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제73장아지엘은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벨을 누르려는데 문이 살짝 열려 있고 잠겨 있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안으로 들어갔다.현관문도 열려 있었다. 주방 조명과 작은 램프 몇 개를 제외하고는 집 안 대부분이 어두웠다. 내가 이곳에 사는 동안 이 집이 이렇게 더러운 꼴을 본 적은 없었다.메인 조명을 켜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거실은 배달 음식 봉지와 플라스틱 용기로 뒤덮여 있었다. 그동안 계속 배달 음식으로만 끼니를 때운 걸까? 바닥에는 빈 술병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썩은 음식과 섞인 찌든 술 냄새가 역겨웠다.나는 불빛을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딜런은 냉장고 옆에 서서 술병을 꽉 쥐고 있었다. 그는 뚜껑을 열고 물처럼 술을 들이켰다.술을 다 마신 그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몸을 돌렸다. 우리 눈이 마주쳤고, 나는 그의 눈이 충격으로 커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몇 초 후, 그는 비참하고 공허한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젠장. 또 헛것이 보이네. 세상에, 술이 너무 독한가 봐.” 그가 혼잣말을 했다. 그는 다른 술병을 꺼내려고 냉장고 안으로 손을 뻗었다
제72장“집으로 돌아가는 거야?”나는 머리를 빗던 손을 멈추고 아지엘을 올려다보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이야기 좀 하려는 거야. 금방 돌아올게.”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정말 돌아올 거야? 제발. 난 너를—”“나도 네가 생각하는 만큼 만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 알잖아, 아지엘.”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짧고 곱슬거리는 머리를 매만지고는 그를 향해 돌아서며 덧붙였다. “있잖아, 네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하지만 브리엘이 저질러 놓은 일을 수습할 때까지는 너를 여기 혼자 두지 않을 거야. 그 여자가 날 아프게 했듯이, 네 머릿속까지 휘저어 놓는 건 못 봐.”그가 고개를 저었고,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가 미친 건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자기에게 바람을 피운 약혼녀랑 “사랑에 빠져” 있는 건가? 제정신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지?만약 딜런이 정말로 바람을 피웠다는 게 확인되면, 나는 아지엘이 다음 희생자가 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뭐? 내 결혼 생
제71장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거친 숨소리만이 그 정적을 깼다.“미안해.”나는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진심으로 반성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딜런은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너는 여기서 좋은 집에서 지내고 있는 걸 보니 화가 치밀어서 그랬어. 걘 완전히 망가졌어. 하루 종일 술만 마시고 잠만 자. 우리가 경찰서에 갔는데, 출근도 안 해서 상사들이 잔뜩 화가 나 있어. 집은 엉망이야, 특히 너희 안방은 더더욱. 딜런은 그 방에 발도 못 들여. 카이아, 걘 완전히 폐인이 됐어. 너라도 우리 입장이라면 걱정됐을걸.”“딜런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레이라 아주머니께는 말씀 안 드렸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싶지 않아서.” 모리스가 덧붙였다. “데클런 삼촌이랑 랜스한테도 말했는데, 그들이 딜런을 설득하려 했지만 소용없었어. 그저 울고 술만 마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어. 네가 폰을 집에 두고 가서 연락할 방법도 없었어. 그 쪽지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직도 너를 찾고 있었을 거야. 우리가 너무 거칠게 말해서 미안해.”아이버슨이 씩씩거렸다. “난 아직도 왜 하필 세상 천지에 이 집을 골랐는지 이해가 안 가.
제70장“돌려 말하지 않겠어. 네가 우리 사촌을 두고 바람을 피웠어, 카이아?”본능적으로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쏘아붙이고 싶은 충동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회할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렇게 불태워버리고 싶지는 않았다.딜런을 제외하면, 이 가족은 나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준 사람들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들이 보여준 사랑이 아니었다면 나는 딜런과의 결혼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내 말을 무기 삼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내가 뱉은 말 때문에 죄책감에 익사하며 잠에서 깨고 싶지는 않았으니까.하지만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들이 나를 너무 쉽게 판단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정말 내가 그들의 사촌을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 모든 일을 겪고도?나는 길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그들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우선 안으로 들어오는 게 어때? 이 일은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해야 해.”“왜 안으로 들어가? 여기서 이야기하면 돼. 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잖
제69장아지엘은 길고 떨리는 숨을 내쉬며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사실상 내 최악의 두려움을 확인시켜 준 셈이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제정신이 아니야!“너 미쳤어?!” 나는 그를 향해 다가가며 소리쳤다. “그래서 나보고 딜런한테 돌아가라고 한 거야? 그 여자를 여기로 데려오려고? 너 괜찮은 거야? 술이라도 마신 거야?!”“카이아—”나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잠깐, 잠깐만. 너 결혼은 끝났다고 했잖아! 그녀가 나와 딜런에게 한 짓 때문에 끝난 거라고 했잖아! 아지엘, 그녀는 내 남편의 정부가 되었을 때 네 약혼녀였다고! 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너한테도 바람을 피운 거야! 그녀는 너를 바보 취급했고, 이제야 부모님이 그녀의 실체를 깨닫고 쫓아내니까 여기로 데려오겠다고? 길바닥에 나앉아도 싸!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카이아, 나는 정말 그게 함정이었던 것 같아서…….”나는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지엘, 둘 다 우리를 가지고 놀았을 가능성이 아주 커! 그녀를 여기 머물게
제68장“너 정말 끝까지 고집 피울 거야? 심지어 남편을 들여보내지도 않았더라며. 그 사람 밖에서 거의 하루 종일 있었어. 오늘 아침에 내가 나갈 때도 거기 있었고, 오후에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어. 정말 끝까지 안 들여보낸 거야?”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시선을 돌렸다. “안 들여보냈어.” 내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사실이었다. 그가 몇 시간 동안 내 이름을 부르며 설명할 시간을 달라고 애원할 때도 그랬다.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커튼 뒤에서 그를 지켜보고는 있었다.“왜 안 그랬어? 그 사람과 이야기조차 해보고 싶지 않아? 그 사람 입장을 들어볼 기회는 줘야 할 거 아냐.”하루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 무릎 위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지금은 그를 만날 준비가 안 됐어, 아지엘. 나 자신을 잘 알아. 지금 그와 대화하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뱉어버릴 거야. 아직 이렇게 화가 난 상태에서 그를 마주하면 상황만 더 엉망이 될 뿐이야.”딜런에게 달려 나가 비명을 지르든, 아니면 그를 안아주든, 둘 중 무엇이든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밖은 찌는 듯이 더웠는데 그는 몇 시간 동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밥은 먹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죄책감이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