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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Author: 금붕어
최수빈은 그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날, 분명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말해 두었기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민혁은 최수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들렀어. 수술이 잘 되길 바라서.”

“고마워요.”

말투는 차가웠지만 그렇다고 그를 쫓아내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복도에 나란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간호사가 이성민의 병상을 밀고 나와 수술실로 향하자 이혜정이 급히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무서워하지 마.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성민은 이혜정과 최수빈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괜찮아. 두 사람도 걱정하지 마.”

주민혁에게도 잠시 시선이 머물렀지만 이성민은 복잡한 눈빛만 남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술실 문이 천천히 닫히고 최수빈과 이혜정은 복도 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렸다.

주민혁도 한쪽에 서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최수빈은 알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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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40화

    얼마 지나지 않아 교장이 허둥지둥 달려왔다.그는 안에 들어서자마자 주민혁을 향해 허리를 굽히며 억지웃음을 지었다.“주 대표님, 어쩐 일로 직접 오셨습니까? 이번 일은 저희 학교의 관리 소홀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엄중히 처리하겠습니다!”교장은 곧장 조백현을 바라보더니 표정을 굳히고 매섭게 꾸짖었다.“조백현! 감히 학교에서 친구를 괴롭히고 친구 가족까지 모욕해? 내일부터 등교 정지다. 집에서 네 잘못이 뭔지 똑똑히 반성해!”하경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뭐라 말하려 했지만 교장의 눈짓 하나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이미 판세가 기울었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여기서 더 난리를 피워 봤자 조씨 가문만 더 우스운 꼴이 될 뿐이었다.주민혁은 더 이상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율이와 주시후의 곁으로 다가가 두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최수빈을 향해 부드럽게 웃어보였다.“이제 괜찮아. 다 끝났어.”주민혁은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누가 너희를 괴롭히면 겁먹지 마. 오늘 둘 다 아주 잘했어.”교무실 안에 있던 하경선과 조백현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 뒤였다.선생님은 옆에 서서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했다.주민혁은 담담히 고개만 끄덕인 뒤, 최수빈의 손을 잡고 두 아이와 함께 천천히 교무실을 나섰다.학교 정문을 나서자 율이가 고개를 들어 주민혁을 바라보았다.“아빠, 아까 진짜 멋있었어요.”주민혁은 고개를 숙여 환하게 웃는 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눈매에는 어느새 차가운 기색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미소만이 남아 있었다.주시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남아 있던 두려움과 불안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밤, 신혼집.두 아이는 손을 꼭 잡고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곧 서재에서는 책장을 넘기는 자잘한 소리가 들려왔다.거실에는 주민혁과 최수빈만 마주 선 채 남아 있었다.그러다 주민혁이 먼저 다정하면서도 진지한 눈빛으로 최수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여기로 다시 들어와, 아무것도 변한 게 없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39화

    선생님은 아직 아이들의 가정 배경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그런데 눈앞에 주민혁이 나타나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입술을 한번 꾹 다문 뒤, 급히 앞으로 다가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두 분 오셨군요. 이 일은...”하지만 주민혁은 선생님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율이와 주시후에게 시선이 꽂혀 있었다.머리가 흐트러지고 얼굴에 먼지가 묻은 딸의 모습을 보자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이어 눈가가 붉어진 주시후와 아직 피가 배어 나오는 무릎 상처까지 보자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그는 최수빈의 손을 놓고 천천히 율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몸을 낮춰 쪼그려 앉은 뒤, 손으로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 주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빠한테 말해 봐. 무슨 일이야?”주민혁을 보자마자 율이는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와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아빠... 조백현이 시후를 괴롭혔어요. 매국노의 아들이라고 욕하고, 밀치고, 책도 밟았어요. 그래서 내가 막았는데, 나까지 때리려고 해서... 나도 때렸어요.”주시후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 먼저 밀친 건 저쪽이에요. 저를 욕하기도 했고요...”막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주시후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말을 다 듣고 나자 주민혁의 눈빛은 서서히 식어갔다.그는 몸을 일으켜 하경선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백현이 어머님, 맞으시죠?”하경선은 그의 시선에 괜히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억지로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주 대표님,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애가 말 몇 마디 했다고 해서 이렇게 때리는 건 아니죠! 우리 애 얼굴 좀 보세요. 이게 지금 사람 얼굴이에요?”하지만 주민혁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선생님을 향했다.“학교 교칙에, 학생이 동급생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것이 허용됩니까? 그리고 그에 대한 반격은 정당방위로 인정되나요?”선생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입을 떼려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38화

    조백현은 눈알을 굴리더니 문득 바닥에 흩어진 교과서들을 발견했다. 그래서 허리를 숙여 책 한 권을 집어 들더니 그대로 찢으려 했다.“찢지 마!”주시후가 다급하게 외치며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교과서를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그러나 조백현은 아이의 배를 걷어찼다.그 한 발길질에 완전히 폭발하고만 율이는 더 이상 자세고 뭐고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달려들어 조백현을 할퀴고 때렸다.얼굴에 금세 붉은 자국이 생기자 조백현은 아프다며 악을 써댔다. 옆에 있던 남자아이들도 당황해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율이가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바람에 오히려 뒷걸음질만 칠 뿐이었다.순식간에 모퉁이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었다.울음소리, 욕설, 비명이 뒤섞였고 결국 지나가던 선생님까지 달려왔다.그 광경에 얼굴이 새파래진 선생님은 황급히 달려와 뒤엉켜 있던 율이와 조백현을 떼어놓았다.상처 자국 남은 얼굴에 옷차림도 엉망이 된 채, 조백현은 눈물 콧물을 쏟으며 엉엉 울었다.율이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작은 얼굴에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그런데도 여전히 목을 빳빳이 세우고 조백현을 노려보는 것이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주시후는 옆에 서서 겁에 질린 얼굴로 율이의 옷자락을 꼭 붙잡고 있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선생님은 눈앞의 난장판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릴 만큼 화가 나 날카롭게 물었다.그러자 조백현은 더 크게 울며 율이와 주시후를 가리키고는 훌쩍거리며 고자질했다.“선생님! 쟤들이 절 때렸어요! 주시후가 매국노의 아들이라서 제가 몇 마디 한 것뿐인데, 율이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저를 때렸어요!”이에 선생님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그녀 역시 주시후의 사정과 조백현의 집안 배경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앞뒤 사정은 묻지도 않은 채 곧장 율이와 주시후를 향해 꾸짖었다.“무슨 일이 있었든 사람을 때린 건 잘못이야. 너희 둘, 부모님 학교로 오시라고 해!”...교무실.조백현의 어머니 하경선은 이미 소파에 앉아 있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37화

    고급 사립 초등학교.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은 신이 난 새떼처럼 교실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하지만 주시후만은 묵직한 책가방을 멘 채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푹 숙인 고개는 거의 옷깃 속에 파묻힐 듯했다.주씨 가문으로 돌아오고 최수빈에 의해 다시 이 학교에 다니게 된 뒤로 주시후는 친구들 사이에서 ‘범죄자의 아들’이 되어 있었다.예전처럼 곁을 맴돌며 비위를 맞추던 아이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수군거림과 노골적인 따돌림뿐이었다.주시후는 책가방 끈을 꽉 움켜쥐었다. 그저 이 지긋지긋한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그런데 본관 뒤쪽 모퉁이를 막 돌아선 순간, 키 큰 남학생 몇 명이 주시후의 앞을 가로막았다.앞장선 아이는 반에서 유명한, 일명 짱이라 불리는 조백현이였다. 아버지가 학교 이사라는 걸 믿고 평소에도 제멋대로 굴던 아이였다.사실 조백현은 오래전부터 주시후가 눈에 거슬렸었다. 다만 그동안은 심종연이 뒤에 있었기에 감히 건드리지 못했을 뿐이었다.‘이제야 기회가 왔네.’조백현은 양손을 허리에 얹고 위에서 내려다보듯 주시후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어이, 이게 누구야? 심씨 가문의 꼬마 매국노 아니야? 뭐야? 너희 아빠 감옥 갔는데도 학교는 나오네?”옆에 있던 남자아이들이 덩달아 키득거렸다. 귀를 찌르는 웃음소리가 바늘처럼 주시후의 귓속을 파고들었다.주시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지며 책가방 끈을 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뒷걸음질치면서도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그 사람... 내 아빠 아니야.”“아니긴 뭐가 아니야?”조백현이 갑자기 주시후를 세게 밀쳤다.그러자 주시후는 비틀거리며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다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책가방이 옆으로 떨어지고 교과서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하지만 조백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다가와 흩어진 교과서들을 밟으려 발을 드는 것이었다.“네 아빠가 매국노면 너도 똑같아. 너도 아무도 거둬 주지 않는 버려진 자식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36화

    송미연은 혐오감을 감추지 못한 채 한 걸음 물러나 태영숙의 손길을 피했다.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돈 없어요.”“돈이 없어? 누굴 속이려고!”태영숙의 얼굴이 순식간에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목소리까지 높아지자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쏠렸다.“육민성 대표랑 같이 지내면서 돈이 없다고? 송미연, 똑똑히 들어. 오늘 돈 안 주면 나 여기서 한 발짝도 안 움직여! 여기서 난리 칠 거라고. 네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년이라는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알 때까지!”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모습에 송미연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리고 막 받아치려던 순간, 곁에 있던 육민성이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송미연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그의 얼굴은 무서울 만큼 차가웠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이 곧장 송미연의 외할머니, 태영숙을 향했다.“자중하시죠. 미연 씨에게 돈이 있든 없든 어르신과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여기서 계속 소란 피우면, 시큐리티 불러서 내보낼 거예요.”태영숙은 육민성의 기세에 흠칫 놀라 목을 움츠렸다. 그러나 여전히 억울하다는 듯 악을 썼다.“네가 뭔데? 내가 내 외손녀랑 얘기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제가 이 사람 남편입니다.”육민성은 송미연의 어깨를 감싸안았다.“제 아내의 일은 곧 제 일이죠. 계속 억지 부리시면 다음에는 제 변호사를 상대하게 될 겁니다.”그 말에 태영숙의 얼굴이 완전히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육민성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그리고 ‘변호사’라는 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태영숙은 육민성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더니 결국 더는 행패를 부리지 못했다. 그저 송미연을 매섭게 노려본 뒤, 욕을 중얼거리며 돌아서서 가버릴 뿐이었다.태영숙의 모습이 인파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잔뜩 굳어 있던 송미연의 몸이 천천히 풀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육민성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고마워하는 기색이 옅게 담겨 있었다.“오늘 고마웠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35화

    예전에는 육민성과 송미연, 두 사람 모두 주민혁을 좋게 보지 않았었다.차갑고 고집 세고 최수빈을 곁에 붙잡아 두고는 겉으로는 호화로운 삶을 누리게 해주면서도, 그 뒤에 수없이 많은 상처와 눈물을 안겨주었으니 말이다.그런데 지금 저토록 초조해하며 최수빈을 챙기는 모습,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 기대고 있는 최수빈의 눈빛을 보니...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감정이라는 건 결국 당사자들만 아는 법이었다.최수빈이 다시 주민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친구인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조용히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뿐이었다.검사는 금방 끝났다.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고 가벼운 뇌진탕 증세만 있어 이틀 정도 입원해 경과를 지켜보면 된다는 결과였다.그제야 한숨을 돌린 주민혁은 직접 최수빈을 병실에 데려다주고 이불까지 꼼꼼하게 덮어준 뒤에야 돌아섰다.그러고는 문가에 서 있던 육민성과 송미연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두분... 오늘 고마웠습니다.”육민성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별거 아니에요.”“수빈이 옆에 있어요. 저희는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송미연도 손을 흔들며 웃었다.“푹 쉬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최수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사람이 병실을 나서는 걸 다 지켜본 뒤에야 시선을 돌렸다.주민혁은 병상 옆 의자에 앉아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한편.육민성과 송미연은 나란히 병원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복도에는 사람들이 오가며 여러 소리가 뒤섞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진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네.”먼저 입을 연 건 육민성이었다. 말끝에 묘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그때 그렇게까지 상처를 줬는데... 난 수빈이가 평생 안 받아줄 줄 알았거든.”송미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뭐, 그럴 수도 있죠. 애초에 감정이라는 건... 딱 맞아떨어지는 이유 같은 게 없잖아요. 오해도 풀렸고 주민혁 씨도 먼저 고개 숙였고, 무엇보다 수빈이의 마음에도 아직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607화

    주예린이 주민혁을 닮았다는 얘기는 너무 흔하게 들었다.하지만 주시후는 단 한 번도, 단 한 사람에게도 주민혁을 닮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예전 집안 식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그랬다.모두가 주예린을 보며 ‘아빠랑 똑 닮았네’ 하면서도 주시후에게는 그런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그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저렸다.‘정말 난... 아빠의 친아들이 아닌 걸까?’주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걸어가 주민혁 옆에 서더니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아빠, 나 아무 잘못도 안 했어요. 저 사람들 말은 다 거짓말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615화

    주민혁은 시선을 떨군 채 그녀가 보여준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삭제해버렸다.얼굴에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그러고는 사진이 지워진 화면을 다시 그녀에게 건네며 담담히 말했다.“그 사람이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는 있었겠지. 안 그래?”최수빈은 핸드폰을 받아들고 사진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피식 비웃었다.그가 방금 뱉은 말에는 이미 모든 의미가 담겨 있었다.박하린이 그 상대는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 자리를 대신할 다른 누군가는 분명 존재했다는 것.결국 박하린은 그 미지의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세운 하나의 방패막이였던 셈이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91화

    그 순간, 박하린은 마치 누가 목을 움켜쥔 듯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사로잡혔다.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이 바짝 조여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아니 애초에 뭘 물어야 할지도 몰랐다.손에 쥐고 있던 컵을 조용히 움켜쥔 채 옆에 앉은 남자를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민혁 오빠... 방금 뭐라고 했어...?”주민혁의 눈빛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고 차가울 만큼 무표정했다.“충분히 분명하게 말했을 텐데?”바로 그 순간이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57화

    주민혁은 시선을 들어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봤다.박하린은 계속 밥을 먹으며 중얼거렸다.“수빈 씨, 요즘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이제는 눈도 머리 꼭대기에 달려서 내가 말 좀 붙이기만 해도 날 아래로 보더라니까?”주민혁은 그 말에 조용히 시선을 거두었고 눈동자 깊은 곳에는 무슨 생각인지 읽기 어려운 웃음기가 스며 있었다.“그래?”말투는 느릿하고 여유로웠으며 어딘지 모르게 비꼬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박하린은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이번 설계 주제는 완전히 내 전문 분야야. 사실 전부터 계속 이쪽 연구 해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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