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화

Auteur: 주광
은주가 벌떡 일어나 소매를 걷으려 하자, 예진이 다급히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

“봤지? 저 여자, 진짜 구제 불능이야. 법 아는 애가 일부러 폭력을 행사한 거잖아. 한 번만 더 이러면, 진짜 고소할 거야!”

예영호는 급히 손을 들어 상황을 중재하려 했다.

“자, 자... 진정하세요. 이야기는 차분히 하시죠.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예진이가 나서면 방법이 있겠지.’

‘근데... 나 진짜 저 인간한테 한 대 더 날리고 싶어.’

은주는 이를 악물고 있었지만, 예진이 조용히 은주의 팔을 꽉 잡은 덕에 간신히 마음을 잡고 자리에 앉았다.

예진은 다시 김기남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김기남 씨, 아직 끝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후 사정은 어느 정도 파악했고, 물론 제 친구의 행동에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발단이 김기남 씨에게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예진의 말이 흐름을 바꾸자, 김기남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자르려 했다.

“그건 또 무슨...”

하지만 예진은 김기남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김기남 씨께서 요청한 50만 원, 그건 저희가 지불할 수 있습니다. 폭력에 대한 책임이니까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저희 측은 김기남 씨를 ‘강제추행죄’로 고소할 예정입니다.”

은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제야 그녀는 예진이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했고, 억눌렀던 감정을 겨우 내려놓았다.

‘역시... 내 친구는 달라.’

은주는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자리를 지키며 미묘하게 미소 지었다.

예진은 이어서 말을 이었다.

“저희 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건 명백하고, 당시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도 확보돼 있습니다. 폭력은 폭력대로, 성추행은 성추행대로 각자 책임지는 게 맞겠죠?”

김기남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 그딴 증거가 어디 있다고...”

“저희 바엔 CCTV가 5대 이상 있고, 그날 일한 직원들도 모두 진술할 수 있습니다. 김기남 씨, 이건 싸움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김기남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입술을 실룩거리며 앉아 있다가, 결국 허세 섞인 말 한마디를 뱉었다.

“쳇... 재수 좋은 줄 알아.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아서 봐주는 거야. 다음엔 안 봐준다.”

‘봐준다고? 웃기지 마.’

예진은 속으로 차가운 미소를 삼켰지만, 겉으론 그저 고개만 살짝 숙였다.

김기남은 마지막 허세를 남기며 몸을 일으켰다.

“됐고, 난 간다.”

그 순간, 은주가 벌떡 일어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기세에 눌린 김기남은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은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어이, 쓰레기! 앞으로 다시는 우리 술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 그리고 오늘은 이대로 넘어가겠다고? 허, 최소한 사화는 해야지! 감히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

‘진짜... 사과 한마디로 끝내는 거면 다행인 줄 알아라.’

김기남은 주변 시선을 의식하며 잠시 머뭇거렸다.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발끝은 이미 출구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예영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중재했다.

“사과라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닙니다. 김기남 씨, 잘못했으면 인정하는 게 어른이죠. 사람이면 사람답게 마무리합시다.”

결국 김기남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출입문 옆에 앉아 있던 은주의 바 직원에게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고...”

진심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피해 여직원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마무리되니 다행이지.’

김기남은 더 머뭇거리지 않고 쏜살같이 파출소를 빠져나갔다.

은주는 여직원과 함께 문가에 잠시 앉아 진정했고, 예진은 예영호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가 서류에 사인했다.

“여기에 사인하시면 오늘 건은 마무리됩니다. 다만, 친구분에게도 꼭 전해주세요. 요즘은 법으로 말하는 시대니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요.”

예진은 고개를 숙였다.

“경찰관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은주는 파출소에서 흥분했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상태였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무 말 없이 욕실로 직행했고, 예진은 그사이 부엌에 들어가 야식을 준비했다.

잠시 후, 은주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채 나왔고, 식탁 위 따끈한 단팥 찹쌀죽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진아... 진짜 너 없었으면 나 오늘 돌아버렸을지도 몰라.”

‘밖에선 저렇게 기세등등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누구보다 약해지는 내 친구...’

‘이래서 내가 은주를 그냥 두질 못하겠다니까.’

예진은 웃으며 수저를 건넸다.

“다음엔... 아무리 화나도 손부터 나가면 안 돼. 진짜 나쁜 놈한테 걸리면 어떡하려고 그래?”

은주는 한입 가득 죽을 넣고는, 볼을 불룩하게 부풀리며 오물거렸다.

“진짜 다치면... 우리 오빠 불러서 복수할 거야.”

그 말에 예진이 피식 웃자, 은주는 슬며시 눈빛을 반짝였다.

“근데 너 오늘... 만났지? 우리 오빠 말이야, 어땠어?”

예진은 수저를 놓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 만났고, 네 오빠 말로는 우선 협의이혼으로 시작하래. 나도 생각이 다 정리됐어. 더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아. 내일, 부윤제랑 직접 만나서 얘기할 거야.”

은주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꼭 잡았다.

“그래, 잘했어. 내 친구 예진이는 절대 누구한테 질 사람이 아니야.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옆에 있을게.”

다음 날 아침, 예진은 일찍 눈을 떴다.

창밖은 맑았지만, 마음은 어딘가 묵직했다.

그녀는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을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지금 아니면 더는 피할 수 없어. 결정했잖아, 이번엔 끝내겠다고.’

그리고 마침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

한편, 윤제는 회사 사무실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날부터 이어진 찜찜한 기분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때, 허태성이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앉더니 말했다.

“형수님, 이번엔 진짜 끝낼 생각인가 본데요? 어제 그 분위기, 장난 아니던데요.”

윤제는 말없이 눈살을 찌푸리다가, 억지로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고예진이 그럴 배짱이나 있겠냐?”

‘나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보라지.’

“고씨 가문도 요즘 망해가고 있고, 네 형수도 나랑 결혼하고 한 번도 일한 적 없어. 솔직히 말해서, 그냥 내가 먹여 살리는 새장 속의 새나 마찬가지였잖아. 이혼? 내 돈 없이 밥 사 먹을 돈도 없어.”

허태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형수님은 돈이 없어도 형은 있잖아요. 형이 번 건 다 혼인 기간 중 재산이니까, 공동 재산 아니에요? 형수가 재산 분할이라도 요구하면요?”

윤제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밤새워 벌어들인 돈이야. 네 형수가 제일 잘 알지. 진짜 이혼하겠다고 나서면, 자기 손에 쥘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

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뭐, 맞는 말이긴 해요. 사람들도 다 알아요. 형수님 18살 때부터 형한테 푹 빠져서, 지금껏 형밖에 모르고 살았잖아요. 솔직히 형 말고 딴 사람한테 가는 건 상상이 안 돼요.”

그 말에 윤제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입꼬리에 다시 한번 여유로운 웃음이 걸렸다.

그때, 윤제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은 ‘예진’이었다.

윤제는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고 전화기를 들었다.

태성은 옆에서 팔짱을 끼고 킥킥 웃었다.

“거 봐요. 형수님, 결국 못 버티고 먼저 전화했잖아요. 형도 적당히 화 풀어요. 잘 달래면 끝나는 거죠, 뭐...”

윤제는 전화를 받으며 느긋하게 말했다.

“이제 다 끝났냐?”

하지만 들려온 예진의 목소리는 차디찼다.

[부윤제 씨, 난 그냥 시간을 정하려고 전화한 거예요. 이혼협의서 건네주려고요.]

그 한마디에, 윤제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입꼬리의 웃음이 가시며, 방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식었다.

‘이 여자, 이번엔 진짜야.’
Continuez à lire ce livre gratuitement
Scanner le code pour télécharger l'application

Latest chapter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100화

    송승예는 겨우 눈물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예진은 그 틈을 타 복도로 나가 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변호사님... 저 오늘, 휴가 좀 내도 될까요?”민혁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살짝 장난기 섞인 말투였다.[인턴 기간에 휴가라... 아직 수습도 안 끝났는데?]예진은 순간 당황했다.‘안 되는 건가...? 아니, 그냥 사정 얘기할까?’‘근데 또 집안일까지 말하는 건 좀... 그렇지.’입술을 꾹 깨문 채, 예진은 조용히 말했다.“정말 급한 일이라서요. 안 되면... 그냥 월급에서 까주세요.”민혁은 순간 전화를 들고 웃음을 참았다.‘저번에 그렇게 만취한 와중에도 시급 계산하던 사람이 스스로 월급 깎아도 된다고?’‘진짜 급하긴 급한가 보네.’[그래요. 그럼 오늘은 그렇게 하고요. 혹시 도움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해요.]“네... 감사합니다.”예진이 전화를 끊고 다시 수술실 앞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문이 ‘철컥’ 열리는 소리가 났다.예진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선생님! 저희 아버지는요?”“괜찮으신 건가요?”송승예와 예진이 거의 동시에 달려가듯 물었다.담당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행히 도착이 빨라서 심장 우회로 수술로 잘 넘겼습니다. 지금은 위험한 고비는 지났고, 다만 당분간은 절대 무리하거나 큰 스트레스가 없어야 합니다.”‘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예진은 긴장이 풀리자 무릎이 꺾일 뻔했다.송승예도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잠시 후, 고환일은 병실로 옮겨졌다. 입원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였다.송승예를 부축하며 병실에 자리를 잡은 예진은 잠시 짐을 챙기러 나왔다.‘침구류랑 세면도구, 생수에 간단한 먹을 것까지...’‘그래도 다행히 병원 1층에 마트 있던데.’예진은 가방을 메고 병원 로비를 내려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이제부터 내가 챙겨야지.’‘아빠가 지켜주던 세상에서 살았지만 이젠 내가 부모님을 지킬 사람이 됐으니까.’...예진은 기저귀 패드 몇 장과 세숫대야, 세면도구와 간단한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99화

    식사가 끝나고 나자, 영호는 더 머물기 민망한 듯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섰다.“이제... 저 먼저 가볼게요. 너무 폐 끼친 것 같아서...”현관문 앞에서 신발을 신던 영호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서은주 씨... 카톡 친구 추가좀 해도 될까요? 아까 그 쓰레기통이랑 소파... 얼마인지 알려주시면, 꼭 보상할게요.”예진과 민혁이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은주는 의외로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을 꺼냈다.“뭐, 손해 본 건 맞으니까... 받아두는 게 예의겠죠.”두 사람은 조용히 카톡 친구로 서로를 추가했고, 영호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문을 나섰다.문이 닫히자마자, 은주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예진과 민혁을 향해 돌아섰다.“예진아, 오빠, 재하 오빠랑 선아 씨한테 전해줘. 어제 우리가 건 내기... 내가 이겼다고! 예영호가 먼저 카톡 달라고 했다니까?”민혁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곧장 은주의 귀를 잡아당겼다.“야, 너 요즘 하는 짓 보니까 점점 겁이 없어지네? 술에 잔뜩 취한 남자 데려다 집에서 재우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아이, 오빠! 진짜 아파!! 나도 좋은 마음으로 하루 재워준 거라니까! 진짜 그런 줄 알았으면 절대 안 데려왔지!”“네가 그런 걸 판단해? 너 아버지가 이 사실 아시면 너 다리 똑 부러진다.”‘진짜, 우리 아빠 그러고도 남을 분이지.’예진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웃었다.은주가 제일 무서워하는 존재가 바로 아버지였다.은주는 입을 삐죽이며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나 잘못한 거 인정하니까... 제발 아빠한텐 비밀로 해줘. 진짜 아빠가 아시면... 나 최소 3일은 집 밖 못 나갈걸?”민혁은 귀를 놓아주며 단호하게 말했다.“다음에 또 이런 일 생기면... 나 진짜 가만 안 있어. 그땐 아빠보다 내가 먼저 손을 봐줄 수도 있어.”은주는 순식간에 예진 뒤로 숨었다.“예진아, 너희 사장님 진짜... 악마야, 악마!”민혁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또다시 다가갔다.“뭐? 악마라고?”“으아아악!!”은주는 소리를 지르며 오빠에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98화

    은주는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숨소리부터가 심상치 않았다.[헉헉... 여보세요...]예진은 바로 긴장했다.“왜 그래? 어디 다친 거야?”‘설마... 술 먹고 사고 친 거야? 아니면 진짜 이상한 놈한테 물리기라도 한 건가?’그 순간, 은주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문제 생겼어. 아주 큰 문제. 너네 지금 당장 좀 와줘야 돼.]뚝-전화를 끊자마자 예진은 민혁과 함께 연회장을 떠나 바로 대리운전을 불러 은주의 집으로 향했다.예진은 은주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들어서는 순간, 올라오는 알 수 없는 냄새에 예진은 잠깐 숨을 멈췄다.‘이 냄새 뭐야, 소주랑 라면이랑... 페브리즈 섞인 느낌?’그리고 바로 보인 광경.거실 바닥 한가운데, 영호가 쓰러질 듯 말 듯 쓰레기통을 품에 안고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소파엔 은주가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고, 표정은 말 그대로 극혐.예진과 민혁이 들어오자, 은주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예진에게 와락 안겼다.“예진아... 나 진짜 죄값 치르는 기분이야... 저거 봐봐. 나 그 쓰레기통, 이번 시즌 한정 LV 컬렉션이란 말이야. 근데 쟤가 거기에 대고 토했어!”그러더니 바로 손가락으로 소파를 가리켰다.“그리고 저 소파! 내가 유럽에서 배로 공수해온 최상급 가죽이야. 근데 저기다 또 토했어. 하... 진짜 눈물 난다...”예진은 꾹 참고 은주의 어깨를 토닥였다.‘어떻게 위로해야 하지...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민혁은 옆에서 팔짱을 끼고 한쪽 눈썹을 올렸다.“그러게. 누가 낯선 남자 술 먹이고 집에 들이래?”“야! 나도 마음 약해서 그런 거지! 얘가 집 없다고 하니까 그냥... 하루 재워준 건데, 하필 왜 오늘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냐고!”예영호는 그런 말을 다 듣고 있었다. 힘겹게 쓰레기통을 안은 채 일어나려다 말고 말했다.“죄송합니다, 저 진짜... 크읍...!”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다시 토했다. 은주는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97화

    “이 여자는 애초에 춤도 못 추는데.”윤제가 또다시 빈정거리며 다가오자, 예진의 눈가에 머물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또 시작이네. 언제쯤이면 남이 된다는 걸 인정할까.’민혁은 아예 대놓고 눈을 돌리며,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이래서 예진 씨가 이혼하자는 거예요. 남보다도 못하게 굴면서, 뭘 얼마나 알고 있다고 입을 놀리세요?”“너...!”윤제는 할 말을 잃은 듯 씹어 삼키고, 억지로 냉소를 흘렸다.“고예진, 춤 못 추는 건 창피한 게 아니야. 근데 못 추면서 잘난 척하다가 망신당하면 그게 더 웃긴 거지.”예진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내가 원래 이런 걸로 승부 보려는 사람은 아닌데... 굳이 자꾸 건드리네?’예진은 말없이 민혁의 손을 살며시 잡고 일어섰다.“우리 가요. 괜히 말로 시끄럽게 하지 말고, 직접 보여주죠.”둘은 조용히 무도장 가운데로 나섰고, 윤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얼굴빛이 확 변했다.‘하지 마... 가지 마...’입은 비아냥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속으론 애타게 외치고 있었다.“흥, 쇼는 잘하네. 한 번 실수하면 차마 못 봐줄 텐데, 두고 보자.”그 옆에서 아린은 입술을 꾹 다물며 예진을 노려봤다.‘저 표정... 부윤제가 저런 얼굴로 나를 본 적 있었나?’‘안 되겠어. 고예진을 완전히 무너뜨리려면... 나도 더 세게 나가야 해.’한편, 무대 중앙.민혁과 예진은 마치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파트너처럼, 딱딱 맞는 스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예진의 붉은 드레스는 조명 아래서 더욱 선명하게 빛났고, 피부는 마치 백지처럼 투명하게 반사됐다.‘진짜 예쁘다.’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멈춰 섰다. 음악은 흐르고 있었지만, 이제 무도장의 중심은 오직 둘뿐이었다.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발 물러서며, 두 사람의 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윤제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저렇게 웃던 사람인가...’‘고예진이 저렇게까지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심지어는 선재마저 멍하니 무도장 가운데를 바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96화

    “회장님, 실망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아름다운 분은 오늘 제 파트너입니다.”민혁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예진은 민혁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조금도 피하지 않고 유지강 회장을 향해 웃었다.“맞아요. 그리고 전 이미 부 대표님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어요. 곧 법적으로도 남남이 되겠죠. 부 대표님께서 다른 분을 동반하셨길래, 저도 굳이 혼자일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어차피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누구나 다 아니까.’‘나는 숨을 게 없고, 당신만 민망하면 그만이야.’예진의 한 마디에, 연회장의 공기는 다시 한번 출렁였다.‘이혼 진행 중?’사람들의 표정은 놀라움과 흥미가 뒤섞였고, 윤제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유지강 회장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호, 그럼 뭐... 원만하게 정리되면 좋은 거죠. 요즘 젊은 사람들 일에 내가 굳이 끼어들 건 없겠네요. 다들 오늘은 그냥 즐기자고요.”유 회장은 분위기를 능숙하게 정리했다.그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흩어지기 시작했고, ‘이혼’이라는 민감한 단어는 금세 파티장 여기저기서 속삭임으로 번져갔다.예진은 민혁의 팔에 기대어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둘의 뒷모습은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윤제는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지금 가자니 내가 뭘 하러 왔는지도 모르겠고...’‘계속 남아있자니 체면을 완전히 구기는 거고...’윤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입술만 질끈 깨물었다.‘여기서 바로 가버리면 유 회장한테도, 예진한테도 지는 거 같잖아.’건우와 태현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서둘러 윤제 옆으로 다가왔다.“어떡해? 그냥 나갈까?”분위기는 이미 수습이 불가능했고, 아린 역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윤제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았다.“오빠... 우리 그냥 가자. 나 너무 민망해...”그 말에 윤제는 민혁과 예진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예진은 민혁과 나란히 서서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환하게 웃는 얼굴, 윤제가 기억하는 어느 순간보다도 예뻤다.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95화

    윤제는 이를 악물고 민혁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민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기세였다.‘이 자식... 감히 내 앞에서...’두 사람이 금방이라도 주먹다짐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예진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민혁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자, 그제야 민혁은 윤제의 손목을 놓았다.퉁-중심을 잃을 뻔한 윤제는 아린이 잡은 손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오빠... 나 진짜 괜찮아. 우리 그냥 돌아가자.”하지만 윤제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예진을 향해 다시 한번 쏘아붙였다.“우리 아직 법적으로 이혼도 안 끝났는데, 당신 이렇게 벌써 딴 남자랑 데이트하러 나와? 그 꼴로 감히 아린이한테 손까지 대? 진짜... 역겹지도 않아?”‘저 사람이랑 살면서, 내가 몇 번이나 참았는데...’‘이제 와서 나한테 ‘역겹다’고?’민혁이 다시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예진이 조용히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놔둬요. 이건 제가 직접 끝내야 할 일이에요.”민혁은 그 말에 잠시 멈칫하다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그리고 묵묵히 예진의 등 뒤에 서서 그녀를 보호하듯 자리를 지켰다.예진은 차분한 눈빛으로 윤제를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아린에게로 옮겼다.“우릴 더럽히지 마. 나랑 서 변호사님, 아무 사이 아니야. 그러는 당신들은? 그렇게 깨끗하다고 자신할 수 있어?”‘어젯밤 그 일까지 드러나면... 아무 말 못할 텐데?’잠깐, 윤제의 눈빛이 흔들렸다.‘젠장...’그 시선이 한순간 옆으로 피하는걸, 예진은 놓치지 않았다.예진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이 여자가 나한테 맞았다고 하니까, 당신은 무슨 정의의 사도인 양 문제를 끌고 올라와? 부윤제, 당신의 머리로 대표 노릇을 한다는 게 난 더 놀라워.”“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예진은 비웃듯이 말했다.“화장실 복도에 CCTV 있어. 가서 확인하면 되겠네. 누가 누굴 때렸는지, 금방 알 테니까.”그 말을 들은 순간, 아린의 얼굴에 미세한 긴장감이 스쳤다. 하지만 곧 표정을 바꾸며

Plus de chapitres
Découvrez et lisez de bons romans gratuitement
Accédez gratuitement à un grand nombre de bons romans sur GoodNovel. Téléchargez les livres que vous aimez et lisez où et quand vous voulez.
Lisez des livres gratuitement sur l'APP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