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민혁아, 그게 정말이야? 그럼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너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니?”민혁도 표정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말했다.“서일 테크놀로지를 예로 들어보죠. 최근 몇 년간 출시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보면, 외형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기술적 돌파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쪽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최근 급부상한 AI 기술 분야는, 서일 테크놀로지는 아직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한 상태입니다.”AI 기술은 최근 몇 년 사이 사물 인터넷 분야에서도,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좋은 시장에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서중국은 여전히 다소 보수적인 입장이었다.서중국은 AI의 중요성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원상문은 나름대로 많은 자료 조사와 준비를 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그런데 민혁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원상문의 눈빛이 단번에 달라졌다.“민혁아, 걱정하지 마라. 나는 다시는 도박에 손대지 않으마. 전에는 내가 길을 잘못 들었지만, 이제는 돌아올 수 있어.” “네가 이렇게 나한테 큰 신뢰를 준 만큼, 너하고 함께 끝까지 제대로 일을 해보고 싶구나. 우리 함께 서일그룹을 키워보자!”민혁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그 외에도 한 가지 더 생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서일그룹의 본사를 H시로 옮길 생각입니다. 공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자산업과 과학기술 분야는 H시가 J시보다 기술 수준도 높고 기회도 많습니다.” “사적인 이유도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제 여자친구 가족이 H시에 있습니다. 저 때문에 그렇게 먼 거리를 오가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이제 제가 회사를 이어받기로 한 이상, 앞으로는 회사가 제 삶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계속 J시에 있다면, 저희는 서로 떨어져서 생활을 해야 하겠죠.”“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본사를 H시로 옮기는 겁니다.”원상문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
“일단 식사부터 하죠.”처음부터 끝까지 숨 막히는 분위기 속의 식사였다. 원상문은 음식이 넘어가질 않아서 몇 숟갈 뜨지도 못했다.반면 민혁은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다.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원상문을 보고 그제서야 수저를 내려놓은 민혁은,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고모부와 고모의 관계가 어떤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일은 단순히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죠.” “사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도, 이 문제를 여기서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그 말을 듣자 원상문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미약하지만 일말의 희망이 비쳤다.민혁은 말을 이었다.“이번에 비게 된 회사 공금은 제 개인 자금으로 메우겠습니다. 우리가 한 가족인데 집안의 일을 밖으로 드러낼 수 없고, 또 고모를 실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하지만 도박이 쉽게 끊을 수 없다는 잘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마지막으로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사람을 붙여서 고모부의 동선을 늘 확인할 겁니다. 또다시 비슷한 일이 적발되면, 그땐 절대 봐주지 않겠습니다.”원상문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실 이 자리에 오기 전부터, 민혁이 이렇게 쉽게 넘어갈 리 없다고 예상하고 있었다.법을 전공한 사람답게, 민혁은 늘 원칙과 공정을 중시하는 성격이니까.이런 제안을 들을 줄은 몰랐기에, 원상문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민혁아, 걱정 마라. 앞으로는 이런 어리석은 짓은 절대 다시 안 할 거야. 그런데... 그런데도 나를 회사에 남겨 둘 생각이니?”민혁은 다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물론입니다. 고모부는 회사에 남아 주셔야 하고요. 오히려 한 가지 중요한 일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제가 최근 회사 일을 맡아보면서 느낀 건, 서씨 가문이 J시에서 오랫동안 정상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내부 관리는 여전히 예전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제품 디자인도 새롭지 않고,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을 때는 서씨 가문의 사비로 구멍을 메우기도 했다.사실 그 이유도 별다른 건 아니었다. 그저 이 서씨 가문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였고, 하나뿐인 여동생 서나운 때문이기도 했다.서중국은 결국 더 신중하게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민혁이 곧바로 자신을 겨냥해서 조사에 착수하자, 원상문은 민혁이 계속해서 회사를 끌고 가는 상황을 원치 않게 되었다.원상문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민혁이 미소를 지었다.“작은아버지 상황을 그렇게 걱정해 주셨지만, 유감스럽게도 고모부가 기대하신 답은 아니겠네요. 작은아버지는 이미 회사 운영 전체를 제게 맡기셨어요.” “고모부도 잘 아시겠지만, 이 회사는 원래 제 아버지가 제게 남겨 주신 건데 그동안 작은아버지가 대신 관리해 주셨죠. 이제 연세도 있으신데, 언제까지나 작은아버지께 부담을 드릴 수는 없잖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미소를 짓고 있던 원상문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민혁은 더 이상 모르는 척 가장하고 싶지도 않아서, 아예 분명하게 말을 꺼냈다.“고모부, 우린 어차피 한 식구잖아요. 형제 사이에도 계산은 분명히 하는 법인데, 돌려서 말할 필요 없이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터놓고 하세요.”그 말을 듣자 원상문의 미소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천천히 안경을 밀어 올리면서 민혁을 바라보았다.“이미 다 알고 있겠지?”“맞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공금을 빼돌린 거, 작은아버지도 모르고 계신 건 아니었어요. 다만 가족 체면 때문에 눈감아 주셨을 뿐이고, 계속 사비로 구멍을 메웠던 거죠.” “제가 대략 계산해 봤는데, 고모부가 회사에서 빼돌린 돈이 적어도 수백억 원은 되겠죠?”완전히 들통이 났다는 걸 깨닫자 원상문은 이를 악물었다. 표정은 일그러졌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이미 다 알고 있다니 더 숨길 것도 없겠구나. 그래, 내가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처음엔 나름대로 메우려고도 했지. 하지만 한 번 여기에 발을 들이니까, 끝이라는 게 없더라
[외삼촌, 아까는 엄마도 너무 다급해서 그랬던 거예요. 괜히 마음에 두지 마세요. 지금은 제가 얘기해서 다 정리됐어요.]임국봉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냉소를 지었지만, 말투만큼은 한없이 무거웠다.“휴우, 세준아. 사실 네 엄마 말도 틀린 건 아니야. 이 일은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 돈은 많이 벌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큰 법이지.” “외삼촌도 솔직히 늘 걱정이 됐어. 이번 기회에 아예 손을 씻는 건 어떠니?”그 말을 듣자 세준은 바로 다급해졌다.[안 돼요, 외삼촌. 지금 저한테 손 떼라고 하는는 건 우리 가족 보고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서민혁이 우리한테 숨 쉴 틈도 안 주고 몰아붙이고 있어요. 제가 돈이라도 벌지 않으면, 더 완전히 서민혁에게 휘둘리게 될 거예요!]임국봉은 크게 한숨을 쉬면서 마지못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생각했다면, 외삼촌도 더 말리진 않겠다.”...전화를 끊고 나서야 세준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바로 민혁의 행동을 떠올리자, 분노로 저절로 어금니를 꽉 깨물 수밖에 없었다.‘서씨 가문! 이 모든 건 서씨 가문 때문이야!’‘그때 은주가 그렇게 뻔뻔하게 날 대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예영호 같은 놈을 알게 될 일도, 맞을 일도 없었잖아!’‘맞은 것까진 그렇다 쳐도, 서씨 가문은 자기 힘만 믿고 끝까지 사람을 짓밟았어.’‘서씨 가문... 서씨 가문이...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야.’생각할수록 분노는 더 깊어졌고, 이를 악문 세준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살기가 드러났다.“서은주, 서민혁! 언젠가는 너희들도 똑같이 느끼게 해주겠어.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는 이 더러운 기분을!”한편 다른 한쪽. 신씨 가문을 강력하게 징벌한 뒤, 서일그룹을 둘러싼 문제들은 말끔하게 정리되었다.상황이 안정되면서 마침내 여유가 생기자, 민혁은 회사의 장부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보았다.예상대로 원상문은 단순한 횡령 수준이 아니었다. 프로젝트 곳곳에서 일부러 문제를 만들며 리베이트를 챙겼고
임보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세준은, 어머니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 이 일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 임보미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도움을 청하듯 임국봉을 바라보았다.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임국봉이 다시 임보미를 달랬다.“그만해, 보미야. 내가 옆에 있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내가 장담하지만 세준이한테는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거야.”그 말을 듣는 순간, 임보미는 마침내 폭발해 버렸다.“그런 무책임한 말 집어치워! 오빠 조카면 어떻다는 거야? 결국 친아들도 아닌데 마음이 아플 리가 없지! 내가 모를 줄 알아? 세준이가 이 일로 오빠한테 돈을 안 찔러줬을 리 없지.” “그 돈을 이용해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겠다는 거잖아! 자기 앞길을 위해서 내 아들을 총알받이로 쓰겠다고? 꿈도 꾸지 마!”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임국봉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양심이 있어? 내 친아들은 아니지만, 세준이가 자라는 모습을 내가 쭉 지켜봤어. 친아들하고 뭐가 다르겠어?” “세준이가 사고 칠 때마다 뒤에서 수습한 게 누군데,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다니...”그 말을 끝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임국봉은 바로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오빠가 정말로 화가 난 모습을 보자, 임보미도 화가 조금 누그러졌지만 눈물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그 모습을 본 세준이 앞으로 나서면서 임보미 앞에 무릎을 꿇었다.“엄마, 외삼촌이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엄마도 다 봤잖아. 이 일은 내가 선택한 거지, 외삼촌이 시킨 게 아니야.” “엄마가 걱정하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 우리 집은 이미 다른 방법이 없어. 정말 가족 전부 다 길바닥에 나앉아야 되겠어?”자식의 이런 모습을 보자, 분통이 터진 임보미가 세준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난 차라리 길바닥에 나앉는 게 낫지, 나중에 네가 비참한 꼴을 당하는 건 못 봐!”그러자 세준이 손을 들면서 맹세하듯 말했다.“엄마,
세준이 그동안 이 일을 끝까지 숨긴 채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임보미도 내막을 캐묻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여기까지 온 이상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세준도 알고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듯 외삼촌을 바라보았다.여유롭게 소파에 앉으면서 임국봉이 말했다.“보미야, 일단 너무 흥분하지 말고 앉아서 차분하게 이야기해 보자.”임보미가 아무리 아들을 감싸고 애지중지 키웠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 정도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신씨 가문은 수십 년간 정직하게 사업을 해 온 가문이었다. 아차 하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과는 단 한 번도 연을 맺은 적이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임보미가 어떻게 침착할 수 있겠는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임보미는 당장이라도 오빠의 따귀를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무슨 얘기를 더 해요? 난 오빠가 정말로 세준이를 아끼는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애가 이렇게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데도 말리는 건 고사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보호막이 되다니, 미친 거 아니에요?” “우리 집에는 세준이 하나뿐이에요. 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오빠 앞에서 죽어버릴 거예요!”임보미의 초조함과 격앙된 모습과 달리, 임국봉은 한결 침착해 보였다.“너도 말했듯이 내가 뒤를 받쳐 주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해? 지금 내가 H시에 있고 세상을 다 쥘 정도의 힘은 없다 해도, 그래도 얼굴은 좀 알려져 있어.” “세준이도 조심스럽게 일 처리를 했고, 지금까지 문제 한 번 없었잖아? 게다가 우리 일의 규모도 크지 않은데 무슨 큰일이 나겠어?”임보미는 그 말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난 임국봉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다독였다.“그래, 네가 세준이 걱정하는 거 나도 알아. 나도 조카라고는 세준이 하나뿐인데 어떻게 잘못되게 놔 두겠어” “지금 신씨 가문이 파산까지 선언한 마당에, 너희 가족이 전부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는 거야? 세준이 일이 위험해 보이긴 해도 수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