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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받아

作者: 케사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8 06:00:00

낡은 지도와 현재 지도가 나란히 펼쳐졌다.

옛 지도 북동쪽 산줄기 아래.

라엔.

현재 지도에는 같은 이름이 없었다.

솔의 손끝이 강을 따라 움직였다.

굽어진 물길.

산맥 사이의 좁은 길.

두 지도에서 남아 있는 지형을 하나씩 맞췄다.

“여기입니다.”

손가락이 멈췄다.

에드윈이 현재 지도를 봤다.

“이 근처라면…….”

작은 성터 표시를 짚었다.

준경이 물었다.

“뭐야.”

담당관이 답했다.

“폐성입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

“이름.”

“현재 기록에는 없습니다.”

솔은 두 지도를 다시 맞춰봤다.

강.

산.

성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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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77화. 보지마

    솔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준경은 그 손을 내려다봤다.손을 잡고 보겠다는 뜻이었다. 아무한테도 넘기지 않고 준경이 사는 미래가 있는지.준경은 오늘 다른 방법은 없다는 말을 듣고 왔다.받을 수 있는 건 솔뿐이라고 했다.솔이 찾으려는 미래는 없을지도 몰랐다.그런데 그걸 말하려면, 왜 없는지도 말해야 했다.준경은 손을 들지 않았다.솔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공작님."재촉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기다리겠다는 목소리였다.준경은 자기 손을 봤다. 탁자 위에 놓인 오른손. 세 손가락이 아직 반쯤 굽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솔의 대가를 받은 뒤로 이렇게 됐다. 한 번 더 받으면 어떻게 될지는 준경도 몰랐다.그래도 거절할 이유를 댈 수가 없었다.준경은 왼손을 내밀려다 멈췄다.솔이 보고 있는 건 오른손이었다.준경은 짧게 숨을 내쉬고, 굽은 손을 솔의 손 위에 올렸다.솔이 그 손을 두 손으로 받았다.준경은 기다렸다. 솔이 눈을 감고, 손에 힘을 주고, 예언을 시작할 순간을.솔은 눈을 감지 않았다.대신 준경의 손을 뒤집었다. 그리고 소매 끝을 잡아 천천히 걷어 올렸다."뭐 하는 거야."솔은 대답하지 않았다.소매가 팔꿈치 아래까지 올라갔다.검은 문양이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솔이 봤을 때보다 팔 안쪽으로 더 올라와 있었다. 색도 진했다. 가장자리가 피부 아래로 번지듯 퍼져 있었다.솔의 엄지가 문양 끝에 닿았다.닿은 자리만 아주 조금 흐려졌다. 처음 만난 날부터 그랬다. 솔이 만지면 저주가 물러났다.솔이 손을 떼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76화. 기다렸습니다.

    준경의 손이 탁자 위에서 멈췄다.시간.자기에게 남은 걸 솔에게 넘긴다.그러면 자신은 산다.서른을 넘길 수도 있었다.어젯밤 처음으로 입 밖에 낸 말이었다. 살고 싶다고. 솔과 오래 있고 싶다고.그 방법이 정말 있었다.그런데 그 방법에서는 솔의 시간이 줄어든다.준경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얼마나.""알 수 없습니다.""솔이 얼마나 잃는지 모른다는 거야?""예. 받는 사람이 얼마나 견디는지에 따라 다릅니다.""그럼 나는. 내가 얼마나 사는지는.""그것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남자가 잠깐 말을 멈췄다."다만 지금보다는 훨씬 오래 사실 겁니다."준경이 남자를 봤다."그건 확실해?""백 년 전에도 하르젠은 살아남았습니다."준경은 대답하지 않았다.그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오래 살았다. 다리를 다시 놓고, 세금을 미루고, 영지를 오래 다스렸다.살고 싶었던 마음이 어디까지 데려갔는지도 알고 있었다.준경은 손을 탁자에서 거뒀다.그리고 다른 걸 물었다."어떻게 알아."남자가 눈을 깜빡였다."저주가 솔한테만 반응한다는 거. 난 그걸 하르젠 밖에서 말한 적이 없어.""…….""넘어가는 게 시간이라는 것도. 백 년 전에 하르젠이 살아남은 이유도. 너, 기록 옮기는 사람이잖아.""기록이 그렇습니다.""무슨 기록."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넌 뭘 어디까지 알고 있어."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75화. 시간입니다

    다음 날 오전, 솔은 지하 예언실에 있었다.예언을 하러 내려온 건 아니었다. 그동안 미뤄둔 기록이 쌓여 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한 예언들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신탁청에 보낼 보고서도 써야 했다.동부 협곡에서 본 예언을 적었다. 폐성에서 확인한 내용도 정리했다. 계약자와 접촉해서 대가를 나눈 날은 그 사실을 따로 표시했다.표시가 점점 많아졌다.솔은 다음 장을 넘기다가 잠깐 손을 멈췄다.최근 기록에는 준경의 이름이 빠지는 날이 거의 없었다.솔은 다음 장을 넘겼다.한참 쓰다가 고개를 들었다.창문이 없는 방이라 시간을 알 수 없었다. 촛대에 꽂아둔 초는 처음보다 한참 짧아져 있었다.솔은 펜을 내려놓고 귀를 기울였다. 위층에서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점심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생각보다 오래 있었다.솔은 마지막 장을 서둘러 마무리했다.늦으면 기다리겠다고 했다.괜히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종이를 묶어 옆구리에 끼고 계단을 올랐다. 평소보다 걸음이 빨랐다.식당은 비어 있었다.솔은 문 앞에서 멈췄다. 탁자에는 두 사람 자리가 차려져 있었다. 둘 다 비어 있었다.하인 하나가 다가왔다."점심 바로 내올까요?""공작님은요?""아침 일찍 에드윈 경과 나가셨습니다.""어디로요?""말씀이 없으셨습니다."솔은 고개를 끄덕였다.일이 생겼나 보다 생각했다. 공작이 갑자기 나갈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곧 오실 겁니다. 조금 기다리겠습니다."솔은 자기 자리에 앉았다.맞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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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오전, 신탁청 실무관이 저택에 왔다. 준경은 집무실에서 그를 맞았다. 솔도 옆에 있었다. 실무관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용건을 꺼냈다. "그저께 밤 가져가신 문서를 돌려받으러 왔습니다." "싫은데." 실무관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이런 대답을 예상한 얼굴이었다. "신탁청 기록입니다. 확인하셨다면 반환해 주셔야 합니다." "확인했어. 그래도 싫어." "돌려주지 않으시면 하르젠이 신탁청 기록을 가져간 것으로 처리됩니다." "해." 준경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대신 그 문서에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도 같이 적어." 실무관이 말을 멈췄다. "하르젠 공작한테 대가를 받지 않으면 살 수 있다고 알려준 게 신탁청이잖아. 그것까지 다 적어서 올려." 실무관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다시 와도 똑같아." 실무관이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려 했다.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솔이었다. 실무관이 멈췄다. "말씀하십시오." "백 년 전에 하르젠과 라엔의 예언자가 대가를 나누기로 했던 일 말입니다. 그게 나중에 바뀌었지요." "예. 하르젠 쪽 요청으로 바뀌었습니다." 실무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오래된 처리 기록을 읊는 것처럼. 솔이 다시 물었다. "라엔의 예언자도 그걸 알고 있었습니까?" "알렸습니다." 솔의 어깨에서 아주 조금 힘이 빠졌다. 실무관이 덧붙였다. "처리가 끝난 뒤에요." 솔이 멈췄다. 준경이 실무관을 봤다. "끝난 뒤?" "예. 바뀐 결과는 처리가 끝나면 양쪽에 알리게 되어 있습니다." 실무관은 그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원래 그렇게 합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실무관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문이 닫혔다. 솔은 닫힌 문을 한동안 봤다. "몰랐던 겁니다." 준경이 솔을 봤다. "라엔의 예언자는요. 자기가 하르젠의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73화. 묻지 마십시오

    다음 날 아침.준경은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서명할 서류가 쌓여 있었다. 그는 펜을 집었다.엄지와 검지로만 쥐어졌다. 나머지 세 손가락은 여전히 굽은 채였다.이름을 쓰기 시작했다.글씨가 비뚤어졌다.준경은 종이를 옆으로 치우고 새 종이에 다시 썼다. 이번에는 펜이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졌다. 잉크가 번졌다.준경이 종이를 구겨 바닥에 던졌다.세 번째 종이를 꺼냈다. 천천히 썼다. 이름은 겨우 알아볼 만했다. 평소 서명과는 전혀 달랐다.그는 펜을 내려놓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셔츠 소매 단추가 풀려 있었다. 아침에 혼자 채우려다 포기한 것이었다.노크 소리가 났다."들어와."솔이었다. 어제 데인 손에는 아직 천이 감겨 있었다.솔은 바닥에 구겨진 종이를 봤다. 그리고 책상 위의 비뚤어진 서명을 봤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대신 준경 옆으로 와서 풀린 소매 단추를 채웠다.준경은 가만히 있었다. 표정은 좋지 않았다.솔이 단추를 다 채우고 물러났다."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십니까?""나가야 해.""어디로요.""어제 그 남자. 에드윈이 알아본 게 있어."솔이 잠깐 말이 없었다."에드윈 경이 이리로 와서 보고하면 되지 않습니까.""내가 가는 게 빨라.""오늘은 에드윈 경에게 맡기십시오."준경이 솔을 봤다."왜.""손이 그런데요.""손 하나 때문에 못 갈 일은 아니야."솔은 물러서지 않았다."어제 그 손 때문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72화. 내가 시켰어

    말을 꺼낸 건 준경이 아니었다.골목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에드윈과 함께 갔던 기사 하나가 숨을 몰아쉬며 뛰어왔다."공작님."준경이 솔에게 잡힌 손목을 뺐다. 천천히. 소매를 끝까지 내렸다."찾았어?""예. 멀지 않습니다. 에드윈 경이 문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들어갔고?""들어갔습니다. 아직 안 나왔습니다."준경이 솔을 봤다.조금 전의 얼굴은 이미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걸을 수 있어?""예.""그럼 가자."기사가 길을 안내했다. 준경이 걸음을 옮겼고 솔이 그 뒤를 따랐다.솔은 걷는 내내 준경의 손을 봤다. 그는 그 손을 옆구리에 붙인 채였다. 걸을 때도 흔들지 않았다.모퉁이를 하나 돌았다.또 하나.솔의 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알고 있는 길이었다.와본 적 없는 골목이었다. 그런데 벽돌의 색도,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도, 모퉁이에 쌓인 빈 상자도 전부 처음이 아니었다.조금 전 미래 안에서 걸었던 길이었다.그리고 그 끝에 문이 있었다.낡은 나무문. 위에 매달린 등불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미래에서 본 그대로였다.문 맞은편 그림자 속에서 에드윈이 모습을 드러냈다."공작님.""안에 몇 명인지 확인돼?""방금 그 남자와, 원래 안에 있던 사람 하나. 둘입니다.""나간 사람은.""없습니다. 뒷문도 없는 집입니다."준경이 고개를 끄덕였다.문 앞으로 갔다. 기사들이 양옆에 붙어 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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