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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Author: 주광
“이렇게 다쳐 놓고도 괜찮다니... 일단 보건실로 먼저 가자. 고모 데려다줄게.”

아린은 마치 미안하다는 듯 난처한 얼굴을 했다.

“근데... 이안이는 아직 경기 중이잖아...”이

그러자 이안은 손을 꼭 쥐며 고개를 저었다.

“경기보다 고모가 더 중요해! 고모 다치면 이안 마음 아프단 말이야.”

그렇게 둘은 아린을 중심으로 안절부절,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된 듯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예진은 속이 쓰리면서도 어이없어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정말... 저 상황을 다 믿는 거야?’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공 하나로 사람을 날려?’

‘누가 봐도 류아린이 쇼하는 거잖아.’

‘근데도 저 두 부자는... 전혀 의심조차 안 하네.’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구나.’

윤제는 아린을 안은 채 예진 앞을 지나가면서도 한마디 잊지 않았다.

“엄마가 고모 다치게 했어. 엄마 너무 싫어.”

그리고 이어지는 윤제의 차가운 말 한마디.

“고예진,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왜 엉뚱한 사람한테 화풀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마치 ‘완벽한 가족’이라도 되는 듯 아린을 품에 안고 보건실로 걸어갔다.

남겨진 예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다.

‘정말 대단하다. 이 정도 연기력으로 드라마 나가면 시청률 1위 하겠어.’

그 순간, 민혁이 조용히 다가와 하나를 번쩍 안으며 말했다.

“하나야, 오늘 경기는 나쁜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일찍 끝났대. 그래서 말인데, 우리 하나랑 엄마랑 아빠랑 셋이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어때?”

하나는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진짜요? 신난다!”

민혁과 하나가 웃으며 장난을 치는 소리에 예진도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내가 신경 쓸 사람은 저기 웃고 있는 아이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뿐이야.’

한편, 유치원 보건실.

간호사가 간단히 아린의 발을 살펴본 뒤 말했다.

“크게 문제는 없어요. 살짝 접질린 정도예요. 며칠 동안은 하이힐은 피하시고, 무리하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그 말을 들은 윤제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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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좀 묻고 싶네. 이렇게 오래 같이 있었는데, 우리 사이에 진짜 감정은 단 한순간도 없었던 거야? 넌 날 그저 이용만 한 거야? 돈 계산만 있었던 거야? 한 번도 진심이었던 적 없어?”아린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은 비웃음에 가까웠다.“감정? 난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어. ‘감정은 세상에서 제일 값싼 거’라는 걸. 그건 날 약하게 만들 뿐,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해.”“내 기준은 단순해. 누가 나한테 도움이 되면, 그 사람한테 감정을 쓸 수 있어.”윤제가 그녀에게 도움이 될 때, 아린은 온 마음을 다해 윤제에게 집중했다.하지만 윤제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주저 없이 다른 사람에게 몸을 기댔다.그게 진문호였다.‘좋아했냐고? 말도 안 되지.’좋아한 적은 없었다.그저 필요했을 뿐이다.진문호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기에, 아린은 그 앞에서 진심처럼 보이는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그녀는 연기를 했고, 그 연기 속에서조차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잠시 후, 아린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오래 두르고 있던 갑옷을 벗어 던진 사람처럼 그 얼굴엔 이상할 만큼의 평온함이 깃들었다.“오빠, 사실이 뭔지 알아? 내가 국내 돌아오고 나서 계속 생각했어. 오빠는 사랑을 말하지만, 진짜 사랑을 보여준 사람은 고예진이야.”“오빠가 다쳤을 때, 그 여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에 있었잖아. 재활도 옆에서 도와주고, 결국 오빠 다시 걷게 됐고...”“심지어 위험한 출산까지 감수하면서 오빠 아이를 낳았지. 시어머니한테도 항상 웃으면서 순종했어.”“근데 그 결과가 뭐야? 얻은 게 아무것도 없잖아. 결국 모든 걸 잃었어. 사랑까지도.”아린의 눈빛이 차갑게 흔들렸다.“사람들이 말하잖아. 돈 있는 사람을 택하면 최소한 돈은 남고, 권력 있는 사람을 택하면 최소한 보호는 받는다고. 근데 사랑을 택하면... 남는 게 없어. 정말 아무것도.”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러니 난 틀리지 않았어.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게 있잖아. 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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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을 듣자, 미간을 깊게 찌푸린 윤제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그 시선을 마주한 순간, 아린은 확신했다. 윤제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역시 그렇지.’‘부윤그룹 대표라는 사람이... 세상 돌아가는 걸 이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하다니.’그녀는 비웃음이 섞인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났다.휘청거리며 윤제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예전에 우리 엄마하고 어머니는 제일 친한 친구였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지.”“우리 집 형편은 안 좋았지만, 엄마는 사랑 하나만 믿고 아빠한테 시집갔어. 반면에 어머니는 좀 더 현실적이었지. 오빠 아버지의 가능성을 보고 결혼을 선택했으니까.”아린의 입꼬리가 비틀렸다.“결과는 뻔하잖아. 사랑을 믿고 도박을 했던 사람은 결국 다 잃게 돼. 우리 엄마는 완전히 무너졌어. 자기 인생도, 내 인생도 같이 망가졌지. 아빠는 술에 빠지고, 도박까지 손댔고.”“근데 오빠 어머니는 달랐어. 진짜로 ‘이겼다’고 해야 하나? 오빠 아버지는 결국 부윤그룹을 세웠고, 오빠 집은 하루가 다르게 잘 살게 됐지. 반면 우리 집은 하루하루 바닥으로 떨어졌어.”“사람들이 그러잖아. ‘돈 보고 결혼한 여자는 자식한테 부를 남기지만, 사랑 보고 결혼한 여자는 자식한테 고생만 남긴다’고. 진짜 틀린 말 하나도 없어. 그래도 우리 엄마는 버텼어. 힘들어도, 그래도 평범하게 살고 있었어.”아린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그날, 오빠 어머니가 우리 엄마한테 연락을 했어. 도시에 일자리가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없을 거야’ 하면서 계속 재촉했대. 그래서 우리 엄마는 부랴부랴 집을 나섰고... 그 길에 사고가 난 거야.”윤제는 눈썹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그걸 우리 어머니 탓으로 돌릴 순 없잖아. 우리 어머니는 그냥 친구로서 도와주고 싶었던 거야. 너희 아빠 같은 인간 밑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탁!아린이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래, 맞아. 오빠 어머니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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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75화

    윤제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결론을 내리듯이 나지막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한마디씩 내뱉었다.“이렇게 여러 해 동안, 넌 나를 속였어. 사실 그때 떠난 건 네가 암에 걸려서가 아니야.”“네 병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었어. 진문호의 감정을 이용해서, 진문호에게 진단서를 위조하게 한 거지.” “네가 그때 해외로 간 건 내가 장애를 입을까 두려워서도, 부씨 집안의 재산이 날아갈까 봐서도 아니야. 위험을 감당하기 싫어서 나를 두고 떠난 거야. 다른 사람을 찾아서.” “그리고 우리 집안이 다시 부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네가 시집갔던 그 집안은 외국에서 점점 몰락했지.”“결국 네 이익을 위해서 그 사람과 이혼하고, 아이까지 포기했어. 그 뒤에 암이라는 연극을 꾸며 내 동정을 이용해서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 거야.” “네가 돌아온 이후 예진이와 내 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망가졌어. 그리고 반년 전, 내가 예진이와 이혼하자, 넌 드디어 원하던 명문가 며느리가 될 수 있었지.” “원하던 걸 이루는 건 좋은 일이야. 그런데 넌 너무 탐욕스러웠어.” “우리 어머니를 돌보기 싫으니까 일부러 우리 어머니를 병이 들게 한 거잖아. 또 진문호를 이용해서, 우리 어머니가 계속 혼수상태에 빠지도록 약을 주입하게 했지.” “그 반년 동안 네가 이안에게 계속 간식을 주고 연극을 했어. 이안이 병에 걸리자 네가 약을 비타민으로 바꿔 놨고, 그 바람에 이안의 병세는 급속히 악화됐어.”“어렵게 골수가 적합한 사람을 찾았는데, 네가 또 진문호를 움직여 중간에서 방해하게 했지. 덕분에 이안은 거의 마지막 기회를 놓칠 뻔했어.” “그리고 진문호가 언젠가 널 팔아 넘기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네 옆에 묶어둘 생각을 했지.”“너는 진문호와 바람을 피웠어. 육체로 진문호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면서, 진문호를 완전히 네 것처럼 만들었지.”윤제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가 말한 모든 진실은 칼날처럼 아린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린은 알고 있었다. 이제 와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74화

    “맞아요. 아린 씨 말이 맞습니다. 모두 제가 강요한 겁니다.”문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단호했다.“아린 씨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부 대표님 한 분뿐이었습니다. 저에게 연락을 이어간 건... 그저 어쩔 수 없었을 뿐입니다.”윤제는 냉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아린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진문호가... 정말 이렇게 말해?’문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담담히 말을 이었다.“제가 아린 씨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부 대표님 댁에서 아린 씨가 시어머니에게 모욕당하고, 부 대표님이 다른 여자에게서 낳은 아이까지 돌보는 모습을 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그래서 제가 멋대로 부 대표님의 어머니께 약을 넣었습니다. 도 여사님이 깨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도 저입니다. 또 배호수 씨에게 연락해서, 골수를 기증하지 말라고 한 것도 접니다.”그는 고개를 더 깊숙이 숙였다.“이 모든 일은 제가 했습니다. 아린 씨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부 대표님께서 책임을 물으시려면... 저를 벌하시면 됩니다. 아린 씨는 대표님의 아내입니다. 아내만큼은... 믿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그 말과 함께 문호는 더 이상 고개를 들지 않았다.문호의 시선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두 손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이 감정... 결국 나 혼자 시작했으니, 나 혼자서 끝내면 돼.’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랑은 언제나 한쪽이 무너질 때 완성된다는 걸...아린은 문호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죽기 직전까지 나를 감싸다니... 이런 사람을...’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묘한 죄책감이 목구멍을 조여왔다.‘내가... 이런 사람의 진심을 이렇게 짓밟은 거야...’윤제는 그런 아린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그는 천천히 다가와 아린의 귓가에 속삭이듯 비웃었다.“지금 진문호 말을 들으니 어떤 기분이야?”아린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진문호가 스스로 이렇게 나섰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야.’‘진문호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73화

    “그래서 진문호랑 계속 연락하고 있었어. 다 우리 집을 위해서 한 일이었는데...”“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처음엔 그냥 전화 몇 통 하더니, 요즘엔 계속 만나자고 해서... 나도 더는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윤제가 냉소를 터뜨리며 아린의 말을 끊었다.“그러니까 네 말은, 이 모든 게 네 잘못이 아니라 진문호 탓이라는 거야?”아린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나 어릴 때부터 오빠랑 같이 자랐잖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오빠가 제일 잘 알잖아. 지금까지 오빠 말고 한눈을 판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설마 나를 의심하는 거야?”“진짜야, 진문호가 나를 협박했어. 어머니 병을 이유로 나한테 연락하라고 했어. 안 그러면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오빠 요즘 너무 바쁘잖아, 나도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어. 오히려 오빠 힘을 덜어주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거야. 그래서...”아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제가 확 하고 손을 뿌리쳤다.아린은 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윤제는 비웃듯 손바닥을 털었다.잠시 후, 윤제의 비서가 지하실에서 팔다리가 묶인 문호를 끌고 나왔다.문호를 보는 순간, 아린의 얼굴에서 억지로 유지하던 침착함이 무너져 내렸다.윤제는 비서에게 고개로 신호를 줬다. 진문호의 입을 막고 있던 천이 벗겨졌다.“어때, 다 들었지? 이게 네가 목숨 걸고 도우려던 여자야. 막판이 되니까 어때? 이 여자는 널 버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거잖아.”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린을 바라볼 뿐이었다.‘분명 아린은 부씨 집안에서 숨도 못 쉬게 지낸다고 했는데...’‘분명 나한테 고맙다고, 내 옆에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는데...’‘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서로를 원했는데... 이제 와서 내가 협박했다고?’‘나에 대한 사랑은 전혀 없었던 거야?’문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린이 허둥지둥 일어나 윤제의 다리에 매달렸다.“오빠, 진문호가 오빠한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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