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착륙까지 장장 4시간이 걸렸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죽은 듯이 잠들었다. 전날 밤 딜런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박동을 느끼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는 척을 했었다. 내 눈에 서린 의심을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고, 떠나기로 한 내 선택을 그가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딜런은 내가 그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는 내가 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더 꽉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고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둔했다. 나는 그의 떨리는 숨결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제83장“이 나쁜 년.” 나는 이를 갈며 난간을 꽉 쥐었다. “내가 널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기나 해? 우리 결혼 생활을 거의 파탄 낼 뻔했어—”“그게 목적이었으니까!” 그녀가 소리쳤다. “너희 둘 사이를 갈라놓고 싶었어, 알겠어? 성녀처럼 굴 생각 없어. 그 사람 떠나고 나서 난 비참했단 말이야! 아지엘 때문에 그를 떠났지만, 결국 아지엘은 나 대신 너를 원했어. 그게 얼마나 아픈지 알기나 해? 그래서 널 증오했어. 그리고…… 어차피 너희 둘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우린 부부야.” 나는 눈시울이 다시 붉어지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린 부부라고, 브리엘.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기나 해? 넌 하마터면 불륜녀가 될 뻔했어—”“어차피 이미 악역이 된 거, 끝까지 가보자 싶었지! 내가 행복할 수 없다면 너도 그럴 수 없어! 카이아, 네가 너무 질투 났어! 딜런이 너랑 결혼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내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이나 해봐. 난 수년 동안 그에게 결혼하자고 애원했지만 그는 항상 준비가 안 됐다고 했어. 그런데 널 만나고 몇 달 만에 결혼한다고? 누가 안 화가 나겠어?”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녀가 이 정도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제82장나는 울음을 참으며 마른 침을 삼켰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들과 같은 방에 있었다면, 난 아마 완전히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젠장, 브리엘. 걔 임신했다고 말하라고 했지, 겁주라고 했어?”아지엘의 목소리에 귀가 쫑긋했다. “이거 몰래카메라야? 만약 그렇다면, 헤엄쳐서라도 도시에 돌아가서 너희 둘 다 죽여버릴 거야.” 나는 협박하듯 쏘아붙였다.“몰래카메라? 아니. 나 진짜 임신했어! 네 친구한테 물어봐.” 브리엘이 쏘아붙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딜런도 알고 있을까? 어젯밤…… 우리가 함께 있을 때…… 그는 자신이 다른 누군가를 임신시켰다고 생각하며 알고 있었을까? 만약 그가 그랬다면, 난 절대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또다시 나를 바보로 만들었으니까.“그래, 임신했다니 축하해. 출산 잘하고, 뭐랄까…… 죽지나 마.” 나는 비꼬듯 말하며 전화를 끊을 준비를 했다.
제81장전화를 다시 가방에 넣으려는데 곧바로 벨이 울렸다.“아가씨, 그냥 받아요. 다들 짜증 나잖아요.” 한 승객이 불평했다.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고, 바람을 쐬며 거리를 두기 위해 갑판 쪽으로 걸어갔다. 망설여졌지만 전화를 받았다. 혹시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니까.“여보세요? 누구세요?” 나는 지루하다는 듯이 물었다.“카이아니?”눈살이 찌푸려졌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그래. 누구시죠?”“내 목소리도 몰라? 정말로?”나는 코웃음을 치며 가슴에 팔짱을 꼈다. “원하는 게 뭐야, 브리엘?”“진정해. 내 목소리 겨우 1초 들었는데 벌써 그렇게 날을 세우니. 나중에 나를 직접 보면 어떨지 상상이 안 가네.”나는 심호흡을 하며 눈을 굴렸다. “너를 만나면 대머리가 될
제80장착륙까지 장장 4시간이 걸렸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죽은 듯이 잠들었다. 전날 밤 딜런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박동을 느끼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자는 척을 했었다. 내 눈에 서린 의심을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고, 떠나기로 한 내 선택을 그가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딜런은 내가 그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는 내가 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더 꽉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고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둔했다. 나는 그의 떨리는 숨결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그는 계속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를 속삭였다. 사과였고, 만약 정말 상황이 보이는 것과 같다면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당신을 너무 사랑하지 않았다면, 절대 보내주지 않았을 거야.”그 말을 직접 듣자……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어쩌면 그래서 잠을 잘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면, 체면치레를 위해서라도 나를 억지로 붙잡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걸어 나가게 두었다. 내가 나 자신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보내준 것이다.&n
제79장“전화해도 돼? 아니면 문자라도? 그래도 될까?”나는 먹던 것을 멈추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랑 말 안 하면 죽기라도 해?” 비꼬듯 물었지만, 그는 웃어넘기기는커녕 진심 어린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응.”나는 멍하니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뭐라고? 목에 걸린 무언가를 삼키고는 물컵으로 손을 뻗었다. 그가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응. 당신이랑 말 안 하면 죽을 것 같아. 그러니까…… 그냥 문자라도 하게 해 줘, 응? 아니면 전화라도. 당신 목소리를 듣고 싶어. 단 1초라도. 제발?”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그는 정말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나는 웃음을 참으려 눈썹을 치켜올렸다.글쎄, 난 카이아 클레멘테다. 그가 나 없이는 못 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정말로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면 말이다.&ldquo
제78장“짐을 왜 이렇게 많이 챙겨? 다시 들어오려고?”내가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딜런이 던진 첫 질문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넥타이를 매느라 바빴다. 어디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차려입었는지 알 수 없었다.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어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다. 순간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것이 보였다. 짐을 가져온 것만 보고 내가 다시 돌아온 줄 알고 기대했을 줄은 몰랐다. 아지엘은 이런 상황을 경고해주지 않았기에 딜런의 표정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사실 내일 떠나.”“떠난다고?”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에서 가방을 끌며 그를 스쳐 지나갔다. 내일 아침에 움직이기 편하도록 계단 아래쪽에 가방을 밀어 넣었다.“해안가 쪽으로 가려고. 거기서 한동안 머물 거야.” 나는 거짓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