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현은 박민정이 한 일을 까발리기 위해 병원 내부 CCTV와 병원 외부 CCTV를 확보해 서울에 있는 이모에게 보냈다.정수미의 동생 또한 만만찮은 인물이었다. 그녀는 누군가의 명성을 더럽히기로 마음먹기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게다가 윤소현은 자기 생각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박민정이 파렴치한 여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한편 박민정은 너무 피곤해서 집으로 갔는데 집에 있는 세 여자가 엄청나게 신나 했다.“민정아, 고마워. 내가 이 목걸이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어?”민수아가 말했다.“보스, 정말 고마워요.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러 갈 수 있게 되다니.”진서연도 설렘이 가득한 얼굴이었다.“민정 씨, 우리 은정이를 위해서 전문 보육사를 찾아줘서 정말 고마워요.”박민정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녀는 이것들을 준비한 적이 없다.그녀는 솔직한 성격이라서 바로 말했다.“내가 준 게 아니야.”다들 의아했다.“네가 보낸 게 아니라고? 네 이름으로 돼 있던데?”민수아는 핸드폰 진동이 울려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서다희 보낸 메시지였는데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녀는 뭔가를 알아차렸다.“민정아, 남준 씨가 보낸 것 같아.”서다희는 그녀들한테 유남준이 주는 거라고 말하면 받지 않을 것 같아서 박민정이 보낸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들 순순히 받아들였다.박민정은 유남준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진서연은 눈을 껌뻑거리며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보스랑 화해하고 싶어서 우리한테 잘 보이려는 게 아닐까요?”민수아와 설인하도 같은 생각이었다.“됐어요. 이 선물 필요 없어요. 다시 돌려주자고요.”설인하가 먼저 말을 꺼냈다.그녀는 박민정이 다시 결혼의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진서연은 좀 아쉬워했지만 말했다.“보스, 화해하고 싶지 않다면 선물을 다시 돌려줘도 괜찮아요.”그러자 민수아도 말했다.“맞아, 목걸이는 나중에 내가 돈이 생기면
박민정은 사랑의 존재는 믿었지만 그 사랑이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특히 오늘 유남준이 연지석, 유남우, 그리고 에리 세 남자를 언급하고 나서 그녀는 더욱 불안해졌다.그녀는 유남준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은 믿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단지 좋아함에 불과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서로를 믿은 적이 없었다.그녀는 유남준이 오직 자신만을 사랑하리라는 믿음이 없었다. 마치 유남준이 그녀를 의심하며, 자신이 연지석 같은 다른 사람을 선택할까 봐 불안해하는 것처럼 말이다.“민정 씨가 어디가 모자라서 자신감을 잃은 거예요? 제가 봤을 때 민정 씨는 이미 아주 훌륭해요.”박민정을 바라보는 설인하의 눈빛은 반짝거렸다.박민정은 혼자서 아들 둘을 키우면서 노래를 만들고 회사를 차렸다.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사랑에 관한 데서 자신이 없는 거죠.”박민정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녀는 연애도 해보지 못하고 결혼했다.심지어 결혼 상대도 잘못 만나서 결혼하고 나서도 신혼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 연애의 설렌 느낌은 더더욱 경험해보지 못했다.그래서 이제는 두려웠다.설인하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녀를 응원했다.“어찌 됐든, 민정 씨는 자기를 믿으세요. 전 전에부터 계속 민정 씨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민정 씨처럼 혼자 힘으로 살아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그녀는 예전처럼 도망가도 방성원에게 빌붙어 살 수밖에 없는 삶이 싫었다.“그거 알아요? 저 사실 재작년에도 집에서 도망친 적이 있어요. 나는 내가 방성원을 떠나고 잘 지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하마터면 사기꾼한테 잡혀갈 뻔했어요.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진저리가 나요. 그리고 결국에는 방성원이 와서 나를 구해주더라고요.”박민정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그리고 설인하는 쓴웃음을 하며 말했다.“소름 끼치는 것이 있는데 뭔지 알아요?”“뭔데요?”“그날 나를 납치하려던 사람들은 모두 방성원이 보낸 것이었어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고 싶었대요.
“왜 아직 안 잤어?”유남준은 온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 박민정이 오늘 오후에 에리를 데리러 갔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박윤우가 전화를 걸어오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지만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누가 너무 멍청해서 엄마의 심기를 자꾸 건드려서 그러죠. 제가 좀 도와줄까요?”박윤우가 말했다.그러자 유남준이 바로 물었다. “엄마가 집에 갔을 때도 화가 많이 나 있었어?”“그럼요. 엄마가 왜 화가 났는지, 왜 아빠랑 재결합하지 않는지 알고 싶어요?”박윤우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말했다.“아빠한테 말해. 네가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유남준이 말했다. 그러자 박윤우가 하품하며 말했다. “전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싫어요. 난 엄마의 아들이니까 마땅히 엄마를 기쁘게 해줘야 해요. 몰래 말해주는 건데 엄마한테 더 잘해줘요. 엄마는 더 많은 안정감이 필요해요.”박윤우도 자기의 말을 쓰레기 아빠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여기까지만 말했다. 어떻게 할지는 유남준한테 달렸다.유남준은 또 무언가를 물어보려 했는데 박윤우는 하품을 크게 하며 말했다. “졸려요. 잘게요.”그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유남준은 박윤우가 방금 한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박민정한테 잘해줘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녀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지 몰랐다....이튿날 아침, 진서연이 자는 박민정을 깨웠다.“보스, 큰일 났어요.”박민정은 눈을 비비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진서연은 휴대폰에 뜬 기사를 박민정에게 보였다.기사 내용을 본 박민정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유명 작곡가 박민정이 이혼한 뒤 염치 불고하고 유부남을 꼬셨다는 기사 타이틀이 보였다.박민정이 유남우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뒷모습이 찍힌 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사진으로 봐서는 병원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누가 일부러 조작한 사진 같았다.그 남자가 유남우라는 사실도 기재되지 않았고 유부남이라고만 밝혔다.박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사진은 내가 남우 씨를 부축해서 병
기사에 뜬 사진과 동영상은 홍주영이 의사를 찾아가서 박민정 혼자 유남우를 부축하고 있을 때였다.“좋아요.”진서연은 바로 승낙했다.그녀는 다짜고짜 휴가를 내고 어제 박민정이 갔었던 병원에 갔다.인터넷에는 불륜녀를 비난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박민정을 욕했다.호산 그룹의 직원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케팅 5팀 직원들은 그들의 상사가 이렇게 파렴치한 사람인 것이 믿기지 않았다.“우리 팀장님이 남의 가정을 망치는 그런 사람일 리가 없어요.”“맞아. 뭔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그러자 일부 직원들이 말했다. “사진이랑 영상 봤잖아요. 그 남자랑 그렇게 서 있는 것을 보아하니 가짜 같지는 않아요.”오늘 유성혁이 건강을 회복했다. 최현아는 유석진을 따라 회사에 왔는데 기사를 보고 윤소현이 한 짓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회사 안의 많은 사람이 박민정을 욕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신이 나서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소현아, 기사 봤어? 정말 마음이 후련하네.”그녀는 모르는 척 말했다.윤소현은 만족해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냥 혼 좀 내준 거예요.”“네가 시킨 거야? 돈 많이 썼지? 그렇게 많은 매체를 찾았으니 말이야. 근데 내 기억으로는 돈을 써도 기사를 내주려 하지 않는 곳도 있던데.”최현아는 궁금해서 물었다.“제가 누군가를 까발리는데 돈이 왜 필요하겠어요?”윤소현은 시큰둥해서 말했다. “우리 이모는 미디어 회사의 회장이에요. 우리 이모 말 한마디면 없는 일도 지어낼 수 있다고요.”최현아는 이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질투가 났다.윤소현은 입양된 아이인데 팔자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그렇구나. 소현아, 앞으로 네가 나를 많이 도와줘야겠다. 나도 박민정이 너무 싫어.”“당연하죠.”윤소현은 전화를 끊고 기사를 보며 만족해했다.호산 그룹 회장실에서 있던 유남우도 기사를 보았다. 그는 몸이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옆에 있던 홍주영이 기사를 보고 호통을 쳤다. “어느 미친놈이 이렇게 이야기를 지어내는 거예요?”“가서
실시간검색에서 눈에 띄는 이름이 유남우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남준. 유남준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트위터 계정으로 게시물을 올렸다. [내가 빠진 게 뭔데? 내 아내가 나 말고 다른 유부남을 꼬신다고? 그럴 가치가 있냐고? 듣던 농담 중에 제일 우스운 소리네!]이 계정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회사의 부하 직원이 대신 관리했었다.그런데도 여자팬들이 되게 많았다. 유남준은 전에 수많은 여자의 로망이었다. 그를 리스팩해서 팔로워란 남자 팬도 있었다.팔로워 수가 천만 명이었다. 그래서 이 게시물이 뜨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바로 차지했다.네티즌들이 난리 났다. “유남준이 게시물을 보냈다고?”“유남준도 트위터를 쓸 줄 아는구나. 오랜만이네.”“그러게. 작년에 호산 그룹에서 나오고는 소식이 없길래 무슨 일이 있는가 했어.”“역시 유남준이야. 자기 아내를 감싸면서 자신을 어필하는 거 봐봐.”“맞아. 유남준 같은 남편이 있는데 누가 다른 남자를 꼬시려 하겠어?”“아니죠. 아무리 예쁘고 능력이 있는 마누라라도 다른 보잘것없는 남자를 꼬시려고 할걸요? 사람은 다 갖지 못하는 것에 끌리게 되잖아요.”“그러네. 그러고 보니 박민정이 될 사람이네. 집에 잘 생기고 능력도 좋은 남편이 있는데 다른 유부남을 꼬시잖아.”“박민정은 우리 여자들의 롤모델이야.”여론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역시 인터넷에서의 일은 빠르게 변한다.유남우는 기사를 보며 두 손을 꼭 쥐었다.옆에 있던 홍주영도 기사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련님, 일이 풀린 것 같아요. 해명 글을 올리지 않는 게 좋겠네요. 올려서 민정 씨한테 좋을 것이 없어요. 오히려 다시 여론에 휩싸이게 될 거예요.”유남우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민정은 이미 회사에 도착했다. 그녀가 회사에 들어오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그녀는 기사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개의치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들이 소곤거리기 시작했다.“정
서다희는 유남준이 이런 일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네. 알겠습니다.”유남준은 또 그를 불러 세웠다. “강 변호사보고 처리하라 해. 반드시 그 언론사들의 사과를 받아내라고 전하고.”“네.”서다희는 밖으로 나가 강연우에게 이 일을 알렸다.강연우도 요즘 되게 예민하다. 조하랑이 김인우에게 시집가려고 하니 말이다.전에는 약혼이었지만 오늘 기사를 보니 정말 결혼을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강 변호사님, 괜찮으세요?”서다희는 그가 넋을 잃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강연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요. 제가 처리하죠.”“그래요. 잘 부탁드려요.”서다희는 마침내 푹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강연우는 일하는 게 꽤 효율적이다. 언론사에서 헛소문을 퍼뜨린 증거를 수집하게 한 뒤 변호사 공식서한을 보내라 하였다. 그리고 다른 언론사를 찾아서 진실을 밝히라고 했다. 일하고 있던 박민정도 유남준이 보낸 게시물을 보았는데 믿기지 않았다. 그는 유남준이 당연히 자신을 의심할 줄 알았고 자기를 찾아와 따질 줄 알았다.여론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들 박민정이 유남준을 두고 다른 남자를 꼬시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여전히 믿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기사를 본 윤소현은 바로 이모한테 연락해 기사 하나를 더 내라고 했다. 박민정과 유남준은 일찌감치 이혼했고 지금은 서로 감싸는 척 연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증거를 찾으러 병원에 간 진서연 쪽에서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그날의 CCTV는 이미 파괴되고 없었다.그녀는 박민정한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렸다.역시 박민정의 예상대로였다. 마음먹고 자신을 모함에 빠뜨리려고 한 사람이 증거를 남길 리가 없다. 하지만 들통나기 마련이다. “그럼 병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CCTV도 찾아봐. 뭔가 나올 거야.”“알겠습니다.”진서연이 대답했다.의자 등받이에 기대 휴식을 하던 박민정은 휴대폰 알림 소리
“역시 우리 이모.”윤소현은 자기 이모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러자 여론 방향이 다시 바뀌었다. 네티즌들은 박민정과 에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에리의 팔로워 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핸드폰 너머 정수미의 여동생인 정현미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이 정도로 뭐. 이렇게 파렴치한 여자는 이래도 싸.”“네. 고마워요, 이모.”윤소현은 기뻐서 전화를 끊었다.이제는 박민정이 유남우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이라는 증거를 찾아도 소용없다. 이전의 여론을 끌어냈으니 말이다.이번에는 에리와 그녀에 관한 것이다.기사를 본 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바보.”그가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에리가 또 게시물을 올릴 줄은 몰랐다.서다희도 생각지 못했다.“대표님, 이 에리라는 사람 말이에요. 정말 사모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겠죠.”이 말을 들은 유남준은 서다희를 한번 노려보았다.“나도 알거든?”중요한 건, 지금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면서 그와 박민정이 이혼한 사실에 관해 묻고 있었다. 그리고 에리에 관한 것도 있었다.“대표님, 박민정 씨랑 이혼한 사실을 왜 숨겼죠?”“대표님, 박민정 씨한테 버림받은 거 아니에요? 에리가 보낸 게시물을 봤어요.”“함부로 말하지 마. 에리보다 유남준이 훨씬 낫지.”“누가 그래? 유남준이 에리보다 대단하다고. 우리 에리 오빠야말로 최고야. 유남준은 에리에 비하면 아저씨지!”유남준은 이런 댓글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근데 네티즌들이 자신을 에리랑 비교하면서 자기를 아저씨라고 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는 에리랑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게다가 에리 같은 애송이가 볼 것이 뭐가 있냐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아직 회사에 안 왔어?”유남준이 서다희한테 물었다.서다희가 대답했다. “아직이에요.”그의 말을 듣고 유남준은 눈을 살짝 감았다.“이제 오게 되면 직접 나를 찾아오라고 해.”“네?”
비서가 노크하고 유남준의 허락을 받고 에리와 그의 매니저를 들여보냈다.에리는 곧장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있는 익숙한 모습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그는 유남준을 본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유남준을 조사한 적도 있다.하지만 유남준이 쌍둥이 동생이 있고 그 동생은 눈에 이상이 없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당연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유남우인 줄 알았다.“호산 그룹의 대표님, 유남우 씨세요?”에리는 돌려 말하지 않고 다짜고짜 물었다.이 사람이 유남우가 맞는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유남우라면 호산 그룹을 맡으면서 IM 그룹을 차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에리를 보며 말했다. “나는 박민정의 전남편, 유남준이에요. 우리 구면이잖아요.”그는 또박또박 말했다.에리는 다시 한번 놀랐다. “눈이 안 보인다고 들었는데 아니었어요?”“나았어요.”에리는 자신의 직속 상사가 박민정의 전 남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제의 자신감은 이미 눈 녹듯 사라졌다. “당신이 IM 그룹을 만들었다고요?”에리는 여전히 믿기지 않아서 계속 물었다.“맞아요. 당신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난 이미 그룹 대표였어요.”유남준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에리는 머릿속이 복잡했다.어쩌다가 자기 라이벌의 부하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쩐지 그룹과 계약을 맺고 나서 자기를 더 크게 키우지 않고 아프리카로 보냈더라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그래서 그런 짓을 한 거였어요? 민정이가 알면 어쩌려고요?”에리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그러자 유남준은 입꼬리를 추어올리며 비아냥거렸다. “민정이한테 일러바치겠다는 거예요?”에리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유남준이 이어 말했다. “남자들 사이의 일도 여자한테 일러서 처리해야 하나요?”“그런 뜻이 아니고요...”에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면 뭔데요? 연예인은 역시 딴따라네요. 아쉽게도 연기가 별로네요. 뭐 당신이 창피하지 않다면 민정이한테
“엄마, 아빠랑 이혼 잘하셨어요.”유남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유남준 앞을 지나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번에도 졌네.”유남준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유남우는 사실 그가 어떻게 반격할지 걱정되기보다 이번에도 졌다는 게 더 분통했다.밖으로 나온 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라도 걸고 싶었지만 딱히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연락처를 훑어보다가 홍주영에서 멈칫하더니 결국에는 통화버튼을 누르지도 못한 채 핸드폰을 다시 꺼야 했다.실내 안.거실은 유난히 조용했고 유지욱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남우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였는데.”고영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가 말하는 ‘예전’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고영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모습에 유지욱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아니에요.”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 달은 될수록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그리고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시 가서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아요.”고영란은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이혼하고 싶은데 지금 이혼하려면 한 달씩이나 기다려야 했다.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한 달 동안에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좀 생각해 보고요.”말을 마친 뒤 유지욱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한편.박씨 가문의 옛 저택.박민정은 유남준이 너무 걱정되어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비록 서다희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에 박민정이 다급히 차창 밖을 내다보니 유남준의 차도 마침 도착해 있었다.박민정은 빠르게 차에서 내린 뒤 유남준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괜찮아요?”그러자 유남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당연하지, 다희가 나 괜찮을 거라고 알려줬잖아.”박민정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
유석진의 입에서 갑자기 자기 둘째 아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영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또한 왜 두 아들 사이에 지금 저런 모순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유남준도 괜히 고영란이 중간에서 난처하게 된 것 같아 일부러 유남우를 빤히 바라보며 유석진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에요. 큰아빠가 아무리 남우랑 같이 벌인 일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별로 무겁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위협감이 느껴졌다.순간 유석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때, 그의 며느리인 최현아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끼어들었다.“남준 씨, 그래도 한 가족인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유성혁도 한마디 거들었다.“남준아, 우리도 잘못했단 걸 알고 있어. 아버지가 이제 연세도 많아서 상황판단이 안 될 때가 많아.”유석진도 사실 지금 자존심을 부려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말해주면 내가 다 들어줄게.”사실 유남준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금방 인수한 시내 중심에 있는 그 건물을 저한테 넘겨주세요.”그 땅은 유명훈의 땅이고 죽기 전 유석진에게 물려준 유산인데 지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유석진이 이 땅의 주인이 됨으로써 그곳의 상권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었는데 나중에 아무 건축물을 세워 올려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안되지!”역시나 유석진이 단번에 거절했다.그가 오랫동안 눈독 들였던 땅이었는데 유명훈이 죽어도 물려주지 않으려 해서 여태껏 애를 먹고 있었다가 이제 겨우 손에 들어온 땅이고 또 자기만의 계획이 따로 있었다.“그러면 조만간 IM 그룹의 변호사를 만나셔야겠네요.”유남준은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유석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안 도우미에게 외쳤다.“모셔다드려!”그렇게 도우미들은 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고 거실에는 유남준 가족들만이 남게 되었다.유지욱과 고영란은 눈앞의 두 아들에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유남준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유석진 가족들은 조용히 자축하고 있었다.최현아도 너무 기뻐했지만 유독 유성혁만 우울한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아빠, 그래도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꼭 이래야 할까요? 남준이가 잡혀가도 우리한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그리고 만약 다시 풀려나서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그러자 유석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왜 쓸데없는 일을 벌써 걱정하고 그래? 간이 그리도 콩알만 해서 큰일 하겠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유성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다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유지훈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는 할아버지가 한 행동이 맞다고 봐요. 사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유석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웃었다.“하하, 역시 우리 손자가 똑똑하다니까. 네 말이 맞아. 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일 순위여야 해. 절대 네 바보 같은 아빠를 닮아서는 안 된다.”그러자 유지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저도 알고 있어요.”그리고 유석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들은 너무 일찍 기뻐했던 게 오후가 되자마자 유남준은 바로 풀려났다.그길로 옛 저택으로 오게 되었고 동시에 유석진네 식구들과 유남우를 전부 집으로 불러 모았다.이 시각, 유지욱도 마침 그곳에 있다가 눈앞의 상황에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남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아빠, 제가 지금부터 저 사람들의 실체에 대해 다 밝히려고요.”그리고 서다희가 한 무더기의 자료와 증명서를 건네주자마자 그는 유석진네 식구들에게 뿌려줬다.종이들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유석진은 그중 한 장을 주워 읽어보고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말했다.“남준아, 다 오해야.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그러자 유남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우리 회사에 심어둔 사람들을 제가 다 데려올까
유남준은 사실 진작에 유남우와 유석진 쪽에 사람들을 붙여서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얼 하려는지 궁금해서 일단 내버려두고 있었다.이튿날, IM 그룹으로 세무국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서다희가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대표님을 감옥에 보내려고 아주 별짓을 다 하네요. 이런다고 그 사람들한테 득이 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특히 유남우는 왜 자기 친형을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사해 보니 역시나 회사 장부에 문제가 있었고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돌렸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가짜 장부들이었다.그렇다고 해도 유남준은 회사 법인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연행되었다.가면서도 서다희에게 당부했다.“민정이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서다희는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뉴스에서 하루 종일 보도될 예정이라 아마 얼마 안 돼서 알게 될 것이다.역시나 박민정은 출근길에 그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때, 고영란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민정아, 남준이한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그러나 박민정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저도 방금 기사를 봐서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당장 다희 씨한테 전화해 볼 테니까 어머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래.”고영란은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유지욱과 이혼하겠다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서다희는 빠르게 박민정에게 전화해서 유남준이 시킨 대로 알려줬고 모든 일은 다 대비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때 서다희가 한마디 더 했다.“그런데 이 일은 절대 고영란 사모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알겠어요.”어쩌면 유남우 귀에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나이니까 더 이혼하자는 거예요. 굳이 남은 인생을 당신한테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고영란은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에 들어갔다.그러나 유지욱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다가 문득 여태껏 이혼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술부리는 원인이 분명 아버지 재산 때문인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이튿날.유명훈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박민정의 친구들도 모두 오게 되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손연서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최현아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한쪽에서 사람들과 유명훈의 유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욱과 고영란 두 사람 사이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렇게 유명훈의 장례는 총 3일 동안 진행 후 끝났다.고영란은 담담한 얼굴로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유남우에게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이만 갈라서려고 해.”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던 유지욱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그는 원래 유명훈의 장례가 끝나면 계속해서 여행이나 다니려고 했었는데 뜬금없이 고영란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게 되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일시적으로 심술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지금 애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이혼하려고?”“네.”고영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지금 당장 법원에 갑시다.”고영란은 지금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유지욱도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 단번에 그러자고 하더니 두 사람은 법원으로 출발했고 두 아들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자식들도 이미 다 컸고 자기 혼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돌아가는 차 안
고영란도 유석진의 고함에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여태껏 모든 집안일을 아내한테 떠넘긴 채, 홀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유지욱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한 사람에 대한 단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실망감이 천천히 쌓이면서 식어가는 것이다.보아하니 오늘 저녁에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유지욱이 도착해보니 유씨 가문의 모든 친척이 다 모여있었다.그리고 이미 상복으로 갈아입은 고영란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고영란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말해주지 않았다고요? 한 달 전에 전 분명히 아버님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와서 회사 일 좀 도와드리라고 귀띔해 줬어요.”“난 네가 우리 아버지 재산 때문에 나더러 오라는 줄 알았지.”유지욱의 말에 고영란은 큰 충격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가 다시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유지욱 씨, 정말 어이없네요. 맞아요, 제가 빨리 돌아오라고 했던 원인이 아버님의 재산이 조금이라도 공평하게 지욱 씨한테도 나눠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그 재산이 전부 아주버님한테 넘어갔네요?” 그러나 유지욱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이었다.“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왜 그래? 우리가 모두 한 식구인데 주면 줬지.”유지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그리고 유석진과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고영란은 제대로 마음이 상했다.박민정도 손자며느리로서 유남준과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우연히 시부모님이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사실 유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시아버지인 유지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지욱은 젊었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집안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매일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여 유지욱과 고영란은 1년 중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남준 씨, 가서 어머님 좀 위로해 주세요.”여자
유남준의 아버지, 유지욱은 계속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없었다.그러자 고영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지욱 씨는 지금 당장 오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방금 비행기 탔다고 했으니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유석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러면 지욱이가 도착하고 나서 다시 말할 테니까 외부인은 참견하지 말아요.”순간 고영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는데도 제가 아직 외부인인가요? 저는 오늘 아버님께서는 왜 그리도 자식들을 편애하시지 꼭 물어봐야겠어요!”“제 아들들이 능력이 뛰어나면 이런 불공평한 대우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여태껏 유명훈은 많은 주식을 갖고 있었다.비록 유남준이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명훈의 지분이 그대로 유석진네로 넘어가게 되면 유남준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더구나 유남우도 그의 재산이 필요한데 말이다!게다가 유명훈은 오랜 세월 동안 주식 말고도 분명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텐데 그 돈마저 전부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고영란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유석진은 유명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여태껏 지욱이를 잘 붙잡아 두지 못한 제수 씨를 탓해야죠! 지욱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어요!” 고영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엄마, 그만해요.”여태껏 유명훈이 유석진네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그이기에 지금 아무리 그와 말싸움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유남우도 불쾌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형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싸울 필요 없어요.”이 시각, 침대에 누워있던 유명훈은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헐떡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도 눈앞에서 자식들이 자기 재산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지욱이...”그는 힘겹게 유지욱을 불렀다.유지욱은 평소에도 그의 말을
최현아는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민정은 그저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러자 그녀는 뻘쭘해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일은 무슨, 윤소현이 드디어 판결받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왔지.”박민정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최현아와 그의 시아버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왠지 그럴수록 더 수상했다.“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박민정이 뒤돌아서니 역시나 최현아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부여잡았다.“민정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박민정은 이제 와서 한 식구라는 그녀의 말이 그저 가소로웠다.“도대체 할 말이 뭔가요?”그리고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최근에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동서랑 남준 씨가 그립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고 싶은가 봐. 혹시 오늘 밤 할아버지 뵈러 같이 가지 않을래?”최현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사실 박민정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도 아마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네, 알겠어요.” 최현아는 그제야 박민정의 팔을 놓아줬지만 그녀가 떠나가자마자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껏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재수 없는 것, 운발로 지금 자리에 올라앉은 주제에.” 차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박민정한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주식이랑 모든 돈을 너한테 넘길 수 있도록 잘 구슬리는 거야.”그러자 최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나도 알아, 저번에 이미 할아버지랑 말해봤다니까? 유남준 씨랑 민정이는 괜히 고고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라 우리 쪽에 전부 몰리게 되어있긴 한데, 난 지금 성혁 씨 얼굴만 봐도 짜
조하랑은 그제야 화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왜 저 여자한테 찾아갔어요?”“당연히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죠. 그리고 이지원에 대해 정신감정도 의뢰했거든요. 만약 진짜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다 쇼하는 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요.”김인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다가 조하랑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지원이한테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하랑 씨도 잘 알잖아요. 만약 저를 구해줬던 사람이 형수님이었단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절대 그 애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지금은 그저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 받았으면 좋겠고요.”조하랑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인우 씨가 또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린다고만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에 김인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참고 되물었다.“하랑 씨,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조하랑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누,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그저 저를 배신한 인우 씨한테 화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나한테 실망했을 뿐이라고요!”“알겠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의사도 임산부가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 좋다고 말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는 다정하게 조하랑을 품에 안았는데 순간 그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당연히 김인우도 눈치채고는 빠르게 물었다.“왜요, 부끄러워요?”“그, 그럴 리가요...”조하랑은 말까지 더듬으며 애써 덤덤한 척했다.“저도 안을 줄 알거든요?”그리고 똑같이 김인우를 꼭 안아줬는데 이번에는 김인우가 속으로 움찔했다.추운 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줬는데 거리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멈춰졌다 가곤 했다.조하랑도 어느새 그걸 느꼈는지 재빨리 김인우를 밀쳐냈다.“됐어요. 이제 병실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인우 씨도 그만 돌아가요.”“저랑 같이 안 가고요?”김인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