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 맞은편에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있다. 남자는 점잖아 보이는 것이 마치 학자다운 풍모를 지녔다. 이 사람은 N도대학의 교수이자 박사과정을 지도하고 있는 엄봉석이다. 이번에 자금지원 심사위원회의 위원장 겸 수석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었다. 그래서 그의 발언권은 큰 힘이 있었다. “왜 그러시죠? 진 회장님, 지금 내 전문성을 의심하는 겁니까?” 엄봉석은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화는 재빨리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해서 그만 실수했습니다. 엄 교수님께서는 덕망이 높은 대학자이신데 제가 감히 어떻게 교수님의 판단을 의심하겠어요?” “아니라면 됐습니다.” 엄봉석은 그제야 안색이 좀 누그러졌다. 그는 안경을 고쳐 끼며 말했다. “저희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는 공평하고 공정합니다. 아무 문제없으니 나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세화는 실망하며 돌아섰다. “잠깐만요.” 그때 등 뒤에서 엄봉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화가 돌아서자 엄봉석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심사도 사람이 하는 이상 실수가 있을 수 있죠. 제가 나중에 사람들에게 회장님 그룹의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하겠습니다. 혹시 변경사항이 있다면 다시 통지할 수도 있으니 연락처 하나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세화는 기쁜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남겼다. ‘기회가 다시 있으니 다행이야.’ 그녀가 심사사무실에서 내려갔을 때, 많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대기 구역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원금을 신청하러 왔나?’ 세화를 본 진한영의 안색이 금세 안 좋아졌다. “세화야, 너희 세방그룹이 1차 심사도 통과하지 못하다니. 네 능력도 별거 아니구나? 그룹 회장을 빨리 그만둬야 할 것 같네.” 화란이 고소해하며 말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세방그룹의 심사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 세화는 콧방귀를 뀌었다. “화란아, 너무 일찍부터 우쭐대지 마. 이번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은 N도대학에서 온 엄봉석교수님이야. 원래 업무에 매우 엄격
“그리고 심사위원회에 지원금 4000억을 받으면 1000억을 수수료로 돌려주겠다고 개인적으로 약속했어.” 화란은 세화가 진씨 가문의 이런 추잡한 비리를 알고 진씨 가문의 일을 폭로할까 봐 전혀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세화가 이씨 가문의 눈 밖에 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 알아? 이씨 가문에서도 8000억의 지원금을 받았어.” 세화는 놀라 의아해하며 눈을 크게 떴다. 동혁은 H시에게 2조의 자금을 돌려주었다. 원래 의도는 H시의 발전과 건설을 지원해 H시의 모든 시민들이 이익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지?’ ‘이씨와 진씨 가문이 뒷거래로 총 1조 2000억을 나누어 가졌다고?’ ‘이렇게 되면 이 자금은 3대 가문의 기존 사업을 나누어 차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될 거야.’ 세화는 분노했다. ‘이씨와 진씨 가문이 이렇게 파렴치하다니.’ ‘H시에 대한 이 전신의 노고가 모두 무가치하게 변해 버렸어.’ “하하, 우리는 남은 3000억을 사용해 경매로 3 대 가문의 사업을 차지할 거고 그렇게 진씨 가문의 부를 눈덩이처럼 크게 부풀릴 거야.” “세화, 넌 가만히 우리가 도랑치고 가재 잡는 걸 잘 지켜봐, 아니, 우리가 H시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보라고. 하하하.” “세화는 빽도 없고, 일처리도 안 되니, 이제 뭘 가지고 우리와 싸우겠어?”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세화를 한동안 조롱하고 거들먹거리며 떠났다. 이어서 또 한 무리의 회사 사장들이 화를 내며 걸어 나왔다. “젠장, 2조의 지원 자금이 있으면 뭐 해? 단번에 이씨와 진씨 두 가문에 1조 2000억을 분배하고서 배경이 든든한 사람에게 높은 평가 점수를 주고, 우리 같은 배경 없는 창업 회사는 눈곱만큼도 지원이 없다니. 정말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어!” “난 이제 이 전신도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말만 번지르르하게 뭐? H시 건설을 지원해 H시 전체 시민이 해택을 얻도록 하겠다
“네, 엄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심사위원회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생각하니 세화의 말투는 평소보다 다소 냉랭했다. [진 회장님, 세방그룹의 그 계획서를 저희 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해 보니 지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러면 어떻습니까? 회장님이 다시 한번 와서 함께 얘기를 해보는 게.] 세화는 엄봉석이 자신의 일을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정말로 심사 자료를 다시 한번 검토한 거야?’ ‘이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신다고?’ ‘설마, 내가 엄 교수님을 지금까지 오해한 건가?’ ‘교수님은 그 두 가문과 야합한 것이 아니라, N도 이씨 가문에 눈밖에 날까 봐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건가?’ “예, 감사해요.” 세화는 감격하여 전화를 끊었다. “엄 교수가 누구야?” 동혁이 물었다. 세화가 기뻐하며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N도대학 교수님이신데, 우리 계획서를 다시 검토했더니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데.” “그래? 그럼 같이 가보자.” 동혁은 일어나 차 열쇠를 집었다. ‘마침 나도 심사위원회의 일을 처리하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잘됐어.’ “동혁 씨, 밖에서 기다려.” 시청에 도착하자마자 세화는 혼자 엄봉석이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회장님, 아까 전화로 한 말은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염봉석은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회장님의 세방그룹이 신청한 지원금을 승인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잘됐네요. 엄 교수님, 감사합니다.” 세화는 너무 기뻤다. 세방그룹은 1000억의 자금지원을 신청했었다. 하지만 세화는 처음부터 이렇게 많이 지원받을 줄은 기대하지 않았고 단 200억 도 괜찮다고 생각했다.2조의 자금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원이 필요한 회사 역시 많았다. 현재 1조 2000억이 이씨와 진씨 두 가문에게 분배된 상황이었다. 남은 8000억을 다른 회사들이 나누어 지원받는다면 당연히 그 액수도 적을 것이 분명했다. “이 1000억의 지원자금을 저희 세방그룹이
“엄 교수님, 저를 과소평가하셨군요.” 세화는 냉정하게 말했다. “부정한 돈이라면, 전 차라리 받지 않겠습니다.” 20억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설사 2000억 아니 2조라 해도 부정하다면 그녀는 용납할 수 없었다. 엄봉석이 20억을 가지고 세화와 잠자리를 가지려고 하는 것은 마치 그녀의 인격을 짓밟는 것과 다름없었다. “부정한 돈이라고?” 세화가 계속 강경하게 나오자 엄봉석의 마지막 인내심마저 사라졌다. 요 몇 년 동안 그는 많은 여학생들을 농락해 왔다. 조금만 불안하게 만들면 모두 고분고분 그의 말을 잘 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무것도 먹히지 않는 세화의 반응이 그를 매우 화나게 했다. 엄봉석은 그대로 사무실 입구로 걸어갔다. “찰칵!” 뜻밖에 그는 문을 잠갔다. “엄 교수님, 지금 이게 무슨 짓이죠?” 세화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얼굴빛이 갑자기 변하며 화를 냈다. “여기는 심사위원회가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에요. 당신이 감히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면 절대로 도망갈 수 없을 겁니다.” “진 회장도 잘 아네. 그래, 여긴 심사위원회가 업무를 보는 곳이야.” 엄봉석은 냉소를 지었다. “그래서 세방그룹의 1차 심사가 통과되지 않으니까, 진 회장이 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개인적으로 나를 만나자 해 유혹한 거 아니야?” “몰랐어? 지금은 점심시간이고 업무를 보는 시간이 아니지. 진 회장이 이 시간에 내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나를 찾아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지 않아? 안 그래?” “엄봉석, 이 파렴치한 놈. 겉으론 점잖은 척하더니, 이 짐승 같은 놈!” 세화는 화가 나 몸을 떨었다. 그녀는 그제야 엄봉석이 일부러 점심시간에 자신을 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내가 스스로 함정에 걸려든 꼴이야.’ “칭찬해 줘서 고맙네.” 엄봉석은 입고 있던 양복을 벗었다. 그의 셔츠 안 상반신이 건장한 걸 보니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진 회장, 체향이 너무 좋네. 이렇게 멀리까지 냄새가 나니. 하하.”
“엄 위원장님은 N도대학 교수이신데 당신들이 이렇게 감히 잔인하게 손을 쓰다니.” “당신 세방그룹 회장이죠? 당신 그룹이 1차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건 심사위원회 전원의 결정인데 그렇다고 당신들이 이렇게 몰래 엄 교수님에게 복수를 하다니, 정말 세상이 무법천지군요. ” 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화를 내며 목소리 역시 점점 매서워졌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여기 엄 교수가 저를 협박하며 잠자리를 강요해 내 남편이 나를 구하려다 이렇게 때린 겁니다. 모두 정당방위라고요.” 세화는 괜히 시간을 끌다가 일이 더 복잡해질까 걱정돼 재빨리 해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으로 본 것만 믿었다. 사람들은 세화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요. 엄 교수님이 얼마나 덕망이 높고 품위가 있으신 분인데, 잠자리 요구를 하며 협박을 했다고요? 지금 누구를 속이는 겁니까?” “지금 감히 남을 음해하고 모함하는 겁니까? 어디서 수작질이에요? 엄 교수님이 이렇게 얻어맞아서 말을 못 하시니 아무렇게나 둘러대는 겁니까?” “얼굴은 예쁘게 생겼는데 속은 왜 이렇게 더러워?” 이 말들을 들으며 세화는 바로 깨달았다. ‘이 사람들하고는 더 이상 말이 안 되겠는데?’ “저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소리 할 거 없어요. 제가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 경찰서에서 곧 이 사람들을 잡으러 올 겁니다.” 안경을 쓴 삼십 대 중반의 한 남자가 말했다. “우리 선생님을 이렇게 때렸으니, 당신들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우리 선생님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당신들은 전혀 모를 테지.” 이 사람의 이름은 장명호, 엄봉석의 제자이다. 그 역시 심사위원회의 전문가 중 하나였다. “영향력이 크다고?” 동혁이 웃었다. “권력가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큰 거겠지. 왜 이씨 가문 같은 명문가에게 우리에게 복수해 달라고 하려고요?”“그게 무슨 뜻이야?” 장명호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무슨 뜻인지 다 알잖아요?”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
사람들이 몰려오는 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조동래 시경찰서 경감이 한 무리의 경찰들과 함께 도착했다. “조 경감님, 당장 저 두 사람을 잡아가세요. 저 사람들이 악의로 엄 교수님에게 보복했을 뿐 아니라 우리 심사위원회가 뒷돈을 받았다고 모함까지 하고 있어요.” 장명호는 조동래를 알고 있었다. 심사위원회 전문가들이 왔을 때 조동래와 시장인 하세량이 함께 그들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당시 하세량은 그들에게 특별히 공손하게 대우했다. 그래서 장명호는 조경래가 도착하는 것을 보자마자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조동래는 장명호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동혁과 세화를 쳐다봤다. 먼저 두 사람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조동래의 표정이 갑자기 냉랭하게 변하더니 손을 크게 흔들었다. “여기 이 전문가들을 데려가 조사해!” 부하 경찰관이 지시를 듣고 움직여 즉시 다가가 장명호 등을 붙잡았다. “지금 왜 우리를 잡는 겁니까?”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우린 모두 초대된 전문가들입니다. 누가 당신들에게 우리를 잡으라고 지시했습니까?” 심사위원회의 전문가들은 분노와 고함을 지르며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잡아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저기 이동혁과 진세화잖아?’ “조 경감님,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제가 저 사람들을 잡으라고 했지, 우리를 잡으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 분노한 장명호는 화를 터뜨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잡아야 할 사람은 당신들입니다.” 조동래는 콧방귀를 뀌었다. “공식적으로 말해서 당신들은 심사 업무 중에 이해 관계자들과의 부적절한 거래를 한 혐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식으로 당신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부적절한 거래요?”장명호는 노호했다. “아 이제 알겠네요. 당신도 사람을 치는 저 두 사람과 한패구만. 그래서 이렇게 고의로 죄를 만들어 우리를 모함하는 거야.” “우리는 이씨와 진씨 가문으로부터 뒷돈을 받지 않았어요. 증거도 없으면서 당신이 뭔데
“전 이 사람이요. 이 못된 늙은이, 다 늙어 죽을 나이가 돼가지고 나를 얼마나 구역질 나게 했는데요.” 한 무리의 아름다운 여자들이 손가락으로 각각의 전문가를 짚으며 알고 있다며 외쳤다. 심지어 두 명의 여자가 지목한 사람이 같은 경우도 있었다. 이 말들을 듣고 있는 장명호 등의 얼굴은 당황하여 검붉게 변했다. 이제 그들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아무리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눈에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명호 같이 겉으로 말쑥해 보이는 전문가들이 어젯밤에 뜻밖에도 단체로 여자들을 찾아간 것이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구역질 나면서도 이 사람들을 만난 것도 다 돈 때문이지 않습니까?” 조동래가 짜증 섞인 핀잔 한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장명호 등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어젯밤 새벽 이후 진씨 가문의 진태휘가 당신들에게 찾아준 이 여자들.” “우리가 이미 진태휘의 송금 기록을 입수했어요. 1인당 100만 원 이상, 거기다 아주 고급스럽게 노셨더군요.” “당신들이 묵었던 호텔까지 드나들었죠? 당신들 방에 들어가는 CCTV영상도 이미 확보했습니다.” “당신 전문가들 다른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주위에 사람들이 모두 조동래의 말을 들었다. 전문가들을 바라보는 심사위원회 직원들의 시선은 일순간 경멸로 바뀌었다. ‘평소 도덕적이고 말쑥한 전문가와 학자인 줄만 알았는데.’ ‘사석에서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들이었다니.’ ‘정말 더러운 놈들.’ “진태휘가 이런 사람들에게 여자를 데려다 주다니 정말 역겹네요.” 세화도 구역질이 났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인적 물적 증거가 모두 있었다.조동래가 진씨 가문이 1000억의 뒤돈을 준 사실을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하지만 전문가들이 여자들을 찾는 것만으로도. 합법적으로 그들을 경찰서로 데려갈 수 있었다. “조 경감님, 그러지 마시고 저희 체면을 좀 봐서 이 일은 그냥 조용히 심리해 주세요. 저희 모두 학자이기 때문에 이런 소문이 나면 듣기 거북하지
“진 회장님은 우리 H시에서 사업으로는 아주 유명하시죠. 귀사의 계획이라면 분명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세량이 아첨을 했다. “뭘요, 시장님,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우 기쁜 세화는 떠나며 하세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세화가 인사를 하자 놀란 하세량은 식은땀이 왈칵 쏟아졌다. ‘황송하게 저렇게 허리를 굽혀 내게 인사까지 하시다니.’ “이 선생님, 저...” 동혁은 손을 내저으며 신경 쓸 거 없다고 표시했다. 하세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이 선생님, 제가 알아봤는데 진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 승인된 1조 2000억이 이미 송금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되찾아오라고 지시했습니다.” 동혁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 하세량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나빠졌다. “왜요? 자금을 되찾지 못했다고 하나요?”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의외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진씨 가문은 뭐 괜찮겠지.’ ‘하지만 N도 이씨 가문이라면 H시 하세량 시장의 지시 정도는 그냥 무시할 거야.’ “직원 말에 따르면 이씨와 진씨 가문에서 1조 2000억의 지원금을 가지고 경매에서 3대 가문의 사업을 이미 낙찰받았고 아무도 그들과 경쟁이 안된다고 합니다.” “자금이 이미 반 이상 나갔다는데요.” 하세량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그는 지금 정말 자기 뺨이라도 스스로 몇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다. 업무의 속도를 내기 위해 그는 재경부에 자금에 대한 특별 처리를 맡겼었다. 그래서 심사위원회 쪽에서 승인을 하면 바로 돈이 대상자에게 입금됐다.평상시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효율로 일처리가 된 것이다. “이렇게 빨리 1조 2000억의 반 이상 자금을 쓰다니. 이 두 가문은 사업에 대한 아무런 평가도 안 하고 그저 돈을 주고 다 사들인 겁니다. 마치 마트에서 세일하는 물건을 다 사는 것처럼요.” 동혁은 콧방귀를 뀌었다. “소화도 못 시킬 거면서 그저 많이 먹겠다고?” “이 선생님, 그럼 저희가 막을 까요?”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