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92화

Author: 윤지
밖에는 바람이 거세차게 불고 창밖의 대나무 한 그루가 쌓인 눈에 눌려 휘어졌다.

간호사가 박민정에게 저녁밥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녀는 입맛이 없어서 몇 입밖에 먹지 못했다.

고영란은 언제 문을 밀고 들어왔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닫았다.

이전의 화려했던 모습에 비해 고영란은 지금 유난히 초췌하고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병실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고영란은 고개를 돌려 박민정을 바라보며 직접 물었다.

“네 뱃속에 있는 아이는 너와 남준이의 아이지?”

박민정은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아니에요.”

그러자 고영란은 이마를 찌푸렸다.

하지는 그녀는 가까스로 진정을 되찾고 다시 말했다.

“나한테까지 거짓말할 필요는 없어. 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동안 넌 내내 남준이와 함께 있었어.”

그러자 박민정은 되물었다.

“잠잘 때도 우리를 지켜본 건 아니잖아요?”

고영란은 말문이 막혔다.

유남준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게다가 박민정은 배 속의 아이가 남준이의 아이가 아니라고 했다.

설마 앞으로 유씨 집안을 정말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 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억울했다.

그래서 그녀는 박민정의 침대 곁으로 와서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민정아, 예전에 내가 너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었던 건 인정해.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로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건 좀 아니라고 봐. 네 배 속의 아이가 분명히 우리 유씨 집안의 아이잖아.”

박민정은 고영란이 강한 여자인 것을 알았고 그녀에게 사실을 알려주면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뺏어갈 것이라고 짐작했다.

“어머님, 이미 할 말은 다 했어요. 믿지 못하시겠으면 아드님에게 물어보세요.”

고영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남준을 언급하자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슨 염치로 남준에게 물어보라고 해? 남준이는 널 구하려고 다쳐서 지금 아직도 중환자실에 있어. 의사가 남준이의 두 눈이 유리에 찔려서 완전히 망가졌다고 해.”

두 눈이 유리에 찔려 완전히 망가졌다.

박민정은 넋을 잃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영란을 쳐다보았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93화

    그러자 고영란은 서둘러 병실 밖으로 나갔다.박민정도 일어나서 따라갔지만 2층 중환자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경호원들이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외에 누구도 2층에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병실로 다시 돌아가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단지 유남준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의 두 눈도 제발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에게 빚지고 싶지 않아서였다.얼마 후에 경호원이 문을 두드렸다.“박민정 씨, 사모님께서 오라고 하십니다.”그러자 박민정은 병실에서 나와 2층으로 향했다.조하랑의 말처럼 2층 구역의 경비는 매우 엄격했다. 경호원과 의료진 외에는 고영란 한 사람뿐이었다.경호원이 앞장서서 고영란에게 말했다.“사모님, 박민정 씨가 왔습니다.”“알았어.”고영란은 병실 문으로 걸어가서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남준이가 널 만나고 싶어 해.”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걸어들어갔다. 그녀는 머리와 눈에 붕대를 가득 두른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유남준을 발견했다.그의 주위에는 의료기기가 가득 꽂혀 있었고 붕대 때문에 그의 완전한 모습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박민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겪은 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병실에서 허약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누워있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녀는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유남준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멀찌감치 그를 바라보며 목이 메었다.박민정이 다가오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유남준은 손을 들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민정아...”“...”유남준은 줄곧 그녀를 박민정이라고 불렀다.박민정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에게 걸어가면서 말했다.“제가 왔어요.”박민정의 소리를 들은 그는 비로소 안심되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그는 계속하여 말했다.“나 지금 너무 아파, 민정아.”박민정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애교를 부리는 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94화

    박민정은 그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녀도 예전에 이 방법을 사용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유남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유남준 씨, 연기하지 마요.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은 거 다 알아요.”유남준의 손안이 텅 비자 그는 다시 허공을 더듬기 시작했다.“민정아, 어디 있어?”그는 앞이 안 보이니 그저 손으로 한바탕 앞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방금 다 처치를 마친 상처가 금방이라도 다시 터질 것 같았다.그는 매우 심각한 부상에다가 방금 세게 움직였기 때문에 머리가 큰 돌에 맞은 것처럼 강한 통증을 느꼈다. 간호사는 그에게 진정제 주사를 놓아주자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하지만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민정아...”의사는 박민정과 고영란을 밖으로 불러냈다.“박민정 씨, 더 이상 환자를 자극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진단에 따르면 유 대표님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뇌진탕과 뇌신경 손상으로 인해 기억을 잃었습니다.”“연기하는 게 아닙니다. 국내외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습니다.”박민정은 아까 유남준의 모습을 생각하며 물었다.“그런데 저는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 거죠?”“우리가 수술할 때 유 대표님은 계속 민정 씨 이름을 중얼거렸어요. 이것이 바로 민정 씨를 기억할 수 있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고영란도 자기 아들이 박민정에게 이토록 정이 들 줄은 몰랐다.고영란은 방금 유남준이 박민정만 있으면 된다고 자기를 밀어냈던 장면을 생각하니 질투심이 들었다.“제 아들의 기억이 돌아올 수 있나요?”“이건 유 대표님 본인에게 달렸어요. 뇌신경 손상 질병은 아직 현대 의학으로 치료하기에 너무 부족합니다.”의사는 확신하지 못했기에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눈은요? 회복될 수 있어요?”그러자 의사는 난처한 듯이 고개를 저었다.고영란은 완전히 당황했다. 유남준이 눈이 멀고 기억까지 잃었으니 유앤케이 그룹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유남준이 교통사고가 나자 일부 주주들은 이미 냄새를 맡고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95화

    박민정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유남준은 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소리로 박민정의 위치를 대략 알 수 있었다.“화장실에 좀 데려다 줄 수 있어?”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 손을 뻗었다.“알겠어요.”그녀는 유남준을 부축해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화장실까지 데려다주고 화장실 위치를 알려준 후 바로 떠났다.한참 후 갑자기 화장실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쿵!”박민정은 다급히 달려가서 문을 열어보니 유남준이 부주의로 세면대 위의 유리컵을 떨어뜨렸고 그는 허리를 굽혀 유리 조각을 주우려다가 손을 베어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일어나세요. 손을 다쳤어요.”박민정은 황급히 그를 막으려 했다.그러나 유남준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고 어젯밤에 했던 물음을 다시 물었다.“나를 싫어하는 거야?”박민정은 어리둥절해하다가 대답 없이 그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간호사를 불러서 일단 먼저 지혈하도록 할게요.”10분 후, 간병인이 와서 화장실을 청소하고 깨지기 쉽고 날카로운 물건들을 모두 교체했다.유남준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고 간호사가 그의 옆에서 손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었다.어린 간호사는 때때로 그를 바라보았다. 상처가 있더라도 타고 한 고귀함을 숨길 수 없는 얼굴이었다.간호사는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박민정 씨, 이제 다 되었어요.”“감사합니다.”간호사가 떠난 후 박민정은 몸을 일으켜서 병실 문을 닫았다.어제 유남준은 깊은 잠에 빠져 있어서 그녀는 미처 그의 상황을 묻지 못했다.비록 의사는 그가 뇌신경이 손상되어 기억을 잃었다고 했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믿지 못했다.“유남준 씨,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나요?”그녀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는 오히려 되물었다.“제 이름이 정말로 유남준이라 해요?”그러자 박민정은 말문이 막혔다.‘설마 자기 이름 마저 잊은 거야?’“네.”“어젯밤 그 여자는 제 어머니였어요?”유남준은 기억을 잃었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대화 중에서 주도권을 차지했다. 원래 박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96화

    유남준은 박민정을 안고 있던 두 손을 놓았고 그의 얼굴은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박민정은 그가 기억을 잃었다고 연기했던 것이 자신한테 들켜서 원래대로 돌아온 줄 알았다.그래서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이혼 소송을 다시 제기하겠어요.”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밖에 나서자 고영란은 복도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박민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우리 남준이가 지금 이렇게 됐는데, 아직도 이혼을 고집해?”박민정은 지금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고영란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우리 가정은 무너졌어요. 제 청력이 점점 나빠지고 중증 우울증에 걸렸을 때는 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당신 아들이 저를 다친 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임신에 도움 되는 약을 한 봉지 한 봉지 줄 때는 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고영란은 할말이 없었지만 그만두려고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네 배 속에는 우리 유씨 집안의 아이가 있어. 이대로 가면 안 돼. 이혼하더라도 넌 아이를 우리에게 남겨줘야 해.”박민정은 어젯밤에 고영란에게 배 속의 아이가 유남준의 아이가 아니라고 말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박민정은 냉소하며 말했다.“어머님. 전 이미 몇 번이고 말했어요. 제가 임신한 아이는 유남준 씨의 아이가 아니에요. 못 믿으시겠으면 아들에게 직접 물어보세요.”‘유남준에게 물어보라고?’고영란은 고개를 돌려 침대에 정신이 혼미한 아들을 바라보았다. 기억을 잃은 후 그는 자기 이름도 모르는데 박민정 배 속의 아이가 누구 아이인지는 더더욱 알 리가 없었다.“민정아, 너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 난 네가 남준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줄 알았어. 넌 그리 훌륭하지는 않아도 착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 왜 이렇게 독한 사람이 되었어? 정말 구역질 나.”고영란은 홧김에 몇 마디하고는 문을 열고 유남준의 병실로 들어갔다.박민정은 퇴원 절차를 밟으러 갔다.병원을 나설 때 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97화

    유남준이 교통사고로 인해 실명되었다는 사실은 얼마 숨기지 못하고 며칠 후 각종 매체에서 보도했다.호산 그룹, 즉 유남준이 소유하고 있던 회사의 주식이 대폭 떨어졌다.순간 주주들의 민심이 흉흉해졌다.유명훈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나서서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조하랑은 박민정의 전셋집에 가서 티브이에 나오는 뉴스를 보며 말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하던 사람이 실명하다니. 사람 일은 역시 어떻게 될지 몰라. 호산 그룹은 누가 물려받을까?”박민정은 과일을 잘라서 그녀 앞에 놓았다.“하랑아, 내가 재소하자고 한 건 어떻게 됐어?”그러자 조하랑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민정아, 미안해.”“왜?”“며칠 전에 뉴스에 나온 너와 유남준 씨의 이혼 소송 기사를 아빠가 봐버렸어.”조하랑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아빠가 내가 변호사로 일하는 것을 알고 사람을 찾아서 내 변호사 자격증을 취소했어.”조하랑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아니,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아빠는 나를 김씨 집안에 시집 보내지 못해 안달이 났는데 이 정도 수단은 아무것도 아니야.”조씨 집안은 돈이 많았지만 조하랑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 몹시 가난했다. 그러니 지금 나이가 되면 돈이 없어서 예전처럼 힘든 삶을 사는 게 가장 두려웠다.그래서 그는 자기 딸을 진정한 돈이 많은 유명 가문에 시집보내서 딸을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친정집에도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박민정이 묻자 조하랑이 대답했다.“한 달에 70만 원 정도 월급을 주는 사무원 일자리를 구했어. 아껴 쓰면 충분해.”조하랑은 자신의 아버지한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려줘.”박민정이 말했다.그러자 조하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였다.“알았어. 이따가 다른 변호사를 소개해 줄게...”조하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민정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가 휴대전화를 들어보니 고영란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98화

    박민정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서다희가 유남준과 무언가 말한 후 그는 박민정을 향해 걸어왔다.그는 박민정의 앞에 다가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민정 씨,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비난에 박민정은 멍해졌다.서다희는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바라보다가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유 대표님은 민정 씨를 구하려고 이 지경이 됐는데 어떻게 기억을 잃은 대표님을 이용해서 이혼할 수 있어요?”기억을 잃었다고...박민정이 들어왔을 때 유남준과 서다희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다시 한번 그가 가짜로 기억을 잃은 척하는 줄 알았다.그녀는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이용이라니요? 유남준 씨가 기억을 잃기 전부터 저는 이혼을 하겠다고 했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서다희를 곁을 지나 유남준의 앞으로 왔다.“유남준 씨, 제가 왔어요.”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자 유남준의마음은 떨렸다.그는 몸을 일으키며 일부러 박민정 쪽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다희야.”그러자 서다희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대표님, 제가 곁에 있습니다.”“이혼 창구로 가자.”유남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의 그는 기억을 잃지 않을 때의 모습처럼 보였다.두 사람이 앞장서고 박민정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잠시 후 그들은 이혼 신고 창구 앞으로 왔다.서다희가 유남준의 곁에 서 있었고 직원은 유남준의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그들이 제출한 자료를 둘러보다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5년 전에 이혼 신고를 했다가 최근 이혼 소송을 했는데 법원에서 기각당했군요.”그러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지금은 이 사람도 이혼을 원합니다.”직원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계속 정보 내용을 확인하다가 유남준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최근에 유남준의 뉴스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기에 그는 이름을 보자마자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호산 그룹의 대표가 지금 자기 앞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유 대표님이세요? 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99화

    결국 이혼하지 못했다.솔직히 유남준뿐만 아니라 서다희도 놀랐다.늘 연약한 모습을 보이던 박민정이었지만 오늘은 성질이 사나운 여자로 변했다.그들은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차에 올라탔다. 그들이 떠나자 심지어 차를 몰고 그들을 뒤따르던 사람도 있었다.오늘 인터넷에서 또 어떤 뉴스가 나올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앉아있던 박민정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그녀의 바로 옆에 앉은 유남준은 갈 데 없는 두 손을 자기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예전에 있었던 일은 미안해.”한참 후에 그가 입을 열었다.박민정은 그 말을 듣자 입술을 오므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민정을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말도 하지 않으니 유남준의 마음은 칼에 베인 듯했다.“내 기억 속에 너는 나를 많이 사랑했어, 나도...”널 사랑한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오늘 가정법원에서 박민정의 말을 들으니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내가 예전에 민정이에게 잘 대해주지 못했구나...’박민정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요 몇 년 동안 그녀는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유남준의 덕을 보았다고 생각했다.지금 유남준이 실명하자 그녀가 이혼하는 건 배은망덕한 거라고 여겼다.눈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유남준의 청각은 유난히 예민했다. 그는 박민정이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 위에 놓았다.“미안해.”그러자 박민정의 몸이 굳어졌다.유남준은 몇 년 동안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녀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유남준 씨, 왜 기억을 잃으신 거예요?”유남준은 또 목이 메어왔다.박민정은 자기 어깨에서 그의 손을 떼었다.“제 몸에 손 대지 마세요.”유남준은 손을 떼어 다시 자기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알았어.”그의 말에 박민정은 유남준이 정말 기억을 잃었다고 확신했다.기억도 잃었고 성격도 변한 것 같았다.사실 성격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00화

    유남준은 다른 사람이 자기 별장에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서다희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말대로 사람을 보내 밖에 대기시켜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들어가서 돌볼 수 있게 했다.고영란도 호산 그룹 내에서 자리다툼이 심해졌기 때문에 그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유남준의 사촌 형인 유성혁은 이미 일부 주주들과 연합하여 주주총회를 열어서 유남준의 대표직을 해임하기로 했다.유명훈도 나이가 많았기에 대표를 하기에는 힘들었다.게다가 유명훈도 호산 그룹을 눈먼 사람에게 줄 수는 없었다. 고영란은 사방이 적이었다.이튿날.아침 9시, 또 하나의 특종 뉴스가 나왔다.[이혼 신고를 했는데 거절당한 실명한 유남준과 그의 아내]뉴스에는 한때 거물이었단 사람이 지금은 아내에게 버림받고 불쌍하다는 내용이었다.누군가는 짧은 동영상을 게시했다.[유남준은 장님이지 바보가 아니었다]바로 박민정이 했던 말이었다.동영상 아래에는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어머나. 유남준은 너무 불쌍해. 한때 그렇게 잘 나가던 게. 지금은 두 눈이 멀었다니.”“그래. 너무 안타까워. 이런 여자는 유남준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야.”“그나저나 이지원은 어디 있어? 지금 와서 첫사랑을 구해줘야지.”“오랫동안 이지원을 보지 못했어. 듣기로는 은퇴했다던데...”“설마 아직도 이지원과 유남준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예전에 이지원의 그 동영상을 잊었어?”인터넷 네티즌들은 별의별 댓글을 다 달았다.누군가가 전체 영상을 올리자 또 어떤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난 왜 박민정이 불쌍하다고 생각되는 거지? 그녀가 한 말을 듣지 못했어? 유남준이 눈이 멀기 전부터 이혼하려고 했다잖아.”“그래. 며칠 전에 두 사람은 이혼 소송을 했잖아.”조하랑도 그런 댓글들을 보고 저도 모르게 박민정을 위해 특별히 글을 써서 올렸다.“박민정을 나무라는 사람들도 눈이 멀었어? 박씨 집안이 무너질 때 유남준은 단 한 번도 나서서 도와준 적이 없었어. 박민정과 이혼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이지원과 썸을 탔고.”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6화

    “지금, 이 나이니까 더 이혼하자는 거예요. 굳이 남은 인생을 당신한테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고영란은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에 들어갔다.그러나 유지욱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다가 문득 여태껏 이혼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술부리는 원인이 분명 아버지 재산 때문인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이튿날.유명훈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박민정의 친구들도 모두 오게 되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손연서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최현아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한쪽에서 사람들과 유명훈의 유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욱과 고영란 두 사람 사이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렇게 유명훈의 장례는 총 3일 동안 진행 후 끝났다.고영란은 담담한 얼굴로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유남우에게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이만 갈라서려고 해.”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던 유지욱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그는 원래 유명훈의 장례가 끝나면 계속해서 여행이나 다니려고 했었는데 뜬금없이 고영란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게 되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일시적으로 심술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지금 애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이혼하려고?”“네.”고영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지금 당장 법원에 갑시다.”고영란은 지금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유지욱도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 단번에 그러자고 하더니 두 사람은 법원으로 출발했고 두 아들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자식들도 이미 다 컸고 자기 혼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돌아가는 차 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5화

    고영란도 유석진의 고함에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여태껏 모든 집안일을 아내한테 떠넘긴 채, 홀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유지욱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한 사람에 대한 단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실망감이 천천히 쌓이면서 식어가는 것이다.보아하니 오늘 저녁에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유지욱이 도착해보니 유씨 가문의 모든 친척이 다 모여있었다.그리고 이미 상복으로 갈아입은 고영란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고영란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말해주지 않았다고요? 한 달 전에 전 분명히 아버님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와서 회사 일 좀 도와드리라고 귀띔해 줬어요.”“난 네가 우리 아버지 재산 때문에 나더러 오라는 줄 알았지.”유지욱의 말에 고영란은 큰 충격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가 다시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유지욱 씨, 정말 어이없네요. 맞아요, 제가 빨리 돌아오라고 했던 원인이 아버님의 재산이 조금이라도 공평하게 지욱 씨한테도 나눠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그 재산이 전부 아주버님한테 넘어갔네요?” 그러나 유지욱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이었다.“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왜 그래? 우리가 모두 한 식구인데 주면 줬지.”유지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그리고 유석진과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고영란은 제대로 마음이 상했다.박민정도 손자며느리로서 유남준과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우연히 시부모님이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사실 유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시아버지인 유지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지욱은 젊었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집안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매일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여 유지욱과 고영란은 1년 중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남준 씨, 가서 어머님 좀 위로해 주세요.”여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4화

    유남준의 아버지, 유지욱은 계속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없었다.그러자 고영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지욱 씨는 지금 당장 오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방금 비행기 탔다고 했으니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유석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러면 지욱이가 도착하고 나서 다시 말할 테니까 외부인은 참견하지 말아요.”순간 고영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는데도 제가 아직 외부인인가요? 저는 오늘 아버님께서는 왜 그리도 자식들을 편애하시지 꼭 물어봐야겠어요!”“제 아들들이 능력이 뛰어나면 이런 불공평한 대우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여태껏 유명훈은 많은 주식을 갖고 있었다.비록 유남준이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명훈의 지분이 그대로 유석진네로 넘어가게 되면 유남준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더구나 유남우도 그의 재산이 필요한데 말이다!게다가 유명훈은 오랜 세월 동안 주식 말고도 분명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텐데 그 돈마저 전부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고영란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유석진은 유명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여태껏 지욱이를 잘 붙잡아 두지 못한 제수 씨를 탓해야죠! 지욱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어요!” 고영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엄마, 그만해요.”여태껏 유명훈이 유석진네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그이기에 지금 아무리 그와 말싸움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유남우도 불쾌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형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싸울 필요 없어요.”이 시각, 침대에 누워있던 유명훈은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헐떡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도 눈앞에서 자식들이 자기 재산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지욱이...”그는 힘겹게 유지욱을 불렀다.유지욱은 평소에도 그의 말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3화

    최현아는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민정은 그저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러자 그녀는 뻘쭘해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일은 무슨, 윤소현이 드디어 판결받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왔지.”박민정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최현아와 그의 시아버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왠지 그럴수록 더 수상했다.“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박민정이 뒤돌아서니 역시나 최현아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부여잡았다.“민정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박민정은 이제 와서 한 식구라는 그녀의 말이 그저 가소로웠다.“도대체 할 말이 뭔가요?”그리고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최근에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동서랑 남준 씨가 그립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고 싶은가 봐. 혹시 오늘 밤 할아버지 뵈러 같이 가지 않을래?”최현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사실 박민정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도 아마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네, 알겠어요.” 최현아는 그제야 박민정의 팔을 놓아줬지만 그녀가 떠나가자마자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껏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재수 없는 것, 운발로 지금 자리에 올라앉은 주제에.” 차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박민정한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주식이랑 모든 돈을 너한테 넘길 수 있도록 잘 구슬리는 거야.”그러자 최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나도 알아, 저번에 이미 할아버지랑 말해봤다니까? 유남준 씨랑 민정이는 괜히 고고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라 우리 쪽에 전부 몰리게 되어있긴 한데, 난 지금 성혁 씨 얼굴만 봐도 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2화

    조하랑은 그제야 화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왜 저 여자한테 찾아갔어요?”“당연히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죠. 그리고 이지원에 대해 정신감정도 의뢰했거든요. 만약 진짜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다 쇼하는 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요.”김인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다가 조하랑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지원이한테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하랑 씨도 잘 알잖아요. 만약 저를 구해줬던 사람이 형수님이었단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절대 그 애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지금은 그저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 받았으면 좋겠고요.”조하랑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인우 씨가 또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린다고만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에 김인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참고 되물었다.“하랑 씨,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조하랑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누,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그저 저를 배신한 인우 씨한테 화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나한테 실망했을 뿐이라고요!”“알겠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의사도 임산부가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 좋다고 말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는 다정하게 조하랑을 품에 안았는데 순간 그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당연히 김인우도 눈치채고는 빠르게 물었다.“왜요, 부끄러워요?”“그, 그럴 리가요...”조하랑은 말까지 더듬으며 애써 덤덤한 척했다.“저도 안을 줄 알거든요?”그리고 똑같이 김인우를 꼭 안아줬는데 이번에는 김인우가 속으로 움찔했다.추운 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줬는데 거리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멈춰졌다 가곤 했다.조하랑도 어느새 그걸 느꼈는지 재빨리 김인우를 밀쳐냈다.“됐어요. 이제 병실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인우 씨도 그만 돌아가요.”“저랑 같이 안 가고요?”김인우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1화

    김인우는 유남준의 마지막 한마디까지 다 듣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그러면 지금 하랑 씨가 형수님이랑 같이 있다는 거지?”“응.”김인우가 왠지 자신이 방금 했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것 같아 유남준은 다시 한번 주의를 줬다.“결혼 전에는 아무 여자나 끼고 놀아도 상관없겠지만 지금은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있는 마당에 좀 조심해야 하지 않겠어?”김인우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황당하다는 듯이 그에게 답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버릇 고친지가 언젠데, 예전의 내가 아니야.”“응, 그러면 다행이고.”“그러면 지금 하랑 씨는 병원에 있는 거야?”“응.”유남준은 대답하자마자 전화를 끊었는데 보아하니 오늘에도 독수공방해야 할 것 같았다.김인우는 그길로 빠르게 조하랑 보러 병원으로 달려갔다.그리고 가는 길에 방금 유남준이 했던 말을 곱씹어 보았다.‘설마 하랑 씨가 오해한 건가?’그러다가 눈이 번쩍 뜨이더니 무언가가 생각난 듯 자기 머리를 퍽퍽 내리쳤다.“이 멍청한 놈, 그때 통화하는 걸 분명 옆에서 다 들었던 거야!”그는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이지원의 영상을 자기한테 보내라고 했다.드디어 병원에 도착했다.조하랑이 막 잠들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누구세요?”박민정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간호사인가? 내가 가볼게.”“응.”박민정이 슬리퍼를 신고 문어구에 다가가 문을 열어보니 눈앞에 김인우가 서 있었다.“형수님, 하랑 씨 여기에 있나요?”김인우는 다급하게 물었다.박민정은 그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해 살짝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제가 들어가도 될까요?”그러나 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조하랑은 김인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빠르게 다가와 차갑게 말했다.“아니요. 민정아, 너는 일단 먼저 자. 내가 나가서 말할게.”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를 한번 쏘아보더니 그대로 밖으로 나갔고 김인우도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하랑 씨, 진짜 오해예요.”그러나 조랑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0화

    김인우는 집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조하랑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식은땀이 맺힌 채로 급히 박예찬과 김훈에게 달려가 물었다.하지만 김훈은 일부러 모른 척하며 그가 이번 기회에 정신 좀 차리길 바랐다.“나도 몰라. 하랑이가 방에 없다고? 화장실 간 거 아니야? 화장실은 찾아봤어?” 김훈이 일부러 태연하게 말하자 김인우는 인상을 찌푸렸다.“거기도 없어요.”“그거 참 이상하네.”김훈은 걱정스러운 척하며 말했다.“그럼 멀뚱멀뚱 서서 뭐 하는 거냐? 어서 찾아봐야지. 지금 임신 중이잖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만두지 않겠다.”박예찬도 거들었다.“오늘 아줌마가 좀 안 좋아 보이긴 했어요. 혹시 가출하신 거 아니에요?”그 말에 김인우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그는 곧장 조하랑을 찾아 나섰다.한편, 조하랑은 이미 병원에 도착해 있었다. 박민정이 곁을 지키고 있었고 둘은 정수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 병실로 들어가 조용히 대화를 이어갔다.“하랑아, 너 그냥 이렇게 온 거야? 가족한테는 말 안 했어?”조하랑은 고개를 저었다.“응. 그냥 조용히 나왔어. 지금은 누구 얼굴도 보기 싫어.”“그래도 집에 한 통은 전화해. 안 그러면 걱정하실 텐데.”박민정이 말했다.“괜찮아. 다들 내가 자는 줄 알 거야. 내일 아침에 슬쩍 들어가면 돼.”조하랑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임신 후로 김인우와는 방도 따로 쓰고 있었기에 자신이 방에 없다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알겠어.”박민정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조심스레 물었다.“그런데, 하랑아. 너 아까 말한 그 여자, 혹시 누군지 짐작은 가?”조하랑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난 김인우 주변 사람들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어.”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내가 남준 씨한테 한 번 물어볼게. 혹시 오해일 수도 있으니까.”“응, 좋아.”조하랑도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건 원치 않았다.박민정은 조하랑 앞에서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유남준도 막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9화

    조하랑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걱정 마, 민정아. 나 그냥 좀 화가 났을 뿐이야. 아직은 냉정해.”그리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기분이 나빠서 그래. 내가 지금 그 사람 아이까지 품고 있는데 저렇게 행동하면 기분이 어떻게 안 상하겠어.”박민정은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잠시 후, 조하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민정아, 나 네가 있는 곳으로 가도 될까?”“당연하지. 내가 데리러 갈게.”박민정은 임신한 친구의 감정이 요동칠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걱정된 마음에 바로 나섰다.하지만 조하랑은 코끝이 붉어진 채 대답했다.“아냐, 이미 차 탔어. 지금 가는 중이야.”그녀는 더 이상 그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김인우가 눈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둘 수가 없었다.박민정은 그녀가 이렇게 단호하게 움직일 줄은 몰랐던 지라 속으로 적지 않게 놀랐다.“알겠어. 그럼 내가 문 앞에서 기다릴게.”“응, 고마워.”...한편, 김인우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길가에 있는 꽃집을 발견했다.그는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우게 하고는 직접 차에서 내려갔다. 잠시 후, 그는 품에 형형색색의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돌아왔다.차에 다시 올라타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가자. 좀 빨리 가 줘.”예전에도 김인우는 여자를 위해 꽃을 보낸 적이 있었지만 그건 대부분 비서가 대충 주문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꽃다발은 그가 직접 고르고 색을 맞춰 정성껏 고른 것이었다.운전기사도 그의 얼굴에서 어쩔 수 없이 번지는 미소를 보고는 감탄하듯 말했다.“사모님은 참 복도 많으시네요. 이사님께서 뭐든 다 챙기시니.”김인우는 입꼬리를 높이 올리며 웃었다.“당연하지. 내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사람이잖아. 그 정도는 해야지. 사실 하랑 씨가 임신하지 않았더라도 난 여전히...”하지만 마지막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그는 조하랑을 보기 위해 한 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8화

    조하랑은 요즘 집에서 태교에만 전념하고 있었다.그녀는 요 며칠 김인우가 어쩐 일인지 늦게야 귀가하는 게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어디를 다녀오는 건지 궁금해져 하녀에게 슬쩍 물었지만 하녀는 말끝을 흐릴 뿐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그걸 본 김훈은 손자를 거론하며 말했다.“하랑아, 인우는 네 남편이다.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넘어갈 거냐? 궁금하면 직접 전화해서 확인해. 딱 잡아봐야 정신 차리지.”그리고는 단단히 이죽였다.“만약 귀찮다느니, 피하려 든다느니 하면 내게 말해. 그놈 등짝 몇 대는 내가 책임진다.”조하랑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나 집착하듯 물어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임신한 이후로는 자꾸만 불안해졌다.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그가 밖에서 사고를 당하진 않을까, 예상치 못한 위험에 휘말리진 않을까 하고.아무래도 몸 안에 김인우의 피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걱정도 따라온 모양이었다.“...알겠어요.”조하랑은 김훈이 자신 편을 들어준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한 듯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김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김인우는 아직 클럽을 떠나지도 않은 상태였다.“하랑 씨, 무슨 일이에요?”전화가 오자 그는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다정하게 받았다.“지금 어디예요?”조하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김인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가 괜한 오해를 할까 싶어 거짓말을 꺼냈다.“아, 지금? 돌아가는 길이죠.”돌아가는 길이라고?그런데 조하랑의 귀에는 전화기 너머로 분명 남녀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누가 들어도 외부 소음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였다.그녀의 미간이 좁아졌다.“정말이에요?”“당연하죠. 내가 왜 하랑 씨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요?”김인우는 그녀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하필 그때, 뒤편에서 이지원이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오빠,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오빠?그 말을 듣자마자 김인우는 재빨리 경호원에게 시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