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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금붕어
“앞으로 시후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저 말고 시후 아빠에게 연락하세요.”

최수빈은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

“저는 시후 엄마가 아니거든요.”

선생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최수빈과 주민혁이 부부싸움을 했고 최수빈이 단단히 화가 난 상태라 주시후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시후 어머님, 시후 지금 위급한 상황이에요. 화풀이할 때가 아니에요. 얼른 오세요.”

“시후 아빠 연락처 보내드릴게요.”

최수빈은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고 빠르게 주민혁의 연락처를 선생님에게 보내주었다.

육민성은 최수빈이 전화를 받을 때 자리를 피했다.

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육민성을 바라보았다. 육민성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창문 앞에 서서 바깥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수빈은 육민성에게 다가갔다.

“오늘 고마워요.”

“전화 다 했어?”

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였고 육민성은 진지한 얼굴로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빈아,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

최수빈은 덤덤히 웃었다.

“그러면 제 이력서가 통과할 수 있기를 기도해 주세요.”

511연구원은 지원자에 대한 요구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최수빈은 오랫동안 이 업계를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이력서가 통과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육민성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혹시 떨어지게 되면 내 비서로 고용할게.”

...

주민혁이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는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린이집 안에서 주시후는 온몸에 발진이 생긴 채로 보건실에 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

주시후는 오늘 오전부터 몸이 간지러운 걸 느꼈었는데 오후가 되자 얼굴 전체에 발진이 생겼다.

주예린은 주시후에게 발진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조금 걱정했다. 예전에 최수빈이 주시후의 체질이 상당히 특이하여 밤마다 약욕하지 않으면 온몸에 발진이 생긴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주예린은 작은 우산을 펴고 반에서부터 보건실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비바람이 워낙 거세다 보니 우산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몸이 비에 젖었다.

보건실에 도착하자 주시후는 주예린을 바라보며 화를 냈다.

“지금 내 꼴을 비웃으러 온 거지?”

“엄마가 그랬어. 오빠는 매일 약재로 목욕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발진이 생길 거라고 말이야. 선생님한테 그 얘기를 해야...”

“네가 뭔데 참견이야!”

주시후는 주예린의 말허리를 자르더니 주예린을 향해 옆에 놓인 컵을 던졌다.

“내 일에 신경 쓰지 마! 난 너 같은 거 보고 싶지 않다고!”

선생님이 서둘러 말렸다.

“주시후, 여동생을 때리면 안 돼.”

“쟤는 제 여동생이 아니에요. 다들 그랬어요. 쟤는 우리 주씨 집안이랑 아무 상관 없는 사생아라고요!”

당황한 주예린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눈물을 글썽였다.

“오빠, 계속 그러면 오빠는 엄마한테 버림받을 거야.”

“엄마가 날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엄마를 버리는 거야. 나도 아빠도 너랑 엄마가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아!”

주예린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부들부들 떨었고 선생님은 옆에서 두 사람을 말렸다.

주예린은 주시후가 걱정돼서 그를 보러 온 것인데 오히려 그에게 미움을 받았다. 주예린은 입술을 꽉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주민혁이 보건실에 도착했다.

주예린은 꽤 오랫동안 보건실에 있었으나 조금 전에 비를 맞아서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주예린은 구석에 있다가 아빠가 온 걸 보고 기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빠...”

그러나 주민혁이 아빠라고 부르는 걸 싫어한다는 걸 떠올린 주예린은 그를 다시 아저씨라고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주민혁이 오자마자 주시후가 더욱 큰 소리로 울었고 그탓에 주예린의 목소리가 묻혔다.

주시후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주민혁의 앞으로 달려가더니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빠, 저 지금 너무 못생겼어요. 몸도 아프고 가려워요.”

얼굴에도 몸에도 모두 발진이 생겼다. 만약 박하린이 이 모습을 본다면 그를 싫어할 것이다.

선생님은 오늘 주시후가 몇 번이나 설사했다고 말했고, 주민혁은 아들의 몸과 얼굴에 발진이 생긴 걸 보고 마음 아파했다.

그는 허리를 숙여 주시후를 안아 들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

“괜찮아. 아빠가 왔잖아. 아빠랑 같이 병원에 가보자.”

주예린은 주시후가 주민혁을 향해 애교부리며 투정 부리는 모습과 주민혁이 주시후를 안아주고 다정하게 위로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너무 서운했다.

주예린은 주민혁을 부르고 싶었으나 주민혁은 곧바로 주시후를 안고 보건실에서 나갔다.

주예린을 발견하지도 못한 듯했다.

주예린은 주시후를 안고 떠나는 주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코를 훌쩍였다.

“선생님, 저 추워요...”

...

주민혁은 주시후를 안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

비서가 뒤에서 그를 따르며 말했다.

“대표님, 아가씨도 한 번 살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이때 주시후가 주민혁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빠, 저 아파요...”

주민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무심하게 말했다.

“어린이집에 선생님들 있잖아. 내가 굳이 챙겨야 할 필요는 없어.”

비서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지금은 도련님의 상태가 더욱 중요했다.

최수빈은 육민성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금 선생님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예린이 어머님, 예린이가 비를 맞고 감기에 걸린 건지 고열을 앓고 있어요.”

최수빈은 그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마치 본능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지난 생에 주예린은 고열로 인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이번 생에 최수빈은 주민혁에게 이혼하자고 한 뒤 주예린을 데리고 떠났다. 또 한 번 삶의 기회를 얻게 됐는데도 딸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다시 한번 고열이라는 말을 듣게 되자 최수빈은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폭우를 뚫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 주예린은 보건실 침대에 누워 몸을 떨고 있었다.

“엄마...”

고열 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진 주예린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엄마. 오빠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보건실로 오다가 비를 맞았어요.”

“바보 같긴. 우리 예린이가 왜 사과를 해?”

최수빈은 눈가가 촉촉해졌다.

“앞으로는 시후 일에 절대 신경 쓰지 마. 알겠지?”

최수빈은 주예린이 주시후와 주민혁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걸 알았다. 주예린은 늘 아빠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최수빈 본인은 주민혁을 향한 마음을 접고 홀연히 떠날 수 있었지만 아빠의 사랑을 기대하는 딸의 마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까 아빠가 오빠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어요.”

주예린의 목소리에서 서운함이 느껴졌다.

최수빈은 주예린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았다. 주예린은 주민혁이 자신에게 눈길 한 번 주길, 말 한 번 걸어주길 바랐을 뿐이다.

주민혁이 말이라도 걸어주는 날이면 주예린은 하루 종일 기뻐했다.

최수빈은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아 딸을 안고 말했다.

“우리 착한 예린이. 엄마랑 같이 병원에 가자.”

은산의 어린이 병원.

의사 선생님은 최수빈에게 주예린이 원래부터 몸이 약하다고 했다.

지난 생에 주예린은 주민혁과 주시후를 기다리느라 늘 다 식은 음식을 먹어서 영양실조를 앓았다.

최수빈은 1년 전으로 돌아온 그날부터 주예린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었지만 원래 허약한 몸이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는 법이었다.

검진해 본 결과 단순 감기로 인한 고열이었다. 의사는 해열제를 먹은 뒤 집으로 돌아가서 경과를 지켜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생에 많은 일들을 겪은 최수빈은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선생님, 입원시켜 주세요. 이대로 집으로 데려가기에는 너무 불안해서요.”

최수빈은 비를 맞으며 어린이집으로 달려가서 온몸이 젖어 있었지만 본인은 신경 쓸 새도 없었다. 그녀는 입원 절차를 마친 뒤 주예린을 병실에 눕히고 약을 가지러 갔다.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VIP 병실을 지나치게 되었다.

“전부 엄마 탓이에요. 엄마가 우유 목욕을 안 해줘서 또 병이 난 거예요.”

병실 안에서 불만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린 이모, 제 새엄마가 돼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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