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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5화

Author: 윤지
정민기는 박윤우의 말에 흥미가 동했다.

“서연이 아줌마가 왜?”

박윤우는 입을 삐죽이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서연이 아줌마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 귀엽고 싸움도 잘하고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매력이 많죠.”

그는 일부러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

정민기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고 운전 속도도 들쭉날쭉해졌다.

“그래?”

“당연하죠. 예전에 엄마랑 같이 일할 때도 고객들이 줄줄이 서연이 아줌마한테 관심을 보였어요.”

박윤우는 턱을 괴고 고개를 갸웃했다.

“솔직히 아저씨도 좀 분발해야 해요. 맨날 저런 무표정한 얼굴로 있으니까 여자들이 다 도망가는 거잖아요.”

“아저씨도 이제 제법 나이가 많으신데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안 하셔요?”

부모 얘기가 나오자 정민기는 순간적으로 표정이 딱 굳어졌다. 그는 박윤우가 계속 말하는 걸 막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숙제는 다 했어? 안 했으면 빨리 해.”

박윤우는 더 놀리고 싶었지만 숙제 얘기가 나오자 바로 입을 다물었다.

정민기는 박윤우를 유치원에 내려주고 돌아가는 길에 무의식적으로 그의 말이 떠올랐다.

원래 그는 다른 남자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쩐지 자신이 에리나 진서연의 과거 남자들과 비교하면 어떤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차는 지엔 그룹 앞에 멈춰 서 있었다.

정민기는 지엔 그룹 외부에서 진서연이 쉴 때쯤 이야기를 나누려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눈에 띄는 한 차량이 있었다. 그는 직업적 감각으로 이상함을 느꼈고 잠시 지켜보았다. 그러자 곧 차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한 사람은 윤소현,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 윤석후였다.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후 잠시 기다리자 최현아와 그녀의 시아버지 유석진까지 차에서 내렸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은 모두 같은 차에 올라탔다.

정민기는 이들이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직감하고 즉시 차를 몰아 뒤를 밟았다.

차는 한 호텔 앞에 멈춰섰고 정민기는 조용히 그들을 따라 호텔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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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6화

    박민정은 이상했다. 진서연이 화장실에 들어간 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 변비라도 걸린 걸까?그녀는 여전히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정민기를 보며 진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연아,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진서연은 우물쭈물하며 물었다.“민기 씨... 갔어요?”박민정은 의아했다.“아니, 안 갔는데? 왜?”“그럼 전 계속 화장실에 있을래요. 그 사람이 가고 나면 나갈게요.”진서연은 더 이상 과거에 좋아했던 사람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박민정은 그제야 그녀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깨달았다.“서연아, 민기 씨는 널 기다리려고 여기 있는 거야. 그냥 나와.”“절 기다린다고요?”진서연은 이해하지 못하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그냥 가라고 해 주세요.”그녀는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네 생각 안 들어보고 싶어? 대체 무슨 일로 널 찾아온 건지 궁금하지도 않아?”“이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진서연은 한숨을 쉬며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박민정은 어제 그녀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내가 대신 물어봐 줄까?”박민정은 정민기가 진서연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는 않았다.진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정말 가능해요? 그럼... 도와주세요.”“알았어.”전화를 끊은 박민정은 정민기에게 다가갔다.“서연이가 속이 안 좋은 것 같아요. 서연이를 찾은 이유가 뭐예요? 내가 대신 전해줄까요?”정민기는 그녀가 배가 아프다는 말에 바로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혹시 뭘 잘못 먹었어요? 약이라도 가져다줄까요?”박민정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그는 역시 진서연을 좋아하는 게 맞았다.아니었으면 그녀가 배가 아픈 것보다 자신을 왜 피하는지 먼저 물었을 테니까.정민기가 약을 가지러 가려 하자 박민정은 그를 붙잡았다.“어젯밤에 서연이한테 한 말, 거짓말이었죠? 난 알아요. 민기 씨가 서연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요.”정민기의 걸음이 멈췄다.“그리고... 서연이와 에리의 관계, 진짜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7화

    정민기가 가져온 녹음 파일에서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들렸다.윤소현이 외부 세력과 손잡고 정씨 가문을 와해시키려 한다는 것, 심지어 지엔의 주식까지 조작하려 한다는 사실까지.박민정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이토록 배은망덕할 줄이야.이 일을 반드시 막아야 했다.마침 정호철의 사무실이 바로 옆에 있었다. 그는 회사 내에서 오래된 경영진들에게 박민정이 휘둘릴까 걱정되어 틈틈이 찾아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지 묻곤 했다.하지만 박민정은 과거 그가 자신과 박예찬에게 가했던 행동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에게 서늘하게 대했다.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업무뿐이었다.정호철도 이를 알고 있었고 그가 아직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건 순전히 박민정이 그를 내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는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정수미와 그녀의 가족을 지켜볼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병원에서 정수미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깨어 있는 시간보다 혼수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틈틈이 윤소현의 딸을 찾아가 보곤 했는데 그 아이가 안쓰러워서 였다.“소현이는 한 번이라도 와서 아이를 봤어?”그녀가 묻자 비서가 고개를 저었다.“큰아가씨께서 요즘 많이 바쁘신 듯합니다. 한 번도 다혜를 보러 오신 적이 없습니다.”아이의 이름이 무색하게 윤소현은 한 번도 진심으로 이 아이를 아껴준 적이 없었다.정수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태어나면서부터 불행을 짊어진 아이구나.”비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병실로 돌아가 쉬셔야 합니다, 대표님. 너무 오래 밖에 계시면 안 됩니다.”“그래.”병실로 돌아온 정수미는 문득 물었다.“민정이는 회사에서 잘 지내고 있나?”“정 매니저님께서 도와주고 계셔서 작은 아가씨께서는 큰 문제 없이 지내고 계십니다.”“그렇다면 다행이군.”정수미는 힘없이 눈을 감았다.“소현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도록 해. 그 아이의 성격을 내가 잘 알잖아. 민정이의 아래에 머물고 있을 인물이 아니야.”비서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8화

    “소현아, 엄마 퇴원 수속 밟아줘.”정수미가 말했다.오랜 세월 함께한 딸이었다. 비록 친딸은 아닐지라도 정이 들지 않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확인하고 싶었다. 윤소현이 정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인지.윤소현의 얼굴빛이 순간적으로 변했다.“좋아요, 지금 바로 다녀올게요.”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의기양양한 시선으로 비서를 힐끗 쳐다보았다.“비서님, 저야말로 엄마의 건강을 누구보다 걱정하는 사람이에요. 엄마가 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 훨씬 빨리 회복하실 거예요.”비서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가 거만하게 병실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윤소현이 사라지자 비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절대 집으로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왠지 모르게 정수미가 집으로 돌아가면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최상의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고 정기적으로 검진도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의사는 혹시 음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이후,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정수미는 그녀의 걱정을 눈치채고 조용히 손을 토닥였다.“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나는 안심할 수 없어.”비서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표님의 몸을 담보로 삼아선 안 됩니다.”“괜찮아.”정수미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만약 정말로 소현이가 그랬다면 내가 괜한 정을 준 거겠지.”윤소현은 곧바로 퇴원 수속을 마쳤고 정수미를 집으로 데려갔다.하지만 첫날 밤 그녀는 아직 손을 대지 못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한편, 지엔 그룹은 박민정이 취임한 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직원들은 모두 만족스러워하며 입을 모았다.“다행히 새 대표가 박민정이지, 윤소현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이제야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겠어.”“그러게 말이야. 윤소현이 대표였다면 우리 보너스는 커녕, 회사 분위기도 엉망이 됐을걸? 게다가 윤소현은 마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9화

    지엔 그룹의 직원들 중에는 평범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중 한 명의 여성 직원은 무려 백만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인플루언서였다.그녀는 그날 바로 녹취를 남겨 윤소현이 했던 말들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라이브 방송을 켰다.“저희는 근무 시간에 잡담한 게 아닙니다. 점심시간에 이야기한 것뿐이에요.”“저와 제 동료들은 평범한 직원들일 뿐이지 노예가 아닙니다. 설마 대화할 자유조차 없는 겁니까?”“지금의 자본가는 정말 무섭군요.”함께 해고된 두 명의 동료도 각자의 계정에 영상을 올렸고 그 안에는 윤소현의 폭언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노했다.[이렇게 큰 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도대체 무슨 권리로 멋대로 해고하는 거야?][법을 무시하는 인간들! 당장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해!]그녀는 댓글을 확인한 후 답장을 남겼다.[이미 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저희 같은 노동자들도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겠죠. 그러니 여러분도 이 회사를 피하는 게 좋을 겁니다.]이 사건은 삽시간에 온라인에서 퍼졌고 급기야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까지 치솟았다.네티즌들은 윤소현의 거만한 태도와 독선적인 발언을 빠르게 공유했고 곧 많은 이들이 그녀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저 사람, 원래 무용가 아니었어? 저런 인성이었다니, 정말 실망이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돈 벌기도 힘든데.][그러게. 자기 마음대로 해고 해놓고 노동법은 완전히 무시하네. 설마 계약이 장식품이라고 생각하는 건가?][현실이 원래 그렇지 뭐.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는 건 순식간이지만 직원이 퇴사하려면 한 달 전부터 통보해야 하잖아. 너무 불공평해!]SNS가 들끓기 시작하자 네티즌들은 윤소현의 개인 SNS로 몰려가 댓글을 남겼다.그녀가 휴대폰을 확인했을 때 수없이 쏟아지는 비난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다.그제야 그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문제는 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0화

    “네가 사과하지 않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구나.”정보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민정이에게 연락해서 홍보팀을 동원해 대신 사과문을 발표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넌 당분간 회사에 나오지 마라.”이 말의 의미는 명확했다. 네티즌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윤소현을 희생시키겠다는 뜻이었다.윤소현은 어안이 벙벙했다.“이모, 저한테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요?”“스스로 잘 생각해 봐라. 내일까지 답을 줘.”정보주는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 후, 그녀는 박민정에게 연락했다.박민정은 이미 인터넷에서 떠들썩한 소식을 접한 상태였다.지금 최선의 해결책은 명백했다.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고된 세 명의 직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 그러나 정보주는 잠시 기다려 보자고 했고 박민정은 이에 동의했다.그 후, 그녀는 곧장 인사 과장을 호출했다.과장은 긴장한 얼굴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대표님,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까지 파장이 클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박민정은 단호하게 말했다.“당신은 인사과장으로서 해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그에 따르는 책임도 져야 한다는 걸 몰라요?”“당신, 이 회사에서 오래 일하지 않았나요? 누구보다도 잘 알 텐데, 윤소현 씨가 시킨 일이 합법적인지 아닌지를.”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압니다... 하지만 아가씨가 화낼까 봐 두려웠습니다.”박민정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럼 왜 나한테 보고하지 않았어요?”과장은 머리를 숙였다. 사실 그는 박민정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회사의 실질적인 결정권은 여전히 윤소현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짐을 정리하세요. 퇴사 준비하죠.”박민정이 담담하게 말하자 과장은 충격에 휩싸였다.“대표님, 저는 이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했습니다!”“우리는 계약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할 겁니다.”박민정은 냉정하게 말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인사과장을 해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자신은 이 회사에서 아무런 발언권도 가질 수 없을 것이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1화

    “나 왔다.”“네.”윤소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주방에 갔다.“엄마, 제가 우유 한 잔을 타드릴 테니까 마시고 자요.”정수미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답했다.“그래.”그리고 윤소현은 우유에 어마어마한 약을 타기 시작했다.‘설마 이걸 마시고도 안 죽는 거 아니겠지?’만약 오늘 저녁에 정수미가 죽게 되면 내일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박민정을 대표직에서 끌어내릴 속셈이었다.그러다가 살짝 방심해서 손이 엇나간 바람에 하마터면 약을 바닥에 쏟을 뻔했지만 다행히 손이 빨랐다.윤소현은 따뜻한 우유를 정수미 앞에 가져갔다.“엄마, 여기요.”정수미는 우유를 건네받은 뒤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다시 답했다.“지금 안 졸리는데 이따 마실게.”“이따 마시면 다 식잖아요. 그냥 지금 마셔요.”윤소현은 자기 계획이 틀어질까 조바심이 났다.“식으면 다시 데우면 되지.”말을 마친 뒤 컵을 한쪽에 내려놨다.“나랑 얘기 좀 하자.”윤소현은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엄마도 오늘 저에 관련된 뉴스 기사 보셨죠? 지금 인터넷에서 가루가 되도록 사람들한테 까이고 있는데 엄마랑 가만히 앉아 얘기할 기분이 나겠어요?”정수미는 그녀의 말이 너무 기가 막혔다.애초에 윤소현이 너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런 뉴스가 날일도 없고 괜히 그 일로 회사까지 연루되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이만 가서 쉬어.”정수미의 말에 윤소현은 이대로 가기에는 너무 아쉬워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시 설득했다.“엄마가 이 우유를 다 마시면 그때 가서 잘게요.”정수미는 끈질긴 윤소현의 모습에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리고 마시려고 컵을 들었다가 문득 윤소현에게 물었다.“소현아, 진짜로 엄마가 이 우유 마시길 바라는 거야?”윤소현은 순간 정수미가 왜 갑자기 이런걸 묻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네, 마시면 이따 잠이 잘 올 거예요.”정수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단번에 우유 한 잔을 다 들이켰고 윤소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2화

    윤소현은 그제야 안심하고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내일 아침 듣게 될 정수미의 사망 소식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온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하지만 이튿날에도 집안은 너무 고요했고 일어날 때가 됐지만 정수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슬슬 조바심이 났다.“엄마는 아직도 자고 있어?”그러나 도우미의 대답은 단번에 그녀를 소름 돋게 했다.“정 대표님께서 아가씨가 깨면 병원에 오라고 전하셨습니다.”“뭐라고?”순간 윤소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어제 탄 약을 다 마셨다면 분명 살아남을 수 없을 텐데?’윤소현이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무렵 차는 어느새 병원 앞에 도착해 있었다.그리고 병실 안에 들어가 보니 길연서 외에 장 변호사도 같이 와 있었다.정수미는 침대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는데 이상하게 안색은 어제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엄마, 왜 저한테 알려주지도 않고 병원에 오셨어요?”윤소현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그녀에게 물었다.사실 병실 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왠지 안 좋은 예감이 자꾸 들었다.정수미는 그녀의 물음에 냉랭한 얼굴로 답했다.“소현아, 너를 오늘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단 하나야. 잘 들어, 이 시간 이후부터 우리는 더 이상 모녀 사이가 아니야.”‘뭐라고?’윤소현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엄마, 농담이 너무 심한데요? 더 이상 모녀 사이가 아니라니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혹시 그 뉴스 때문에 그러세요?”그러다가 문득 이모 정보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엄마, 화 풀어요. 제가 공개적으로 사과해서 지엔 그룹에 최대한 영향 끼치지 않게 할게요. 그리고 그 세 사람한테도 사과해서 꼭 양해를 구할 거고요.”윤소현은 말하면서 정수미의 눈치를 살폈다.그러나 지금까지의 그 따뜻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앞으로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마. 난 너같이 양심 없는 딸은 둔 적이 없으니까.”윤소현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려버렸다.그제야 정수미가 그저 한 말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3화

    윤소현은 뭐라고 더 변경할 거리도 이젠 없었다.하여 어쩔 수 없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겨우 말을 다시 내뱉었다.“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잠깐 귀신에게 홀렸나 봐요. 절대 엄마를 해칠 생각은 없었어요.”“이건 만성 약물이래. 너는 자주 귀신에게 홀리나 봐?”정수미의 물음에 윤소현은 말없이 눈물을 쏟아냈다.잘못을 깨우쳐서가 아니라 모든 사실이 드러난 게 두려워서였다.지금 정수미가 수집한 증거들로 충분히 그녀를 감옥에 보낼 수 있었다.“엄마, 이건 분명 누군가가 절 모함하려는 거예요. 절대 의도한 게 아니니깐 수십 년 동안 저를 키워준 정을 봐서라도 한 번만 봐주세요.”윤소현의 한마디 한마디 진심 어린 사과에 정수미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가 아무리 나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해도 난 여태껏 너에게 최선을 다했어. 필경 너는 20년 동안 나를 엄마라고 불렀고 우리 사이에 그리 깊지는 않아도 모녀의 정이란 게 있잖아. 그러니까 널 감옥에 보내지는 않을 거야.”윤소현은 그제야 숨통이 살짝 트이는 것 같았다.이때 정수미가 덤덤하게 다시 말을 이었다.“그러나 아까 말한 것처럼 이제 우리 둘은 모녀 관계만 끊으면 되겠지? 이따 장 변호사님더러 합의서 한 장을 작성하라고 했으니 사인하고 호적에서 나가.”윤소현은 순간 머리가 윙윙거리기 시작했고 두 주먹을 꽉 쥐고 답했다.“엄마,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전 계속 엄마 딸이고 싶어요.”이대로 모녀 관계까지 끊어지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게 된다.‘절대로 그럴 수는 없지!’그러나 정수미는 더 이상 그녀와 입씨름하기 싫었다.“장 변호사님,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말을 마친 뒤, 다시 윤소현을 보며 말했다.“사인하기 싫으면 이대로 감옥에 가든지. 너도 내 성격 잘 알잖아? 네가 아무리 버틴다고 해도 난 무조건 너랑 우리 정씨 가문과의 관계를 끊을 거야.”이런 가짜 가족애라면 일찌감치 끊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윤소현은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고 천국에

Pinakabagong kabanata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0화

    “엄마, 아빠랑 이혼 잘하셨어요.”유남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유남준 앞을 지나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번에도 졌네.”유남준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유남우는 사실 그가 어떻게 반격할지 걱정되기보다 이번에도 졌다는 게 더 분통했다.밖으로 나온 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라도 걸고 싶었지만 딱히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연락처를 훑어보다가 홍주영에서 멈칫하더니 결국에는 통화버튼을 누르지도 못한 채 핸드폰을 다시 꺼야 했다.실내 안.거실은 유난히 조용했고 유지욱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남우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였는데.”고영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가 말하는 ‘예전’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고영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모습에 유지욱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아니에요.”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 달은 될수록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그리고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시 가서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아요.”고영란은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이혼하고 싶은데 지금 이혼하려면 한 달씩이나 기다려야 했다.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한 달 동안에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좀 생각해 보고요.”말을 마친 뒤 유지욱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한편.박씨 가문의 옛 저택.박민정은 유남준이 너무 걱정되어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비록 서다희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에 박민정이 다급히 차창 밖을 내다보니 유남준의 차도 마침 도착해 있었다.박민정은 빠르게 차에서 내린 뒤 유남준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괜찮아요?”그러자 유남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당연하지, 다희가 나 괜찮을 거라고 알려줬잖아.”박민정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9화

    유석진의 입에서 갑자기 자기 둘째 아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영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또한 왜 두 아들 사이에 지금 저런 모순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유남준도 괜히 고영란이 중간에서 난처하게 된 것 같아 일부러 유남우를 빤히 바라보며 유석진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에요. 큰아빠가 아무리 남우랑 같이 벌인 일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별로 무겁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위협감이 느껴졌다.순간 유석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때, 그의 며느리인 최현아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끼어들었다.“남준 씨, 그래도 한 가족인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유성혁도 한마디 거들었다.“남준아, 우리도 잘못했단 걸 알고 있어. 아버지가 이제 연세도 많아서 상황판단이 안 될 때가 많아.”유석진도 사실 지금 자존심을 부려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말해주면 내가 다 들어줄게.”사실 유남준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금방 인수한 시내 중심에 있는 그 건물을 저한테 넘겨주세요.”그 땅은 유명훈의 땅이고 죽기 전 유석진에게 물려준 유산인데 지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유석진이 이 땅의 주인이 됨으로써 그곳의 상권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었는데 나중에 아무 건축물을 세워 올려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안되지!”역시나 유석진이 단번에 거절했다.그가 오랫동안 눈독 들였던 땅이었는데 유명훈이 죽어도 물려주지 않으려 해서 여태껏 애를 먹고 있었다가 이제 겨우 손에 들어온 땅이고 또 자기만의 계획이 따로 있었다.“그러면 조만간 IM 그룹의 변호사를 만나셔야겠네요.”유남준은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유석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안 도우미에게 외쳤다.“모셔다드려!”그렇게 도우미들은 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고 거실에는 유남준 가족들만이 남게 되었다.유지욱과 고영란은 눈앞의 두 아들에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8화

    유남준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유석진 가족들은 조용히 자축하고 있었다.최현아도 너무 기뻐했지만 유독 유성혁만 우울한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아빠, 그래도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꼭 이래야 할까요? 남준이가 잡혀가도 우리한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그리고 만약 다시 풀려나서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그러자 유석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왜 쓸데없는 일을 벌써 걱정하고 그래? 간이 그리도 콩알만 해서 큰일 하겠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유성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다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유지훈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는 할아버지가 한 행동이 맞다고 봐요. 사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유석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웃었다.“하하, 역시 우리 손자가 똑똑하다니까. 네 말이 맞아. 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일 순위여야 해. 절대 네 바보 같은 아빠를 닮아서는 안 된다.”그러자 유지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저도 알고 있어요.”그리고 유석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들은 너무 일찍 기뻐했던 게 오후가 되자마자 유남준은 바로 풀려났다.그길로 옛 저택으로 오게 되었고 동시에 유석진네 식구들과 유남우를 전부 집으로 불러 모았다.이 시각, 유지욱도 마침 그곳에 있다가 눈앞의 상황에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남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아빠, 제가 지금부터 저 사람들의 실체에 대해 다 밝히려고요.”그리고 서다희가 한 무더기의 자료와 증명서를 건네주자마자 그는 유석진네 식구들에게 뿌려줬다.종이들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유석진은 그중 한 장을 주워 읽어보고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말했다.“남준아, 다 오해야.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그러자 유남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우리 회사에 심어둔 사람들을 제가 다 데려올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7화

    유남준은 사실 진작에 유남우와 유석진 쪽에 사람들을 붙여서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얼 하려는지 궁금해서 일단 내버려두고 있었다.이튿날, IM 그룹으로 세무국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서다희가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대표님을 감옥에 보내려고 아주 별짓을 다 하네요. 이런다고 그 사람들한테 득이 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특히 유남우는 왜 자기 친형을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사해 보니 역시나 회사 장부에 문제가 있었고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돌렸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가짜 장부들이었다.그렇다고 해도 유남준은 회사 법인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연행되었다.가면서도 서다희에게 당부했다.“민정이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서다희는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뉴스에서 하루 종일 보도될 예정이라 아마 얼마 안 돼서 알게 될 것이다.역시나 박민정은 출근길에 그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때, 고영란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민정아, 남준이한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그러나 박민정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저도 방금 기사를 봐서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당장 다희 씨한테 전화해 볼 테니까 어머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래.”고영란은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유지욱과 이혼하겠다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서다희는 빠르게 박민정에게 전화해서 유남준이 시킨 대로 알려줬고 모든 일은 다 대비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때 서다희가 한마디 더 했다.“그런데 이 일은 절대 고영란 사모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알겠어요.”어쩌면 유남우 귀에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6화

    “지금, 이 나이니까 더 이혼하자는 거예요. 굳이 남은 인생을 당신한테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고영란은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에 들어갔다.그러나 유지욱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다가 문득 여태껏 이혼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술부리는 원인이 분명 아버지 재산 때문인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이튿날.유명훈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박민정의 친구들도 모두 오게 되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손연서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최현아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한쪽에서 사람들과 유명훈의 유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욱과 고영란 두 사람 사이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렇게 유명훈의 장례는 총 3일 동안 진행 후 끝났다.고영란은 담담한 얼굴로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유남우에게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이만 갈라서려고 해.”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던 유지욱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그는 원래 유명훈의 장례가 끝나면 계속해서 여행이나 다니려고 했었는데 뜬금없이 고영란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게 되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일시적으로 심술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지금 애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이혼하려고?”“네.”고영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지금 당장 법원에 갑시다.”고영란은 지금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유지욱도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 단번에 그러자고 하더니 두 사람은 법원으로 출발했고 두 아들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자식들도 이미 다 컸고 자기 혼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돌아가는 차 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5화

    고영란도 유석진의 고함에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여태껏 모든 집안일을 아내한테 떠넘긴 채, 홀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유지욱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한 사람에 대한 단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실망감이 천천히 쌓이면서 식어가는 것이다.보아하니 오늘 저녁에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유지욱이 도착해보니 유씨 가문의 모든 친척이 다 모여있었다.그리고 이미 상복으로 갈아입은 고영란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고영란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말해주지 않았다고요? 한 달 전에 전 분명히 아버님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와서 회사 일 좀 도와드리라고 귀띔해 줬어요.”“난 네가 우리 아버지 재산 때문에 나더러 오라는 줄 알았지.”유지욱의 말에 고영란은 큰 충격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가 다시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유지욱 씨, 정말 어이없네요. 맞아요, 제가 빨리 돌아오라고 했던 원인이 아버님의 재산이 조금이라도 공평하게 지욱 씨한테도 나눠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그 재산이 전부 아주버님한테 넘어갔네요?” 그러나 유지욱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이었다.“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왜 그래? 우리가 모두 한 식구인데 주면 줬지.”유지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그리고 유석진과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고영란은 제대로 마음이 상했다.박민정도 손자며느리로서 유남준과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우연히 시부모님이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사실 유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시아버지인 유지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지욱은 젊었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집안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매일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여 유지욱과 고영란은 1년 중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남준 씨, 가서 어머님 좀 위로해 주세요.”여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4화

    유남준의 아버지, 유지욱은 계속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없었다.그러자 고영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지욱 씨는 지금 당장 오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방금 비행기 탔다고 했으니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유석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러면 지욱이가 도착하고 나서 다시 말할 테니까 외부인은 참견하지 말아요.”순간 고영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는데도 제가 아직 외부인인가요? 저는 오늘 아버님께서는 왜 그리도 자식들을 편애하시지 꼭 물어봐야겠어요!”“제 아들들이 능력이 뛰어나면 이런 불공평한 대우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여태껏 유명훈은 많은 주식을 갖고 있었다.비록 유남준이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명훈의 지분이 그대로 유석진네로 넘어가게 되면 유남준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더구나 유남우도 그의 재산이 필요한데 말이다!게다가 유명훈은 오랜 세월 동안 주식 말고도 분명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텐데 그 돈마저 전부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고영란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유석진은 유명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여태껏 지욱이를 잘 붙잡아 두지 못한 제수 씨를 탓해야죠! 지욱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어요!” 고영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엄마, 그만해요.”여태껏 유명훈이 유석진네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그이기에 지금 아무리 그와 말싸움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유남우도 불쾌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형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싸울 필요 없어요.”이 시각, 침대에 누워있던 유명훈은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헐떡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도 눈앞에서 자식들이 자기 재산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지욱이...”그는 힘겹게 유지욱을 불렀다.유지욱은 평소에도 그의 말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3화

    최현아는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민정은 그저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러자 그녀는 뻘쭘해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일은 무슨, 윤소현이 드디어 판결받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왔지.”박민정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최현아와 그의 시아버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왠지 그럴수록 더 수상했다.“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박민정이 뒤돌아서니 역시나 최현아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부여잡았다.“민정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박민정은 이제 와서 한 식구라는 그녀의 말이 그저 가소로웠다.“도대체 할 말이 뭔가요?”그리고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최근에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동서랑 남준 씨가 그립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고 싶은가 봐. 혹시 오늘 밤 할아버지 뵈러 같이 가지 않을래?”최현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사실 박민정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도 아마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네, 알겠어요.” 최현아는 그제야 박민정의 팔을 놓아줬지만 그녀가 떠나가자마자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껏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재수 없는 것, 운발로 지금 자리에 올라앉은 주제에.” 차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박민정한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주식이랑 모든 돈을 너한테 넘길 수 있도록 잘 구슬리는 거야.”그러자 최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나도 알아, 저번에 이미 할아버지랑 말해봤다니까? 유남준 씨랑 민정이는 괜히 고고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라 우리 쪽에 전부 몰리게 되어있긴 한데, 난 지금 성혁 씨 얼굴만 봐도 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2화

    조하랑은 그제야 화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왜 저 여자한테 찾아갔어요?”“당연히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죠. 그리고 이지원에 대해 정신감정도 의뢰했거든요. 만약 진짜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다 쇼하는 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요.”김인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다가 조하랑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지원이한테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하랑 씨도 잘 알잖아요. 만약 저를 구해줬던 사람이 형수님이었단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절대 그 애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지금은 그저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 받았으면 좋겠고요.”조하랑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인우 씨가 또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린다고만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에 김인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참고 되물었다.“하랑 씨,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조하랑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누,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그저 저를 배신한 인우 씨한테 화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나한테 실망했을 뿐이라고요!”“알겠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의사도 임산부가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 좋다고 말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는 다정하게 조하랑을 품에 안았는데 순간 그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당연히 김인우도 눈치채고는 빠르게 물었다.“왜요, 부끄러워요?”“그, 그럴 리가요...”조하랑은 말까지 더듬으며 애써 덤덤한 척했다.“저도 안을 줄 알거든요?”그리고 똑같이 김인우를 꼭 안아줬는데 이번에는 김인우가 속으로 움찔했다.추운 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줬는데 거리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멈춰졌다 가곤 했다.조하랑도 어느새 그걸 느꼈는지 재빨리 김인우를 밀쳐냈다.“됐어요. 이제 병실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인우 씨도 그만 돌아가요.”“저랑 같이 안 가고요?”김인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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