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심장 이식만 기다리며 3년을 버텼다. 하지만 수술 당일, 의사인 남편은 내게 배정된 심장을 첫사랑에게 넘겨버렸다. “당신은 며칠 더 버틸 수 있잖아.” 남은 시간은 단 7일. 나는 울며 매달리는 대신 이혼을 준비하고, 남편에게 남겨질 모든 것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내 심장을 빼앗은 대가가 무엇인지, 그가 가장 늦게 깨닫도록.
View More2026년 8월 23일 오전.
병원 천장은 늘 지나칠 만큼 새하얬다.
규칙적인 감시장치 비프음과 코끝을 찌르는 소독약 냄새 속에서 나는 가슴을 쥐어뜯듯 숨을 몰아쉬었다.
확장성 심근병증 말기.
박출률 15%. 강심제를 계속 맞아도 혈압이 떨어졌고, 최근에는 심실성 부정맥까지 반복됐다. 담당 교수는 이식이 무산되면 남은 시간을 며칠 단위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만큼은 견딜 수 있었다.
3년을 기다린 끝에, 나는 이번 뇌사자 심장의 최종 이식 대상자로 선정됐다. 혈액형과 체격 조건이 맞았고 수술은 오후 2시로 잡혀 있었다.
"서연 씨, 오늘만 잘 버티면 돼요. 수술 동의서도 확인했습니다."
간호사의 격려를 받으며 수술복으로 갈아입던 때, VIP 병실 문이 열렸다.
내 남편이자 명성대학병원 흉부외과 최연소 조교수, 최도현이었다.
말끔히 정돈된 머리칼과 반듯한 이목구비.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희미하게 번져 있었다.
"도현 씨. 준비는 다 끝났어? 나…… 이제 살 수 있는 거지?"
나는 산소마스크 너머로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도현은 침대 곁으로 오지 않았다. 발치에 선 채 차트 모서리만 엄지로 문질렀다.
"서연아. 오늘 네 이식 수술, 취소했다."
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뭐라고?"
"네 기록을 수술 불가로 돌렸어. 기증 심장은 다른 환자에게 재배정될 거야."
머릿속이 하얘졌다.
"도현 씨, 내 상태 알잖아. 오늘 수술 못 받으면 나 죽어."
내가 떨리는 손으로 산소마스크를 내리자, 도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죽긴 왜 죽어. 강심제 맞고 산소 달면 며칠은 버티잖아."
"그 며칠 뒤에는? 이 심장, 누구한테 가는데?"
도현의 입술이 잠깐 굳었다.
"……서린이야."
윤서린.
도현의 의대 시절 첫사랑이자 유명 피아니스트.
"서린이가 어제 급성 심근염으로 쓰러졌어. 다음 달 해외 독주회도 걸려 있어. 회복을 기다리다가는 피아니스트 인생이 끝날 수 있어."
"윤서린은 보조순환장치로 혈압이 잡혔고 약물 반응을 볼 수 있다며. 원래 내 뒤였잖아."
"그 몸으로 뭘 안다고 따져? 서린이는 약물 치료를 견딜 체력이 없어."
도현이 신경질적으로 말을 잘랐다.
"당신은 원래 버티는 사람이잖아. 다음 기증자 나올 때까지만 기다려."
내가 그의 레지던트 시절부터 견딘 세월은, 그에게 내가 더 아파도 되는 근거가 되어 있었다.
"최도현. 나한테 배정된 심장을 빼면, 길어야 7일이야. 주치의인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내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과장하지 마. 서린이 수술 끝나면 다시 대기 등록해 줄게."
도현은 차트에 ‘감염 의심에 따른 이식 보류 및 환자 동의 철회’라고 적었다. 내가 한 적 없는 말이었다.
그가 열어 둔 차트 화면에는 이식 코디네이터의 관리자 계정으로 내 배정 코드를 막고, 윤서린의 응급도와 검사 결과를 바꾼 흔적이 남아 있었다. 국가 배정 시스템은 그 허위 기록을 사실로 받아들여 윤서린을 다음 후보로 올렸다.
"서린이 수술 들어가야 해. 얌전히 있어."
도현은 그대로 병실을 나갔다.
쾅.
문이 닫히자 나는 단축 번호 1번을 눌렀다.
성운의료재단 총괄 법무팀장, 차진혁 변호사가 전화를 받았다.
"서연아. 오늘 수술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어?"
"진혁 오빠. 최도현이 내 이식을 취소하고 윤서린을 올렸어."
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확실해?"
"응. 명성대에 들어간 300억 원 조건부 출연금, 계약 위반으로 반환 청구해 줘. 연구 계좌 가압류도 같이."
"서연아, 그러면 네 치료는?"
"끝났어. 내게 남은 시간은 최대 7일이래."
나는 링거 바늘을 뽑고 거즈를 눌렀다. 손등에 붉은 점이 빠르게 번졌다.
나는 허위 기록이 남은 차트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진혁에게 보냈다. 최도현의 서명과 입력 시각까지 선명하게 찍혔다.
"최도현이 자기가 살린 사람을 보며 웃을 때, 무엇을 빼앗았는지 알게 해 줄 거야."
2029년 가을.서울 마곡 바이오메디컬 밸리에 새 건물이 문을 열었다.강서연이 남긴 120억 원 공익의료신탁과 명성대병원에서 환수한 300억 원 조건부 출연금, 손해배상금, 성운의료재단 추가 출연금으로 세운 공공 장기이식 전문센터였다.[강서연 공공심장이식센터]개청식 광장에는 의료진과 환자 가족, 장기이식 지원을 받은 아이들이 모였다. 가슴에 작은 꽃 장식을 단 아이 둘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웃었다.센터 내부에는 이식대상자 선정 근거를 환자와 보호자가 확인할 수 있는 열람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독립 신고 창구, 수술기록 변경 이력을 지울 수 없게 보존하는 감사 서버가 마련됐다.차진혁은 성운의료재단 공익사업본부 대표 자격으로 단상에 섰다."이 센터는 장기 배정과 수술 결정 전 과정을 이중 기록하고, 외부 윤리위원회가 상시 점검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누구의 지위나 돈도 이식 순서를 바꾸지 못하게 하겠습니다."박수가 이어졌다. 앞줄에 앉은 한 보호자는 심장이식 대기표를 품에 안은 채 눈물을 닦았다. 그의 아이는 센터 지원으로 다른 지역 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정식 대기 등록을 앞두고 있었다."고 강서연 님이 남긴 재산은 기다리는 환자들의 검사비와 이식 후 치료비에 쓰입니다. 오늘 문을 여는 이곳이 고인이 원했던 공평한 기회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센터 로비에는 거대한 흉상 대신 작은 추모벽이 마련돼 있었다.그 중앙에 서연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누구도 타인의 생명과 시간을 대신 결정할 권리는 없다.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같은 기준과 같은 기회가 닿기를.]진혁은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같은 시각, 교정시설 정신의료병동.최도현은 창가 바닥에 앉아 푸른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얼마 전 받은 통지서는 여러 번 찢어졌다 붙여진 채 침대 밑에 숨겨져 있었다."서연아…… 밥 먹었어? 조금만 버텨. 내가 이번에는 안 뺏을게."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왜 죄수복을 입었는지 자주 잊었다. 간호사가 이름을 불러도 벽 너머 파도 소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 법정.재판장이 판결문을 내려다보며 주문을 읽었다."피고인 최도현을 징역 20년에 처한다."법원은 최도현이 강서연의 사망 가능성을 알고도 허위 기록으로 이식 대상자 선정을 뒤집었다고 판단했다. 이식이 서연의 생존을 보장했을 것이라는 인과관계는 형사상 단정하기 어렵지만, 수일 내 사망 위험을 알면서 실행에 옮긴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고 봤다. 살인미수와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재판부는 서연의 담당의 기록, 관리자 계정 접속 로그, 검사실 녹취를 핵심 증거로 들었다. 도현이 법정에서 ‘두 환자 중 더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을 선택했다’고 주장한 점도 반성 없는 태도로 지적됐다.살인미수 유죄가 확정되면서 도현은 민법상 상속결격자가 됐다. 서연의 배우자였다는 이유로 재산이나 유류분을 요구할 자격도 사라졌다.도현은 형량보다 판결문 한 구절에만 반응했다.[피해자 강서연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이식 기회를 상실한 뒤 2026년 8월 29일 사망하였다.]그 문장이 낭독되자 도현의 고개가 천천히 숙여졌다.판결이 확정된 뒤 보건복지부는 그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다. 법적으로 재교부 가능성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었지만, 20년의 형기와 중대한 범죄 기록 앞에서 의사로 돌아갈 길은 사실상 끊겼다.도현은 남부교도소로 이감됐다.그는 매달 국립중앙의과대학 해부학교실과 법무부에 편지를 보냈다. 시신기증 교육이 언제 끝나는지, 화장 뒤 유골을 자신에게 넘길 수 있는지, 해양산분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 묻고 또 물었다.답은 늘 같았다.[고인의 생전 의사와 등록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제3자에게 세부 일정을 공개할 수 없습니다.]도현은 독방 바닥에서 108배를 올렸다. 무릎에 피가 배어도 멈추지 않았다.언젠가 유골함 앞에 엎드려 사과하면, 서연이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 믿음 하나로 구속된 날부터 3년 가까이를 버텼다.서연의 기일마다 그는 교도소
서울구치소 독방에는 습기 냄새가 배어 있었다.잿빛 수의를 입은 최도현은 시멘트 벽에 등을 붙이고 웅크려 앉아 있었다. 손목에는 수갑 자국이 남았고, 뺨의 긁힌 상처는 붉게 부어올랐다.불과 열흘 전까지 그는 명성대병원의 최연소 조교수였다.지금 그의 이름 앞에 붙는 것은 수용번호 4028뿐이었다."4028번 최도현. 접견이다."교도관의 부름에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접견실 투명 칸막이 너머에는 차진혁이 앉아 있었다. 검찰의 허가를 받은 태블릿 한 대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도현은 수화기를 들자마자 입을 열었다."진혁 씨, 서연이 유골은 언제 나옵니까? 학교가 어디예요? 교육이 끝나면 내가 받을 수 있죠?"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내가 출소하면 매일 무덤에 갈 겁니다. 아니, 평생이 걸려도 기다릴게요. 한 번만 사과하게 해 주세요.""서연이가 당신에게 남긴 영상이 있다."도현의 숨이 멎었다.진혁이 화면을 켰다.남산 안가의 침대에 앉은 서연이 나타났다. 코에는 산소관이 꽂혀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시선은 흐리지 않았다.- 최도현.스피커에서 서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현은 투명 칸막이에 손바닥을 댔다.- 당신은 내가 죽고 나면 뒤늦게 사랑했다고 말하겠지. 무덤 앞에서 울고, 용서를 빌고, 평생 죄책감에 살겠다고도 할 거야."서연아…… 맞아. 내가 잘못했어."- 그런데 당신이 원하는 건 내 용서가 아니야. 아직도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확인이겠지.도현의 입술이 굳었다.- 당신이 빼앗은 건 내 심장이 아니야. 내가 살아갈 시간이야. 그 시간은 사과로 돌아오지 않아.- 당신은 내 차트에 직접 ‘이식이 지연되면 수일 내 사망 가능’이라고 썼어. 모른 게 아니야. 알면서도 내가 늘 버텼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버틸 거라고 정했지.영상 속 서연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기대할 마지막 장면을 남기지 않기로 했어. 내 시신은 의학교육에 기증되고, 유해는 내가 정한 곳에 흩어질 거야. 당신이 찾아가 울 무덤도, 안고 후
서연이 사망한 지 5일째 되는 날.명성대학병원 긴급 이사회는 최도현의 조교수직 파면과 최명환 의료원장의 해임을 의결했다.300억 원 조건부 출연금 반환 청구와 연구계좌 가압류가 겹치자, 이미 증축 대출로 자금이 말라 있던 병원은 채권단 공동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심장센터의 신규 수술은 전면 중단됐고,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다.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최도현에게 의료인 면허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허위 의무기록 작성과 장기 배정자료 조작으로 환자의 생명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킨 혐의였다.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도 그를 최고 수위 징계 심의에 회부했다. 그러나 면허 취소 여부는 수사와 재판 결과, 당사자 의견 제출을 거쳐 보건복지부가 결정할 사안이었다.이식 코디네이터는 도현이 인사평가와 계약 연장을 거론하며 관리자 계정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검사실 기사도 경계성 항체 결과를 늦게 올리라는 통화를 녹음해 제출했다. 도현이 ‘몰랐다’고 빠져나갈 틈은 빠르게 닫혔다.도현은 파면 통지서를 쥔 채 병원 정문을 나섰다.흰 가운도, 출입증도 없었다. 며칠 사이 수염이 거칠게 자랐고 뺨의 손톱자국에는 검은 딱지가 앉아 있었다.정문 밖에는 취재진과 시위대가 통제선 뒤로 몰려 있었다."최도현 씨! 허위 입력을 직접 지시했습니까?""강서연 씨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술을 강행했습니까?"도현은 고개를 숙이고 주차장 쪽으로 걸었다. 전날 밤 전산팀 직원에게 접속기록을 지우라고 지시한 메신저 내용까지 기사로 나간 뒤였다. 어디로 가든 카메라가 따라붙었다.그때 검은 승합차 세 대가 도로 가장자리에 멈췄다. 수사관들이 내려 그의 앞을 막았다."최도현 씨,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발부한 구속영장을 집행합니다."수사관이 영장을 펼쳤다.[피의자 최도현][혐의: 살인미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및 증거인멸 교사]영장에는 범죄의 중대성뿐 아니라 전산기록 삭제 지시와 해외 출국 시도 정황도 적혀 있었다. 법원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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