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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Author: 금붕어
앞뒤가 없는 그 한마디를 최수빈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도 못했고 굳이 따져 묻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하던 일에 다시 집중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려운이 다가와 작은 약병 하나를 내밀었다.

“대표님이 주신 겁니다.”

그가 말만 남기고 돌아서려 했지만 최수빈이 눈을 내리깔며 짧게 말했다.

“잠시만요.”

맑고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묘하게 압박감이 있었다.

려운의 걸음이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왜요?”

“가져가요.”

최수빈은 시선을 들며 말했다.

“정말 미안하다면 주 대표님더러 직접 와서 사과하라고 해요. 저는 이런 애매한 보상 따위는 받지 않으니까.”

말끝이 차가웠다.

마치 이혼 후에도 그는 여전히 자기에게 ‘시혜’라도 베푸는 듯해 역겨웠다.

최수빈은 더 이상 주민혁과 아무런 연관도 맺고 싶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의미 모호한 이런 물건을 내가 왜 받아야 하는데? 그 사람이 준다고 해서 내가 무조건 받아야 하나? 내가 불쌍해 보이나?’

이에 몸이 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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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73화

    그의 숨결이 최수빈의 목덜미를 스쳤다. 따뜻한 기운 속에 짙은 피비린내가 함께 섞여 감돌았다.“애초에 한패야. 거기서 거기지.”최수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핸들을 움켜쥔 손가락은 어느새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07전투기 프로젝트... 그게, 그때의 진실이랑 연결돼 있어.”주민혁의 목소리는 바람과 눈에 휩쓸려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처럼 점점 가늘어졌다.“묻혀 있던 일들이... 이제 하나둘 드러나고 있어. 그 사람들도 위협을 느낀 거야... 그리고 최수빈, 너도.”그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남은 힘을 쥐어짜 내듯 더욱 진지하게 말했다.“그 사람들이 가장 탐내는 건 처음부터 기술 인재였으니까.”최수빈은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냉기가 훑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식어 붙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와 주민혁은 누군가의 도마 위에 올려진 먹잇감이었던 것이다.그때, 등 뒤 어딘가가 유난히 뜨거웠다.그건 체온 같은 게 아니었다. 옷감 너머로 스며드는 데일 듯한 뜨거움. 끈적하고도 섬뜩한 열기가 몸을 타고 퍼졌다.가슴이 서늘해지며 최수빈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미친 듯이 번졌다.떨리는 손으로 한 손을 뒤로 뻗었다.손끝에 닿은 건 축축하고 뜨거운 액체였다. 손을 들어 보니 새빨간 피가 선명하게 번져 있었다.“민혁 씨!”최수빈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뒤의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에는 완전히 힘이 풀렸고 그의 몸 전체가 그녀의 등에 무겁게 기댔다.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 최수빈은 하마터면 핸들을 놓칠 뻔했다.이를 악물고 가까스로 차체를 붙잡았으나 끝내 눈물이 쏟아졌고 시야는 금세 흐려졌다.그때 뒤쪽에서 추격자들의 확성기 소리가 눈보라를 뚫고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최수빈! 더 못 도망치니까 그만 멈춰! 지금 안 멈추면 오늘이 주민혁의 제삿날이 될 거야! 설령 도망친다 해도 소용없어! 그 사람 총에 맞았거든. 오래 못 버텨! 지금 멈추면 아직 우리한테 쓸모가 있을 거야. 여기 최고의 의료진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72화

    “최수빈...”사포에 갈린 듯 거칠고 쉰 주민혁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숨소리는 어찌나 희미한지 눈보라에 그대로 삼켜질 것만 같았다.“이번 생에 너를 만나서... 후회는 없어.”그 한마디에 최수빈은 누군가에게 심장이 세게 움켜쥐어진 듯 숨이 막혀올 정도로 아팠다.이를 악문 그녀는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추격자들도, 머릿속에 스치는 최악의 상황도 전부 애써 떨쳐내고는 코끝이 찡해진 채 겨우 말을 내뱉었다.“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에요. 여기서 빠져나가고 나서... 그때 몇 번이고 해요. 다 들어줄 테니까.”그녀는 스로틀을 끝까지 비틀었다. 그러자 스노모빌이 속도를 확 끌어 올리며 눈 위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내달렸다.하지만 추격자들은 여전히 바짝 붙어 있었다. 그때, 선두에 선 사람의 고함이 또렷하게 들려왔다.“주 대표님,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나 봅시다!”최수빈은 이를 악물었다. 손바닥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핸들을 쥔 힘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이제 바로 앞이 얼음 숲이야. 저 복잡한 숲속으로만 들어가면 아직 기회는 있어.’그 순간, 뒤에서 낮게 비웃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선두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서로 단단히 묶여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입꼬리에는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손에는 검은 권총이 들려 있었는데 눈에서 반사된 빛을 받아 차갑게 번들거리는 총구가 그들을 겨눴다.“탕!”총성이 눈보라를 가르며 터져 나왔다.최수빈의 몸은 순간 굳어버렸다. 심장이 그대로 얼음 속으로 가라앉은 듯, 속까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탄환의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죽음이 그대로 달려오는 소리였다.‘총까지... 가지고 있다고?’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온몸이 서늘하게 식으며 손끝과 발끝이 미세하게 떨렸다.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에 다시금 힘이 더해지더니 주민혁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해외라서... 합법이야...”말이 끝나자마자, 또 한 번 ‘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71화

    최수빈은 핸들을 꽉 쥔 채 눈보라에 흐릿해진 앞길을 지그시 응시했다. 등 뒤로는 주민혁의 체온이 또렷하게 전해졌다.그는 최수빈의 뒤에 앉아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귓가에는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추격자들의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그 고함은 눈보라를 타고 날아와 귀를 찢을 듯 날카롭게 파고들었다.“저 사람들, 분명 우릴 노리고 온 거예요!”최수빈의 목소리는 바람에 휘날려 다소 떨렸다.“돌아가서 스노모빌 찾아왔는데 혹시 길 알아요? 빨리 방향 알려줘요.”허리를 감싼 힘이 살짝 느슨해졌다.곧 주민혁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닿았는데 마치 바람 속에서 꺼져가는 촛불처럼 희미했다.며칠째 이어진 고열과 도망치는 동안의 에너지 소모로, 그는 이미 기력을 거의 다 잃은 상태였다. 때문에 지금은 말을 꺼내는 것조차 온 힘을 쥐어짜 내야 했다.“남서쪽으로. 거기 얼음 숲이 있어... 지형이 복잡해서 따돌릴 수 있어.”최수빈이 대답하려는 순간,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이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점점 힘이 빠지고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이마가 힘없이 그녀의 등에 기대왔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울컥하며 공포가 치밀어 올랐다.“민혁 씨, 잠들면 안 돼요! 버텨요!”하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창백한 입술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주민혁의 숨결이 최수빈의 목덜미를 스쳤다.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식어가는 기운이 섞여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거의 사라질 듯한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잘 들어... 잠시 후에... 내가 진짜 못 버틸 것 같으면... 억지로 데리고 가지 말고 너 먼저 가...”“닥쳐요!”최수빈의 목소리톤이 훅 높아졌다.눈앞에는 온통 새하얀 설원뿐, 방향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를 악문 그녀는 한 손을 떼어 배낭 옆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 둔 등산용 로프를 꺼냈다.거칠고 단단한 촉감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오히려 마음을 다잡게 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70화

    “시간 없어!”주민혁이 이를 악물며 다시 최수빈의 손을 움켜쥐었다. 뼈를 으스러뜨릴 만큼 강한 힘이었다.“내 말 듣고 넌 빙하 틈 쪽으로 뛰어. 나는 놈들을 유인할게. 꼭 살아남아야 해. 그리고... 반드시 이 소식을 전해야 해.”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망설임 없이 최수빈을 옆 갈림길 쪽으로 밀어냈다.“뛰어!”낮게 터져 나온 그 한마디가 고막을 울릴 만큼 거칠게 울렸다.최수빈은 휘청이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눈앞에서 주민혁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달려나갔다.눈보라 속에서 그의 뒷모습은 점점 작아졌지만 끝까지 곧게 서 있었다.“민혁 씨!”가슴이 찢어질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지만 소리는 바람과 눈 속에 그대로 삼켜졌다.눈물이 시야를 흐렸다.손전등 빛들이 하나둘 그가 달려간 방향으로 쏠렸고 추격하는 소리도 점점 멀어졌다.최수빈은 그 자리에 선 채 온몸을 떨었다.눈물과 눈송이가 함께 뒤섞여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탓에 차갑고도 아렸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의 선택을 헛되이 만들어선 안 된다는 걸.그래서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최수빈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돌려 빙하 틈 쪽으로 달려나갔다.눈보라에 섞인 얼음 조각이 얼굴을 후려쳐 살을 에는 듯한 통증이 쏟아졌다.그런데 얼마 못 가, 최수빈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기지에 스노모빌이 있었지?’이미 주민혁은 사람들을 반대 방향으로 유인해버린 상황, 지금 돌아가 차를 가져온다면 그를 태우고 함께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이게 두 사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최수빈은 이를 악물었다.그리고 방향을 틀어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다시 기지 쪽으로 내달렸다.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을 헤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시야는 흐려졌으므로 오직 기억에 의지해 방향을 잡아야 했다. 마침내 희미하게 기지의 윤곽이 눈앞에 드러났다.최수빈은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춘 채 벽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고는 주변을 꼼꼼히 살피며 인기척이 없는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69화

    주민혁은 차가운 손으로도 흔들림 없이 최수빈의 손을 꽉 붙잡은 채, 그녀를 이끌고 눈밭 위를 미친 듯이 달렸다.매서운 바람이 칼날처럼 얼굴을 후려쳤고 눈송이는 시야를 가려 앞에는 그저 희뿌연 설원만 어렴풋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잘 들어.”주민혁이 낮게 말했다.“조금 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너하고 따로 움직일 거야. 내가 놈들을 유인할 테니 너는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가. 그리고 칩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야 해. 과학기술원 쪽에도 반드시 연락하고.”최수빈은 비틀거리면서도 주민혁의 걸음을 따라붙다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짙은 어둠 속에서 드러난 남자의 옆얼굴은 차갑고 단호했으나 표정은 소름 끼칠 만큼 침착했다.마치 이런 상황을, 이런 결정을, 그는 이미 마음속에서 수없이 되짚어본 사람 같았다.최수빈의 가슴속으로 서늘한 기운이 번져 들어왔다. 끝내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 사람들은 민혁 씨 때문에 온 거예요, 아니면 나 때문에 온 거예요?”애초에 기지 사람들은 이미 철수한 상태였고 남아 있는 물자라고 해봤자 누가 목숨을 걸고 노릴 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때문에 이 눈보라를 뚫고 끝까지 쫓아왔다는 건 분명 사람을 노리고 왔다는 뜻이었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주민혁은 그녀의 시선을 피한 채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내 손 놓치지 말고 따라와.”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사람 수도 많고 준비도 철저해. 조금만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올 거야. 거기서 넌 빙하 틈 쪽으로 들어가. 그쪽은 지형이 복잡해서 쉽게 못 찾을 거거든. 나는 놈들을 다른 쪽으로 유인할 거야.”최수빈의 목소리가 떨렸다.“우리 둘 중 하나는 꼭 희생돼야만 하는 거예요?”가슴 한가운데가 무언가에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아팠다.그녀는 주민혁의 창백한 옆얼굴을 바라봤다. 달리는 내내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의 몸을 보자 가슴이 미어졌다.‘몸도 아직 다 회복하지 않았으면서... 걷는 것조차 완전히 힘이 실리지 않는데 저런 무서운 사람들을 상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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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302화

    잔잔하던 연회장은 어느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고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박하린에게 향해 있었다.누가 봐도 부러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눈빛이었다.주민혁이 등장하자 자연스레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그는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다.어느 자리에서든 중심에 서는 남자.그 틈에서 박하린이 고개를 돌렸고 시선이 정확히 한곳에 멈췄다.최수빈.입꼬리를 살짝 올린 박하린은 잔을 들고 사람들의 시선을 등에 업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이내 그녀는 최수빈 앞에 멈춰 섰고 잔을 흔들며 부드럽게 말했다.“혹시 저 때문에 불편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2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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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296화

    너무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이 앞에서는 마치 옷 한 벌 걸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심종연이 어깨에 조심스레 숄을 걸쳐주자 최수빈은 감사 인사를 건넸다.이 장면은 고스란히 남이준의 시야에 들어왔다.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그제야 이해가 갔다.그가 그토록 정성을 들여 작성한 협력 제안서가 천공 연구원에게 거절당한 이유를 말이다.이미 적합한 인맥을 확보하고 있었으니 자신들을 거절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심종연과 연결 고리를 맺었다면 성안 측을 내칠 이유는 충분했다.“뭘 그렇게 보고 있어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3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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