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야, 이게 다 네가 이 바보를 그냥 둬서 이런 거야. 이제 너와 네 온 가족이 동혁이와 연루되게 생겼어.” “내가 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동혁이, 저놈과 관계를 끊을 거야.” 류성중이 세화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화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져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혁 씨, 우리 그냥 빨리 돌아가자. 하늘 거울 저택으로 가자고.” 집으로 피하는 게 지금 세화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 집은 설 대도독의 경호원들이 있어서 해리슨 영사라도 감히 들이닥치지 못해.’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일단 시간을 벌고서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자.’ “여보, 겁낼 거 없어. 우린 아무 데도 안 가도 돼. 해리슨이 와서 사과할 때까지 기다리자.” 동혁은 세화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 세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이렇게 큰 일을 벌이고도 동혁 씨는 웃음이 나와?’ 세화는 할 수 없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동혁과 함께 기다렸다. ‘그래, 난 두 그룹의 회장이고, 동혁 씨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야. 다른 사람이 와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기껏해야 뭔가 대가를 치르면 그만이야.’ 세화는 동혁과 관계를 끊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부라면 무슨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외교관 통행증을 단 고급 차 몇 대가 명성호텔에 들어섰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신분을 묻는 호텔 경호원을 거칠게 밀치고 돌진했다. “다다다.” 바깥 복도에서 급하고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가 나자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하, 해리슨 영사님이 오셨나 보군.” 무릎을 꿇은 대니얼이 광기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소리쳤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뛰어들어왔다. 그 가운데에는 외국인과 H국 사람이 있었는데 대부분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풀썩- 해리슨이 무릎을 꿇자 뒤따라오던 부하 10여 명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럴 수가!” 동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해리슨 등을 보는 연회장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이야?’ ‘그 위풍당당한 Y국 해리슨 영사가 이동혁을 찾아와 결판을 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눈을 비비며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대니얼은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는데 그 안에 절망감이 가득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 인생의 암울한 미래가 그려졌다. ‘해리슨 영사님은 우리 Y국의 국민적 영웅이야. 영사로서 Y국을 대표하는 분인데.’ ‘저분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당신 정체가 대체 뭐야?” 주다정도 놀라서 미칠 것 같았다. Y국은 그녀의 희망이었다. 그녀의 가장 큰 꿈이 Y국 영주권을 얻어 이민을 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H국 남자를 무시하고 마음속으로 경멸해 왔다. 비록 그녀가 평소에 몇몇 H국 남자들과 어울리기는 했지만 그건 모두 뭔가를 얻기 위한 도구로 그들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니얼은 동혁에게 머리를 맞고 유린당했고 해리슨 같은 Y국 영사도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그간 자신이 가지고 있던 Y국에 대한 환상이 무너졌다고 느꼈다. 충격을 받은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류성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해리슨과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사석에서 늘 오만함이 넘쳐흐르는 해리슨에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그런데 눈앞의 장면은 류성중의 마음을 너무도 복잡하게 만들었다.세화 역시 동혁을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동혁을 보며 대체 무슨 영문인지 의아해했다. 그 순간 정신이 멍해진 채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해리슨이 마침내 약간의 이성을 회복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동혁을 올려다보았다.
“윽! 악!” 대니얼은 온갖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 광경을 보고도 연회장에 있던 H국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해리슨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대니얼이 Y국에서 살지 못해 H국에 와서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었다. 사람들은 동혁이 대니얼을 외국 놈이라고 욕할 때 대니얼 편을 들었다는 생각에 창피하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류성중은 특히 더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이전에 대니얼에게 엄청 아부했었기 때문이다. 짝! 퍽! 해리슨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며 대니얼을 반쯤 죽인 후에야 마침내 동작을 멈추었다. 대니얼은 공기 빠진 풍선처럼 흐물거리며 반쯤 죽은 채로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 지를 힘조차 없었다. 오로지 그의 두 눈만이 동혁을 달갑지 않게 노려보았다. 그는 동혁을 대하는 해리슨의 태도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대니얼뿐만 아니라 연회장의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이동혁, 도대체 감추고 있는 무서운 신분이 뭐지?’ 하지만 해리슨 Y국 영사가 Y국 여왕과 동일하게 동혁을 여긴다는 사실에 연회장의 사람들은 동혁의 신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선생님,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만족하시나요? 아니면 제가 이놈을 다시는 Y국에 돌아갈 수 없게 끝장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해리슨은 다시 동혁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을 긋는 손짓을 했다. 아무도 해리슨의 이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저 영사는 전쟁터에 나갔었고 저 손에 의해 사람들이 죽었어. 그냥 풍채가 좋은 일반 외교관은 아니지.’ ‘저 사람이라면 정말 암암리에 어떤 수단을 써서 감쪽같이 대니얼을 죽일 수도 있을 거야.’ “아, 안 돼요.”대니얼의 눈에서 두려움이 짙게 피어났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동혁에게 달려들어 무릎을 꿇었다. “이 선생님, 제발 절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이렇게 사과드립니다.” “또 진 회장님에게 사과드립니다.” 대니얼은 동혁과 세화를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해리슨은 결국 Y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창피한 일이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해리슨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아무도 동혁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는 동혁이 나서는 걸 싫어하는 것을 눈치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을 개의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꼭 다물며 감히 밖에서 발설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대단한 위세의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해 사과시킬 수 있는 동혁과 같은 능력이 없었다. 해리슨이 떠난 후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했다. 그들이 데릴사위라고 조롱했던 동혁에게 오늘 밤 모두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이 선생님, 진 회장님, 죄송합니다. 두 분에게 무례하게 굴어 사과드려요.” 동혁과 세화를 비꼬며 조롱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가와 사과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조롱이 심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홀로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Y국 영사가 무릎 꿇는 것을 본 이상 그들 자신이 무릎을 꿇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류성중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도 동혁에게 다가가 사과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휴대폰을 꺼내 먼 구석으로 가서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저 류성중입니다.” 이연의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렸다. [어, 성중아, 어떻게 됐어?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이 우리 천성이를 풀어주겠다고 했어?] 이번에 류성중이 H시에 간다고 했을 때, 이씨 가문은 그와 세화 가족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동혁에게 이천성을 돌려보내게 하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하원종을 이씨 가문으로 보내 이천기의 다리를 치료해 줄 수 있는지도 알아보게 했다. 물론 이씨 가문에서는 부탁을 하며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류성중은 명문가인 이씨 가문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단번에 승낙했다. “그게...” 류
류성중은 그간의 일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래, 동혁이는 단지 전화로 애매하게 두 마디를 했어. 그런데 해리슨이 놀라서 달려와서는 무릎을 꿇고 사과했어.’ ‘너무 터무니없고 상식 밖의 일이긴 해.’ ‘그리고 세화가 해리슨에게 보복을 당할 까봐 무서워할 때도 먼저 동혁이를 데리고 하늘 거울 저택으로 피하려고 했잖아? H시 군부 설 대도독의 보호를 받으려고 말이야.’ ‘설 대도독은 이 전신 수하의 첫 번째 대장이니까.’ ‘그렇다는 말은 세화 가족은 이 전신의 이름에 의지하는 게 이미 습관이 됐다는 거지.’ “이 개X식, 가문의 어른을 속이다니.” 류성중은 동혁에게 우롱당한 듯한 분노를 느꼈다. [성중아, 이제 알겠어?] 이연은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성중이 너는 계속해서 그 쓸모없는 놈을 압박해 천성이를 집으로 돌려보내게 하고 이씨 가문으로 와서 사과하라고 해.] [우리 이씨 가문이 허락한 3일은 이제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어.] [명문가 이씨 가문의 체면상 이 시간을 넘기는 건 용납할 수 없어.] [우리 이씨 가문에서는 사람을 보내 해리슨에게 연락해 이동혁의 속임수를 폭로할 거야.] [그때가 되면 굳이 우리 이씨 가문이 손대지 않아도 외국 놈들이 알아서 그놈을 죽일 거야.] 이연이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형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요.” 이연의 말을 들은 류성중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류성중은 전화를 끊고 동혁을 차갑게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그에게 향했다. “동혁아, 난 두 번 말하는 거 싫어해. 당장 H시 하 시장에게 전화해서 이천성을 풀어주라고 해.” 류성중의 명령조는 동혁을 둘러싸고 사과하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해리슨 일을 방금 보고도 류 부이사장님이 어떻게 이 사장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지?’ 사람들은 순간 그들 사이의 관계를 떠올렸다. ‘그래, 류 부이사장님은 진 회장님의 친외삼촌이니까. 이 사장의 무서운 정체를 별로 개의치 않을 수 도 있어.’ 동혁은 인상을 쓰며 불만
“이 놈이, 하도 큰일을 벌려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거야?” 류성중는 사실이 들통났는데도 동혁이 너무 태연해서 화가 났다. “동혁이 너 잘 들어. 이씨 가문은 이미 해리슨 영사에게 연락해 네가 이 전신을 사칭한 것에 대해 알렸어.” “네놈이 해리슨에게 죽고 싶지 않다면 빨리 눈치껏 이천성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중에 직접 이씨 가문에 가서 사죄해.” “이씨 가문은 그래도 네가 예전에 가문 사람이었던 것을 봐서라도 네 목숨은 살려줄 거야.” 류성중은 차가운 말투로 동혁을 위협했다. 그는 이어서 세화를 쳐다보았다. “네 저 바보 남편이 제정신이 아닌 거 같으니까, 네가 좀 설득해라. 온 가족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할거 아니냐?” “동혁 씨, 그러지 말고 이천성을 집으로 돌려보내.” 세화는 동혁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녀는 동혁이 이씨 가문과 같은 거대 명문가와 계속 충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방금 전에 본 해리슨이 무섭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인이었고 H국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씨 가문은 달랐다. 이씨 가문은 명문가로서 유서가 깊고 관련된 인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래서 동혁과 세화 가족들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무수히 많았다. 동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난 이씨 가문과 싸울 생각이 없어. 이게 다 그 사람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으려고 하는 속셈이라고.” 동혁은 조용히 눈빛을 피하는 류성중을 발견했다. 이씨 가문은 류성중의 말대로 이천성을 풀어주면 동혁의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해리슨의 손을 빌려 동혁을 죽일 작정이었다. 동혁은 정말 상대의 거짓말을 믿고 이천성을 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동혁에게 시비를 건 쪽은 이씨 가문이었다. 오직 동혁만이 자신과 이씨 가문이 얼마나 원한이 깊은지 알고 뿐이었다. “왜, 이제 와서 무서워? 당연히 무섭겠지.” 류성중의 눈에는 경멸의 빛이 역력했다. ‘역시 이런 쓸모없는 놈은 꼭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해리슨
류성중은 완전히 멍해졌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동혁은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하세량에게 바로 말했다. “시장님, 해리슨 씨에게 도와달라고 하세요.” “시장님 쪽은 어쨌든 공무원들이니 직접 사람에 몸에 손을 대는 건 보기가 안 좋을 수 있으니까요.” 류성중은 너무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동혁아, 지금 이씨 가문이 해리슨에게 연락해서 네 정체를 폭로하겠다고 했는데 해리슨에게 너 대신 사람을 치라고 시킨다고?” “어쩌면 해리슨이 지금 너를 죽이러 오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건 두고 보시면 알아요.” 동혁이 웃었다. H시 구치소. 해리슨은 스탠슨 등의 석방 절차를 마치고 구치소 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해리슨 영사님. 저 이씨 가문 가주 이연입니다.] 해리슨은 이연과 구면이었다. “아, 이 가주님 무슨 일이 있나요?” [예, 별건 아니고 해리슨 영사님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듣자 하니 오늘 밤 명성호텔에서 이동혁이라는 젊은이를 만났는데 전신으로 착각하고 무릎을 꿇었다고요?] [사실 그놈이 이 전신을 사칭한 게 이미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해리슨의 안색이 불쾌한 듯 갑자기 어두워졌다. ‘내 눈은 절대 잘못 보지 않았어. 그 사람은 동방의 악마가 분명해.’ 동혁의 모습은 그에게 이미 뼛속 깊이 새겨진 기억이었다. “젠장, 지금 내 눈을 의심하는 겁니까? 그 사람은 이 전신, 동방의 악마가 분명해요. 난 절대 잘못 보지 않았어요.”해리슨은 열을 내며 말했다. [이런, 이런 외국인들은 자존심이 세서 사서 고생을 한다니까.] 전화 맞은편의 이연은 해리슨이 동혁을 이 전신이라고 단언한 것은 그저 자존심 때문이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하긴 그 대단하신 Y국 영사가 전신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하는 게, 쓸모없는 데릴사위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듣기 좋겠지.’ ‘이 전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싶어도 그런 기회조차 없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스탠슨은 아직 부상이 낫지 않아 절뚝거렸지만 힘없는 이천성을 상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는 이천성을 붙잡아 주저 없이 그의 두 다리를 차서 부러뜨렸다. “으아아! 아버지, 살려주세요.” 이천성의 처량한 비명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휴대폰 반대편 이연은 이천성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번 보세요.” 명성호텔에서 동혁은 해리슨이 방금 보낸 동영상이 담긴 휴대폰을 류성중에게 건넸다. 류성중은 휴대폰을 보더니 볼이 실룩실룩 경련을 일으켰다. ‘해리슨이 정말 이천성에게 손을 대다니.’ 류성중은 전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못 볼걸 봤다는 느낌에 류성중은 휴대폰을 동혁에게 다시 돌려줬다. 그는 화가 나 소리쳤다. “이런 바보 같은 놈, 이렇게 하면 이씨 가문이 너를 그냥 둘 거라고 생각해? 그들은 마찬가지로 이 빚을 네게 갚으려고 할 거야. 넌 이제 죽은 거라고.” 류성중은 죽어도 동혁이 전신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이씨 가문에서 해리슨과 연락이 잘 안 된 게 틀림없어.’ “외삼촌께서 이씨 가문의 일을 봐주기로 한 이상 돌아가서 이씨 가문에 이 사실을 알리세요.” “이천성, 그놈의 두 다리를 부러뜨린 건 내가 이씨 가문에 준 1달 기간의 최후통첩이라고 해요.” 동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한마디 던지고는 세화의 손을 잡았다. “여보, 우린 가자.” 세화는 얼떨떨한 채 거의 무의식적으로 동혁을 따라갔다. 그녀에게 오늘 밤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정말 너무 터무니없었다. 동혁의 패기는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하지만 동혁의 변신은 그녀를 조금 흐뭇하게 만들었다.동혁이 보여준 강한 패기는 모두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명성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하원종이 차에서 내려 호텔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하 선생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세화가 다가가 공손히 물었다. 그녀는 하원종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공교롭게 젊은 부부가 데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