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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소예지는 자신이 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는 강준석과 매곡마을에 관해 몇 마디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

실험실.

평소 가십 수집에 열정을 보이던 이서연은 과학기술원이 6월에 시상식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안채린에게 슬쩍 다가가 말을 걸었다.

“채린아, 들었어? 이번에 과학기술원에서 시상식 한대.”

안채린은 관심 없다는 듯 대꾸했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이서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정말 관심 없어? 소예지도 이번 수상자 명단에 오를 것 같은데.”

글을 쓰던 안채린의 손이 순간 멈췄다.

“정말 이름이 올라갔어?”

“확실하진 않지만 특효약을 만든 사람이니 당연히 포함되겠지. 성과가 워낙 대단하잖아.”

안채린은 불편한 듯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소예지 아버지가 남긴 연구 자료 덕분인지도 모르지.”

이서연은 목소리를 낮추며 계속 말했다.

“그리고 강 선배가 최근에 예지 씨를 해부실에도 데려갔다던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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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72화

    고이한은 그제야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딸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웃었다.“듣고 있어.”식사를 마친 뒤 고이한은 소예지의 차를 운전해 두 사람을 집까지 데려다줬다. 그날 밤에는 고수경에게 전화가 왔다. 벌써 여행 준비를 시작한 모양이었다.소예지도 가기로 한 곳을 따로 찾아봤다.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고급 휴양 시설로 주로 부유층이 휴가나 휴식을 위해 찾는 곳이었다.자연환경도 잘 보존되어 있었고 차로는 약 200킬로미터 거리였다.일정은 금세 정해졌다.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 월요일 오전에 돌아오기로 했고 소예지도 그에 맞춰 일을 정리해 두었다.금요일 오후, 일행이 탄 차량 여섯 대가 조용히 도심을 빠져나와 외곽 산길로 향했다. 가는 내내 고하슬은 신이 난 새처럼 창가에 붙어 바깥 풍경을 구경했고 궁금한 것도 어찌나 많은지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고이한은 그런 딸의 질문에 하나하나 귀찮은 기색 없이 대답해 줬다.소예지는 할머니와 같은 차를 탔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창밖 풍경을 감상했고 최현숙도 오랜만의 나들이가 무척 즐거운 눈치였다.약 200킬로미터를 달려 세 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길로 들어서자 공기부터 확연히 달라졌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울창한 나무가 빼곡했고 산 전체가 짙은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다.휴양지는 한옥의 멋을 살린 전통 정원 형태로 꾸며져 주변 자연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고풍스러우면서도 웅장한 분위기가 옛 대갓집을 떠올리게 했다.관리인은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다가 일행을 반갑게 맞으며 독채 두 동으로 안내했다.“정말 예쁘구나. 건물도 고풍스럽고 아주 멋져.”평소 고풍스러운 물건을 좋아하는 최현숙은 이번 여행지가 무척 마음에 든 눈치였다.숙소를 나누려 하자 고하슬이 기다렸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나는 아빠, 엄마랑 같은 집에서 잘래요!”고수경은 조카가 그 말을 해주기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로 받아쳤다.“그래, 그럼 나는 할머니랑 엄마 모시고 옆에서 잘게. 이렇게 정하면 되겠네!”소예지도 별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71화

    이서연은 차분한 표정의 소예지를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둘은 동갑이었지만 소예지는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어왔다.학창 시절 소예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때는 맑고 예뻤고 세상 풍파 한 번 겪어보지 않은 사람처럼 순수했다.그런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했다면 분명 누구보다 뜨겁고 한결같이 사랑했을 텐데 결국 이혼까지 겪으며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고 말았다.그래서일까, 지금의 소예지는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부터가 예전과 달랐다.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이성적으로 현실적인 부분까지 하나하나 따져보려 했고 그렇게 예전보다 단단해진 모습을 볼 때마다 이서연은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고이한이 정말 소예지를 사랑한다면 혼인신고를 했는지 안 했는지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일까 싶었다.어차피 소예지의 삶은 단순했다. 일과 딸이 전부였고 누구와도 애매하게 얽히지 않았으며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지도 않았다.무엇보다 소예지는 결혼 여부로 자기 가치를 증명해야 할 사람이 아니었고 설령 다시 결혼하지 않는다 해도 혼자서 충분히 잘 살아갈 사람이었다.두 사람은 업무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 헤어졌고 소예지는 자리로 돌아와 다시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때 고이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하슬이 데리고 사무실에 왔어. 당신도 올래? 저녁 같이 먹자.]소예지가 답장을 보냈다.[응. 다섯 시 반쯤 갈게.][그래, 기다릴게.]저녁에는 셋이 고이한의 회사 근처 한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곧 있을 고하슬의 개학 이야기를 나눴다.고하슬은 학교 갈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엄마, 아빠가 학교 가기 전에 반딧불이 보러 데려가 준대요. 엄마도 우리랑 같이 가요!”오후에 아빠와 나눈 이야기가 생각났는지 고하슬이 불쑥 말을 꺼내자 소예지가 놀란 눈으로 고이한을 바라봤다.고이한도 고개를 들어 소예지와 눈을 맞추더니 부드럽게 웃었다.“하슬이가 반딧불이 다시 잡아보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생태공원에 한번 데려가려고.”소예지가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가고 싶으면 얼른 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70화

    소예지는 캐비닛으로 가 휴대폰을 꺼냈다.화면을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 30분 전 고이한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호텔에 애프터눈 티 보내라고 했어. 당 떨어질 때쯤일 것 같아서. 저녁에 봐.]소예지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고마워.]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돌아왔다.[방금 실험실에서 나온 거야?]휴대폰을 사무실에 두고 실험실에 들어갔다는 걸 알아챈 모양이었다.[응, 방금 나왔어.][알겠어. 얼른 먹어.]고이한은 더 이상 방해하지 않았다. 소예지는 웃는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고 소파에 앉았다.이서연이 디저트를 하나씩 꺼내놓자 소예지는 기다렸다는 듯 마카롱 하나를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자 절로 눈이 살짝 감겼다.“음, 너무 맛있다. 소예지, 나 너 따라다니면서 진짜 좋은 거 많이 먹는다.”소예지가 웃음을 터뜨리며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 들었다.“그럼 많이 먹어. 나 혼자서는 어차피 다 못 먹어.”이서연은 기다렸다는 듯 소예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소예지, 솔직히 말해봐. 너 고 대표님이랑 다시 합치는 거 아니야?”실험실에서 이서연은 소예지를 편하게 이름으로 불렀다. 두 사람은 단순한 직장 동료가 아니라 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 사이이기도 했다.소예지가 조금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누가 그래?”“나도 들었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얘기하던데?”이서연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소문으로 듣는 것보다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었다.“그런 일 없어.”소예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아...”이서연은 아쉬운 듯 말끝을 늘이다 문득 예전에 고이한과 심유빈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혹시 소예지가 아직 그때의 상처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건 아닐까 싶었다.“소예지, 사실 고 대표님도...”지금 먹고 있는 디저트도 고이한이 보내준 것이니 괜히 한마디 거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소예지는 머뭇거리는 이서연을 보고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 사이에 있었던 오해는 많이 풀렸어. 나도 이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69화

    오후.인사팀장이 직접 방재근이 추천한 지원자를 면접했다.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방유나였다.스물네 살. 아이비리그 명문대에서 금융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뛰어난 외모에 밝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까지 갖추고 있었다.학력이나 경력 등 전체적인 조건도 모두 입사 기준을 충분히 충족했다.면접에 앞서 인사팀장은 방재근에게 전화를 받은 상태였다. 그가 어떤 의도로 방유나를 추천했는지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마침 대표실에는 회의록 작성과 각종 문서 정리를 담당할 보조 비서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업무 자체는 비교적 기본적인 일이었지만 여러 부서와 접촉할 기회가 많고 대표실을 수시로 드나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누군가 일부러 자리를 마련해줬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회사의 주요 업무를 접하고 경영진과 가까워질 수 있는 자리였다.방재근도 방유나를 추천하기 전에 나름대로 머리를 쓴 모양이었다.무엇보다 고이한은 대표로 취임한 뒤 임원들에게 직위를 이용해 사적인 청탁이나 특혜를 주는 일을 엄격하게 금지해 왔다.정해진 면접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인사팀장이 말했다.“방유나 씨,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네, 감사합니다. 이 팀장님.”방유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환하게 웃었다. 눈빛에도 기쁨이 스쳤다.물론 합격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큰이모 조미란이 미리 손을 써둔 상태였기 때문이다.오늘 면접은 정식 채용 절차를 거쳤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과정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인맥으로 들어왔다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고신 그룹에 입사하는 것과 별개로 조미란이 방유나에게 바라는 건 따로 있었다.고신 그룹 대표 고이한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그렇다고 처음부터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어머니도 회사에 들어가면 우선 일에 집중하고 자신의 능력부터 인정받으라고 당부했다.방유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외모만 믿고 덤빌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젊은 나이에 고신 그룹을 이끄는 고이한이 어떤 사람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68화

    방재근도 당연히 처조카인 방유나를 기억하고 있었다.확실히 예쁘고 영리한 아이였다. 붙임성도 좋고 말도 예쁘게 해서 어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성격이었다.정말 방유나를 고신 그룹에 입사시켜 고이한과 가까워지게 할 수 있다면 어쩌면 조미란의 바람대로 일이 풀릴지도 몰랐다.“좋아. 유나한테 준비하라고 해. 회사 쪽은 내가 알아볼게.”방재근이 동의하자 조미란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걱정하지 마요. 유나가 싫다고 할 리 없어요.”방재근은 이런 카드 하나쯤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장 쓸모가 없더라도 언젠가는 도움이 될지 몰랐다.조미란 역시 속으로 계산을 굴리고 있었다.소예지가 아무리 뛰어난 여자라고 해도 방유나는 훨씬 젊었다. 게다가 외모와 학벌, 집안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조미란의 머릿속에는 벌써 방유나가 고이한과 결혼해 고씨 집안의 며느리가 된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그렇게만 된다면 동생네 부부도 좋은 인연을 맺어준 자신에게 두고두고 고마워할 터였다.다음 날 아침.소예지는 일찍부터 실험실로 향했다. 어젯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 최대한 빨리 검증해 보고 싶었다.사무실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소예지는 잠시 멈칫했다.“예지 씨, 방해한 건 아니죠?”“아니에요. 저도 방금 사무실에 도착했어요. 무슨 일이에요?”“어머니 상태가 더 안 좋아진 것 같아요. 약도 별다른 효과가 없고요... 그래서 예지 씨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요.”윤하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짙게 묻어 있었다.“하준 씨, 저희 팀이 최근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어요. 지금은 동물실험 단계로 넘어가고 있고요.”“어때요? 효과는 확실해요?”윤하준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네. 효과가 꽤 뚜렷해요.”소예지의 목소리에도 기쁨이 배어 나왔다.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윤하준이 숨을 멈춘 듯했다.“정말이에요? 예지 씨, 확실한 거죠?”“네. 데이터도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67화

    조미란은 남편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계속 말을 이어갔다.“당신도 생각해 봐요. 누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뭐겠어요? 당연히 고씨 집안의 대를 잇는 일이죠. 고신 그룹을 이어갈 후계자 말이에요.”“손녀를 아무리 예뻐해도 그 아이는 결국 딸이잖아요. 재벌가에서 아들을 원하지 않는 집안이 어디 있겠어요?”방재근에게는 아들이 둘이나 있었다. 그 사실은 방재근이 은근히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했다.남자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집안의 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아들이 어떤 의미인지.“계속 말해봐.”방재근이 재촉하자 조미란이 살짝 웃었다.“지금 소예지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봐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과학자에 고신 그룹 주주이기도 하죠. 젊은 나이에 능력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높고요.”조미란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그런 사람이 매일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는데 가정에 얼마나 마음을 쏟겠어요? 정말 이한이를 위해 다시 아이를 낳고 자기 일까지 포기하려고 하겠어요?”방재근의 눈빛이 달라졌다.‘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고이한이 재혼한다면 언젠가는 아들을 낳아 대를 잇는 문제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소예지가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면 고씨 집안에서도 두 사람의 재혼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을 터였다.“지금의 소예지는 예전과 달라요. 이제 누님이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고요.”조미란이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 소예지가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누님도 두 사람의 재혼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요.”방재근은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답답했던 속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당신 말이 맞아. 사촌 누나가 예전에 소예지를 받아들인 것도 결국 이한이가 그렇게 좋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받아들인 거지. 아니었으면 애초에 눈길도 주지 않았을 거야.”“그렇죠.”조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를 낳아줄 여자는 얼마든지 있어요. 이한이 정도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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