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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Author: 금붕어
최수빈이 막말을 꺼내려던 순간, 주예린이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아이를 바라보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 전 어른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는 주예린의 나이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속에 흐르는 감정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 예린아. 할머니가 그냥 화가 나서 그런 거야. 신경 쓰지 마.”

그러자 주예린은 입술을 깨물며 작게 물었다.

“그런데... 할머니 화가 많이 난 것 같아요. 이제 엄마 안 괴롭히겠죠?”

“그럴 일 없을 거야.”

오늘 일은 단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진서령의 거만하고 지시하는듯한 태도는 모두 최수빈이 순순히 따르는 걸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으니 분노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수빈은 그 일로 화를 내지 않았다.

주씨 가문 사람들과는 이제 다시 마주칠 일도 거의 없을 테니 굳이 감정 낭비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잠깐 불쾌하고 조금 짜증이 남았을 뿐이었다.

“오늘 그 사람들 때문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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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34화

    최수빈은 더 많이 묻지 않고 그저 작게 ‘네’하고 대답한 뒤, 두 팔로 주민혁의 허리를 감싸고 자신의 얼굴을 그의 어깨에 기댔다.자신의 판단을 믿는 만큼 그녀는 주민혁을 믿었다.그때 뒤에서 또 한 번 거센 충격이 전해졌다. 차체가 크게 휘청였고 상대 차량은 이제 거의 바로 뒤까지 따라붙어 있었다.“꽉 잡아.”주민혁이 낮게 말하며 눈앞의 급커브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차는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라 거센 바람 소리와 타이어가 노면을 긁는 소리, 엔진 굉음이 뒤엉켜 귓가를 때렸다.커브가 가까워질수록 뒤따르던 차량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듯 속도를 더 끌어올렸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금방이라도 그들의 차 뒤편을 집어삼킬 듯 바짝 붙었다.때를 놓치지 않고 주민혁은 옆문을 거칠게 밀어 연 뒤 최수빈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자신의 등으로 그녀를 완전히 감싸 보호한 채 몸을 앞으로 던지려는 것이었다.곧 그들은 달리는 차에서 그대로 뛰어내렸고 순간 몸이 허공에 붕 뜨는 느낌이 덮쳐 왔다.최수빈은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와중에도 자신이 주민혁의 품에 단단히 안겨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그의 넓은 등과 두 팔은 그녀를 완전히 감싸 안고 있었다.땅에 부딪히는 충격도, 거친 돌과 나뭇가지에 쓸리는 고통도 모두 주민혁이 대신 받아낸 것이다.두 사람은 두껍게 쌓인 솔잎과 풀숲 위로 떨어진 뒤 십여 바퀴를 연달아 굴렀다. 그 과정에서 충격이 조금씩 줄어들었다.마지막 순간, 주민혁은 한쪽 팔로 땅을 짚으며 억지로 몸을 멈춰 세웠다. 최수빈은 끝까지 자신의 몸 아래 안전하게 감싼 채였다. 그러나 그 대신 주민혁의 몸은 그대로 나무줄기에 세게 부딪혔다.“윽.”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괜찮아요?”최수빈이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침착하려 애썼지만 목소리 끝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괜찮아.”주민혁은 몸을 일으키자마자 최수빈부터 빠르게 살피더니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 정작 자신의 팔꿈치와 옆구리 곳곳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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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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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30화

    말을 마친 강지안은 가차 없이 몸을 돌려 나갔다.문이 가볍게 닫히고, 가냘프지만 곧게 뻗은 뒷모습은 단 한 번의 뒤 돌아봄도,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장성훈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공기 중에는 여전히 그녀에게서 풍기던 은은한 비누 향이 맴돌았지만, 방안은 이미 차갑게 비어 있었다.그녀는 너무나 매정하게 떠나갔다.장성훈은 여전히 제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쫓아가지도 않았고 붙잡기 위한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그러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럴 수 없었다.엘리아스는 바다로 뛰어들어 도주했고 아직도 잡지 못했으니까.부두에서의 작전은 성공한 듯 보였지만, 실상은 적들의 화물 한배기와 꼬리 몇 개를 잘라냈을 뿐 진짜 핵심 조직망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음침하고 집요하며 보복에 미쳐 날뛰는 엘리아스가 이번에 큰 손해를 입은 만큼, 반드시 피의 보복을 감행하며 그와 주민혁의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분풀이하려 들 터였다.강지안, 그리고 최수빈.두 사람은 적들에게 가장 손쉬운 타깃이자 그들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그녀를 위험에서 멀어지게 묶어두는 것도 보호였으나, 차라리 제 곁에서 떠나보내는 것이 더 깊은 보호책이었다.장성훈은 천천히 손을 들어 침대 시트 위의 얕게 파인 흔적을 매만졌다.방금 전 그녀가 앉아 기다리던 자리였다.천 조각에 남아 있던 미약한 체온은 새벽의 서늘함에 속절없이 집어 삼켜졌다.장성훈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고 목구멍이 거칠게 들썩였다.“강지안...”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그 이름은 처량할 정도로 잠겨 있었고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미세한 떨림이 묻어났다.장성훈은 곧 눈을 뜨고는 인이어를 누른 뒤, 냉철하고 단호하게 명령했다.“명우야, 부하 두 사람을 데리고 아가씨가 도심으로 돌아가는 길을 은밀하게 엄호해. 밀착하지 말고 정체도 절대 드러내지 마. 너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타면 너희는 보조 도로로 뒤따라가고, 아가씨가 차를 세우고 쉬어가면 너희는 외곽 경계를 서. 이동하는 동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29화

    장성훈의 온몸이 순간 돌처럼 굳어버렸고 물컵을 쥐고 있던 그의 손가락 끝이 허옇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갔다.그가 다급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주시했다.“방금 무슨 말이세요?”갈라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거칠고 메말라 있었다. 오랫동안 말을 잃었던 사람처럼 매 음절이 힘겹고 팍팍하게 긁혀 나왔다.강지안은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 눈앞의 텅 빈 탁자만을 응시하며 평온한 태도를 유지했다.“저 돌아가겠다고요. 여기 일은 성훈 씨 일이고 저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니까, 전 이만 가봐야겠어요.”한 음절 한 음절이 또렷하고 서늘했다. 어떤 감정의 요동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 말속에는 실낱같은 미련조차 묻어나지 않았다.장성훈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가슴속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아귀에 사정없이 내질러진 듯한 통증이 밀려와, 그는 제대로 숨조차 내쉴 수 없었다.“왜 갑자기 떠나겠다는 겁니까?”그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조여들었다.“이곳은 위험해요. 엘리아스도 아직 잡지 못했는데 지금 떠나는 건 안전하지 않습니다.”“안전하든 아니든, 그건 제 일이에요.”강지안이 마침내 눈을 들어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더는 절 보호하느라 애쓰지 않으셔도 돼요. 성훈 씨에겐 성훈 씨의 임무가 있고, 동료들이 있고 지켜야 할 전장과 큰 그림이 있잖아요. 더는 성훈 씨를 번거롭게 만들지 않을게요.”장성훈의 가슴이 욱신거렸다.“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그럼 무슨 뜻인데요?”강지안이 그의 말을 단숨에 가로채며 처음으로 그를 모질게 다그쳤다. 그녀는 옅은 자조를 담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성훈 씨는 말하지 않고 저는 묻지 않은 채 혼자 짐작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거, 이제 너무 지쳤어요. 저를 좋아한다는 거 다 보이고 마음속으로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성훈 씨는 말하지 않잖아요. 단 한마디도요. 저는 먼저 다가갈 수 있어요.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이 먼 곳까지 직접 찾아와서 밤새도록 기다려 줄 수도 있다고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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