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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소예지는 돌아와서 조용히 고이한의 선물을 가방에 넣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케이크를 먹자며 옆에서 성화를 부리고 있었다.

정교하게 쌓인 6단 케이크 위에는 반짝이는 촛불이 별빛처럼 아롱거렸고 부드럽게 퍼지는 빛이 케이크의 층층을 감싸며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순간, 박시온이 소예지를 꼭 껴안으며 속삭였다.

“내 친구,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 네 모든 꿈이 이루어지고 웃음이 끊이지 않길 진심으로 기도할게.”

그 말에 윤하준과 강준석도 절로 미소 지었다. 그들 곁에서 심주원은 장난기 가득한 박시온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없이 웃고 있었다.

촛불이 반짝이는 가운데 연회장의 조명이 꺼졌다. 모두가 숨을 죽이는 순간, 소예지는 조용히 앉아 두 손을 모았다.

그녀의 소원은 하나였다. 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는 것.

그녀의 옆에서 윤하준의 깊은 눈빛이 조용히 그녀를 향했다. 어두운 연회장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그녀의 섬세한 얼굴선을 따라가며 가슴 깊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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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40화

    진가영은 한숨을 내쉬며 최현숙을 달랬다.“어머니. 그렇게 먼 미래까지 걱정하지 마세요. 하슬이 하나만 있어도 충분해요. 이한이랑 예지가 잘 키울 거예요.”최현숙의 흐릿하던 눈에 잠시 또렷한 빛이 돌아왔지만 이내 다시 눈을 감았다.“됐다. 그럼 아이 얘기는 더 하지 말자. 그저 저 두 아이가 다시 함께하기만 하면 좋겠구나.”진가영은 마지막 순간에라도 시어머니가 걱정을 내려놓길 바라며 나직하게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한이가 있으니 우리 집은 괜찮을 거예요.”최현숙은 훌륭하게 자란 손자를 떠올렸다.고이한은 분명 집안의 자랑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집안의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했던 손자가 그동안 마음 편히 살아 본 날이 과연 며칠이나 있었을까 싶었다.병실 밖 복도는 고요했다.소예지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조금 전 최현숙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아들이면 더 좋겠구나.’그 말 한마디가 마음에 작은 돌멩이처럼 떨어져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소예지는 최현숙의 마음을 이해했다.고씨 집안의 사업 규모는 막대했다. 훗날 고하슬이 그 모든 것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면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웠다.최현숙은 집안과 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집안이 번성하고 대가 이어지기를 바랐으며 가능하다면 남자 후계자가 있기를 원했다. 그런 바람 역시 집안에 대한 책임감과 후손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하지만 소예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계획해 두었다. 고하슬이 자신의 유일한 아이였고 앞으로는 자신의 일과 연구에 집중하며 살아갈 생각이었다.그러니 고씨 집안 어른들의 기대에 맞춰 줄 수는 없었다.어쩌면 그것은 최현숙만의 바람이 아닐지도 몰랐다. 진가영 역시 같은 생각일 가능성이 컸다.예전에도 아이를 더 낳으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고하슬도 어렸기에 소예지는 적당히 대답하며 넘어갔을 뿐이었다.조금 전까지 눈물로 젖어 있던 소예지의 눈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39화

    밤이 되어 고하슬이 잠든 뒤에도 소예지는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최현숙의 상태를 딸에게 말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아직 어린 고하슬에게는 사람이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이른 일이었다.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고하슬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고이한은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그렇게 사흘째 되던 날 오후였다.연구소에 있던 소예지에게 고수경의 전화가 걸려 왔다.“예지 언니. 병원에 와줄 수 있어요? 할머니가 언니한테 하실 말씀이 있대요.”고수경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할머니가... 할머니가 이제 얼마 못 버티실 것 같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소예지는 숨이 턱 막혔다.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마침 그때 이지원에게도 전화가 걸려 왔다.고이한이었다.고이한은 소예지가 직접 운전하는 게 걱정된다며 이지원에게 그녀를 병원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네. 고 대표님. 제가 소 박사 모시고 병원으로 가겠습니다.”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소예지는 병실에 도착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불과 며칠 사이 눈에 띄게 쇠약해진 최현숙의 모습이 보였다. 숨도 전보다 가빠 보였다.“예지야. 이리... 와.”최현숙이 힘겹게 손을 내밀었다.소예지는 밀려드는 슬픔을 애써 억누르며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할머니. 저 여기 있어요.”최현숙의 앙상한 손이 소예지의 손을 꼭 붙잡았다.손에 들어간 힘은 너무나 약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간절함만큼은 분명하게 느껴졌다.초점이 흐려진 눈으로도 최현숙은 애써 소예지의 얼굴을 바라봤다.“예지야. 할머니가... 이제 며칠 못 갈 것 같구나. 그래도 할머니는 네가 이한이와 다시... 함께했으면 좋겠어. 네 곁에 널 돌봐 줄 사람이 있으면 할머니도 마음 놓고 갈 수 있을 것 같아...”말을 마친 최현숙은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그 눈에는 간절한 바람이 어려 있었다.병실 안이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진가영은 손으로 입을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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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37화

    잠시 뒤 최현숙이 천천히 눈을 떴다.침대 곁에 손자와 손녀 그리고 소예지까지 있는 모습을 본 최현숙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다들 왔구나. 난 괜찮다. 그냥 늙어서... 이제 예전 같지가 않네.”“할머니...”고수경은 침대 곁에 쪼그려 앉아 최현숙의 손을 꼭 잡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그 모습을 보던 소예지의 눈가도 저절로 젖어 들었다.고이한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최현숙의 야윈 손을 잡았다.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할머니. 의사 말 잘 듣고 편하게 쉬세요. 괜찮아지실 거예요.”“바보 같은 녀석.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야.”오히려 최현숙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이한을 달랬다.그러고는 소예지와 진가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됐으니 다들 그렇게 울상 짓지 마라.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하지만 최현숙이 담담하게 받아들일수록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소예지가 앞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다.“할머니. 의사 선생님이 잘 쉬면서 치료받으시면 금방 퇴원하실 수 있다고 했어요.”“그래. 너희 말 들으마.”최현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고이한과 소예지를 번갈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이제 나도 늙었으니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게 너... 콜록... 너랑 예지다.”고이한이 소예지를 바라봤다.소예지도 저도 모르게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두 사람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고이한이 나직하게 말했다.“할머니. 저희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는 몸만 잘 돌보세요.”최현숙은 다시 소예지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예지야. 너도 곁에 누군가가 필요해. 하슬이도 아직 어리고. 설령... 이한이와 다시 함께하지 않더라도 우리 가족은 언제든 네가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야.”소예지는 말없이 최현숙의 이야기를 들었다.목이 꽉 메어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할머니. 말씀 잘 들을게요.”고이한의 시선이 다시 소예지에게 향했다.그 눈빛이 미묘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36화

    한밤중이었다.잠결에 어렴풋이 차가 나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지만 소예지는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한 채 다시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세수를 하고 옷까지 갈아입은 고하슬이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뒤이어 준비를 마치고 내려오던 소예지는 고하슬과 양희순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할머니. 아빠 어디 가셨어요? 왜 집에 안 계세요?”“아빠가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나가셨어.”소예지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며 물었다.“아침 일찍 나간 거예요?”양희순이 뒤를 돌아봤다.“아니에요. 대표님은 어젯밤 한밤중에 나가셨어요. 아마 두 시쯤이었을 거예요. 제가 잠깐 깼을 때 시간을 봤거든요.”소예지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그럼 어젯밤에 들은 게 꿈이 아니었어? 정말 한밤중에 나간 거야?’“하슬아. 오늘은 엄마가 학교 데려다줄게. 가자.”고하슬은 고개를 끄덕이고 엄마를 따라 집을 나섰다.집에서 학교까지는 차로 불과 오 분 거리였다.소예지는 고하슬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그대로 연구소로 향하려 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고이한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소예지는 차를 출발시키기 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하슬이 데려다줬어?”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고이한의 목소리에는 짙은 피로가 묻어 있었다.“방금 데려다줬어. 그런데 당신 어젯밤에 무슨 급한 일 있었어?”고이한의 목소리가 한층 무거워졌다.“할머니가 어젯밤에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셨어. 지금 병원에 모셔 와서 검사받고 있어.”순간 소예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어느 병원이야? 나 지금 바로 갈게.”“조은병원이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운전 조심해.”“알았어.”전화를 끊은 소예지는 곧바로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가는 내내 어제 최현숙이 했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설마 할머니가 정말 마지막을 준비하고 계셨던 건가?’불길한 생각을 떨쳐 내려 해도 마음속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소예지가 병원 VIP 병동에 도착했을 때 고이한은 복도에서 담당 의사와 낮은 목소리로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35화

    소예지는 한동안 뭐라고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괜히 최현숙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걱정됐다.“할머니. 이제 식사하실 시간이에요. 제가 모시고 나갈게요.”소예지가 말했다.최현숙은 숨을 한번 크게 내쉬더니 조금 지친 듯 소파에 앉았다.“너 먼저 가거라. 나는 조금 더 있다가 갈게.”소예지는 곁에 더 있어 드리고 싶었지만 최현숙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가봐. 나는 내 보물들 조금만 더 보고 갈 테니.”소예지는 더 머물지 않고 수장고를 나왔다.두꺼운 나무문을 살며시 닫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불안감이 남았다.‘아까 할머니 말씀... 왜 꼭 유언처럼 들렸지?’‘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식당으로 가보니 고이한과 진가영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고하슬은 옆에서 놀고 있었다.고이한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할머니는 아직 안 오셔?”“수장고에 조금 더 있고 싶다고 하셔서 나 먼저 나왔어.”소예지가 대답했다.그러다 문득 방금 전 최현숙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잠시 후 진가영이 자리를 비우자 소예지는 고이한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좀 마음에 걸려.”“무슨 말씀?”고이한이 그녀를 바라봤다.소예지는 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자는 눈짓을 보냈다.두 사람은 정원으로 나갔다.소예지가 최현숙과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자 고이한의 표정도 무거워졌다.“내가 가서 볼게.”소예지도 그를 따라 다시 수장고로 향했다.최현숙은 여전히 오래된 소파에 앉아 있었다.고개를 살짝 젖힌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방 안 가득한 소장품을 바라보고 있었다.기척을 느낀 최현숙이 고개를 돌렸다.“밥 먹을 시간이냐? 지금 갈게.”최현숙이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런데 평소보다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렸다.일어서던 순간 몸이 살짝 휘청이기까지 했다.고이한이 얼른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할머니. 천천히 일어나세요.”“괜찮다. 오래 앉아 있었더니 다리가 좀 저린 것뿐이야.”최현숙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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