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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은 ‘나’바라기
전남편은 ‘나’바라기
Author: 블루

1 화

Author: 블루
“공주님, 얼른 신발 신자. 늦겠다!”

바쁜 아침, 시간에 쫓기는 윤혜니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

“싫어! 오늘 어린이집 안 갈래!”

나래는 미꾸라지처럼 몸을 비틀며 말랑한 목소리로 항의했다.

“아이고, 우리 착한 아가. 오후에 엄마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 사 줄게. 딸기 맛이야.”

혜니는 온갖 방법을 다 써 목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낮췄다.

달콤한 회유가 통하자 나래는 마지못해 조그만 발을 내밀었다.

혜니는 잽싸게 신발을 신기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핸드폰을 꺼내 소새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연아, 살려줘! 나 늦을 것 같아. 잠깐만 내 자리 좀 봐 줘. 금방 갈게!”

[알았어.]

겨우 어린이집 앞에 도착한 혜니는 나래를 차에서 내려 주다가 책가방 지퍼가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손을 뻗어 잠그려는데 안쪽에서 딱딱한 사진 한 귀퉁이가 삐져나와 있었다.

혜니가 꺼내자 사진 속에는 한인우의 잘생긴 얼굴이 있었다.

혜니의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 숨까지 멎은 듯했다.

‘이 사진이 왜 여기 있어?’

“이 사진 어디서 찾았어?”

혜니의 목소리는 자기도 모르게 떨렸다.

나래가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저씨 엄청 잘생겼잖아! 엄마, 우리 반 친구들은 다 아빠가 있어. 나도 이 아저씨가 내 아빠였으면 좋겠어!”

혜니의 가슴이 꽉 막혔다.

두 사람은 이혼한 지 4년이었다. 한인우는 이미 자기 가정을 꾸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로 행복하게 살지도 몰랐다.

혜니는 사진을 책가방에 다시 넣고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을 삼켰다.

아이를 어린이집 안으로 들여보낸 뒤 차에 오르자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새연이 외쳤다.

[어디야? 늦으면 큰일 나. 오늘 회사에 대형 사건이 터졌어.]

“무슨 일인데?”

[회사 인수됐어. 왕 대표가 지분 정리하고 세계여행 간대. 새 대표님이 곧 오시고.]

혜니는 3초 동안 멍해졌다.

“바로 갈게.”

...

오전 9시, 태유그룹 본사 앞.

대표이사 비서실 비서들과 각 부서 임원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공기는 조용했지만 팽팽했다.

검은 롤스로이스 팬텀이 건물 앞에 미끄러지듯 멈췄다.

수행 비서가 문을 열자, 최고급 슬림핏 정장 바지에 감싸인 긴 다리 하나가 먼저 밖으로 나왔다.

곧게 뻗은 바지선에는 주름 하나 잡혀 있지 않았다.

이어 큰 키의 남자가 몸을 낮춰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완벽하게 재단된 검은색 하이엔드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다.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 비현실적인 신체 비율.

마치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주인공인 양 완벽한 몸이었다.

남자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타고난 귀티와 압도적인 분위기가 정면으로 밀려와, 보는 이들을 그대로 무릎 꿇게 할 것만 같았다.

남자가 긴 다리로 로비 안에 들어서자, 환한 조명이 그의 얼굴 전체를 비췄다.

주변의 공기마저 그대로 멎어 버린 듯했다.

신임 대표는 숨이 막힐 만큼 훌륭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아무도 감히 고개를 들어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부대표 엄준이 가장 먼저 웃으며 다가갔다.

“대표님, 환영합니다.”

인우는 대답하지 않고 사람들을 훑었다. 눈빛이 차갑게 멈췄다.

‘한 명이 부족하네.’

“10분 뒤 회의. 본부장급 이상 전원 참석.”

말을 남긴 인우는 전용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임원들이 흩어져 위층으로 뛰어올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때, 다급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만요!”

혜니는 바람처럼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들었다.

조금만 더 늦었거나 몸이 아주 조금만 더 무거웠어도 문틈에 끼일 뻔했다.

“아!”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혜니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듯 인우의 품에 부딪혔다.

남자의 정장 원단 아래로 닿아 온 가슴팍은 단단하고 뜨거웠다.

인우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휘청이는 혜니의 허리를 안정적으로 붙잡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혜니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동안 품에 안기는 법이라도 배웠나 보지?”

‘이 목소리...’

혜니가 고개를 들자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눈앞에 있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의 잘생긴 얼굴.

선명한 윤곽과 높게 뻗은 콧대.

뼛속까지 새겨져 있을 만큼 익숙한 얼굴이었다.

혜니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놀란 나머지 숨마저 멎을 것 같았다.

‘뭐야, 이게?’

‘한인우!’

‘내 전남편...’

‘그런데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언제까지 끌어안고 있을 건데?”

인우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끝자락에는 옅은 조롱마저 묻어 있었다.

혜니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감전이라도 된 사람처럼 황급히 손을 떼었다.

서둘러 몸을 바로 세운 혜니는 어색하게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입고 있던 오피스룩의 재킷 자락을 괜히 한 번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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