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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Author: 마루콩
“내 생각엔 아주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건 침대 위에 있는 저 인형인 것 같은데.”

강이주는 이불을 덮고 있는 침대 위 인형을 가리켰다.

유천훈이 놀란 눈으로 강이주를 바라보았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강이주는 의미심장하게 유천훈을 한 번 보았다.

“그 질문에 답을 해 줄 수는 있어. 그런데 그전에 나도 천훈 씨가 풀어줬으면 하는 의문이 하나 있어.”

강이주의 말에 유천훈의 표정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유천훈은 그저 강이주를 바라볼 뿐, 그 말에 대답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강이주의 추측은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까워진 듯했다.

강이주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그냥 천훈 씨가 ‘두루미’인지 알고 싶어.”

강이주는 이제야 서연지의 병상에 있는 인형이 왜 낯이 익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건 ‘두루미’ SNS에 올라왔던 그 추상적인 투즈키 키링 인형과 흡사했다.

얼굴은 이불에 가려져 있었지만, 강이주의 머릿속에는 그 이미지가 또렷하게 스쳐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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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74화

    강이주의 교통사고 소식이 유예준에게 전해졌을 때, 유예준은 맞선 상대와 식사 중이었다.전화는 구기빈에게서 왔다.유예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한 룸을 찾아 들어갔다.구기빈의 목소리는 심하게 쉬어 있었다. [지금 병원으로 갈 수 있어?]“강이주가 교통사고를 당했어. 제일병원 근처야.”구기빈이 애써 감정을 누르고 있었지만 유예준은 떨리는 목소리에 섞인 이주에 대한 구기빈의 염려를 바로 알아챘다.유예준은 몸을 돌려 룸 밖으로 뛰어나가며 말했다. “나 근처야. 내가 바로 갈게. 너 잘 들어. 지금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마. 제수씨 상태가 어떻든 내가 반드시 안전하게 네 앞에 데려다 놓을게.”“정말 지금은 움직이지 마. 알았지? 사고는 이미 벌어졌어. 네가 지금 오든 내일 오든 우리한테 당장 달라지는 건 없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맞선 상대를 챙길 여유도 없이 그대로 식당 밖으로 뛰어나왔다.밖으로 나오자 주변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렸다.“들었어? 근처 고가도로에서 큰 사고가 났대. 지금 구조 중이라던데.”“화물차 운전자는 현장에서 숨졌다는 말이 있더라. 음주운전이라나 봐. 들이받힌 승용차도 심하게 찌그러졌다던데 안에 탄 사람은 괜찮으려나.”“...”사람들의 말이 여기저기서 이어졌다.유예준은 그 이야기가 구기빈에게 들리지 않게 통화 마이크 쪽을 손으로 가렸다.곧바로 차를 몰아 고가도로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통화는 끊지 않은 채 핸드폰을 차량 블루투스에 연결했다.“나 지금 현장으로 가는 중이야. 너... 괜찮아?”유예준이 더 걱정하는 건 구기빈이 강이주 사고 소식을 듣고 계획을 무시한 채 해외에서 바로 돌아오려 하는 일이었다.곁에 민서호가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민서호라고 해서 지금의 구기빈을 반드시 붙잡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구기빈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유예준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차라리 당장 사고 현장까지 날아가고 싶었다.전화 너머로는 거친 숨소리만 반복해서 들렸다. 그 소리 하나하나가 유예준의 심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73화

    구기빈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은 듯 답답했다. 온몸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굳어 있었다.공포가 한꺼번에 밀려들며 심장 한가운데가 찌르듯 아팠다.구기빈은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지금 당장 돌아가야 했다.“기빈아!”구기빈이 문 쪽으로 달려가려 하자 누군가 팔을 붙잡았다.구기빈은 아직 환자복 차림이었고 안색도 창백했다. 지금도 병원 안에 있었다.J시에서 이곳으로 온 뒤 구기빈은 자신으로 위장했던 사람을 비밀리에 빼돌려 안전하게 보냈다.대신 직접 병상에 누워 ‘구기빈’ 역할을 이어 가고 있었다.구기빈을 붙잡은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겉으로는 경호원처럼 보였다.실제로 경호원들 사이에 섞여 움직이고 있었다.구기빈이 심어 둔 사람이었다.길을 막자 구기빈은 상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이주한테 사고 났어. 내 아내가 다쳤다고. 서호야, 나 막지 마.”민서호는 구기빈 앞을 가로막고 어깨를 눌렀다. “지금 돌아가면 안 돼. 제수씨 걱정되는 건 아는데 좀 진정해. 여기까지 간신히 공들인 계획을 네가 지금 뛰쳐나가서 다 망칠 셈이야?”방금 들린 충돌음은 구기빈 곁에 있던 민서호에게도 선명하게 들렸다.상황을 몰라도 강이주에게 큰 사고가 생겼다는 건 알 수 있었다.민서호는 즉시 J시에 남겨 둔 사람들에게 강이주의 위치와 상황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지금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구기빈이 이성을 잃고 J시로 뛰어가는 걸 막는 것이었다.어차피 구기빈은 내일이면 돌아갈 수 있었다. 지금 몇 시간을 앞당긴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다.그 판단이 강이주에게는 너무 가혹하다는 것도 알았다.구기빈은 이성을 놓아도 되지만 민서호까지 같이 흔들릴 수는 없었다.그 때문에 민서호가 구기빈과 함께 해외까지 따라온 것이었다.구기빈은 차갑게 말했다. “나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여유 없어. 이주한테 가야 해. 비켜. 난 돌아갈 거야!”구기빈은 J시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바꾸지 않았다.구기빈에게는 강이주보다 중요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72화

    임설은 끝까지 주선하 곁에 남겠다고 했고, 오백현도 함께 남았다.강이주는 처음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오백현이 임설을 잘 챙기겠다고 몇 번이나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결국 임설에게 등을 떠밀리다시피 병원에서 나왔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이주의 핸드폰에 구기빈의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받자마자 구기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희도가 오늘 밤 당신한테 시비 걸었다며?]오늘 일이 크게 벌어졌으니 구기빈이 알게 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강이주는 담담하게 답했다. “그 정도는 아니야. 희라인 척 주선하 씨를 속여 불러낸 다음 두들겨 팼더라. 선하 씨가 우연히 내가 있던 룸으로 차여 들어와서 내가 막아선 것뿐이야.”강이주는 오늘 밤 있었던 일을 일부러 숨기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일을 구기빈에게 전부 설명했다.구기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 너머로 무거운 숨소리만 들렸다.강이주가 낮게 불렀다. “기빈 씨?”‘왜 아무 말도 없지?’전화로만 듣고 있는데도 구기빈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게 전해지는 듯했다.구기빈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지금 어디야? 며칠 동안 혼자 다니지 마. 진호 붙여서 같이 다녀.]강이주는 바로 얼마 전 구호민을 고발했고, 오늘은 구희도 앞에서 주선하를 빼앗아 왔다.거기에 구희도 쪽 사람들과 큰 싸움까지 벌어졌다.구기빈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강이주가 위치를 말하려던 때, 눈앞으로 강한 빛이 쏟아졌다.갑작스러운 상향등 빛에 시야가 흐려졌다.강이주의 두 손이 핸들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대형 화물차 한 대가 강이주 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비틀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전조등이 정면으로 꽂혔다.강이주는 곧바로 핸들을 꺾어 피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화물차가 강이주의 차 앞부분을 거칠게 들이받았다. 밤공기를 가르는 큰 충돌음이 터졌다.그 소리는 통화 중이던 구기빈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차량 블루투스 너머로 구기빈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차가 부딪히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71화

    임설이 진짜 화났다는 걸 알아챈 오백현도 이번에는 더 이상 입으로 허세를 부리지 못했다.임설은 오백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씨 집안이 J시에서 어느 정도인지 네가 모를 리 없잖아. 나 때문에 위험한 일까지 할 필요 없어. 알아들었어?”“헤어져도 친구로 지내고 싶고, 내가 힘들 때는 네가 지켜 주겠다고 했지? 그럼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한테 괜히 달려들지 마. 네가 잘못되면 나중에 내가 괴롭힘당할 때 무덤에서라도 기어 올라와서 도와줄 거야?”헤어진 지 이미 꽤 지나서 애정이 없어서인지 임설은 늘 오백현을 귀찮아했지만, 오백현이 여전히 자신에게 잘해 준다는 사실만큼은 알았다.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도 서로의 가치관과 앞으로 살고 싶은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었다.임설은 오백현이 지금도 진심으로 자신을 친구로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이번만큼은 장난스럽게 넘기지 않고 진지하게 막아선 것이었다.강이주도 옆에서 말을 보탰다.“우리 설이 씨 말이 맞아요. 구씨 집안은 오백현 씨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오늘 일 끝났으면 앞으로는 구씨 집안 사람들과 거리를 두세요.”두 사람 모두 진심으로 오백현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다.오백현은 겉으로 보기엔 장난기 많고 철없어 보였지만, 이때만큼은 강이주와 임설이 자신을 진심으로 말린다는 걸 알아들었다.오백현은 임설과 눈을 맞춘 뒤 허리를 펴고 진지한 표정으로 약속했다.“알았어. 내가 먼저 구씨 집안 사람들을 찾아가 건드리는 일은 없을 거야. 앞으로 혹시 마주치면 내가 먼저 피해 갈게.”임설은 오백현이 대충 넘기는 게 아니라 정말 자신의 말을 받아들였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임설의 표정이 풀리자 오백현은 싸움 중 발에 차인 가슴을 움켜쥐고 죽는소리를 했다. “설아, 나 여기 아파. 나도 며칠 입원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오백현이 가슴을 움켜쥐고 과장되게 아픈 척하자 임설은 또 눈을 굴리며 오백현을 노려보았다.임설은 오백현의 이런 장난스러운 태도가 가장 싫었다. 그만하라는 뜻으로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70화

    강이주는 처음에 임설에게 전화해 경찰서 쪽 일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그런데 병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임설과 마주쳤다.임설 뒤에는 오백현도 따라오고 있었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도 눈에 띄었지만, 아프다고 떠들어 대는 목소리 때문에 더 시선이 쏠렸다.오백현은 맞은 곳을 감싸 쥔 채 앓는 소리를 냈다. “설아, 진짜 너무한다. 나 아파 죽겠는데 걱정도 안 해 주냐?”“이 독한 여자야. 인정머리도 없고 양심도 없고, 사람 버리고 혼자 잘 살겠다는 거지...”임설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 뒤 한숨을 쉬고 걸음을 재촉했다. 뒤에서 울부짖듯 따라오는 오백현을 당장 떼어 내고 싶었다.버림받았다는 말을 큰 소리로 떠드는 걸 듣자 발로 차서 멀리 보내 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이 남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유치한 감정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괜히 상대했다가는 오백현만 더 신날 걸 알기에 임설은 짜증을 억누르고 굳이 모르는 척했다.강이주는 멀리서부터 오백현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그 옆에는 모든 걸 포기한 듯한 표정의 임설이 걷고 있었다.강이주는 예전에 임설이 전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질린 표정을 짓던 모습을 떠올렸다.임설은 전 남자친구가 유난히 철없고 과장된 행동을 좋아한다고만 말했었다.직접 보니 확실히 웃긴 사람이기는 했다.“대표님.”강이주를 본 임설은 살았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오백현도 뒤따라오며 계속 떠들었다. “설아, 우리 설이, 전 여자친구님...”임설이 홱 돌아서서 오백현을 노려봤다.“야! 입 닫아.”오백현은 두 손을 맞부딪친 뒤 장난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알았어, 마님. 지시대로 할게.”그러고는 입술 위로 지퍼를 잠그는 흉내를 내며 임설에게 비위를 맞추듯 웃었다.임설은 다시 강이주를 향했다. “경찰서 쪽은 정리됐어요. 구호민 회장이 직접 변호사까지 대동하고 와서, 구희도 씨는 조사받은 뒤 일단 귀가 조치됐어요.”솔직히 임설은 그때 구호민을 마주한 뒤, 굳은 표정의 중년 남자를 보기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69화

    맞은 사람이 아무 보상도 못 받고 끝날 수는 없었다. 받아낼 수 있는 건 제대로 받아내야 했다.그게 강이주의 목적이었다.강이주는 웃음을 거두고 자기 팔을 살짝 꼬집었다. 눈가가 붉어지자 밖에서 기다리던 경찰을 병실로 불렀다.주선하는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연기를 시작했다.병상에 축 늘어진 채 온몸이 아프다고 했고,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 같다고 하면서 헛구역질까지 했다.그러면서도 경찰 조사에는 성실하게 응했다.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정은 이랬다. 구희도가 구희라의 핸드폰으로 주선하에게 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집에서 빠져나왔지만 갈 곳이 없으니 ‘사랑채’에서 기다리겠다고 속인 것이었다.‘사랑채’는 구희라가 주선하를 데리고 자주 식사하러 오던 곳이었다.그래서 주선하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구희라가 걱정된 나머지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곧바로 ‘사랑채’로 달려왔다.이 층에는 구희라가 자주 쓰는 전용 룸도 있었다.주선하는 문을 열고 안에 있는 사람이 구희도라는 걸 보고서야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구희도 쪽 사람들이 길을 막고 있었고, 주선하를 룸 안으로 끌고 들어가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렸다.주선하도 곧바로 맞섰지만 한 사람이 여러 명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큰 힘을 들여서 겨우 룸 밖으로 빠져나왔다.그 사람들은 뒤까지 쫓아와 주선하를 걷어찼고, 그 바람에 주선하가 강이주가 있던 룸 안으로 채여 굴러 들어간 것이었다.그 이후의 일은 강이주도 직접 겪었으니 알고 있었다.구희도가 구희라의 핸드폰을 가지고 주선하에게 연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강이주의 표정이 무거워졌다.그 말은 앞으로 구희라와 연락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했다.구희라가 전까지 핸드폰을 이용해 이들과 연락할 수 있었던 것조차 구호민이나 구희도가 일부러 허용한 일이었을 가능성이 컸다.구희라가 경계를 늦추게 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진짜 약았네.’진술이 끝난 뒤 강이주는 철수하는 경찰을 문 앞까지 정중하게 배웅했다.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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