어린 난자와 세포들은 필요하지.”주하는 오히려 더 크게 웃었다.“크크큭. 역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난자는 필요하지.”​주라헬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개, 돼지, 원숭이 난자에서 태어나고 싶은 인간이 어디 있겠어?”주하가 비꼬자, 주라헬은 여유롭게 말을 했다.“응. 그래서 네 난자는 이미 예약이 꽉 찼어.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아마도 수십 개를 뽑아야 하거든.”​주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는 결말로 향하는 것 같았다.딱 하나 빼고.주하는 속 시원하게 웃었다.​“그래? 뽑아 봐. 할 수 있으면.”잠시 주라헬을 바라보던 주하가 덧붙였다.“아니, 시간조차 있을까?”그 말이 끝나자마자, 주하가 쿨럭거리며 기침했다. 입가로 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그 순간, 주라헬의 눈에 경악이 비쳤다.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보니 짜릿했다. 왜 진작 이 결정을 못 했나 싶을 만큼.​더 보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무거웠다. 영영 뜨고 싶지 않은 듯 눈이 서서히 감겼다.​‘엄마·아빠도 하늘나라에서 조금은 홀가분해졌을까.’​아키하, 에밀리.너희들이 이 모든 걸 기억해줘.다시 만나는 날, 미래의 일을 나에게 전해 줘.​시우가 그랬거든. 다시 만날 거라고.‘그땐 내가 널 살릴 거야. ‘율.***​2025년 8월.혈액 샘플에서 채취한 DNA는 시퀀싱 분석이 시작되자, 미세한 전기 신호가 춤을 추듯 염기서열들에 반응했다.그 순간, 연결된 모니터에서 알람이 떠올랐다.[유전자 비교 분석 시작합니다.]맞춤 유전체 비교 분석 '세타' 프로그램이 작동했다.두 개의 AGCT유전자 서열이 겹치며 수십억 개가 비교되었다.​옆에 있던 현진은 곧바로 문자를 보냈다.[세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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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하, 네이비 원피스에 흰 캔버스 가방
​“어.”“형. 지금 본관 채혈실로 보냈대.”“알겠어. 내가 갈게.”“…형이? 아침 회의 있다며?”“아? 그거? 조금 미뤘어.”​전화를 끝낸 시우는 조금 가벼워진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나를 알아볼까?’그땐 어렸으니 모를 수도 있겠다.그래도 알아봐 주면 좋겠는데….​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11년 전.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향하고, 붉은색으로 하늘이 물든 저녁 시간이었다.물놀이를 마무리하고 리조트 안으로 들어가는 길.시우가 조심스레 주하의 손을 잡았다.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이번 휴가 끝나면… 한국에서 잠깐 볼래?”주하는 잠시 생각하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한국에서?”“응”잠시 뒤 주하가 웃으며 답했다.“좋아.”시우는 환하게 웃으며 주하의 손을 꼭 잡고 리조트 안으로 향했다.​***2층 채혈실에 도착한 주하는 대기표를 뽑아 의자에 앉았다.‘지금, 7번이니까.’24번까지는 시간이 좀 있네.​주하는 가방에서 A4 종이에 출력한 논문을 꺼냈다. 희귀 유전병 ‘시키 (四季)에 대한 최신 논문이었다.​시키병은 일본 과학자 아키하가 처음 발견했지만, 그녀가 죽은 뒤 다른 동료에 의해서 발표된 희귀질환이었다.국내 의료계의 양대 산맥인 주화와 설화가 모두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더해져 유명했다.​주하는 이해되지 않는 내용에 빨간 볼펜으로 질문과 생각을 적었다.‘랩에 가면 메일을 써야겠다.’논문 첫 장에서 저자를 다시 확인했다.“제1 저자가 에밀리구나.”​대기화면이 21로 바뀌자, 논문을 다시 주섬주섬 가방 안으로 집어넣었다. 팔을 위로 쭉 뻗어, 스트레칭하며 제 번호가 뜨기를 기다렸다.​2층에 올라온 시우는 채혈실로 향했다. 가까운 거리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으로는 이렇게까지 멀었나 싶었다.​어느덧 도착한 채혈실 대기열 앞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아까 에스컬레이터 위에 시선이 마주친 젊은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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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간 기억이 없는데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중에 맞은 편에서 걱정 어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어? 유주하!”주하는 고개를 들었다. 아는 얼굴이 보이자 긴장이 풀리며 입꼬리가 올라갔다.“어? 현진언니.”​현진은 창백하게 질린 주하의 얼굴을 보고 황급히 다가왔다.“너 왜 그래?”“어지러워서.”​지친 기색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묻어나자, 현진은 곧장 주하의 팔을 붙잡아 부축했다.주하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손끝을 통해 전해졌다.​“카페로 갈 거지? 같이 가자.”“언니는 샘플 가지러 가는 거 아냐?”“괜찮아. 너 데려다주고 금방 다녀오면 되니까.”“고마워.”“너 밤새웠어?”“아니. 추가 검사로 피를 많이 뽑던데?”​그 말에 현진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다.“추가…검사?”​현진은 주하의 팔을 단단히 붙잡은 채,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현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갑자기 나타난 현시우가 주하 곁에 섰다.‘가주님? 여긴 왜?’현진은 잠깐 멈칫했지만,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주하를 계속 부축했다.​현시우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내가 도와줄게.”“??!”현진의 얼굴이 미묘하게 구겨졌다. 눈을 감고 있던 주하는 아까 말을 걸었던 남자가 다시 다가오자 신경이 쓰여 현진의 팔을 조금 더 세게 붙잡았다.​“실례합니다만 잠시 도와드릴게요.”“아뇨. 전…….”주하가 거절하려 하자, 현진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괜찮아. 내 사촌이야.”“……”​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시우가 흔들리는 주하의 어깨를 받쳐 들자, 자연스레 주하의 몸이 시우의 가슴팍 쪽으로 쏠렸다.​그 순간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감도는 베르무트 향이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방금까지도 속에서 일렁이던 메스꺼움이 조금씩 가라앉았다.​‘뭐지?’주하는 눈을 살짝 떴다.커피 말고도 몸을 안정시키는 게 있었어?‘나중에 언니에게 물어봐야겠다.’​“입원 안 해도 돼?”시우가 걱정스럽게 묻자 주하가 냉큼 대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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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랑 아는 사람 하면 되잖아
머쓱해진 주하는 서둘러 빨대로 라떼를 들이켰다.차갑고 달콤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머리를 짓누르던 어지러움과 울렁거림이 씻은 듯이 가라앉았다.​‘아….이제 살 것 같다.’​굳어 있던 주하의 얼굴이 그제야 풀리자, 시우의 눈웃음이 더 깊어졌다. 그 모습을 본 현진의 눈이 더 커졌다.​시우는 안색이 좋아진 주하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언제부터?”처음 보는 사람이 꼬치꼬치 캐물으면 경계심이 생겨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람 앞에서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중3 때인가? 그전의 기억이 없거든요. 사고로 다 잊었다고 해서요.”​시우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몸은… 왜 그런 거야? 그때 사고로 아픈 거야?”​걱정스럽게 물어보는 시우를 보며 주하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남의 사정을 왜 물어봐? 오늘 처음 본 사람이 겉은 멀쩡하고 예의를 밥 말아 먹다 말았나.​라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옆에 앉은 현진에게 눈짓했다.사촌이라며? 원래 남에게 관심 많아?왜 이래?​그 시선을 받은 현진이 잠시 굳었다가 시우와 주하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다 옅은 미소로 입을 열었다.​“오늘 채혈하러 왔대요. 튜브 3개 정도 뽑아서 어지럽대요. ”시우의 미간이 좁아졌다.“겨우 30mL인데?”​주하는 머쓱하면서도 괜한 관심을 보이는 그가 불쾌해져 비꼬듯 말했다.​“아, 죄송하네요. 그거뿐인데 어지러워서요. ”아예 현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우는 가만히 입을 다문 채, 테이블 위에 얹어 둔 손끝을 천천히 말아 쥐며 주먹을 꽉 쥐었다.​언니 사촌치고는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이야.빨리 마시고 가야겠네.남은 라떼를 단숨에 마신 주하는 서둘러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언니, 나 먼저 갈게. 계좌 알려줘.”“벌써 가게?”“응. 오전에 셀을 준비해야 하거든.”​주하가 일어나자, 시우도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학교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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