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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Author: 경옥
순성 어사 최정요는 병마사 지휘사의 직속 상관이었다. 심서준으로부터 지시를 들은 그는 부지휘사 마인호를 불러 지시를 전달했다.

지시를 받은 마인호는 곧바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사씨 가문과 고씨 가문의 모든 이는 부름을 받고 도찰원 대청에 모이게 되었다. 방금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임씨의 얼굴은 당황함으로 가득했다.

계연수와 사옥현이 화리할까 봐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사씨 가문이 신의를 저버린 일이 전해지면 가문의 평판이 추락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창을 들고 양측에 갈라선 포졸들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사옥현의 팔을 꼭 붙잡았다.

“만약 순천부 관아로 갔더라면 둘째 삼촌이 돌봐줬을 텐데 도찰원에서 이 일을 따지고 들면 우리에게 불리하다. 좌도어사 대인은 냉철하고 공명정대하기로 소문난 분이라던데 이번 일이 까발려지면 너도 처벌을 면치 못할 게야. 옥현아, 차라리 그 애가 원하는 대로 화리서를 써주고 갈라서는 게 낫지 않겠니? 왜 굳이 그 애를 붙잡아두려고 하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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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341화

    고준안은 곁에 앉아 작은 탁자 위에서 고개를 숙인 채 차를 달이고 있는 계연수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낮게 덧붙였다.“제가 원해서 하는 일입니다.”고씨는 그 눈길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슬쩍 바라본 그 한 번의 시선에 담긴 뜻을 어머니로서 단번에 알아차렸다. 고준안의 눈은 분명 계연수를 향하고 있었다.그녀는 문득 지난번 어머니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때 어머니는 고준안이 먼저 혼담을 꺼냈지만 계연수가 거절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그 무렵 고씨는 이미 계연수와 함께 휘안현으로 떠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고준안은 경성에서 벼슬길에 오른 몸이니 괜히 그의 앞길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마 딸도 같은 생각이었으리라.그러나 그 길은 그녀의 병환으로 무산되었다. 지금 다시 보니 고준안의 마음은 아직도 변치 않은 듯했다. 그는 딸이 한 번 시집갔다 돌아온 과거도 개의치 않았고 이토록 정성을 다했다. 예전부터 늘 묵묵히 자신을 돌보아주기도 했다.이런 인품이라면… 혹여 이 혼사가 이루어진다 해도 나쁠 것은 없지 않겠는가?*그날 오후, 고준안은 남아 일을 거든 것도 모자라 밖에 나가 채소와 고기까지 사왔다. 해가 완전히 져 어둠이 내린 뒤에야 함께 저녁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대문을 나서는 순간,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계연수의 집 앞에 마차 한 대가 조용히 서 있었던 것이다.고준안은 그 마차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오늘 오후 길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 마차였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곁에 서 있는, 남색 비단옷을 입은 사내에게로 옮겨갔다. 낮에 계연수에게 먼저 말을 건 인물이었다.심부의 마차. 심 후작의 것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어째서 계연수의 문 앞에 서 있는 것인가?그는 무심코 다시 한 번 마차를 훑어보았다.그 순간, 창가의 휘장이 스르르 걷혔다.어둠 속에서 젊고 고귀한 얼굴이 드러났다. 서늘한 눈동자가 곧장 그를 향했다. 그 안에는 냉담함과 어딘가 모르게 내려다보는 듯한 기색이 스쳐 있었다.그 한눈에 가슴 깊숙이 묘한 압박이 내려앉았

  • 주문춘귀   제340화

    심서준의 담담한 한마디에 계연수의 머릿속은 순간 새하얘졌다.이 말은 어딘가 묘하게 남는 여운이 있었다.반면, 그의 검은 눈동자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계연수는 무슨 일로 찾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그렇게 곧장 캐묻는 것이 옳지 않은 것 같아 망설여졌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마음속으로 가늠하는 사이, 눈앞의 휘장이 갑자기 스르르 내려왔다.안에서 여전히 담담한 음성이 흘러나왔다.“밤에 이야기하지요.”그 한마디가 계연수의 입안에서 맴돌던 모든 말을 막아버렸다.그녀는 작게 답한 뒤, 발걸음을 돌려 대문 쪽으로 향했다.고준안은 내내 앞문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계연수가 다가오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는 분이냐?”계연수는 용춘의 손에 들린 문방 상자를 받아 들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심가의 마차였습니다. 안에는 심 후작께서 계셨습니다.”고준안의 눈빛이 잠시 멈췄다가 미묘하게 풀렸다. 아까 스치듯 올라왔던 긴장도 옅어졌다.심부 같은 문벌은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계연수가 발을 들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문이었다.그는 그녀의 곁을 나란히 걸으며 옅게 웃었다.“심 후작은 소문과 조금 다르군.”아까 계연수의 몸에 가려 심서준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런 집안에서 먼저 길을 내어 준 것만으로도 드문 일이었다.그가 들은 바에 따르면 심 후작은 매사에 날카롭고 인정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이라 했다. 하지만 오늘은 적어도 그리 모질게만 보이지는 않았다.계연수는 발밑을 바라보며 걸었다.고준안의 말이 마음을 스쳤다.분명, 조금은 달랐다.그녀는 심서준의 눈에서 온기를 본 적이 있었다. 기억 속의 그처럼 차갑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짐은 많지 않았기에 두어 번 오가니 금세 옮겨졌다.집 안은 이미 말끔히 치워져 있었고 계연수는 용춘과 춘화가 물건을 정리하는 동안 먼저 어머니를 방에 모셨다.다시 바깥으로 나오자 고준안이 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 숯불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키가 크고 수려한 용모에 푸른 옷을 입

  • 주문춘귀   제339화

    계연수는 휘장을 걷고 나와 고준안의 손을 바라보았다. 상대편 마차에서도 기다리는 이가 있으니 사촌 오라버니의 호의를 마냥 사양하며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손 위에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얹었다.막 마차에서 내려선 순간, 문하가 멀지 않은 곳에서 미소를 띤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문하가 이곳에 있다면... 그렇다면 저 마차 안에 있는 이는...계연수의 시선이 자연스레 굳게 드리워진 맞은편 마차의 휘장으로 향했다.뒤에서는 고씨 역시 고준안의 부축을 받아 내려섰다.그때, 고준안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연수야, 먼저 고모를 모시고 들어가거라. 나는 짐을 내리겠다. 저쪽 마차 안에 계시는 분은 신분이 높은 듯하다. 게다가 먼저 길을 양보해 주셨으니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머니를 부축해 길가로 비켜섰다.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문하가 다가와 물었다.“계 아가씨께서는 이곳에 머무십니까? 이제 고부에는 계시지 않는 건가요?”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와 잠시 이곳에 머물 예정입니다.”문하의 웃음이 한층 깊어졌다. 그는 앞쪽, 훨씬 웅장하고 기세가 느껴지는 대문을 가리켰다.“참으로 공교롭습니다. 저희 나으리께서도 계 아가씨 바로 옆집에 계십니다.”계연수는 걸음을 멈추었다.“심 대인께서 어찌 이곳에…?”이곳은 심부와는 제법 떨어진 자리였다.문하는 자연스럽게 답했다.“저희 나으리께서 심부가 다소 번잡하다고 여기셔서 한가할 때면 이곳에서 머무십니다.”계연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심서준이 머무는 곳이 조용하지 않다면 세상 어디가 조용하단 말인가?그러나 더 캐묻는 것은 무례였다. 그저 지나치게 공교롭다는 생각만이 남았다.골목을 스치는 초봄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하늘빛은 잿빛으로 가라앉아 금방이라도 잔잔한 봄비가 흩뿌릴 듯했다.계연수는 다시 한 번 휘장이 드리운 마차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심서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

  • 주문춘귀   제338화

    고준안의 마음은 여전히 거센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얼굴에 스치는 감정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계연수는 겉보기엔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지만 속에는 단단한 기질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억지로 밀어붙이면 오히려 등을 돌릴 사람이라는 것도.그가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단 하나였다. 그녀의 자발적인 마음. 조금씩, 천천히, 그녀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그만이었다.고준안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표정을 가다듬은 뒤 부드럽게 말했다.“다행이다. 제때 돌아올 수 있어서.”그는 마차를 힐끗 보며 덧붙였다.“짐은 다 실었느냐?”계연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더 묻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마차에 오르도록 하고 자신은 곁을 지키며 따라가 도착하면 함께 정리하겠다고 했다.계연수는 본능처럼 사양하려 했다. 그러나 고준안의 진지하고도 진심 어린 눈빛을 마주하자 끝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이미 마차에 올라 있던 고씨는 휘장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았다. 고준안을 보자 눈빛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는 집안의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유독 효심이 깊은 아이였다. 늘 묵묵히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을 정성껏 돌봐주었다.“안아, 수고가 많구나.”고준안은 웃으며 답했다.“별일 아닙니다. 오늘은 일도 일찍 끝났고 마침 시간도 있습니다.”고씨는 딸 곁에 길게 선 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만약 그때 계연수가 고준안에게 시집갔더라면 지금보다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그녀의 눈가에 엷은 아쉬움이 번졌다.계연수가 연기 빛 푸른 치마자락을 흩날리며 마차에 오르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고준안은 말에 올랐다.그 무렵, 유씨는 앞문에서 돌아오다가 급히 나오는 정씨와 마주쳤다.“연수가 갔느냐?”정씨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다급했다.유씨는 속으로 의아했다. 평소엔 그렇게 떠나길 바라더니 이제 와 급해 보이다니.“방금 막 갔습니다. 저도 우연히 마주쳤지요. 노부인께만 인사드렸다고 하더군요.”그러고는 은근히 덧붙였다.“미리 형님께 말씀도

  • 주문춘귀   제337화

    “어머니께서 남에게 짐이 되기 싫으시다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계연수의 말에 고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그토록 붙들고 있던 자기 위안이 딸의 한마디에 산산이 깨져버렸다. 마음속에서 가장 가깝고 화목하다고 믿어온 친정 식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이 멀어져 있었다.하지만 고씨 부인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여전히 오라버니와 형수님이 자신을 살뜰히 보살펴주던 그 옛날에 머물러 있었을 뿐이었다. 세월은 이미 달라졌는데도 말이다.이제 그녀는 짐이 되었다. 고씨 가문의 짐이 되었고 결국 딸까지 끌어내린 존재가 되었다.그녀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계연수는 그 눈빛을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입술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어머니 품에 몸을 기댔다.“어머니… 아버지께서 예전에 말씀하셨지요. 세상일은 늘 오르내림이 있다고.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삶이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잠깐의 어려움은 괜찮습니다. 저는 그저 앞으로 남은 날들을 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잘 살아가고 싶을 뿐입니다.”고씨 부인은 그 말을 듣고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오히려 더 크게 울음을 쏟았다.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계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용춘을 불러 짐을 마차에 싣게 했다.원래 짐이 많지도 않았다. 고씨에게는 옷도, 장신구도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처음 계씨 저택을 나섰을 때도 모녀는 수수한 차림 그대로였다.앞문을 나섰을 때는 이미 신시 무렵이었다.유씨는 계연수가 말없이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어머니 병도 아직 낫지 않았는데 어찌 가려 하느냐? 며칠 더 머무르거라.”그러고는 한 걸음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었다.“큰 외숙모 말은 신경 쓰지 말거라. 그 사람이 좀 지나치긴 해도 나는 네 편이다.”계연수는 둘째 외숙모를 바라보며 드물게 미소를 지었다.예전에는 큰 외숙모가 더 다정하다 여겨 그녀와 가까이 지냈다. 그러나 한 번 일을 겪고 나니 둘째 외숙모의 꾸밈없는 성정이야말로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 주문춘귀   제336화

    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 점주를 향해 말했다.“이 집으로 하겠다.”그리고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물었다.“정말 다 이야기가 끝난 것이냐? 나는 길어야 두 달 남짓 머물다 나갈 것이다.”명 점주는 고개를 숙였다.“아가씨, 염려 마십시오. 모두 상의해 두었습니다.”계연수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명 점주와는 삼 년을 함께 일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허투루 처리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그를 믿고 있었다.명 점주는 이어서 예전에 가게 앞에 오물을 퍼붓던 건달 둘의 근황도 전했다. 병마사에서 형을 맞고 어젯밤 풀려났는데 가게로 찾아와 일거리를 구걸했다는 것이다.계연수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쓸 데가 있으면 쓰거라.”명 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무릎 꿇리고 쑥물로 벽돌을 닦게 했습니다. 냄새가 완전히 빠질 때까지요.”계연수는 가볍게 웃었다.“그 정도면 충분하다.”그때, 이웃한 집 누각 위에 서 있던 심서준은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 불어와 계연수의 치맛자락이 가볍게 흔들렸다. 허리에 맨 가는 띠가 흩날리고 검은 머리 위에 맺은 장식이 미세하게 빛났다.명 점주와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녀의 얼굴은 생기롭고 부드러웠다. 바라보는 이의 시선까지도 자연스레 누그러뜨릴 정도였다.계연수는 본디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다만, 자신의 앞에서는 좀처럼 그렇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집을 둘러본 뒤 돌아온 계연수는 외조모에게 이사할 뜻을 전했다.외조모는 마음이 아팠지만, 계연수의 단단한 눈빛을 보고는 결국 붉어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보석 연화 머리 장식 한 세트를 꺼내와 억지로 그녀의 품에 안겼다.“이건 원래 네 몫으로 남겨둔 것이다. 네 셋째 여동생에게 몇 점 나눠주고 나머지는 다 네 것이다.”목이 잠긴 목소리였다.“사양하지 말거라. 너는 네 어미를 돌봐야 하지 않느냐?”계연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붉어진 외조모의 눈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품에 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 주문춘귀   제11화

    모습을 보아하니 그는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듣고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바로 어머니를 보러 다녀온 듯했다.그런데 이 시간에 안채로 찾아온 것은 아침에 했던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계연수가 시녀들을 물리고 이혼 얘기를 꺼내려던 순간, 사옥현은 싸늘한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다.“어머니께서 병환이 깊으시다 들었는데 내가 돌아왔을 땐, 명유가 혼자 어머니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맏며느리로서 어찌 이토록 시어머니를 소홀히 대할 수 있지?”“어찌 병약한 명유를 홀로 그곳에서 고생하게 할 수 있지?”계연수는 눈살을

  • 주문춘귀   제139화

    임씨는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아니면 집안에서 지급한 물건들을 팔아서 은자로 바꿔 고씨 가문에 보태준 것이냐?”계연수는 지금 입고 있는 옷을 2년이나 입었다. 그러나 그녀의 옷은 그렇게 적은 편이 아니었다. 겨울 옷이라 몇 번 입을 기회도 없었다.그녀는 임씨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아무리 고씨 가문의 형편이 안 좋다고 해도 사씨 가문의 며느리인 제가 시댁 물건을 팔아 보태줄 만큼 궁핍하지는 않습니다.”임씨는 냉랭한 목소리로 반박했다.“어디서 거짓말을 하고 있어?”“한필에 80냥이나 하는 비단을 눈도 깜짝 안 하

  • 주문춘귀   제133화

    용춘은 괜히 은자가 아까워 작게 속삭였다.“부인, 좀 아껴 써야 하지 않나요?”용춘은 화리 후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텐데 은자를 좀 더 모아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계연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나름 모아둔 게 좀 있으니 걱정하지 말렴.”그렇게 옷감 점포를 지나다가 둘은 사씨 저택의 둘째 부인과 며느리를 마주치게 되었다.마침 용춘은 점주를 시켜 구매한 옷감을 고씨 가문에 보내려 하고 있었다.이 점포의 옷감은 모두 값어치가 상당했으니, 경성에서도 손에 꼽히는 점포라 할 수 있었다.둘째 부인은 면사포

  • 주문춘귀   제137화

    사옥현이 떠난 후, 방안에 남은 계연수는 바닥에 쏟아진 조각난 자기 조각들을 내려다보았다.사옥현과의 3년은 지금 발아래 보이는 난장판과 다르지 않았다.밖에서 사옥현은 청렴하고 공정한 대리시의 관원이고 어린 나이에 능력을 인정받은 귀공자였다. 하지만 안채에서 그는 집안일을 상관하지 않고 지금처럼 모든 잡다한 일을 그녀에게 떠넘겼다.그는 언제든 귀찮으면 떠날 수 있고 그녀의 입장은 생각해 준 적 없었다.밖에서 들어온 용춘이 계연수의 발아래에 흩어진 파편들을 보고 다급히 다가왔다.계연수는 용춘을 달래준 후에 물었다.“물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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