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병원.VIP 병실에 들어선 혜니는 침대에 누운 경서를 바로 봤다.얼굴은 창백했고 생기가 없었다.혜니의 가슴이 거세게 움츠러들었다. 심하게 아팠다.자책과 후회가 마음속을 뒤덮었다.‘내가 J시에서 기다려 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경서에게 이런 일도 없었을까?’혜니는 다가가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고 수건을 적셔 짰다.그리고 경서의 뺨에 묻은 얼룩을 살살 닦았다. 혜니의 몸 전체가 바들바들 떨렸다.경서에게 납치범이 폭탄을 달았고 해체할 방법도 없었다고 들었다. 마지막에는 윤모가 경서를 안고 함께 죽음을 맞으려 했다고 했다.
윤모가 손을 펴서 경서의 눈물 두 방울을 받았다. 따뜻한 눈물이 독처럼 몸으로 스며들어 심장을 아프게 했다.“하경서, 사랑해.”윤모는 경서를 꼭 안고 뜨거운 입술을 맞댔다. 입술을 포개고 천천히 비볐다.타이머의 숫자는 이미 마지막 60초에 들어섰다.경서의 몸이 굳었다. 눈물이 더 거세게 흘렀다. 경서도 입을 맞췄다.그러고는 윤모를 힘껏 밀었다.“빨리 가. 나 놓고.”윤모는 오히려 더 꽉 안았다. 뼈가 아플 만큼 단단한 포옹이었다.“안 놔.”“여긴 위험해.” 경서는 윤모를 힘껏 밀며 흐느꼈다. “나 대신 살아..
숲 가장자리의 분위기는 숨이 막힐 만큼 무거웠다.아인은 옆에 앉아 계속 눈물을 닦았다.얼굴의 피는 눈물에 씻겨 내려갔다. 이마에는 아직 핏자국이 조금 남아 있었다.장환은 복잡한 장치를 들여다봤다. 미간이 갈수록 깊게 좁아졌다.조금 전 S국에 전화해 알아봤다. 흑표가 만든 장치는 폭발력이 강할 뿐 아니라 특수 금속 물질이 들어 있었다. 몸에 박히면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결국 죽게 된다고 했다.‘빌어먹을 쓰레기.’장환은 세 선 모두 자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정예 병력 중 폭탄 해체에 익숙한 부하 두 명을 불렀다. 두
장환은 턱을 단단히 굳혔다. 온 힘을 다해 무언가를 억누르는 모습이었다.이 남자는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차갑게 굴수록 속에서는 분노가 더 거세게 타올랐다.“빨리!” 경서가 소리쳤다.장환은 쪼그려 앉아 전술 조끼에서 다용도 군용 나이프를 꺼냈다.“말씀 그만하십시오.” 고개도 들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심하게 잠겨 있었다. “집중해야 합니다.”장환은 경서의 몸에 달린 폭탄을 자세히 살폈다.흑표는 흑곰의 이종사촌 형이었다. 한때 S국 방산업체에서 일하던 기술자였고, 이런 새로운 장치를 만드는 데 특히 능했다.장환이 꼼꼼
흑곰이 고요한 숲을 향해 고함쳤다. “누구야! 나와!”흑표의 움직임은 더 빨랐다. 번쩍이는 단검이 곧장 경서의 목에 닿았다.그러면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긴장하지 마. 심박수는 일정하게 유지해야지.”경서는 최대한 침착하려 애썼다. 하지만 허리에 달린 화면의 숫자는 이미 107까지 뛰었다.장환이 나무 뒤에서 뛰어나왔다.“흑곰, 기회 줄게. 어디 날 죽여 봐.”장환의 얼굴을 본 흑곰의 눈동자가 좁아졌다.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또 누가 있어! 씨X, 전부 나와!” 흑곰이 날카롭게 외쳤다.주변은 바람 소리
끝내 흑곰이 경서를 통나무집 안으로 밀어 넣었다.“선배!”아인이 놀라 외치며 달려들었다.“오지 마!” 경서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떨렸다. “몸에 폭탄이 있어!”아인의 시선이 경서의 허리에 달린 하얀 상자에 못 박혔다.액정 화면이 켜져 있었다. 새빨간 숫자가 움직였다. 아인은 정신이 아득해지고 종아리가 덜덜 떨렸다.“그 나쁜 놈들!” 아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떡해요? 선배. 어떡해요?”경서가 아인을 봤다. 목 주변이 온통 붉었다. “너는 괜찮아?”아인이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끊임없이 떨어졌다.
혜니는 이를 악물고 보고서를 다시 확인했다.한 번으로는 부족해 두 번이나 더 들여다보았다.그렇게 시계가 밤 9시 반을 가리킬 때가 되어서야, 겨우 보고서 검토를 끝낼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확인해도 결과는 같았다.오류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혜니는 보고서를 챙겨 다시 대표실로 향했다.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보고서를 정중히 올려놓았다.“검토 끝났습니다.”인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보고서를 한 번 훑더니, 태연하게 말했다.“미안해. 윤 비서. 내가 잘못 본 것 같다.”혜니는 할 말을 잃었다.‘
인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아이는?”“없습니다.”“좋군.”인우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혜니는 그런 인우를 한 번 바라보았다.‘좋긴 뭐가 좋아.’‘그때 남겨 놓은 네 ‘보물’ 때문에 내가 죽을 뻔했어!’“됐어. 회의 있습니다.”인우가 새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소 비서, 따라와.”“네, 대표님.”새연은 기쁜 얼굴로 회의록을 적을 노트를 챙기러 갔다....결국 회의는 세 시간이나 이어졌다.새연의 키보드는 불꽃이라도 튈 듯 쉴 새 없이 두드려졌다.‘우리 새 대표님... 확실히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그대로 굳어 버린 듯했다.사실 혜니는 어젯밤에도 인우의 꿈을 꾸었다....은행나무 아래, 매트, 별빛, 이혼하던 날의 마지막 작별. 혜니가 울부짖었고, 인우는 뜨거운 숨을 귓가에 뿌리며 끝을 정하는 건 자신이라고 했다. “한인우, 이제 그만해.”혜니가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마음까지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인우는 낮게 숨을 내쉬며 혜니를 내려다보았다.뜨거운 기운이 가까이 닿았지만, 인우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렇게 소리칠 힘은 남아 있
“공주님, 얼른 신발 신자. 늦겠다!” 바쁜 아침, 시간에 쫓기는 윤혜니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싫어! 오늘 어린이집 안 갈래!” 나래는 미꾸라지처럼 몸을 비틀며 말랑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아이고, 우리 착한 아가. 오후에 엄마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 사 줄게. 딸기 맛이야.” 혜니는 온갖 방법을 다 써 목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낮췄다.달콤한 회유가 통하자 나래는 마지못해 조그만 발을 내밀었다.혜니는 잽싸게 신발을 신기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핸드폰을 꺼내 소새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새연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