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2
作家:  월야たった今更新されました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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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현대물

1인칭

이혼물

나쁜남자

CEO、보스

후회남

바람

배신

삼각관계

임신한 상간녀를 들인 것도 모자라, 출세를 위해 아내 윤세아를 팔아치운 남편 백현우. 철저히 짓밟힌 채 버려진 그녀의 앞에 진이건이 나타난다. 오래전부터 세아만을 갈망해 온 남자. 남편이 제 손으로 팔아넘긴 아내를 마침내 손에 넣은 이건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날 팔아넘긴 그 인간, 내 손으로 부숴버리게 해줘.” “좋아. 대신 그 대가로, 당신은 영원히 내 곁에 있어.” 나를 판 남편을 향한 칼날과, 나를 산 남자의 치명적인 구원. 지옥의 끝에서 세아의 잔혹하고 아름다운 복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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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1화

남편이 나를 팔았다.

처음에는 내가 계약서를 잘못 읽은 줄 알았다. 돈을 빌리는 쪽은 백현우였고, 그 돈으로 살아나는 것도 백현우의 회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약의 조건에는 내 이름이 똑똑히 적혀 있었다.

한지아.

“이게…… 뭐야?”

낮게 갈라진 내 목소리가 넓은 회의실에 흩어졌다.

조금 전까지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검은 정장의 뒷모습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계약서 마지막 장에 남겨진 서명만 희미하게 기억났다.

그 남자가 나가자마자 현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하품까지 했다.

“다 끝났으니까 집에 가자. 피곤해 죽겠네.”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계약서 두 번째 장을 다시 읽고 세 번째 장까지 넘겼지만, 몇 번을 읽어도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백현우. 여기 왜 내 이름이 있어?”

현우의 손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그 짧은 흔들림을 놓치지 않고 계약서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계약 기간 동안 한지아는 상대방이 지정하는 일정에 동행한다.’

‘합리적 범위 내에서 상대방의 개인적인 요청에 응한다.’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독립된 장소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으며, 배우자는 이를 방해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

읽을수록 기괴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왜 채무자의 아내를 만나야 하지? 그것도 남편 없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당신 회사에 돈을 대주는 계약이잖아. 그런데 왜 내가 저 사람을 만나야 해?”

현우는 대답 대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 불꽃이 튀고 첫 모금의 연기가 천천히 퍼진 뒤에야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널 좀 마음에 들어 해.”

“뭐?”

“몇 번 만나주면 된대. 밥 먹자면 밥 좀 먹고, 어디 같이 가자면 가주고. 그 정도야.”

그 정도라는 말과 계약서의 내용은 전혀 달랐다. 남편은 동석할 수 없고 단둘이 만나야 하는 데다, 마지막에는 더 이상한 조항까지 있었다.

‘계약 상대방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한지아는 지정된 장소에 체류한다.’

체류.

그 두 글자에서 시선이 멎었다.

“지정된 장소라는 게 어디야?”

현우가 담배를 문 채 나를 힐끗 바라봤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호텔이어도?”

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입술 사이로 연기만 길게 뿜어냈고, 그 침묵이 오히려 대답처럼 들렸다.

“백현우.”

계약서를 움켜쥔 채 다가가자 현우는 담배를 재떨이에 거칠게 비벼 껐다. 그러고는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내 앞을 막아섰다.

“씨발, 사람 진짜 피곤하게 하네. 회사 넘어가게 생겼다고! 이번 투자 못 받으면 다음 달 직원들 월급도 못 줘. 그런데 네가 남자 몇 번 만나주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야?”

훅 끼쳐오는 담배 냄새에 속이 울렁거렸다.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알아들었잖아. 몇 번 만나주는 게 뭐 대수라고.”

현우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목선을 훑더니 가슴께에 머물렀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남편이 아내를 보는 눈이 아니었다.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고 값을 매기는 사람의 눈이었다.

“그쪽에서 먼저 너를 조건으로 걸었어.”

손가락 사이에서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나를?”

“한지아를 보내주면 돈 넣겠다고 했다고.”

나는 현우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겨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당신이 뭐라고 했는데?”

“받았지.”

너무 쉽게 나온 대답이었다. 미안함도, 망설임도 없었다.

“나한테 묻지도 않고?”

“물어보면 네가 한다고 했겠냐?”

“그래서 안 물어봤어?”

“결과적으로 회사 살잖아.”

현우는 오히려 내가 철없는 소리를 한다는 듯 혀를 차더니 계약서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생각을 좀 해. 네가 며칠 비위 좀 맞춰주면 10억이 들어와. 내가 너보고 죽으래? 장기라도 떼어 달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몸뚱이 멀쩡하게 돌아오는 일인데 뭘 그렇게 벌벌 떨어?”

손이 먼저 움직였다.

짝!

현우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손바닥이 얼얼하게 달아올랐고, 잠시 정적이 내려앉은 회의실에는 거칠어진 현우의 숨소리만 남았다.

그가 혀끝으로 입 안을 훑으며 천천히 나를 돌아봤다.

“너 지금 나 쳤냐?”

등골이 서늘해져 한 걸음 물러나는 순간 현우가 내 손목을 낚아챘다. 손가락이 뼈를 파고들 만큼 거칠게 조여왔다.

“놔!”

“이 씨발년이 진짜 주제를 모르네.”

그가 손목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몸이 휘청이며 그의 가슴에 부딪혔다. 밀어내려 했지만 현우는 오히려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네 몸에 금칠이라도 했어? 남자 하나 만나주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지랄이야.”

“이거 놓으라고!”

“어차피 나랑 살면서 할 거 다 해본 몸이잖아.”

수치심보다 먼저 구역질이 치밀었다. 있는 힘껏 손을 빼내며 현우의 가슴을 밀쳤다.

“미쳤어. 당신 정말 미쳤어.”

“그래, 나 미쳤다. 회사 망하게 생겼으니까.”

현우는 흐트러진 셔츠를 바로잡으며 바닥에 떨어진 계약서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구두를 옮겼다.

하필 그 아래 깔린 건 내 이름이었다.

한지아.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현우는 발을 치우지 않았다.

오히려 구두 끝으로 내 이름을 한 번 더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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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Jo
Jo Jo
업뎃 너무 조금올리네요 ! 여러개씩좀 올려주세요...
2026-10-29 22:21:10
1
0
Jo Jo
Jo Jo
왜 업뎃이 매일 안되죠? 궁금!! 여러개씩 올려주세요ㅡㅡ
2026-10-24 19:35:33
0
0
Jo Jo
Jo Jo
다음 내용 너무 궁금하네요! 업뎃 여러편 올려주세요!! 아내를 자기소유물로여기고. 마음대로 권리행사하는 개 쓰레기남편과 여주를 진짜아끼고 보호하려는 남주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모습이 재미를 더하네요!! 글도 재밌고 웃음짖게 하는순수함이 맘에 듭니다!
2026-10-22 15:20:0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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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니
미미니
이 소설 재미있네 ..
2026-10-05 09:54:15
1
0
aals1324
aals1324
업뎃 자주해주세요 넘 재밌음
2026-09-25 23:27:5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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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チャプター
1화
남편이 나를 팔았다.처음에는 내가 계약서를 잘못 읽은 줄 알았다. 돈을 빌리는 쪽은 백현우였고, 그 돈으로 살아나는 것도 백현우의 회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약의 조건에는 내 이름이 똑똑히 적혀 있었다.한지아.“이게…… 뭐야?”낮게 갈라진 내 목소리가 넓은 회의실에 흩어졌다.조금 전까지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검은 정장의 뒷모습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계약서 마지막 장에 남겨진 서명만 희미하게 기억났다.그 남자가 나가자마자 현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하품까지 했다.“다 끝났으니까 집에 가자. 피곤해 죽겠네.”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계약서 두 번째 장을 다시 읽고 세 번째 장까지 넘겼지만, 몇 번을 읽어도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백현우. 여기 왜 내 이름이 있어?”현우의 손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그 짧은 흔들림을 놓치지 않고 계약서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계약 기간 동안 한지아는 상대방이 지정하는 일정에 동행한다.’‘합리적 범위 내에서 상대방의 개인적인 요청에 응한다.’‘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독립된 장소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으며, 배우자는 이를 방해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읽을수록 기괴했다.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왜 채무자의 아내를 만나야 하지? 그것도 남편 없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당신 회사에 돈을 대주는 계약이잖아. 그런데 왜 내가 저 사람을 만나야 해?”현우는 대답 대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 불꽃이 튀고 첫 모금의 연기가 천천히 퍼진 뒤에야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널 좀 마음에 들어 해.”“뭐?”“몇 번 만나주면 된대. 밥 먹자면 밥 좀 먹고, 어디 같이 가자면 가주고. 그 정도야.”그 정도라는 말과 계약서의 내용은 전혀 달랐다. 남편은 동석할 수 없고 단둘이 만나야 하는 데다, 마지막에는 더 이상한 조항까지 있었다.‘계약 상대방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한지아는 지정된 장소에 체류한다.’체류.그 두 글자에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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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잠시 후 현우가 계약서에서 발을 치웠다.나는 구겨진 종이를 주워 들었다. 손목은 여전히 욱신거렸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돌아서려는데 현우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참, 하나 더 있어.”“……뭔데요?”“네 아버지가 넣어준 지분, 이번 계약에 담보로 묶었어.”“뭐라고요?”“투자 못 받으면 같이 넘어간다고.”처음 듣는 이야기였다.“누구 마음대로 그런 걸 하셨어요?”현우는 대답 대신 라이터를 켰다.“네가 안 가면 계약 깨지고, 회사 넘어가면 너희 집도 같이 끝나.”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럼 아버지는요? 수술은 어떻게 하고요?”“그것도 알아서 해야겠지.”아버지는 다음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내뿜었다.“남자 몇 번 만나주면 회사도 살고 네 아버지 수술도 시킬 수 있어. 그러니까 선택 잘해.”손안에서 계약서만 점점 더 구겨졌다.***밤 열한 시가 넘어 현관 도어락 소리가 들렸다.백현우였다.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현우의 뒤로 젊은 여자가 따라 들어왔다.민서라.스물두 살. 백림유통 전략기획팀 인턴이자 내가 일을 가르치던 아이였다. 엉망인 보고서를 옆에 앉혀 고쳐주고, 야근하는 날이면 밥까지 챙겨 먹였다.그런 서라가 오늘은 몸의 굴곡이 드러나는 얇은 원피스 위에 현우의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한 손에는 큰 캐리어까지 끌고 있었다.하룻밤 묵으러 온 짐이 아니었다.“여보, 이게…… 무슨 일이에요?”현우는 대답 대신 서라의 캐리어를 받아 안으로 옮겼다.“서라야, 조심해. 바닥 미끄러워.”낯설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지난겨울 내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다쳤을 때도 병원에는 혼자 다녀오라고 했던 남자였다.서라가 고개를 숙였다.“사모님…….”회사에서는 꼬박꼬박 ‘과장님’이라고 부르던 아이였다. 그런데 내 집에서 처음 꺼낸 호칭은 ‘사모님’이었다.서라는 미안한 듯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현우의 재킷은 벗지 않았다.“왜…… 여기 온 거예요?”“한지아.”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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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 있어요?”겨우 나온 목소리가 떨렸다.서라가 무언가 설명하려는 듯 몸을 일으키자 현우는 곧바로 어깨를 눌러 다시 앉혔다.“넌 가만히 있어. 지금 몸조심해야 할 때야.”서라는 순순히 그의 손길을 따랐다.회사에서는 내 앞에서 늘 ‘과장님’이라고 부르던 아이였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보고서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해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자리로 찾아왔고, 야근이 길어지면 밥까지 챙겨 먹였다.그런 아이가 지금 내 남편의 아이를 가졌다고 했다.“회사에서는 제가 대표님 아내라는 것도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두 분이…….”현우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목소리 낮춰. 이미 생긴 애야. 이제 와서 따진다고 뭐가 달라져?”“그래도 여기는 우리 집이잖아요. 어떻게 이 집에까지 데려올 수 있어요?”“한지아.”내 이름 석 자가 낮게 떨어졌다.평소 같았으면 그 목소리만으로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제가 일을 가르친 직원이에요. 밥까지 챙겨 먹인 애라고요. 그런 애랑 바람피우고 임신까지 시켜놓고, 이제 저더러 한집에서 같이 살라는 거예요?”현우의 턱이 굳었다.“그만하라고 했다.”“싫어요. 아무리 당신 마음대로 살아도 이건 아니잖아요. 서라 씨 데리고 나가세요.”현우가 성큼 다가왔다.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지금 당장 데리고 나가세요.”짝!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갔다.순간 귀가 먹먹해졌다. 몇 초가 지나서야 왼쪽 뺨이 화끈거리기 시작했고, 혀끝으로 비릿한 피 맛이 번졌다.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현우는 방금 아내의 뺨을 때린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차가운 얼굴이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오히려 내가 잘못했다는 듯 나를 노려봤다.“내가 몇 번을 말해. 서라는 지금 임신했어. 네 기분 나쁘다고 사람 몰아붙이다가 내 애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 거야?”뺨보다 그 말이 더 아팠다.바람을 피운 것도, 다른 여자를 임신시킨 것도 현우였다. 그 여자를 아내가 사는 집으로 데려온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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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2층 손님방에는 어느새 서라의 캐리어가 활짝 펼쳐져 있었다.화장대에는 낯선 화장품과 달짝지근한 향수가 늘어서 있었고, 침대 위에는 얇은 실크 잠옷까지 꺼내져 있었다. 며칠 묵다 갈 사람의 짐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 집에서 지낼 작정으로 준비해 온 것 같았다.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서라가 현우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오빠아, 나 또 속이 안 좋은 것 같아.”조금 전 내 앞에서 죄인처럼 눈을 내리깔던 목소리와는 딴판이었다. 끝을 간질이듯 늘이는 말투에 현우는 곧바로 서라의 안색부터 살폈다.그러고는 문가에 서 있던 나를 돌아봤다.“한지아, 따뜻한 물 좀 가져와. 서라 찬 거 마시면 안 돼.”그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해졌다. 조금 전 뺨을 맞고도 저 여자가 마실 물까지 가져다줘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제가 가져와야 해요?”현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화끈거리던 뺨이 다시 욱신거렸다.결국 따뜻한 물을 받아 올라왔다. 컵을 내밀자 서라는 현우의 팔에 몸을 붙인 채 받아 들었다.“고마워요, 사모님. 오빠가 저한테 좀 유난이라서.”수줍은 듯 눈을 내리깔았지만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나는 떨리는 손을 치맛자락에 숨겼다.“여보, 서라 씨 임신한 거…… 언제 말씀하시려고 했어요?”“지금 알았으면 됐잖아.”현우의 시선이 내 배에 머물렀다.“네가 진작 애를 가졌으면 나도 밖에서 이런 일 만들 이유 없었어.”숨이 막혔다.내가 아이를 얼마나 원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남자였다. 매달 날짜를 세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임신 테스트기를 사던 것도 알고 있었다.그런 사람이 자신의 외도까지 내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오빠, 그러지 마아. 사모님 속상하시잖아.”서라는 나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현우의 팔에 몸을 더 바짝 붙였다.더는 그 방에 있을 수 없었다.침실로 돌아와 문을 닫았지만 벽 하나 너머에 남편의 아이를 가진 여자가 누워 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리고 나는 조금 전 그 여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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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새벽 두 시가 가까워졌을 때였다.달칵, 침실 문이 열렸다.나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현우였다. 조금 전까지 이층 끝방에서 서라를 품에 안고 있던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안 잤네.”현우는 셔츠 소매를 무심하게 걷어 올리며 침대로 다가왔다. 그가 가까워질수록 달짝지근한 향이 훅 풍겼다.서라의 향수였다.내 집, 내 침실까지 따라 들어온 그 저급하도록 달콤한 냄새에 나는 이불 속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서라 씨는…….”“재웠어.”재웠어.그 짧은 단어가 이상할 만큼 생생하고 기괴하게 귓전에 박혔다.현우는 묵직한 손목시계를 풀어 협탁 위에 툭 던지고 셔츠 단추를 두어 개 더 풀었다.평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마치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온 남편이 제 아내의 침실에서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처럼.“여보.”“왜.”“오늘은…… 다른 방에서 주무시면 안 돼요?”현우의 손이 멈췄다. 느릿하게 고개가 돌아왔다.“뭐라고?”낮게 가라앉은 음성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본능적인 공포에 대답이 바로 뒤집혔다.“……아니에요.”현우가 피식 비웃었다.“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매트리스가 푹 꺼지며 그가 침대 위로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가장자리로 몸을 피하려 하자 현우의 억센 손이 내 허리를 낚아챘다.“어딜 가.”몸이 그대로 끌려가 등이 현우의 단단한 가슴에 부딪혔다.“여보…….”“가만있어.”허리를 옭아맨 팔에 힘이 들어갔다. 현우가 내 목덜미 깊숙이 얼굴을 묻자 익숙하고 뜨거운 숨결이 피부를 훑었다.예전에는 아무런 의구심 없이 받아들였던 손길이었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내 허리를 감은 그의 셔츠에서 서라의 냄새가 났다.조금 전 그 팔 안에 누가 있었는지, 그 손이 누구를 만졌는지 너무도 선명하게 떠올랐다.몸이 돌처럼 굳었다.“왜 이렇게 뻣뻣해.”현우의 손이 얇은 잠옷 자락을 밀어 올리며 허리를 쓸었다. 소름이 돋았다.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순간 침실 안이 죽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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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한지아. 다시 똑바로 봐.”현우가 턱을 잡아 억지로 얼굴을 돌렸다.“내가 누구 남편이야.”눈물이 왈칵 차올랐다.“말해.”“……제 남편이요.”그제야 턱을 짓누르던 힘이 조금 풀렸다.“그럼 아내답게 굴어.”코끝에는 여전히 서라의 향수가 남아 있었다.나는 떨리는 숨을 삼켰다.“……씻고 오세요.”현우의 눈썹이 꿈틀했다.“뭐?”“서라 씨 냄새가 나요.”말을 뱉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현우는 한참 나를 내려다보다 손목을 놓았다.“별것도 아닌 걸로 유난은.”그가 침대에서 내려섰다. 욕실 문이 쾅 닫히고 거친 물소리가 들렸다.나는 이불을 움켜쥔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그런데 조금 전 내 입에서 나온 한마디만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싫어요.결혼하고 처음이었다.남편에게 싫다고 말한 건.그때 협탁 위 휴대전화가 울렸다.처음 보는 번호였다.[내일 오후 7시. 차를 보내겠습니다.]그 아래 이름이 적혀 있었다.진이건.계약서에 서명했던 남자.나를 조건으로 10억을 내놓겠다고 한 사람.내일이면 정말 그 남자를 만나야 했다.***다음 날은 휴일이었다.저녁 여섯 시 오십 분, 나는 드레스룸 거울 앞에 서 있었다.몇 번이나 옷을 갈아입은 끝에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짙은 남색 원피스를 골랐다. 작은 진주 귀걸이를 하고 화장도 옅게 했다.거울 속 여자는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가는 사람이라기보다 어디론가 불려 나가는 사람 같았다.어젯밤 문자는 그 한 통이 전부였다.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번호만 몇 번이나 바라봤을 뿐 답장은 보내지 못했다.계약서의 문구가 자꾸 떠올랐다.상대방이 지정한 일정에 동행한다.필요할 경우 단둘이 만날 수 있다.지정한 장소에 머문다.호텔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손목에는 어젯밤 현우에게 붙잡힌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소매를 끌어내려 가렸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거실에서 서라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오빠아, 이것도 먹어도 돼?”“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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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차가 멈춰 선 곳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고급 호텔이었다.유리문 너머로 샹들리에 불빛이 쏟아지고, 검은 대리석 바닥 위로 사람들이 조용히 오갔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계약서의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상대방이 요청할 경우, 지정한 장소에 머문다.’“도착했습니다, 손님.”기사가 문을 열자 차가운 밤바람이 남색 원피스 자락을 흔들었다.나는 가방끈을 움켜쥔 채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기다리고 있던 직원은 곧장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프라이빗 엘리베이터로 나를 안내했다.층수를 알리는 숫자가 올라갈수록 심장이 빨라졌다.띵.문이 열렸다.긴 복도 끝, 커다란 문 앞에서 직원이 멈춰 섰다.“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문이 열리자 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창과 그 아래 펼쳐진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검은 셔츠에 같은 색 정장 바지. 재킷은 소파 등받이에 무심하게 걸쳐져 있었다.남자가 천천히 돌아섰다.나도 모르게 발이 느려졌다.진이건.회의실에서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얼굴이었다.현우보다 확연히 큰 키에 넓고 반듯한 어깨, 검은 셔츠 아래로 단단한 체격이 드러났다. 짙은 눈썹 아래 길고 깊은 눈매와 곧은 콧날, 선명한 입술까지.잘생겼다는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남자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그런데 나를 발견한 순간,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이건의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렀다가 목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남색 원피스를 훑은 눈이 다시 내 얼굴로 돌아왔다.노골적이지는 않았다.그런데 오래 머물렀다.나도 모르게 원피스 자락을 움켜쥐었다.“한지아 씨.”낮고 묵직한 목소리였다.“……안녕하세요.”이건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거리가 가까워지자 나도 모르게 한 발 물러섰다.그러자 그가 멈췄다.내가 물러선 만큼의 거리를 그대로 남겨둔 채였다.“긴장했습니까?”“……조금요.”“내가 무섭습니까?”대답하지 못했다.이건의 시선이 가방끈을 움켜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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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손은 거뒀지만 진이건은 물러나지 않았다.바로 앞에 선 큰 몸이 시야를 절반쯤 가렸다. 손끝 하나 닿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그의 시선은 소매 아래로 감춘 내 손목에 오래 머물렀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안다는 눈이었다.나는 손목을 등 뒤로 감췄다.그제야 이건이 몸을 돌렸다.“앉아.”기다리던 직원이 곧바로 의자를 빼주었다.그 모습을 보며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다.이 넓은 호텔 최상층에서 누구도 진이건에게 두 번 묻지 않았다. 그가 눈길을 주면 움직였고, 손가락 하나를 들면 멈췄다.명령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따르는 게 너무도 당연한 사람 같았다.나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직원들이 움직이자 하얀 접시와 은색 커트러리가 차례로 놓였다. 구운 흰살생선과 아스파라거스, 자극적인 소스를 쓰지 않은 파스타까지.마지막 직원이 내 앞에 탄산수를 놓고 이건의 잔에 와인을 따르려 하자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들었다.“그쪽은 그대로.”직원이 곧장 와인병을 거뒀다.나는 탄산수 잔을 내려다보다 식탁을 다시 훑었다.생선에는 내가 싫어하는 소스가 빠져 있었고, 아스파라거스는 끝부분이 바삭하게 구워져 있었다. 파스타에도 버터나 크림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내가 평소 먹는 방식과 너무 비슷했다.“제가 술 안 마시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이건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내 앞의 접시를 내려다봤다.그 시선을 따라가던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술만이 아니었다.“설마…… 음식도?”“입에 맞을 거야.”확신에 찬 말투였다.나는 포크를 내려놓았다.“저에 대해 알아봤어요?”이건이 잔을 내려놓으며 나를 바라봤다.“필요한 건 전부.”순간 그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됐다.회의실에서 처음 마주쳤다고 생각했던 남자였다. 그런데 나를 보는 눈은 낯선 사람을 탐색하는 눈이 아니었다.이미 오래 지켜본 것을 마침내 눈앞에 둔 사람의 시선에 가까웠다.“왜요?”이건은 대답하지 않았다.몸을 의자 깊숙이 기대며 긴 다리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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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잘못 본 줄 알았다.다시 읽었다.한 번 더.하지만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현우가 내게 말했던 금액의 열 배였다.그는 회사가 당장 망한다고 했다.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없고 거래처까지 무너지면 자신도 끝이라고 했다.그래서 나 하나만 참으면 된다고.그 말을 믿었다.그런데 눈앞에 적힌 금액은 10억이 아니었다.나는 계약서를 움켜쥔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이건은 내가 충격받을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태연하게 와인잔을 내려놓았다.“처음 백현우가 요구한 건 회사 정상화에 필요한 10억이었어.”그가 내 앞의 계약서를 손끝으로 돌렸다.“그래서 내가 물었지. 100억이면 당신까지 조건에 넣을 수 있겠냐고.”그 손끝이 계약서 한가운데에서 멈췄다.내 이름이었다.“나예요?”“당신이야.”너무 태연해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왜…… 왜 하필 저예요?”이건의 눈이 가늘어졌다.시선이 내 눈에서 입술로, 다시 목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숨기려는 기색조차 없었다.갖고 싶은 것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이었다.“하필이라.”낮은 웃음이 흘렀다.그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내가 원한 건 처음부터 한지아 씨였는데.”손끝이 굳었다.“우린 오늘 처음 만났어요.”이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미소였다.그는 설명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더 불길했다.나는 계약서를 움켜쥐었다.“그럼…… 나는 얼마에 팔린 건가요?”웃음기가 사라졌다.“100억.”숨이 멎었다.백억.사람에게 붙어서는 안 되는 숫자가 내 이름 옆에 붙어 있었다.“남편이…… 그 돈을 받기로 한 거예요?”“당신을 조건에 넣고 직접 서명했어.”속이 뒤집혔다.“그리고 당신은 그 돈을 주고 나를…….”말끝이 나오지 않았다.이건이 대신 끝냈다.“갖기로 했어.”소름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사람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도, 오해라는 변명도 없었다.“미쳤군요.”이건은 부정하지 않았다.나는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가방을 움켜쥐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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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진이건의 손끝이 계약서 마지막 조항 위에 멈췄다.나는 종이를 내려다봤다. 몇 번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빽빽한 문장이 들어왔다.[계약 기간: 1년][계약 기간 동안 한지아의 공식·비공식 동행, 이동, 별도 일정 및 체류에 관한 투자자의 요청을 최우선으로 하며, 백현우는 배우자로서 귀가·동행·공동생활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그 아래 조항을 읽는 순간 숨이 멎었다.[백현우는 계약 기간 동안 배우자로서 한지아에게 행사하던 독점적 동반 및 사적 관계에 관한 우선권을 주장하지 않으며, 투자자의 요청은 백현우의 배우자로서의 요구에 우선한다. 또한 투자자와 한지아 사이에 통상적인 부부관계에 준하는 사적·육체적 관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부부관계에 준하는.사적·육체적 관계.아무리 법률 용어로 감싸도 무슨 뜻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마지막 서명란에는 십 년 가까이 봐온 익숙한 글씨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백현우.손끝에서 감각이 사라졌다.오늘 저녁 한 번이 아니었다.앞으로 1년 동안 진이건이 나를 부르면 현우는 남편이라는 이유로 집에 돌아오라고 할 수도, 데려갈 수도 없었다.심지어 내가 이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서명했다.“현우 씨가…… 이걸 직접 읽었어요?”“내 앞에서.”고개를 들자 이건은 어느새 와인잔을 내려놓고 있었다.느슨하게 기대고 있던 몸도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내게 손을 뻗지는 않았다. 흔들리는 내 손과 구겨지는 계약서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변호사가 동석했고 조항도 하나씩 확인했어. 마지막에 직접 서명했고.”나는 계약서를 들어 올렸다.“이게 무슨 뜻인지도 알고 있었냐고요.”“알고 있었어.”“어떻게 확신해요?”이건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접혔다.“본인이 확인했으니까.”심장이 내려앉았다.“뭐를요?”그의 시선이 내 눈에 머물렀다.“당신과 내가 잠자리를 가져도 문제 삼지 않으면 되는 거냐고.”귀에서 웅 하는 소리가 났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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