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14화

Penulis: 윤지
박민정은 지원 엄마의 SNS도 살펴봤는데 딸 자랑과 인생 글귀를 제외하면 그녀가 직업도 없고 돈도 없이 집에서 시어머니에게 끌려다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박민정이 SNS를 살펴보던 중 엄마들 단톡방에 누군가 문자를 보냈다.

[일요일에 다들 시간 되세요? 우리 집에 파티하러 와요.]

최현아였다.

평소 최현아는 해외 출장을 가지 않을 때면 엄마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파티를 하곤 했는데 심심한 것도 있었고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함도 있었다.

이번에 초대를 하며 최현아는 특별히 박민정도 언급했다.

오늘 박민정을 망신시키지 못했으니 박민정이 파티에 오기만 하면 반드시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먼저 답장을 보낸 건 지원 엄마였다.

[좋아요, 위원장님. 빨리 만나고 싶네요.]

벌써 자정인 데다 박민정은 가사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 지원 엄마가 아직 깨어 있었고 게다가 가장 먼저 답장을 보낼 줄은 몰랐다.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참석하겠다며 답장을 보냈고 박민정이 답장을 하지 않자 지원 엄마가 따로 메시지를 보냈다.

[예찬 엄마, 좋은 기회인데 이번 기회에 최현아 씨와 더 가까워지는 게 어때요?]

박민정은 이처럼 학부모 위원회 엄마들을 한 번에 다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드물었기에 지원 엄마에게 이렇게 답장했다.

[네, 알려줘서 고마워요.]

최현아와 가까워지려 하는 건 아니었다.

박민정 역시 단톡방에 답장을 보냈다.

[그래요, 내일 봬요.]

답장을 마친 박민정은 밤새 유명 브랜드 의류 본사에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원피스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박민정은 자신의 키와 몸무게, 사이즈를 보내며 맞춤 제작은 필요 없고 입을 수 있는 드레스면 된다고 말하며 돈은 얼마든지 내겠다고 했다.

돈이 많으니 일이 무척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찬가지로 박민정은 전에 엄마들이 원했던 가방이나 구하지 못한 팔찌, 주얼리 등을 구입했다.

단순히 그들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할 때도 기교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비싼 선물을 주면 오히려 호감 대신 반감만 살 수 있었다.

다음 날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5화

    주식 인수가 무척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박민정이 시세보다 3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이제 그녀는 유명훈을 제치고 54%의 지분을 가진 국제 유치원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절차가 거의 마무리되자 원장이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정민기는 그녀를 유씨 가문 저택으로 데려다주었다.유씨 가문 저택,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는 동쪽에 어르신과 작은 아들, 즉 유남준 부친 일가가 있었고, 서쪽에는 큰아들이 살고 있었다.박민정은 도착하자마자 서쪽 집사의 안내를 따라 최현아가 사는 곳으로 향했다.차로 10분 정도 달려서 최현아와 유성혁의 집에 도착했다.멀리서 봐도 정자와 누각이 곳곳에 고급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박민정이 차에서 내리자 탁 트인 잔디밭에는 이미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고, 아기 엄마들은 모두 최고의 복장으로 곱게 차려입고 도착해 있었다.다소 평범해 보이는 지원 엄마도 목과 손목에 값비싼 보석을 차고 있었다.다만 주얼리와 들고 있는 가방 모두 오래된 모델이라 주변에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줄곧 박민정을 기다리던 그녀는 박민정이 도착하자 다가가려는데 어제와 다른 박민정의 모습을 발견했다.눈앞에 있는 박민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억’ 소리가 났다.다른 아기 엄마들도 박민정이 입은 옷을 훑어봤는데 귀걸이마저 1억 이상이었다.누가 일류 재벌이고 누가 평범한 사장인지 한눈에 드러났다.“예찬 엄마가 들고 있는 가방, 전 세계에 단 두 개뿐인 거 아니에요? 항상 갖고 싶었는데 남편이 우리 집 재산으로는 못 산다던데요.”“저 팔찌, 저도 눈여겨본 건데 10억짜리예요!”“옷도 맞춤 제작한 것 같은데 저거 최소 1년 전에 예약해야 할 걸요.”“위원장님 가방 중 가장 비싼 게 4억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죠? 예찬 엄마가 들고 있는 이 가방은 최소 6억 이상이겠는데요?”“...”아기 엄마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박민정은 그들의 부러운 눈빛을 바라보며 자신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6화

    지원 엄마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다. 유지훈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정도였지만 박예찬에 비하면 훨씬 부족했다.그래도 감히 최현아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던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설명했다.“위원장님, 그런 말씀이 어디 있어요. 우리 반 애들 다 똑똑하죠.”이 한마디에 자리에 있던 엄마들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그 누구도 자기 자식이 뒤처진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박민정도 지원 엄마가 누구의 기분도 상하지 않게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것을 이해했다.그녀는 이 세상에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은 돈 위에 군림하는 자라고 생각했다.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 엄마들은 각자 남편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 기본적으로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박민정은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매 사람마다 기억하고 싶었지만 그게 힘들었다. 모든 사람이 유남준처럼 한번 보면 바로 기억하는 건 아니었다.지원 엄마가 다가왔다.“예찬 엄마, 편하게 있어요. 처음엔 모르는 게 당연하죠. 앞으로 천천히 친해지면 돼요.”박민정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지원 어머니, 학부모 위원회에서 활동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거의 1년 됐죠.”“그럼 이 사람들을 다 알아요?”지원 엄마는 곧바로 자랑스럽게 말했다.“당연하죠, 다 제가 데려온 사람들인걸요.”말을 마친 그녀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자기가 데려온 사람들인데 그녀의 능력이 부족하다며 대화하기를 꺼려했다.“그럼 제가 모든 분들에 대한 정보 프로필을 만드는 걸 도와주실 수 있나요?”지원 엄마는 당황했다.“정보 프로필이 왜 필요해요?”“제가 사람 얼굴을 잘 까먹어서 얼굴을 기억하기가 힘들거든요. 아이를 위해서 돌아가서 사진 보면서 외워두려고요.”지원 엄마는 아이를 위해 하는 일이라는 말에 더 이상 의구심을 갖지 않았지만 맨입으로 하려 하지는 않았다.박민정은 주머니 속에서 상자를 꺼냈다.“저를 잘 챙겨주셔서 특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7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이 엄마는 최현아에게서 그리로 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는 박민정에게 미안해하며 말했다.“잠시 저쪽에 갔다가 다시 올게요” 박민정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지금 당장은 최현아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했다. 박민정은 이해했고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그 후 남은 대부분의 시간은 최현아가 엄마들과 수다를 떨고 자랑을 늘어놓는 시간이었다. 박민정은 구석에 앉아 있었다.“위원장님 남편분이 수백억 원을 들여 시장 사업을 독점하고, 공동 구매 플랫폼을 준비 중이라면서요?”한 엄마가 물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최현아는 그녀의 물음을 정정했다.“수백억 원이 아니라 자그마치 1조 원이에요. 이 1조 원은 아직 초기 투자금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르겠어요.”한 사업 분야를 독점하려면 몇백억 가지고는 어림도 없지.1조 원? 이제 일주일밖에 안 된 시간이라고 했다.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유씨 가문의 방계마저 사업을 위해 물 쓰듯 돈을 쓰고 있었는데, 현재 일가를 책임지고 있는 유남우는 매개 프로젝트에 얼마를 많은 돈을 쏟아붓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현아 씨, 제 남편도 이 업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시간이 되시면 혹시...”그중 한 엄마는 이번 기회에 자기 남편을 유씨 가문에 빌붙게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현아는 단칼과 같이 잘랐다. “어머, 미안해요. 사업에 관한 건 보통 제 남편이 결정하고 저는 집에서 돈 쓰는 담당이에요.”정말 재수 없을 만큼 얄미운 말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감히 아무 말도 못 했다. 이때 최현아가 곁에 있던 한 엄마에게 눈짓했다. 그 엄마는 이를 보고 박민정에게 물었다.“예찬이 어머니 남편분은 무슨 일 하시죠?”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또 다른 엄마가 말을 가로챘다.“박예찬 어머니 남편분이 바로 유남준 씨잖아요? 교통사고로 앞을 볼 수 없어서 지금은 아마 일을 할 수 없죠?”최현아는 차를 마치는 척 찻잔을 들어 올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8화

    최현아는 일부러 자기 집에서 준비한 이 파티에서 박민정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려 요즘 유치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개혁안을 언급했다.유치원에 대한 새로운 개혁 방안을 이야기하자 엄마들은 다시 그녀와 함께 떠들썩하게 토론을 시작했고 박민정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사라졌다.요즘 아이들은 모두 출발선부터 다퉜고 박예찬이 다니고 있는 이 국제 유치원은 입학과 동시에 두 가지 언어와 수학 및 기타 취미 프로그램부터 시작했다.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고 엄마들은 하나둘 앞다투어 최현아의 환심을 사는 데 급급했다.그중 박민정을 가장 놀라게 한 건 최현아가 그 자리에서 아이들의 좌석을 배정하는 것이었다.2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급이었지만 최현아는 자기에게 아부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맨 앞자리와 가운데 자리를 배정해 주었다. 그러고는 박민정에게 말했다.“예찬이 엄마, 예찬이는 성적이 좋으니 다른 아이들처럼 앞자리에 앉을 필요 없지?”사실 박예찬에게는 앞자리나 뒷자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민정은 아들이 차별을 당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쟁취할 것은 쟁취해야 하지.“그럼 지훈이는요? 그 아이도 뒷자리에 앉히나요? 성적이 좋으니까요?”박민정이 웃으며 물었다. 만약 최현아가 유지훈을 뒷자리에 앉히지 않겠다고 말하면, 그 뜻은 자기 아들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최현아는 알고 있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우리 지훈이는 시력이 좋지 않아서.”박민정은 듣자마자 옆을 가리켰다. 지원이 엄마처럼 별로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엄마였다. 그녀는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박민정은 그녀의 아들이 반에서 유일하게 안경을 쓴 한 학생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학생의 이름은 아마 도한이었던 것 같았다.“그럼 도한이도 제일 앞자리에 앉혀야죠. 어떻게 맨 구석에 앉힐 수 있나요.”최현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박민정이 순간 다른 엄마들을 끌어들일 줄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9화

    “아이들의 등교 안전과 교내 청결을 위해 학교 이사진에서 내린 결정이니 조금만 양해해 주세요. 다른 반 엄마들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의견이 있으시면 원장님께 말씀해 주세요.”웬만한 초등학교나 중학교보다 더 큰 이 국제 유치원은 교육 수준이 진주시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도한이 엄마는 그토록 어렵게 주어진 입학 자격을 잃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괜찮아요, 도한이를 일찍 일어나게 해서 스스로 걸어가게 하면 돼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 살 남짓한 딸과 네 살배기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엄마는 바빠서 정신이 없을 것이다.박민정은 그녀에게 동정심을 느껴졌다. 자신도 두 아이를 한꺼번에 돌본 경험이 있기에 그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파티가 끝나자 일부 엄마들이 앞다투어 최현아와 사진을 찍었다.도한이 엄마도 갔지만 맨 끝줄에 설 수밖에 없었고 마지막 사진에는 몸의 절반만 찍혔다.도한이 엄마도 남편의 출세를 위해 빌붙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아들의 자리 배정 문제로 최현아의 눈 밖에 나버렸다.박민정은 옆에 멀찍이 서서 학부모들의 얼굴 하나하나 세세히 들여다보았다.권력은 정말 무서울 때가 있다. 특히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무책임하고 형평성을 잃었다면 더욱더 말이다.이들은 사진 촬영이 끝나자 하나둘 걸어나가 차를 탔다. 차를 안에 주차하지 않은 이유는 나가는 길에 서로 엄마들끼리 대화하기 위해서였다.박민정은 도한이 엄마에게 다가가 학교 이사들이 사용하는 주차 카드를 내밀었다.“도한이 어머니, 괜찮으시면 이걸 먼저 사용하세요.”이 주차 카트는 오늘 원장실에서 나올 때 원장에게서 건네받은 것이었다.원장은 그녀에게 세 개를 주었다. 아이들의 교실과 가깝고 결정적으로 사람이 적어 주차 자리가 남아도는 학교 이사들의 전용 주차장이었다.도한이 엄마는 약간 놀랐다.“예찬이 어머니, 어떻게 학교 이사들의 주차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의심하지 말고 그냥 쓰시면 돼요. 제 생각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시스템이 변화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20화

    박민정이 고개를 돌려보니 유남준이 박윤우의 손을 잡고 문 앞에 서 있었다.“엄마, 나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아빠를 데려왔어. 우리 셋이 함께 자자.”박민정은 무의식중에 거절하고 싶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녀는 유남준과 여전히 냉전 중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유남준은 대수롭지 않게 박윤우를 안고 들어와서 침대에 눕히더니 자기도 곁에 덩달아 누웠다.“자자, 나 내일 출근 해야 해.”유남준은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 박민정은 두 사람 사이에 있는 박윤우를 보았다. 유남준이 더 이상 말하지 않자 그녀는 두 사람을 내쫓지 않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함께 잠에 들었다.잠이 든 후 박민정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조각배처럼 해면을 따라 출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괴로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 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깼다.몽롱한 상태에서 그녀는 남자의 넓은 어깨가 자신을 단단히 감싸고 있는 것을 느꼈다. 뜨거운 숨결이 이마 위에 쏟아져 내리며 따라서 그녀의 몸도 뜨겁게 달아올랐다.설마 유남준일까?박민정은 억지로 정신을 차려 그 사람인지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겨우 눈을 들어 올리자, 희미한 달빛을 통해 아직도 중간에서 자는 박윤우와 침대 끝자락에서 자는 유남준이 보였다.이상한 건 유남준은 침대의 맨 끝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고, 자신은 이미 침대 한가운데에 있었으며 오른쪽은 한참 비어 있었다.박민정은 너무 졸려서 별생각 없이 옆으로 가서 누운 후 박윤우를 안아 가운데에 눕혔다. 물론 유남준은 그대로 내버려두었다.다시 잠이 든 박민정은 다음 날 깨어났을 때 다시 한 가운데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그녀는 다소 의문스러웠다. 자신은 잠잘 때마다 항상 얌전히 자는 스타일로 크게 움직임도 없었다. 하물며 어젯밤에는 곁에 아이가 함께 자고 있었는데 말이다.어제 너무 피곤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박민정은 별생각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었다.그녀는 점심이 되면 박예찬에게 혹시 학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21화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예찬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도 너랑 친구로 남고 싶지만, 난 우리 어머니가 무섭단 말이지. 너만 괜찮다면 우리 사적으로만 친하게 지내도 될까?" 조동민은 박예찬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숨을 죽이면서 바라보았다.박예찬은 그래도 조동민에게 아직 양심이 남아 있어서 자기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래." 박예찬의 대답에 조동민은 더욱 기뻐했다.조동민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날카로운 어린애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조동민, 여기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유지훈은 한 무리의 아이들과 함께 다가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조동민은 유지훈보다 엄마가 더 무서웠다. 조씨 가문은 유씨 가문을 건드리면 절대 안 되고, 유지훈은 조씨 가문의 사랑둥이라고 엄마가 알려 줬었다. 유지훈을 잘못 건드리게 되면 유지훈은 바로 집안사람들에게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칠 것이고, 따라서 조씨 가문의 사업도 망할 것이다. 이를 본 유지훈은 더 기뻐하면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얼른 안 꺼지냐?"유지훈이 혼자라면 사지가 튼튼한 조동민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씨 가문은 유씨 가문만큼 강하지 않아서 조동민은 그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조동민은 이를 악물고 자리를 떠났다.조동민이 사라지자 유지훈은 박예찬 앞으로 다가왔다. "박예찬, 내가 너를 봐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마, 지금 당장 네 동생 대신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용서해 줄게." 유지훈도 원래는 남들처럼 평범한 아이였지만 말과 행동 모두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전에 최현아와 유성혁이 해외 출장을 갔을 때만 해도 유지훈은 아주 정직하고 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던 아이였다. 부모님이 돌아온 후부터 이렇듯 오만하고 거만해졌다. 박예찬은 그를 상대하기도 귀찮아 무시하고 떠나려 했다. 그러자 유성혁이 그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정말 사과 안 할 거야? 우리 엄마는 이미 학교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셨어.앞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22화

    단톡방에는 엄마들의 비난과 저주로 가득했다. 박민정은 이들이 올린 악의가 가득한 문자를 읽어 보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당장 유치원에 가서 상황을 알아 보기로 결심하였다. 박예찬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윤우야, 엄마는 형 유치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윤우는 아빠랑 같이 유치원에 가. 알겠지?" 박민정은 허리를 굽혀 박윤우에게 말했다. 박윤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엄마, 형한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지?""응,아니야. 그냥 형 선생님이 엄마를 부르셔서 가는 것일 뿐이야." 박민정은 박윤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박윤우는 엄마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니라면 선생님이 왜 엄마에게 유치원으로 오라고 했겠는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에게 말해주기가 꺼렸던 것이다. "알겠어, 그럼 아빠랑 함께 갈게, 잘 다녀와." "응, 너도 잘 다녀와." 박민정은 아이와 남편이 함께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서다희는 이미 도착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나타난 크고 작은 존재는 눈에 확 띄었다."대표님, 도련님." 운전기사는 두 사람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박윤우와 유남준은 함께 차에 올랐다. 서다희는 조수석에 앉아 박윤우에게 새 유치원에 관한 주의사항을 몇 가지 알려주었다.그들이 탄 차 뒤로 여러 대의 경호 차량이 따라붙고 있었기에 박윤우의 안전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박윤우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두 눈은 기대로 반짝이고 있었다. "비록 형과 같은 유치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요." 아이의 말에 서다희는 당황했다."같은 유치원으로 다니게 해드릴 수 있..." 이때 유남준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지금 가는 유치원이 더 좋아.""네." 박윤우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내 유남준에게 말했다."아빠, 제 생각엔 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아빠도 형한테 가보

Bab terbaru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0화

    “엄마, 아빠랑 이혼 잘하셨어요.”유남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유남준 앞을 지나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번에도 졌네.”유남준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유남우는 사실 그가 어떻게 반격할지 걱정되기보다 이번에도 졌다는 게 더 분통했다.밖으로 나온 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라도 걸고 싶었지만 딱히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연락처를 훑어보다가 홍주영에서 멈칫하더니 결국에는 통화버튼을 누르지도 못한 채 핸드폰을 다시 꺼야 했다.실내 안.거실은 유난히 조용했고 유지욱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남우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였는데.”고영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가 말하는 ‘예전’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고영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모습에 유지욱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아니에요.”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 달은 될수록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그리고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시 가서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아요.”고영란은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이혼하고 싶은데 지금 이혼하려면 한 달씩이나 기다려야 했다.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한 달 동안에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좀 생각해 보고요.”말을 마친 뒤 유지욱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한편.박씨 가문의 옛 저택.박민정은 유남준이 너무 걱정되어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비록 서다희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에 박민정이 다급히 차창 밖을 내다보니 유남준의 차도 마침 도착해 있었다.박민정은 빠르게 차에서 내린 뒤 유남준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괜찮아요?”그러자 유남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당연하지, 다희가 나 괜찮을 거라고 알려줬잖아.”박민정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9화

    유석진의 입에서 갑자기 자기 둘째 아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영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또한 왜 두 아들 사이에 지금 저런 모순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유남준도 괜히 고영란이 중간에서 난처하게 된 것 같아 일부러 유남우를 빤히 바라보며 유석진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에요. 큰아빠가 아무리 남우랑 같이 벌인 일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별로 무겁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위협감이 느껴졌다.순간 유석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때, 그의 며느리인 최현아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끼어들었다.“남준 씨, 그래도 한 가족인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유성혁도 한마디 거들었다.“남준아, 우리도 잘못했단 걸 알고 있어. 아버지가 이제 연세도 많아서 상황판단이 안 될 때가 많아.”유석진도 사실 지금 자존심을 부려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말해주면 내가 다 들어줄게.”사실 유남준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금방 인수한 시내 중심에 있는 그 건물을 저한테 넘겨주세요.”그 땅은 유명훈의 땅이고 죽기 전 유석진에게 물려준 유산인데 지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유석진이 이 땅의 주인이 됨으로써 그곳의 상권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었는데 나중에 아무 건축물을 세워 올려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안되지!”역시나 유석진이 단번에 거절했다.그가 오랫동안 눈독 들였던 땅이었는데 유명훈이 죽어도 물려주지 않으려 해서 여태껏 애를 먹고 있었다가 이제 겨우 손에 들어온 땅이고 또 자기만의 계획이 따로 있었다.“그러면 조만간 IM 그룹의 변호사를 만나셔야겠네요.”유남준은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유석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안 도우미에게 외쳤다.“모셔다드려!”그렇게 도우미들은 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고 거실에는 유남준 가족들만이 남게 되었다.유지욱과 고영란은 눈앞의 두 아들에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8화

    유남준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유석진 가족들은 조용히 자축하고 있었다.최현아도 너무 기뻐했지만 유독 유성혁만 우울한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아빠, 그래도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꼭 이래야 할까요? 남준이가 잡혀가도 우리한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그리고 만약 다시 풀려나서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그러자 유석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왜 쓸데없는 일을 벌써 걱정하고 그래? 간이 그리도 콩알만 해서 큰일 하겠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유성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다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유지훈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는 할아버지가 한 행동이 맞다고 봐요. 사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유석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웃었다.“하하, 역시 우리 손자가 똑똑하다니까. 네 말이 맞아. 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일 순위여야 해. 절대 네 바보 같은 아빠를 닮아서는 안 된다.”그러자 유지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저도 알고 있어요.”그리고 유석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들은 너무 일찍 기뻐했던 게 오후가 되자마자 유남준은 바로 풀려났다.그길로 옛 저택으로 오게 되었고 동시에 유석진네 식구들과 유남우를 전부 집으로 불러 모았다.이 시각, 유지욱도 마침 그곳에 있다가 눈앞의 상황에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남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아빠, 제가 지금부터 저 사람들의 실체에 대해 다 밝히려고요.”그리고 서다희가 한 무더기의 자료와 증명서를 건네주자마자 그는 유석진네 식구들에게 뿌려줬다.종이들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유석진은 그중 한 장을 주워 읽어보고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말했다.“남준아, 다 오해야.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그러자 유남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우리 회사에 심어둔 사람들을 제가 다 데려올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7화

    유남준은 사실 진작에 유남우와 유석진 쪽에 사람들을 붙여서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얼 하려는지 궁금해서 일단 내버려두고 있었다.이튿날, IM 그룹으로 세무국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서다희가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대표님을 감옥에 보내려고 아주 별짓을 다 하네요. 이런다고 그 사람들한테 득이 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특히 유남우는 왜 자기 친형을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사해 보니 역시나 회사 장부에 문제가 있었고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돌렸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가짜 장부들이었다.그렇다고 해도 유남준은 회사 법인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연행되었다.가면서도 서다희에게 당부했다.“민정이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서다희는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뉴스에서 하루 종일 보도될 예정이라 아마 얼마 안 돼서 알게 될 것이다.역시나 박민정은 출근길에 그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때, 고영란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민정아, 남준이한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그러나 박민정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저도 방금 기사를 봐서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당장 다희 씨한테 전화해 볼 테니까 어머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래.”고영란은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유지욱과 이혼하겠다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서다희는 빠르게 박민정에게 전화해서 유남준이 시킨 대로 알려줬고 모든 일은 다 대비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때 서다희가 한마디 더 했다.“그런데 이 일은 절대 고영란 사모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알겠어요.”어쩌면 유남우 귀에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6화

    “지금, 이 나이니까 더 이혼하자는 거예요. 굳이 남은 인생을 당신한테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고영란은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에 들어갔다.그러나 유지욱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다가 문득 여태껏 이혼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술부리는 원인이 분명 아버지 재산 때문인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이튿날.유명훈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박민정의 친구들도 모두 오게 되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손연서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최현아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한쪽에서 사람들과 유명훈의 유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욱과 고영란 두 사람 사이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렇게 유명훈의 장례는 총 3일 동안 진행 후 끝났다.고영란은 담담한 얼굴로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유남우에게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이만 갈라서려고 해.”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던 유지욱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그는 원래 유명훈의 장례가 끝나면 계속해서 여행이나 다니려고 했었는데 뜬금없이 고영란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게 되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일시적으로 심술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지금 애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이혼하려고?”“네.”고영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지금 당장 법원에 갑시다.”고영란은 지금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유지욱도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 단번에 그러자고 하더니 두 사람은 법원으로 출발했고 두 아들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자식들도 이미 다 컸고 자기 혼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돌아가는 차 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5화

    고영란도 유석진의 고함에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여태껏 모든 집안일을 아내한테 떠넘긴 채, 홀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유지욱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한 사람에 대한 단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실망감이 천천히 쌓이면서 식어가는 것이다.보아하니 오늘 저녁에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유지욱이 도착해보니 유씨 가문의 모든 친척이 다 모여있었다.그리고 이미 상복으로 갈아입은 고영란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고영란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말해주지 않았다고요? 한 달 전에 전 분명히 아버님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와서 회사 일 좀 도와드리라고 귀띔해 줬어요.”“난 네가 우리 아버지 재산 때문에 나더러 오라는 줄 알았지.”유지욱의 말에 고영란은 큰 충격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가 다시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유지욱 씨, 정말 어이없네요. 맞아요, 제가 빨리 돌아오라고 했던 원인이 아버님의 재산이 조금이라도 공평하게 지욱 씨한테도 나눠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그 재산이 전부 아주버님한테 넘어갔네요?” 그러나 유지욱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이었다.“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왜 그래? 우리가 모두 한 식구인데 주면 줬지.”유지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그리고 유석진과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고영란은 제대로 마음이 상했다.박민정도 손자며느리로서 유남준과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우연히 시부모님이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사실 유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시아버지인 유지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지욱은 젊었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집안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매일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여 유지욱과 고영란은 1년 중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남준 씨, 가서 어머님 좀 위로해 주세요.”여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4화

    유남준의 아버지, 유지욱은 계속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없었다.그러자 고영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지욱 씨는 지금 당장 오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방금 비행기 탔다고 했으니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유석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러면 지욱이가 도착하고 나서 다시 말할 테니까 외부인은 참견하지 말아요.”순간 고영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는데도 제가 아직 외부인인가요? 저는 오늘 아버님께서는 왜 그리도 자식들을 편애하시지 꼭 물어봐야겠어요!”“제 아들들이 능력이 뛰어나면 이런 불공평한 대우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여태껏 유명훈은 많은 주식을 갖고 있었다.비록 유남준이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명훈의 지분이 그대로 유석진네로 넘어가게 되면 유남준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더구나 유남우도 그의 재산이 필요한데 말이다!게다가 유명훈은 오랜 세월 동안 주식 말고도 분명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텐데 그 돈마저 전부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고영란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유석진은 유명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여태껏 지욱이를 잘 붙잡아 두지 못한 제수 씨를 탓해야죠! 지욱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어요!” 고영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엄마, 그만해요.”여태껏 유명훈이 유석진네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그이기에 지금 아무리 그와 말싸움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유남우도 불쾌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형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싸울 필요 없어요.”이 시각, 침대에 누워있던 유명훈은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헐떡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도 눈앞에서 자식들이 자기 재산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지욱이...”그는 힘겹게 유지욱을 불렀다.유지욱은 평소에도 그의 말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3화

    최현아는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민정은 그저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러자 그녀는 뻘쭘해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일은 무슨, 윤소현이 드디어 판결받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왔지.”박민정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최현아와 그의 시아버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왠지 그럴수록 더 수상했다.“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박민정이 뒤돌아서니 역시나 최현아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부여잡았다.“민정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박민정은 이제 와서 한 식구라는 그녀의 말이 그저 가소로웠다.“도대체 할 말이 뭔가요?”그리고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최근에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동서랑 남준 씨가 그립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고 싶은가 봐. 혹시 오늘 밤 할아버지 뵈러 같이 가지 않을래?”최현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사실 박민정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도 아마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네, 알겠어요.” 최현아는 그제야 박민정의 팔을 놓아줬지만 그녀가 떠나가자마자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껏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재수 없는 것, 운발로 지금 자리에 올라앉은 주제에.” 차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박민정한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주식이랑 모든 돈을 너한테 넘길 수 있도록 잘 구슬리는 거야.”그러자 최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나도 알아, 저번에 이미 할아버지랑 말해봤다니까? 유남준 씨랑 민정이는 괜히 고고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라 우리 쪽에 전부 몰리게 되어있긴 한데, 난 지금 성혁 씨 얼굴만 봐도 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2화

    조하랑은 그제야 화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왜 저 여자한테 찾아갔어요?”“당연히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죠. 그리고 이지원에 대해 정신감정도 의뢰했거든요. 만약 진짜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다 쇼하는 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요.”김인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다가 조하랑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지원이한테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하랑 씨도 잘 알잖아요. 만약 저를 구해줬던 사람이 형수님이었단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절대 그 애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지금은 그저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 받았으면 좋겠고요.”조하랑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인우 씨가 또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린다고만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에 김인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참고 되물었다.“하랑 씨,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조하랑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누,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그저 저를 배신한 인우 씨한테 화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나한테 실망했을 뿐이라고요!”“알겠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의사도 임산부가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 좋다고 말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는 다정하게 조하랑을 품에 안았는데 순간 그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당연히 김인우도 눈치채고는 빠르게 물었다.“왜요, 부끄러워요?”“그, 그럴 리가요...”조하랑은 말까지 더듬으며 애써 덤덤한 척했다.“저도 안을 줄 알거든요?”그리고 똑같이 김인우를 꼭 안아줬는데 이번에는 김인우가 속으로 움찔했다.추운 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줬는데 거리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멈춰졌다 가곤 했다.조하랑도 어느새 그걸 느꼈는지 재빨리 김인우를 밀쳐냈다.“됐어요. 이제 병실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인우 씨도 그만 돌아가요.”“저랑 같이 안 가고요?”김인우의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