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이유

결혼하는 이유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By:  Sassenach WKumpleto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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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유산으로 끝난 비참했던 연애 이후, 세라 맥콜은 모든 이성 관계를 멀리하기로 다짐한다… 그 남자의 타입이라곤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될 인물인 시몬 해밀턴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하지만 시몬이 자신의 펜트하우스 인테리어를 세라에게 맡기자, 그 제안은 차마 거절하기엔 너무나 큰 수입원이었고… 결국 그의 침실 근처에는 발도 들이지 않겠다던 세라의 결심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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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anata 1

1

세라 맥콜은 며칠 뒤 인테리어를 맡게 될 건물 주차장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굽 높은 구두가 허락하는 한 가장 빠른 걸음이었다.

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은 그녀는 새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지각에 너무 화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워드 켄드릭과의 미팅이 예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탓이었는데, 이는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거의 하워드를 탓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남자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도무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그녀가 온갖 제안을 짜내야만 했다. 그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을 때 다음 클라이언트와의 약속 시간에 늦으리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계획을 넉넉히 잡지 못한 제 잘못이었다.

서두르는 와중에 안전운전까지 하려니 가슴이 터질 듯 답답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전방에 꽉 막힌 도로가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분명 새 클라이언트를 날려버릴 운명인가 보다 싶었다. 거의 포기하려던 순간, 지금 당장 차를 돌리기만 한다면 다른 우회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부디 그쪽 도로는 뻥 뚫려 있기를 바라면서.

그녀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옆 차선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후진을 시도했다.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쾅 하는 충돌음이 들리기 전까지는. 소리만 들린 게 아니라 몸으로도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확실히 지각할 것이며, 이를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생겨버렸다.

차에서 내려 자신의 차 상태를 확인하고 뒤에서 받아버린 그 개자식에게 따지려 하자, 불안감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안타깝게도 미등 하나가 박살 나 있었고, 범인은… 아무튼 그 빌어먹을 남자는 앞범퍼에 작은 긁힘 자국 하나 남은 게 전부였다.

세라는 화가 나서 고개를 들었다. 마침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지독하게 잘생긴 남자라는 걸 알아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두운색 슈트는 그의 단단한 어깨와 가슴, 매끈한 허리, 그리고 길고 힘 있는 다리 라인에 맞춰 맞춤복처럼 완벽하게 떨어졌다. 아마도 뉴욕의 어느 공원에서 아침 러닝으로 다져진 몸매일 것이라 그녀는 추측했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약간 긴 듯한 어두운 머리칼, 그리고 거칠면서도 조각 같은 얼굴 위에 박힌 날카로운 초록색 눈동자가 돋보이는 남자였다.

"아가씨, 괜찮습니까?" 남자가 낮고 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세라는 그를 노섭게 노려보았다. 불과 몇 초 만에 그의 생김새를 이토록 구석구석 파악해버린 제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 "그게 말이라고 하세요?" 그녀가 쏘아붙였다.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죠? 그쪽이 내 차를 받아서 미등을 박살 냈잖아요!"

남자는 그녀의 폭발에 어리둥절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한쪽 눈썹을 올려 세웠다. 세라는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쇼크를 받은 척 연기까지 하다니 뻔뻔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만," 그가 말했다. "뭔가 착각하신 것 같군요. 제 차를 박은 건 그쪽입니다."

세라는 더 이상 화를 참을 수도, 친절한 척할 수도 없어 기가 차서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허리를 바짝 세우고 덤벼들 듯 그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어머… 기가 막혀서. 그쪽이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왔잖아요."

남자 역시 순순히 죄를 뒤집어쓸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닙니다. 그쪽이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후진을 한 겁니다!"

"그건 제가 급해서 차 막히는 걸 피하려던 거였어요!" 그녀가 항변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차를 빼면 안 되죠," 남자가 단호하게 말을 받았다. "그쪽 잘못입니다."

"뒤에 아무도 없는 거 확인하고 뺀 거예요! 제가 차를 돌리기도 전에 그쪽이 바짝 붙어버린 거라구요. 주의 깊게 봤다면 제가 뭘 하려는지 알고 피해주셨겠죠!"

주변의 다른 운전자들이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고, 세라는 길 한복판에서 남들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머리칼이 흐트러진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봐요," 그가 입을 뗐다. "날 받아버린 건 당신이고, 화를 내도 내가 내야 할 상황인데 난 참고 있잖아요. 차 수리비가 문제라면 내가 기꺼이 수리해 주거나 손해배상을 하겠지만,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습니다. 특히 당신이 이런 태도로 나온다면 더더욱이요."

세라는 어이가 없었다. 잘생긴 외모와 명백한 재력 외에… 이 남자가 확실히 가지고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오만함이었다. 정말이지 그녀가 차를 고치려고 그한테 돈이라도 구걸할 거라 생각한 걸까? 그리고 대놓고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정색을 한 건가? 이 얼마나 안하무인인 남자인가!

"첫째로, 그쪽 돈 따위 필요 없으니까 당신이나 잘 가지시죠," 그녀가 말했다. "둘째로, 그 형편없는 사과도 필요 없으니 넣어두세요. 자기잘못이 뭔지도 모를 만큼 무식한 데다, 그 쓸데없이 부풀려진 자존심 때문에 대화조차 통하지 않을 테니까요. 좋은 하루 보내시죠!"

남자가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는 돌아서서 제 차로 걸어갔다. 여기서 더 이상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클라이언트에게 늦는다는 연락을 취해야 했다.

지독히 재수 없는 날 중 하루일 뿐이라고, 전화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기다리지 못하겠다고 하면 약속을 다시 잡는 수밖에 없었다.

전화가 연결되었을 때 바버라 켄트는 이미 화가 나 있었고, 언제 교통체증에서 벗어날지 기약이 없자 세라는 일정 조율을 요청했고 바버라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바버라는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고, 세라 역시 그녀를 탓할 수 없었다. 세라는 그 남자를 탓했다. 전화를 끊으며 생각했다. 제 잘난 맛에 살면서 남의 하루를 망쳐놓고 사과 한마디 할 줄 모르는 그 초록 눈의 개자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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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맥콜은 며칠 뒤 인테리어를 맡게 될 건물 주차장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굽 높은 구두가 허락하는 한 가장 빠른 걸음이었다.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은 그녀는 새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지각에 너무 화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워드 켄드릭과의 미팅이 예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탓이었는데, 이는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거의 하워드를 탓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남자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도무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그녀가 온갖 제안을 짜내야만 했다. 그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을 때 다음 클라이언트와의 약속 시간에 늦으리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계획을 넉넉히 잡지 못한 제 잘못이었다.서두르는 와중에 안전운전까지 하려니 가슴이 터질 듯 답답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전방에 꽉 막힌 도로가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분명 새 클라이언트를 날려버릴 운명인가 보다 싶었다. 거의 포기하려던 순간, 지금 당장 차를 돌리기만 한다면 다른 우회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부디 그쪽 도로는 뻥 뚫려 있기를 바라면서.그녀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옆 차선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후진을 시도했다.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쾅 하는 충돌음이 들리기 전까지는. 소리만 들린 게 아니라 몸으로도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확실히 지각할 것이며, 이를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생겨버렸다.차에서 내려 자신의 차 상태를 확인하고 뒤에서 받아버린 그 개자식에게 따지려 하자, 불안감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안타깝게도 미등 하나가 박살 나 있었고, 범인은… 아무튼 그 빌어먹을 남자는 앞범퍼에 작은 긁힘 자국 하나 남은 게 전부였다.세라는 화가 나서 고개를 들었다. 마침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그가 지독하게 잘생긴 남자라는 걸 알아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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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날을 완전히 망친 건 차치하더라도 남자가 거기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었고, 세라는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했다. 백미러로 아직 뒤에 있을 남자를 흘낏 살피던 세라는, 그가 이미 차 안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겁할 뻔했다. 그녀는 오기 어린 눈빛으로 몇 초간 그의 시선을 똑바로 받아쳐 낸 뒤에야 눈을 돌렸다.미팅도 취소되었으니 그냥 집으로 직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게 참 좋은 생각 같았고, 다행히 그 진상 녀석을 다시는 볼 일이 없을 테니까.세라 맥콜은 칵테일파티를 한 번도 즐겨본 적이 없었다. 과거에—주로 오빠인 스콧 맥콜 때문에—너무 많은 파티에 강제로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상원의원이 주최하는 파티는 더더욱 싫었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중 하나의 거대한 연회장은 도심의 부유하고 화려한 이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왁자지꺼한 대화 소리와 그보다 더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성들의 손목과 목, 귀를 장식한 보석들이 천장에 달린 십여 개의 크리스털 샹들리에 빛을 받아 화려하게 반짝였다. 동시에 세라의 감각은 에어컨 바람이 흐르는 연회장을 가득 채운 수십 가지의 고급 향수 냄새에 공격받고 있었다.하지만 어머니가 즐겨 말씀하시듯,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치유할 수 없는 것은 견뎌야 한다)'라고 하지 않던가.이번에 방문한 로버트 애시크로프트 상원의원이 주최한 이 칵테일파티를 이 악물고 버텨내는 데는 세라의 모든 인내심이 동원되고 있었다. 오빠의 비서실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참석하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저녁 자신의 데이트 상대인 그 남자가 이 파티를 얼마나 좋아할지 몰랐다면 초대에 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이 파티는 딱 마크 포브스가 즐길 만한 종류의 사교 모임이었다. 그건 상관없었다. 다만 그녀가 그를 다시 만나고자 했던 진짜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사실 세라는 마크와 침대에 누울 생각 따위는—영원히—없으며, 다른 어떤 남자와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설명할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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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변의 남자들 머리 위로 시선을 던지며 지루함이 역력한 기색으로 연회장을 둘러보던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시몬은 숨이 턱 막혔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 왜인지는 전혀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를 둘러싼 흠모자들과 이 환경 전체에 완전히 질려 있다는 그의 좀 전의 인상은, 그녀가 하품을 참아내는 순간 사실로 확인되었다.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시선이 마주쳤고, 그녀의 눈길이 천천히 그에게로 돌아와 멈추었다… 그러고는 쾅…. 그녀가 그를 알아본 것이다!그는 그녀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지는 것을 보고 그녀가 자신을 알아챘음을 확신했다. 그는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했다… 숨을 깊게 들이쉬는 모양새… 뺨으로 올라오는 붉은 기운… 빠르게 시선을 돌리기 직전 얼굴에 스친 미간의 찌푸림까지. 그녀의 반응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고, 시몬은 속으로 씨익 웃었다. 그녀가 자신을 기억해 주었다는 사실에 이상한 종류의 기쁨이 느껴지는 것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나 보군' 하고 그는 생각했다.그녀가 다시 그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 남자가 맞는지 확인하려는 듯했고, 시몬은 물음표를 던지듯 한쪽 눈썹을 찡긋해 보였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멍한 시선과 관심 없다는 듯한 힐끗거림뿐이었다. 시몬이 속으로 이미 '붉은 드레스의 여인'이라 부르기 시작한 그녀는, 주변의 남자 중 한 명이 건네는 새 샴페인 잔을 받으려 고개를 돌려버렸다. 마치 그의 존재 따위는 까마득히 잊어버렸다는 듯이.지난 한 주와 최근 몇 시간 동안 여자들이 제물이라도 되듯 자신 앞에 몸을 던져대던 것에 비하면 신선한 변화일지 몰라도, 아름다운 여성에게 관심을 표했을 때 시몬이 받던 반응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전 세계에 사업체를 두고 상상을 초월하는 재력을 지닌 해밀턴 가문의 두 사촌 중 한 명으로서, 시몬은 여자들을 끌어당기는 것이 자신의 외모뿐이라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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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다가와 자기소개를 한 걸 이해해 주겠어요?" 미스터리한 초록색 눈동자 위로 검은 눈썹을 찡긋거렸다. "시몬 해밀턴입니다."그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섹시했다고 세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낮고 굵직하면서도, 그 안에 어둡고 관능적인 음색이 깔려 있었다. 여자의 등골을 따라 자릿한 전율을 선사하기에 딱 좋은 그런 목소리 말이다. '다른 여자들의 등골이겠지.' 세라는 단호하게 생각을 바로잡았다. 다행히도 그녀는 시몬 해밀턴 같은 잘난 체하는 남자들에게는 완전히 면역이 있었다. 특히 시몬 해밀턴 본인에게는 더더욱."해밀턴 씨가 누구인지 알 필요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어떤 부류의 남자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던 남자들은 세라와는 다른 이유일지언정 그가 경계해야 할 남자라는 것을 알아챈 듯했고, 뉴욕에서 가장 부유하고 세련된 사람들로 가득 찬 연회장 안에서 두 사람만을 완전히 혼자 남겨둔 채 안전한 거리로 슬그머니 물러나 있었다."알 필요가 없다라?" 그의 눈썹이 의아하다는 듯 위로 곡선을 그렸다.그녀는 꾸짖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히 없죠. 어제 우리가 부딪쳤을 때 당신이 했던 행동을 보고도,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알고 싶어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시몬은 가늘어진 눈꺼풀 사이로 핏되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관찰했다. 그녀의 그늘진 음색 너머에 깔린 조소를 눈치채면서였다. 뾰족한 턱 끝 위로 펼쳐진 깊은 갈색 눈동자, 완벽한 코, 두툼하고 관능적인 입술까지, 가까이서 바라본 그녀의 아름다움은 훨씬 더 눈부셨다. 끈 없는 드레스 위로 드러난 맨 어깨의 창백한 설화석고 피부는 도자기처럼 결이 고왔고 매끈했다.그리고 그녀는 그 드레스 아래에 분명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글쎄… 가슴만큼은 확실했다. 딸기 열매 같은 노출된 젖꼭지가 실크 소재 너머로 유혹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녀의 풍만한 골반 위로 완벽하게 핏되는 드레스 라인으로 보아 기껏해야 하늘하늘하고 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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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렇군요." 초록색 눈동자가 차갑고 강경하게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사람을 실제로 알아가기도 전에 항상 혼자서 답을 내리곤 합니까?"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의… 관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여자만큼 어리석은 사람도 없죠."지난 몇 분 사이 시몬 해밀턴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가라앉았다는 사실을 무시하기로 한 여자가 어리석은 것처럼 말이다."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결론이라도 내리신 모양이군요…?"오, 세라는 이 남자가 작정하고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할 때면 연기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불길이 치솟을 것이라 확신했다. "꼭 그런 건 아니에요." 그녀는 건조하게 단칼에 잘라냈다. "제게는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눈과 상식이 있을 뿐이죠."그의 콧구멍이 벌렁였다. "하지만 당신은 어제 일어난 불상사 하나 때문에 이미 날 불신하기로 작정했잖습니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도 말이죠."세라가 내린 결론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경계하기에 충분할 만큼은 알고 있죠, 네." 그녀가 말했다.시몬 해밀턴의 턱끝이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제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마음은 전혀 없다는 건가요?""어떤 면에서요?""어제 일어난 일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아마도 없겠죠, 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거 안타깝군요.""그런가요?"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딱딱하게 고개를 기웃했다. "내가 당신의 오늘 저녁 흥을 깨트린 게 아니길 바랍니다."그녀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당신이 다가와 말을 걸기 전부터 딱히 즐겁진 않았어요.""내 대화가 그 불쾌함에 한몫을 더했다는 뜻입니까?"세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시몬. 정말 개인적인 감정은 아니니까요.""글쎄요. 날 향한 당신의 언사는 아주 개인적인 비난으로 들렸는데 말입니다." 그가 퉁명스럽게 받아쳤다.세라는 그를 올려다보며, 그가 겉으로는 자제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조용히, 으스스할 정도로 화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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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는 시몬 해밀턴에게 그놈의 차를 어디에 처박든 상관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오늘 저녁 그에게 동행해 달라고 마크를 초대한 것 자체를 지금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지난주, 이와 비슷한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세라는 냉정하게 그를 관찰했고, 그의 금발 머리와 파란 눈, 그리고 키가 크고 건강해 보인다는 점을 마음에 들어 했다.검사 결과 그가 임신 능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해도, 생판 남남인 사람에게 대뜸 찾아가 체외인공수정(IVF) 아기를 위한 정자 기증자가 되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세라는 마크에게 이 폭탄선언을 던지기 전에 두 사람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었다. 어제 저녁 일찍 그의 사무실로 찾아가 오늘 밤 로버트 애시크로프트 상원의원의 칵테일파티에 에스코트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오직 그 이유 때문이었다.비록 마크는 두 사람의 관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듯했지만 말이다… 세라는 시몬 해밀턴에게 영혼 없는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안은 정말 감사하지만, 시몬, 저희는—""감사하지만, 제가 세라와 함께 나가기로 되어 있어서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마크가 매끄러운 자만심을 내비치며 중간에 말을 잘라먹었고, 그의 팔은 다시 한번 세라의 허리를 둘러왔다. "제가 9시 반에 두 사람 저녁 자리를 예약해 뒀거든요." 그가 유혹하듯 덧붙였다.오늘 밤 늦게 그 저녁 식사가 두 사람이 그의 아파트, 혹은 세라의 아파트 침대를 함께 쓰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그가 바라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세라는 마크와 침대를 함께 쓰는 일—아니, 다른 어떤 남자와 침대를 쓰는 일도—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게다가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몇 달 전 세라가 이 결정을 내렸을 때는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하고 논리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제 아이를 갖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자신을 절망시킬 남자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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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의 눈부신 갈색 눈동자에는 그 어디에도 따스함 따위는 담겨 있지 않았고, 그녀는 동행인의 열정에 장단을 맞춰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 좋은 저녁 보내시죠, 해밀턴 씨."그의 눈동자가 그녀의 눈을 내려다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아까는 절 시몬이라고 부르셨던 것 같은데요.""내가 그랬나요?" 그녀가 차갑게 잘라냈다. "내가 너무 건방졌네요!"시몬에게는 건방짐이 아직 한참 모자랐다. 그는 세라와 그녀의 동행인이 연회장을 가로질러 주최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떠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눈동자는 그가 있는 방향으로 단 한 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시몬은 핏되는 붉은 드레스 너머로 사랑스럽게 드러난 그 관능적인 골반의 살랑거림을 계속해서 주시했고, 도어맨이 떠나는 세라의 뒤로 문을 닫는 순간 속으로 혼자만의 약속을 했다.언젠가 낮이든 밤이든—시간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그가 그녀와 사랑을 나누며, 그녀가 제 이름을 비명처럼 지르는 소리를 듣고야 말겠다는 약속을.세라와 마크가 떠난 후 샴페인을 홀짝이던 시몬은, 자신을 단칼에 잘라버린 그녀의 태도에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그녀가 떠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녀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얼마나 정신을 팔고 있었던지, 대학 시절 오랜 친구이자 이번 로버트 애시크로프트 상원의원의 파티에 참석한 이유이기도 했던 스콧 맥콜이 다가와 팔을 건드릴 때까지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올 줄 알았지." 스콧이 얼굴 가득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곁에는 그의 아름다운 약혼녀 비비안 산체스가 서 있었고, 시몬 역시 악수를 나누며 미소로 응답했다."글쎄, 네가 비즈니스에 도움 될 거라고 했잖아." 시몬이 대답했다."거봐, 내 말이 맞았지? 이쪽은 내 약혼녀 비비안 산체스야." 스콧이 소개했다. "그리고 비비안, 이쪽은 시몬 해밀턴.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오래된 친구야. 몇 년 동안 못 보긴 했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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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전화로 당신이 5시 정각에 내가 오기를 요구하신 건 아주 명확하더군요. 내가 시간이 되든 그렇지 않든 말이죠." 그녀는 숨기지도 않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그에게 상기시켰다."과연." 시몬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주위를 천천히 돌아 나와 책상 앞면에 몸을 기대어 섰다. 그러고는 가늘어진 눈꺼풀 사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당신이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은, 토요일에 당신의 평판에 흠집이 생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당신 역시 나만큼이나 유쾌하지 않았다는 뜻이겠군요?"매끄럽고 설화석고 같은 그녀의 이마에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건 공정한 비교가 아니죠, 해밀턴 씨. 오늘 아침 당신이 내게 한 협박은 내 사적인 평판이 아니라 직업적인 평판에 관한 것이었으니까요.""'인과응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는 뻔뻔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 여자는 토요일 저녁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그를 의도적으로—작정하고!—가지고 놀았고, 그의 얼굴에 대고 모욕을 주었으며, 그 때문에 속으로 그를 마음껏 비웃었을 것이 분명했다.시몬은 주말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길고 깊게 고민한 끝에, 세라 맥콜이 게임을 하길 원한다면 기꺼이 응해주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런 생각으로 그는 오늘 아침 그녀의 사무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 그녀와 직접 통화하겠다고 요구했었다. 잠시 동안의 지체 후, 시몬이 더 이상 약속을 취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통보하는 거의 일방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만약 자신의 직업적 서비스가 얼마나 불성실한지 들어줄 의향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가 말하고 다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5시까지 오라고 말이다.그녀의 유일한 대답은 전화를 뚝 끊어버리는 것뿐이었고, 그 바람에 시몬은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씁쓸하게 헛웃음을 지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라가 5시 정각에 이곳에 올 것이라 확신했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그녀의 직업적 평판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만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도 이제 알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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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정수리 위로 올린 덕분에 백자처럼 고운 피부를 지닌 그녀의 감칠맛 나는 목소리가 돋보였고, 매끈한 목선이 드러났다. 시몬은 그 매혹적인 살결을 직접 맛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은 충동을 느꼈다. 세라와 마크가 정말로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그게 아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터였다.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거 안타깝군요. 오늘 저녁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 오직 당신의 사생활뿐이거든요."그녀의 눈동자가 경계심으로 커졌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안 가네요.""그래요?" 세라가 다시 입을 열기 전 복숭아빛 립글로스를 바른 입술에 침을 바르는 모습을 시몬은 유심히 지켜보았다."오늘 아침 통화했을 때는 당신 펜트하우스의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논의하자고 절 5시까지 부르신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시몬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 아침 그 짧은 통화에서 내 아파트 디자인에 대해 단 한 마디라도 언급했던 기억은 없는데 말이죠.""그야… 그렇긴 하죠." 몇 초간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천천히 인정했다. "하지만 이틀 전 당신 비서가 전화했던 목적은 그것 때문이었잖아요.""당신이 전혀 지킬 생각이 없었던 그 두 번의 약속 말입니까.""네.""이유가 뭡니까?"세라는 자신이 바보같이 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시몬 해밀턴의 비서에게서 그의 아파트 인테리어 재디자인 건으로 사무실을 방문해 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 거절하기란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었다. 수락해 놓고 취소해 버리는 것, 모든 여자가 그의 손짓 한 번에 감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녀만의 작은 소심한 복수였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시몬 해밀턴이 이 문제를 걸고넘어지기로 작정했을 때 밀려올 파장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다.그녀의 시선이 이제 그와 똑바로 마주치지 못했다. "월요일에 비서분이 약속을 잡으려고 전화하셨을 땐 정말 다른 일정이 있었어요.""그럼 화요일엔요?" 그가 검은 눈썹을 찡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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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무— 오, 와…!" 시몬의 뒤에 위치한 대형 통유리창 너머의 풍경을 비로소 처음 알아채며 세라가 탄성을 내질렀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그야말로 압도적이었기에, 역설적이게도 그녀가 시몬에게 얼마나 강렬하게 끌리고 있었는지를 증명해 주는 셈이었다. 모든 영광을 품은 뉴욕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높고 번쩍이는 빌딩들과 울창하고 푸른 공원이 어우러진 장관에 매료된 세라는 창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뉴욕의 마천루를 계속 바라보았다."당신은 해밀턴 타워가 그저 전망을 가로막는 흔한 높은 건물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시몬이 창가로 다가와 그녀 옆에 서며 상기시켰다.파티에서 자신이 했던 솔직하다 못해 퉁명스러웠던 대화가 떠오르자 세라는 찔린 듯 흠칫했다. "지난 토요일 저녁 파티에서는 제가 당신에게 조금… 무례했을지도 모르겠네요.""무례했을지도 몰라요?" 그가 나지막이 놀려댔다."무례했어요." 그녀가 인정했다."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당신은 그 이유를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시몬." 세라는 그를 곁눈질로 슬쩍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과 얼마나 가깝게 서 있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레몬 향 비누와 샌들우드 애프터셰이브가 섞인 아찔한 향기를 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 서로의 팔이 거의 닿을 듯한 거리.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열기가 온전히 전해지는 거리였다. 두 사람 사이의 그 짧은 거리를 좁히고, 제 입술을 먹어 치우듯 탐하는 그 관능적이고 조각 같은 입술의 감촉에 자신을 내던지고 싶은 충동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그 충동을 뒤로한 채 그녀는 황급히 말을 쏟아냈다. "제가 무례하게—직업의식 없이—행동했어요. 사과할게요."그는 검은 눈썹을 아치형으로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사과하겠습니다, 세라." 그가 말했다. "당신 차에 대해서 말입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상황을 더 잘 처리했어야 했는데 말이죠.""그러셨어야 했죠." 세라 역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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